강제 불임 수술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글로벌 사진상 수상



세계 최대 사진 대회인 ‘2024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줄리엣 파비는 그린란드 이누이트 여성들의 강제 불임 수술을 다룬 프로젝트 '스피랄캄파넨' 시리즈로 올해의 포토그래퍼로 선정됐다.

나자 라이버스

사진 출처,줄리엣 파비

사진 설명,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심리학자 나자 라이버스는 강제 불임 수술에 대해 최초로 증언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파비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는 1960~1970년도에 덴마크 의사들이 이누이트 그린란드인에게 시행한 강제 불임 수술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 탐구했다.

이 시리즈는 수천 명의 이누이트 여성과 소녀들, 그중 일부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동의 없이 자궁 내 장치(IUD)를 장착한 스피랄캄파넨(고리 캠페인)을 조사했다.

사진은 누크 시와 그 안의 임상적 공간부터 젊은 여성들의 엑스레이 사진 등 다양하다.

나자 라이버스 심리학자는 강제 불임 시술에 대해 최초로 증언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여성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걸 돕기 위해서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었다.

지테 리버스는 IUD를 삽입할 당시 14살이었다. 이후로 그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IUD를 삽입한 14살 지테 리버스 당시의 모습

사진 출처,줄리엣 파비

사진 설명,지테 리버스는 IUD를 삽입할 당시 14살이었다

‘2024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프로페셔널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모니카 알렌데는 파비가 "피사체를 공감각적으로 묘사하고, 품위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친밀감으로 포착했다”며 그의 뛰어난 재능을 극찬했다.

회색 선

파비의 작품은 ‘2024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프로페셔녈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부문에서 우승했다.

다른 부문 수상작 사진작가들의 소감을 확인하세요.

회색 선

건축과 디자인

시오반 도란의 살라 마요르(거실)

필리핀 조상의 집

사진 출처,시오반 도란

"이 시리즈는 책 프로젝트인 '설탕이 지은 집들'의 일부다. 필리핀 조상 집의 친밀한 초상이라는 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나는 역사적인 집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살라 마요르(중앙 거실)는 일반적으로 건축물의 특징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잘 보여주지만, 동시에 시청자들이 이 독특한 집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회색 선

크리에이티브

수자타 세티아의 천 개의 상처

여성의 사진 초상화 위에 종이가 덧붙여져 있다.

사진 출처,수자타 세티아

"천 개의 상처"는 남아시아 지역사회의 가정 폭력에 대한 사진 연구를 보여주는 초상화 및 이야기 시리즈로,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학대받는 사람의 영혼을 깎아내는 지속적인 행위가 참여자의 초상화에 상처를 내는 것으로 묘사됐으며, 사진을 얇은 종이에 인화해 존재의 연약함을 표현했다."

회색 선

환경

마헤 엘리페의 '벌집의 메아리'

멕시코 남동부 캄페체 호펠첸의 양봉가들

사진 출처,마헤 엘리페

멕시코 남동부 캄페체 호펠첸에서 일하는 한 양봉가의 예술적 초상화

사진 출처,마헤 엘리페

"2023년 3월, 멕시코 남동부 캄페체주 호펠첸에서 100명이 넘는 양봉가에게 비극적인 운명이 닥쳤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멕시코에서는 여전히 허용되는 살충제인 피프로닐에 멜리포나 꿀벌이 중독된 것이다.”

"이 비극은 멜리포나의 황금빛 꿀과 생존이 얽혀 있는 마야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회색 선

풍경

에도 하트만의 '희생 지대'

방호복을 입은 한 과학자가 핵실험에 사용된 카자흐스탄의 외딴 지역을 걷고 있다.

사진 출처,에도 하트만

"한때 소련의 주요 핵실험 시설이 있었던 카자흐스탄의 외딴 지역인 '더 폴리곤'을 보여준다.”

“이 지역은 여전히 심하게 오염되어 보호복을 입어야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시리즈는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하여 촬영해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위협, 즉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을 암시한다."

회색 선

포트폴리오

조지 모나코의 '초상화와 풍경'

전통 의상을 입은 카자흐스탄 남성

사진 출처,조지 모나코

"내 목표는 인종, 종교, 성별 등 소수자 집단의 삶을 조명하는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다.”

"사진을 통해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성찰적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인식을 제고하고 포용성을 증진하고고자 한다."

회색 선

초상화

발레리 포쉬타로프의 '아버지와 아들'

2023년 불가리아 블라고예프그라드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초상화

사진 출처,발레리 포쉬타로프

"아버지와 아들은 수년, 때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망설임이나, 심지어 저항으로 가득 찬 강렬한 순간이었다.”

"친밀감의 행위가 이 프로젝트의 주된 목적이 됐으며, 사진은 두 사람 사이의 오랜 말하지 못한 사랑을 보여주는 증거가 됐을 뿐이다."

회색 선

스포츠

토마스 뫼롯의 '칼드 솔(차가운 태양)'

잠수복을 입고 서핑 보드를 든 서퍼들이 아이슬란드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사진 출처,토마스 뫼롯

"칼드 솔은 한겨울 아이슬란드에서 서핑 탐험을 기록하는 동안 촬영한 시리즈다.”

"추운 서핑을 기록하는 것은 항상 내게 매력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바로 촬영에 뛰어들었다. 해가 떴는데도 추위가 그대로 흑백 사진 안에 담겼다."

회색 선

페데리코 스카르칠리의 '플로라'

약으로 사용되는 식물에 대한 정물화 연구

사진 출처,페데리코 스카르칠리

"식물은 의약 물질의 주요 공급원 중 하나이며, 화학 물질의 생산자이자 역동적인 용기로 여겨져야 한다.”

"이 시리즈는 현대 생물학에서 약리학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한다."

회색 선

야생동물 및 자연

에바 베를러의 '정지된 세계'

거미줄에 걸린 나뭇잎과 섬유질

사진 출처,에바 베를러

"이 프로젝트는 시간과 행동이 모두 정지된 거미줄 세계에 대한 탐구로 시작됐지만, 나의 가장 깊은 두려움과 열망에 대한 개인적인 여행으로 이어졌다.”

"거미줄은 우리가 매일 지나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의 숨겨진 삶에 대한 은유로 작용한다."

회색 선

오픈 공모전은 한 장의 이미지가 가진 힘을 기념하는 행사다.

리암 맨은 스코틀랜드 스카이 섬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드론 조명으로 비춰진 스토르의 올드맨 바위의 모습을 담은 사진 '문라이즈 스프라이트 오버 스토르'로 오픈 공모전 부문에서 우승을 했다.

올드 맨 오브 스토르, 스코틀랜드 스카이

사진 출처,리암 맨

회색 선

카인 루이스는 루카 예술학교 신트루카스 브뤼셀 출신이다. 그는 "예쁜 여자를 믿지 마세요 (Don't Trust Pretty Girls)"라는 사진으로 올해의 학생 사진가에 선정됐다.

마이크에 대고 노래하는 여성

사진 출처,카인 루이스

15세 다니엘 머레이가 올해의 청소년 사진작가상을 수상했다.

참가자들은 '당신의 눈을 통해'라는 주제에 답해야 했다.

텅 빈 코니쉬 해변에서 고독한 서퍼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은 여름 시즌이 끝날 무렵의 고요한 분위기를 담았다.

텅 빈 코니쉬 해변의 고독한 서퍼

사진 출처,DANIEL MURRAY

캐슬린 올린스키의 '미국 최초의 황야' 시리즈가 올해의 지속가능성상으로 선정됐다.

올린스키의 프로젝트는 뉴멕시코 남동부의 야생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주변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공간을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보여준다.

치라카후아 아파치 부족의 야생지대 아웃도어 가이드 및 환경 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조 센츠가 뉴멕시코의 길라 야생지대를 통과하는 승마 여행을 이끌고 있다

사진 출처,케이티 올린스키

사진 설명,치라카후아 아파치 부족의 야생지대 아웃도어 가이드 및 환경 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조 센츠가 뉴멕시코의 길라 야생지대를 통과하는 승마 여행을 이끌고 있다.
뉴멕시코주 카발로에 위치한 사다리 목장에서 멕시코 회색 늑대가 시각적 자극을 줄이고, 미국 연방 야생동물 관리국 (USFWS) 생물학자인 브래디 맥기, 멜리사 크레치안, 마가렛 드와이어에 의해 잘 다뤄질 수 있도록 포획 상자 안에 넣고 입마개를 씌웠다. 멕시코 회색 늑대 회복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사진 출처,케이티 올린스키

사진 설명,멕시코 회색 늑대 종은 길라 황야 지역에서 태어났다. 멕시코 회색 늑대 종은 1992년 멕시코 회색 늑대 회복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까지 거의 멸종된 상태였다.

올해의 뛰어난 사진 공헌상은 세바스티앙 살가도에게 수여됐다.

저명한 사진작가가 선정한 지난 50년간의 주요 주제와 이정표를 담은 40개 이상의 사진이 런던 서머셋 하우스에서 열리는 ‘2024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즈’ 전시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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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세바스티앙 살가도

사진 설명,쿠웨이트, 1991
불타는 유정과의 싸움, 쿠웨이트 유전, 1991년

사진 출처,세바스티앙 살가도

사진 설명,에티오피아, 1984

모든 사진은 ‘2024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제공 받았다.

2024년 4월 19일부터 5월 6일까지 런던 서머셋 하우스에서 수상작 및 최종 후보작 전시회가 열린다.

트럼프 머그샷부터 버닝맨까지: 예술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2023 올해의 사진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요청하는 여성

사진 출처,GETTY IMAGES

  • 기자,켈리 그로비에
  • 기자,BBC Culture

시인이자 문화비평가인 켈리 그로비에가 올해 지금까지 나온 사진들 중 가장 강렬한 것 6개를 골라 상징적인 예술 작품과 비교했다. 트럼프의 머그샷, 버닝맨이 열린 사막의 교통 체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대성당 미사일 공격 등이 포함됐다.

1. 트럼프 머그샷

도널드 트럼프의 머그샷

사진 출처,GETTY IMAGES

사진 설명,2023년 8월 24일 애틀랜타에서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의 머그샷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 머그샷(범죄인 인상 착의 기록용 사진)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조지아주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후 이 머그샷은 지난 8월 24일 애틀랜타 교도소에서 촬영됐고, 바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사진 속 강렬한 눈빛은 순식간에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불과 몇 시간 만에 트럼프는 자신의 선거운동 사이트에서 머그샷 브랜드 머그컵과 티셔츠, 음료 쿨러 등을 판매하는 등 화제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미국에서 머그샷은 신비롭고 매혹적인 소재다. 약 60년 전 앤디 워홀은 뉴욕 경찰청의 수배자 명단에 있는 머그샷을 활용해 13개의 초대형 초상화 시리즈를 만들었다. 앤디 워홀은 이 팝아트 작품을 1964년 세계 박람회 당시 뉴욕주 파빌리온에 도발적으로 게시했다. 하지만 논란이 일었고, 이 작품 위에는 페인트가 덧칠해졌다.

2. 의회의 풍경

마저리 테일러 그린이 도널드 트럼프와 통화 중인 전화기를 들고 있다

사진 출처,GETTY IMAGES

사진 설명,마저리 테일러 그린이 도널드 트럼프와 통화 중인 전화기를 들고 있다

음영에 대한 옛 거장들의 생각은 틀린 적이 없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가 오늘날에도 살아 있었다면, 지난 1월 미국 하원 회의장에서 찍힌 사진 속 빛과 어둠이 만들어 내는 음모의 느낌에 매료됐을 것이다. 이 사진에선 평소 논란을 많이 일으키던 공화당 하원의원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이 스마트폰을 든 채로 동료인 몬태나주 출신 매트 로젠데일에게 도널드 트럼프와 통화해보라고 설득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빛, 그린이 뻗은 팔,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는 로젠데일의 손, 장면에 집중력을 더하는 어두운 빛깔의 헝클어진 천 등은 카라바조의 명암법이 표현된 캔버스처럼 윤곽과 대비를 잘 보여주고 있다.

3. 로봇 시연

세계 로봇 컨퍼런스에서 선보인 빨간색 옷을 입은 남성 로봇과 양 옆에 있는 여성 로봇

사진 출처,GETTY IMAGES

사진 설명,베이징에서 열린 2023년 세계 로봇 컨퍼런스

지난 여름 ‘베이징 이촹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3 세계 로봇 컨퍼런스에서 유창하게 몸짓 표현을 하고 사람의 표정을 흉내내던 로봇들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중에서 붉은 옷을 입은 남성 로봇 '마스터'의 동작을 따라하는 여성 로봇들의 기이한 모습은 젠더 자체가 기술적으로 의미가 없는 경우에도 성 역할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준다. 19세기 황금기 덴마크 화가 콘스탄틴 한센의 프레스코화에는 그리스의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가 빚은 점토 인형이 붉은 옷을 입은 아테나 신이 생명을 부여할 때까지 잠든 채로 기다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과 로봇 컨퍼런스의 사진은 수 세기를 뛰어넘는 흥미로운 대조를 보여준다.

4. 루비알레스의 키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여자 월드컵 결승전 메달 수여식에서 스페인의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키스하고 있다

사진 출처,GETTY IMAGES

사진 설명,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여자 월드컵 결승전 메달 수여식에서 스페인의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키스하고 있다

스웨덴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은 “키스는 말이 불필요해졌을 때 말을 멈추고자 본능적으로 고안된 사랑스러운 속임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스페인 축구 연맹의 수장인 루이스 루비알레스가 지난 8월 20일 스페인 축구 대표팀이 사상 첫 여자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뒤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입술에 키스를 했을 때, 그가 연설을 끝내며 “말이 불필요해졌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큰 착각일 것이다. 에르모소가 제기한 강제 혐의를 루비알레스는 부인했지만, 에르모소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루비알레스가 자신에게 키스한 것은 “나의 동의 없이 이뤄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문화사에서 남겨진 키스 장면들이 과연 얼마나 진심을 담은 것인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1907~1908년 작품 ‘키스’를 통해서 이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5. 버닝맨

버닝맨 페스티벌이 끝난 후 사막에서 빠져나오는 차량들

사진 출처,MATT MILLS MCKNIGHT/REUTERS

사진 설명,버닝맨 페스티벌이 끝난 후 사막에서 빠져나오는 차량들

버닝맨은 예술과 자기 표현에 전념하며 일주일간 휴식을 갖는 행사다. 하지만 올여름 버닝맨이 열린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자동차들이 기나긴 교통 체증에 갇힌 숨막히는 광경은 버닝맨의 평온함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 초유의 사태는 행사 폐막 직전 폭우와 홍수로 인해 도로 폐쇄로 교통이 전면 통제돼 발생했다. 당시 정체된 차량 행렬에 발이 묶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상공에서 촬영한 병목 현상 사진에는 1974년 ‘캐딜락 랜치’로 알려진 텍사스 애머릴로의 유명한 세단 퍼레이드보다 더 거대한 작품이 모래 위에 만들어졌다. 아마도 지금 시점에서는 누구라도 그 퍼레이드의 일부가 되고 싶을 것이다.

6. 우크라이나 대성당 미사일 공격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오데사 성 변모 대성당

사진 출처,GETTY IMAGES

사진 설명,우크라이나 오데사 중심부에 있는 성 변모 대성당.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후의 모습이다

어떤 사진은 우리를 뒤흔든다. 하지만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것도 있다.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오데사 중심부에 있는 유서 깊은 ‘성 변모 대성당’ 내부에 러시아 군의 미사일이 떨어져 파괴된 잔해를 신도들이 치우고 있는 사진을 보자. 폭격은 이미 지나갔지만, 정적인 이미지 속에서 기둥과 샹들리에가 끊임없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은 마치 이 사진에 기록된 트라우마와 비극이 영원히 펼쳐지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동시에 사진은 흔들리는 공간에서 절대로 넘볼 수 없는 평온함을 발산하는 듯하다. 1630년대에 프랑수아 드 노메라는 프랑스의 바로크 화가도 기묘한 운동감이 느껴지는 그림 '교회의 폭발'(최근에는 '우상을 파괴하는 유다의 왕 아사'으로 이름이 바뀌었다)에 이와 같은 인상적인 효과를 담아냈다. 건축물의 폭력적인 파괴(오른쪽)와 난공불락의 안식이 가진 외형(왼쪽)을 균형 있게 표현한 이 작품은 최근 오데사에서 촬영된 사진과 마치 한 장의 캔버스에서 잘라낸 듯한 느낌을 준다.

세계 여성의 날: 여성과 논바이너리 스토리텔러의 사진들

오토바이 거울에 비친 아프간 남성.

사진 출처,ASMAA WAGUIH

사진 설명,오토바이 거울에 비친 아프간 남성.

사진작가 다니엘라 잘크만은 2017년 비영리 단체 '위민 포토그래프'를 설립했다. 설립 목표는 여성과 논바이너리 스토리텔러의 눈으로 본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범 후 6년이 지난 지금, 100여 개국에서 사진작가 약 1600명이 모였다. 각자의 작업을 조명할 뿐만 아니라, 사진 업계 입문자에게 지원금·워크숍·멘토링을 제공한다.

회원 100명이 모음집 '왓 위 씨!'(What We See!)를 새로 출간했다. 사진작가들이 사진과 함께 본인의 작업이나 경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위민 포토그래프의 사진은 전쟁부터 가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묘사한다. 다만, 잘크만은 "(위민 포토그래프의) 사진은 부당한 환경에서 촬영되거나, 남성 지배적 환경에서 여성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며 "위민 포토그래프의 장기 목표는 간단하다. 우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위민 포토그래프가 업계를 도와 진정한 평등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 단체의 근간을 이루는 인권을 위한 작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중 일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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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시자 크루즈 바카니

크루즈 바카니의 필리핀 가족 사진

사진 출처,XYZA CRUZ BACANI

아버지 빌라모어가 어머니 그루지야를 껴안고 있다. 어머니는 내 조카들, 여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어머니는 홍콩에서 20년 넘게 가사도우미 일을 해오셨다. 1년에 한 번 2주 동안만 집에 머무르신다. 그 2주는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해지는 시기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우리 가족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그저 서로를 반기고 있었다.

이주 노동은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무의식적으로도 이 순간이 금방 지나갈 것을 알고 있다. 가족의 모습을 기록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연약함도 재능임을 알게 됐다.

우리 가족의 삶은 내게 생이별을 견디게 만들었지만, 연약함은 나를 더 좋은 사진작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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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마스 라울라

Aurel with her dog, Rote Island, East Nusa Tenggara, Indonesia, 2021

사진 출처,NYIMAS LAULA

코로나19 팬데믹은 여행 문화를 바꿔놓았다. 나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 벽으로 둘러싸인 땅에 머물러야 했다. 난 이 공간을 보통 '집'이라고 부른다. 2021년 말, 나는 아시아 최남단의 로테 아일랜드를 방문하기로 했다.

광활한 인도양의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어느 날 저녁, 나는 아우렐을 만났다. 그는 물에 들어가 강아지와 함께 고요하고 다정한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사진기자로서 보통 뉴스가 될 수 있는 사진에 이끌린다. 내가 관심을 가진 사안과 관련해 환경이 급변하는 중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 사진은 내가 일하는 방식을 재고하고, 속도를 늦추도록 도와준다.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더 느리고 조용한 순간을 들여다보고,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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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빌라사나

Alexa with friends in San Pedro Sula, Honduras, 2019

사진 출처,DANIELLE VILLASANA

나는 10여 년에 걸쳐 뿌리 깊은 혐오의 시선을 무릅쓰고 라틴 아메리카 전역의 트랜스젠더 여성이 직면한 위협과 그들의 회복력을 사진으로 남겨 왔다.

이 작업의 가장 최근 챕터인 '아브레 카미노'(열린 길)에서는, 트랜스 여성이 중앙아메리카를 떠나도록 만드는 요인과 미국을 향해 북쪽으로 향하는 그들의 여정을 기록했다. 또한, 그들이 안전한 피난처로 생각하는 국가에 도착하기까지 직면해야 하는 여러 어려움도 기록으로 남겼다.

알렉사는 온두라스의 산페드로술라에서 이 사진에 담겼다. 친구들의 중앙에 있다. 알렉사와 같은 여성을 오랜 시간 따라가면서, 미디어에서 편협하게 묘사되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의 더 진실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려 노력한다.

이 여성들의 삶을 더 큰 맥락에서 보여줌으로써, 트랜스젠더 혐오와 차별이 곳곳에서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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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 운루

A girl in a bus in Kyrgystan, 2019

사진 출처,IRINA UNRUH

2019년 1월에 촬영한 '마이 샤이 걸' 사진은 장기 프로젝트 '피어나는 키르기스스탄 - 포플러가 자라는 곳'에서 가장 아끼는 사진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나와 조국의 재회와 관계를 담아낸다.

나는 구소련에 속했던 키르기스스탄에서 태어나 9살이 된 1988년에 독일로 이민을 왔다. 지금은 중앙아시아의 독립 민주주의 국가가 된 키르기스스탄을 2008년부터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멀리서 이 버스를 봤을 때, 이식쿨 호수 북쪽 기슭의 기다란 길을 친구 두 명과 함께 차로 지나가던 중이었다.

버스에 가까이 갔을 때, 바퀴 없는 버스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모습을 발견했다. 한 수줍은 소녀와 사진을 찍기로 하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했다. 버스에 숨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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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모크리

Birdwatchers, Channel Islands National Park, California, US, 2021

사진 출처,CLARA MOKRI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셨을 때 처음으로 사진에 관심이 생겼다.

일생을 살다가 언젠가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언젠가 내가 기억을 잃기 시작하면 인생을 담은 끈질긴 기록이 나를 기억해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는 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고, 잊기 쉬운 순간에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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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하루카

Quarantine Diary: March 25, Brooklyn, New York, US, 2020

사진 출처,HARUKA SAKAGUCHI

뉴욕 보건당국이 코로나19로 인해 자택 대기령을 내렸을 당시, 2020년 3월 20일부터 4월 20일까지 봉쇄 기간 첫 한 달을 사진 일기에 담았다.

우울증 병력을 갖고 혼자 살던 차에, 고립된 생활로 정신 건강 문제가 다시 악화될까 봐 두려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일상과 평범한 생활을 되찾기 위해, 매일 한 장씩 사진을 찍기로 스스로의 도전 과제를 정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서 일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저널리즘의 객관성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로는 카메라를 손으로 직접 돌리는 등 비전통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더 받아들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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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아 마타르

Farah, Aabey, Lebanon, 2020

사진 출처,RANIA MATAR

레바논 태생의 미국 여성이자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경험한 다양한 문화가 내 작품에 영향을 준다. 여성의 청소년기와 성인기 사진을 통해 개인적·집단적 정체성 문제를 탐구하는 작업에 전념했다. 지금 살고 있는 미국과 출생지인 중동을 모두 다룬다,

이 사진은 '쉬'(SHE) 시리즈의 일부다. 이 작업은 20대 젊은 여성들, 즉 내 딸들의 나이대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 나이대의 생생한 아름다움, 개성, 신체, 조화, 신비를 묘사하고, 함께 개인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과정은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 사진 속 여성들이 제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파라는 2019년 10월 레바논 민중 봉기 당시 정권 퇴진을 요구하던 젊은 시위대의 일원이었다. 현장에는 시위를 약화시키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파라의 차를 불태웠다.

우리는 그 순간을 함께 묘사하고 차가 아직 달릴 수 있던 순간에 영원성을 부여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 순간은 곧 저항의 순간이었다. 파라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중요했다.

Presentational grey line

사라 와이스와

Girls in ballet dress, Nairobi; 2017

사진 출처,SARAH WAISWA

이 사진은 '발레 인 키베라' 시리즈의 일부다. 내가 다큐멘터리 및 인물 사진작가로서 작업한 첫 번째 개인 프로젝트였다.

나는 정체성과 자기표현, 특히 아프리카 사람들의 새로운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관심이 많다. 현대적이고 비 전통적인 방식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사회 문제를 조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빈곤이 아니라 그 세상을 헤쳐나가는 인간에 초점을 맞춰 아프리카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교육 비영리 단체 '아노스 아프리카'와 협업했다. 처음에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협업 상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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