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하 기자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말로 대표되는 사회적 균형 이론이 통계 물리학적 방법으로 입증됐다.
언스플래시 제공“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말을 한 번 정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1946년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가 ‘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사회적 균형 이론’을 대표하는 문장입니다.
사회적 균형 이론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인지와 태도는 심리적 요소와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가정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적의 적은 친구,
친구의 친구는 친구,
친구의 적은 적,
적의 친구는 적이라는 네 가지 규칙이 인간관계의 기본 틀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물리·천문학과,
노스웨스턴 복잡계 연구소,
응용수학·공학과 공동 연구팀이 ‘적의 적은 나의 친구’로 대표되는 사회적 균형 이론을 통계 물리학과 수학적 방법으로 입증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 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5월 4일자에 실렸습니다.
‘사회적 균형 이론’은 세 사람으로 구성된 집단을 가정해 인간이 편안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합니다.
균형 잡힌 관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거나 한 사람이 두 사람을 싫어하더라도
그 두 사람은 친구가 됩니다.
불균형 관계에서는 세 사람 모두 서로를 싫어하거나 한 사람이 서로 싫어하는 두 사람을 좋아해 불안과 긴장을 유발할 때 생겨납니다.
이런 불균형 시스템을 연구한 이탈리아의 이론 물리학자이자 복잡계 과학자인 조르조 파리시는 2021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게임이론의 확장처럼 보이는 사회적 균형 이론은 수학적으로 쉽게 설명될 것 같지만 그동안 모든 연구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대부분의 시도가 사회적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적 균형 이론에 어긋나는 일관성 없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연구팀은 소셜 뉴스 사이트 ‘슬래시닷’의 사용자 평가 댓글,
하원의원들 간의 의회 내 교류,
비트코인 거래자 간의 상호작용,
소비자 리뷰 사이트 ‘에피니온스’의 제품 리뷰 등 4개의 대규모 네트워크 서비스 세트를 활용해 하이더 이론을 검증했습니다.
연구팀은 그래프 이론에 따라 데이터 분석을 위해 네트워크 속 각 개인을 노드로 정하고,
노드와 노드를 연결하는 연결선(에지)은 개인 간 관계로 표시했습니다.
노드가 친구가 아닐 때 에지는 음수값을,
친구일 때는 양수값을 할당한 다음 관계를 계산한 결과 세 명 이상의 관계에서는 하이더의 사회적 균형 이론과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친하고,
친한 사람들끼리는 긍정적 상호작용을 더 많이 하고 적대적인 상호작용은 더 적게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스트반 코바스 교수(복잡계과학)는 “사회적 균형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이번에 개발한 네트워크 모형은 정치적 양극화,
국제 관계 등 사회적 역학뿐 아니라
신경망이나 약물 조합과 같이 긍정적,
부정적 상호작용이 혼합된 모든 시스템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