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 초등학교, 80대 신입생들이 살렸다


경북 김천시 증산면. 주민 960명이 사는 작은 산골 동네다.

지난 5일 이곳에 하나뿐인 학교 증산초등학교에 들렀다.
오전 8시 50분. 21인승 노란색 스쿨버스 문이 열리자 책가방을 둘러멘 할머니·할아버지 10명이 차례로 내렸다.
“학생 여러분, 혈압부터 재세요!” 선생님 정연우(37)씨가 소리치자 학생들은 교실에 앉아 측정기로 차례차례 혈압을 쟀다.

우린 같은 반 친구 - 지난 5일 경북 김천시 증산면 증산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지환군이 평균 79세 노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모습. 이 학교는 전교생 22명 중 15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이다.<BR> /김천=김동환 기자

우린 같은 반 친구 - 지난 5일 경북 김천시 증산면 증산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지환군이 평균 79세 노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모습. 이 학교는 전교생 22명 중 15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이다.
/김천=김동환 기자

증산초는 어린이 초등생보다 노인 초등생이 많은 학교다.
전교생 22명 중 15명이 만 65세 이상이다.
할머니가 14명, 할아버지가 1명이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79세, 65세가 막내다.

‘노인이 다니는 초등학교.’ 어색한 말이지만 인구 유출 문제가 심각한 경북에서는 울진 온정초에 이어 두 번째다.

동네 노인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일은 올해 학교가 폐교 위기에 놓이면서 생겼다.
1980년대 600여 명이나 되던 증산초 학생은 올해 7명까지 줄었다.
농사짓던 젊은이가 죄다 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경북에서는 학생이 15명 이하로 줄면 분교나 폐교 대상이 된다.
1928년 문을 연 96년 전통 초등학교가 문 닫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증산초가 문을 닫으면 그나마 있던 학생들은 고개를 넘어 10㎞ 이상 떨어진 다른 초등학교를 다녀야 한다.
스쿨버스로 30분 이상 걸린다.

이에 마을 이장들과 교사들이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김창국 증산면 이장협의회장은 “학교마저 사라지면 안 그래도 쪼그라든 마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노인 학생이라도 받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마침 경북도교육청은 2022년 노인도 교장이 허가하면 초등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증산면 마을 11곳 이장들이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초등학교 졸업장 따고 싶은 분 없으시냐”고 수소문했다.
그렇게 노인 50여 명이 지원했고 면접을 거쳐 15명을 뽑았다.

지난달 27일 열린 입학식에는 평균 연령 79세의 노인 신입생과 이들의 자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신입생 강순덕(86) 할머니의 딸은 교실 벽에 ‘똑똑한 우리 엄마, 더 똑똑해지시겠네요’라고 쓴 쪽지를 붙였다.
어린이 학생의 부모들도 노인 신입생의 입학을 반겼다.
학부모 조영우씨는 “할머니·할아버지 덕에 아이들 학교의 폐교를 막았다”며 “아이들도 어른 대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머니·할아버지에게는 평생 학업의 한을 푸는 계기가 됐다.
아내와 함께 입학한 반장 이달호(80)씨는 “그동안 감사패, 공로패는 많이 받았지만 학교 졸업장이 없는 게 평생 한이었다”며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고 했다.
최고령인 엄순영(89) 할머니는 “글을 배워서 손주들한테 문자도 보내고 싶네예” 하며 웃었다.

고령 학생들이 입학하자 곳곳에서 기부금이 왔다.
이달호씨 자녀 5명은 100만원씩 500만원을 기부했다.
증산면 이장 11명도 10만원씩 110만원을 모았다.
고향을 떠난 증산초 졸업생들도 십시일반 기부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돈이 4000만원이나 됐다.
학교 측은 “낡은 책걸상을 바꾸고 학용품과 교재 사는 데 쓸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1교시 수업은 ‘현충일의 의미 되새기기’였다.
그림 그리기, 종이 접기 등 활동 수업은 할머니·할아버지와 아이들이 합반으로 한다.
이달호씨가 손을 번쩍 들더니 6·25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부친의 생생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6·25전쟁 때는 말이지예 우리 동네가….”

이어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손주뻘 되는 동기들과 무궁화를 그렸다.
할머니들이 예쁜 무궁화를 척척 그려내자 아이들이 “우리 할머니 최고!”라면서 손뼉을 쳤다.
박도연(7)군은 춤을 추며 재롱을 부렸다.

2교시는 수업 진도가 달라 초등학교 1학년인 할머니·할아버지는 한글 모음 쓰기를, 1·2학년인 어린이 학생은 한글 단어 쓰기 수업을 했다.
할머니·할아버지 학생들은 연습장에 ‘ㅗ’ 자를 수십 번씩 쓰고 소리 내 읽었다.

“소리 내서 읽어야 빨리 늡니데이.”

학생들을 가르치던 정연우 교사는 “어르신들은 가끔 엉뚱한 질문을 하실 때도 있지만 집중력이 대단하다”며 “실력이 쑥쑥 늘어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 소멸, 한국은 준비됐나

그래픽=미드저니·Midjourney

그래픽=미드저니·Midjourney

스마트폰의 수명은 얼마나 남았을까.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세계 개발자 회의(WWDC)’ 현장에서 인공지능(AI) 기능을 쏟아내듯 발표하는 애플을 지켜보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일었다.
이날 애플은 스마트폰의 사용 방식을 아예 뿌리부터 바꿀 수도 있는 AI 기능을 여럿 공개했다.
시중에선 ‘인텔리폰(인텔리전스와 스마트폰의 합성어)’의 시대가 열렸다는 찬사가 나왔고, 주가는 솟구쳤다.
그런데 어째서 이 빛나는 순간들이 죽음을 앞둔 초신성의 마지막 섬광처럼 느껴졌을까.

이날 애플이 공개한 ‘애플 인텔리전스’에서 진정으로 새로웠던 것은 단 한 가지. 음성AI ‘시리’로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음악 틀어줘’ ‘날씨 알려줘’밖에 안 되던 덜 떨어진 과거의 AI는 잊자. 생성형AI를 탑재한 시리는 ‘저녁에 자동차의 궤적을 살린 사진을 카메라로 찍어줘’와 같은 복잡한 요구를 이해한다.
자동차의 궤적을 살리려면 ‘장노출’로 촬영을 해야 한다는 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이폰 프로의 카메라는 웬만한 DSLR 뺨칠 정도로 좋지만, 이를 실제로 전문가처럼 쓸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앞으론 간편하게 AI에 말만 하면 너도나도 전문가 못지않은 결과물을 찍어낼 수 있다.

그뿐일까. “사진 앱에서 뉴욕에서 핑크색 옷을 입고 찍었던 사진 좀 찾아줄래” “지금 보고 있는 내용 이메일로 정리해서 팀원에게 공동 발송해줘” 같은 주문도 단번에 실현된다.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톡톡톡’ 치며 분주하게 업무를 처리하던 날들은 점점 과거가 될 것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손보다 입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질문이 나온다.
AI는 이미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오감’의 시대로 넘어갔는데, ‘터치 중심’의 사각형 스마트폰이 과연 AI의 성능을 전부 담아낼 그릇이 맞는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AI 통번역 기능을 내세운 세계 첫 ‘AI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하고 불과 반년 만에 AI 스마트폰의 성능은 이렇게까지 진화했다.
테크계에선 이미 다음을 생각하고 있다.
귀에 꽂는 AI, 안경으로 쓰는 AI, 셔츠 앞단에 붙이고 다니는 AI처럼 수많은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다수는 실패하겠지만 그중 무엇인가는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던 ‘아이폰 모먼트’를 맞이하고야 말 것이다.
그 순간이 당도하면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 등 각종 양손 제어 중심이던 스마트기기가 피처폰 몰락하듯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1984년 휴대전화 첫 상용화 후 피처폰의 몰락까지 24년이 걸렸고, 스마트폰 전성시대는 올해로 17년째다.
다음 격변까지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을 것이다.
IT 기기 제조 대국인 한국은 과연 이런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소리 듣고 싶다

대통령이 만기친람하지말고 정책발표, 장관이 직접 하게
낮은 자세로 나아가되 비굴한 모습 보이지 말라
언론에 대통령실 등장 않게 하고
부디 '보수의 가치'에 집중해 달라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이미 예상했던 대로, 아니 그 예상을 뛰어넘어 4·10 총선 이후 정치시국은 헌정사상에서 유례가 없는 야당 독재, 여당 노예로 굴러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국회 독차지로 기고만장이고,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굴욕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급기야 이재명 대표는 언론 앞에서 준비해온 메모를 읽으며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준엄하게(?) 꾸짖는 데까지 이르렀다.
아마도 그가 거론한 언론은 보수 성향의 언론뿐이 아닐진대 그는 이제 언론 전체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근 60년의 언론생활에서 온갖 욕과 학대를 감내해 왔는데 이제는 개(犬) 신세로, 그것도 누구의 애완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당할 줄이야. 굳이 개(犬) 얘기를 하자면 이 대표야말로 대한민국 개판정치의 장본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언론이 누구의 애완견이 되는 것은 그래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나라꼴이 이렇게 어느 정치인 한 사람과 그를 추종하는 또다른 애완견들의 놀이터가 되는 것은 나라의 존립에 있어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그것은 정권의 문제, 어느 정치인의 야욕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삐져나가게 마련이다.

다음 대선까지 이렇게 3년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26년 전국 지자체 선거가 있는데 그런 때까지 2년을 이렇게 이끌려 갈 수는 없다.
아니 2년 뒤인 지방선거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의 독주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한국 보수의 명맥은 끊어지는 것이고 대한민국은 좌파의 천하로 갈 것이다.
윤 정권이 존립하고 안 하고의 차원이 아니다.

지금 이재명씨의 ‘대권놀이’ 차원에서 보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도 아니고 자기 대통령 놀이의 들러리일 뿐이다.
그는 윤 대통령과 국힘당이 서로 반목하고 서로 책임 떠넘기는 게임을 부추길 것이고 무슨 법을 만들어서라도 자신이 법정에서 유죄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봉쇄작전에 올인 할 것이다.
그는 정말 목표를 위해서는 어떤 물불도 가리지 않는 무서운 사람이다.
그를 얕잡아 봐서는 백전백패한다.
그가 이승만과 박정희를 싸잡아 매도하고 북한과의 ‘평화’를 언급하며 보수 정권을 ‘전쟁놀이꾼’으로 비하하는 유튜브를 보면 전율을 느낄 정도다.

대한민국이 보전되려면 윤 정부가 이 대표의 이런 막가파식(式) 질주를 막아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간신히 이겨가지고 자만했던 윤 대통령과 국힘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의 냉혈적 복수전을 맛봤다.
윤 대통령이 지금 이 시점에서 지난 2년 해왔던 대로 해서는 이 대표를 멈출 수 없다.
인식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
그가 달라져야 국힘도 달라진다.
정치란 국민의 마음을 사는 게임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정치란 국민의 동정심을 사는 게임이다.
국민이 편들어주고 불쌍하다고 이해해주고 어깨 두들겨주고 옷에 묻은 먼지 털어주는 것-그것이 정치의 요체다.
대통령이 저렇게 애쓰는데,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까지 국민의 마음이 움직여주면 그와 그의 정부의 인기는 오를 수 있다.
거기다가 “아니, 선거에서 이겼다고 이재명과 민주당이 저렇게 막 나가도 되는거야?”라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면 된다.
엊그제 윤 대통령 신임도가 5% 오른 갤럽 조사가 시발일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좀 잘나간다고 우쭐대고 자기를 내세우며 상대방을 깔보고 무시하는 정치다.
그것은 윤 대통령의 지난 2년에도 해당하고 이재명 대표의 앞으로 3년에도 적용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마이크를 쥐는 것을 즐겼다.
국민은 정부의 장관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대통령이 거의 모든 설명과 발표와 행사를 주도하고 독점해왔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대통령이 주연(主演)이고 대통령이 감독, 기획, 연출까지 다 맡는 방식은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이제 당에서 누가 대표가 되고 누가 위원장이 되는 문제에 관여하지 말기 바란다.
나는 윤 대통령이 총선 과정과 그 이후 한동훈씨에 대해 마치 자기 수족처럼 여기는 모습에 놀라고 실망했다.
그 누구도 간섭 없이 당을 이끌 능력과 자격이 있다는 것을 대통령 자신이 북돋아 줘야 한다.
각종 정책 발표도 소관 장관들이 나서서 하도록 해야 한다.
언론에 ‘대통령실’이 등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 대통령이 치중해야 하는 것은 보수의 가치다.
민주·법치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에는 양보가 없어야 하고 대야(對野) 정치에서는 비굴한 모습은 보여서는 안 된다.
보수의 이미지를 지키며 낮은 자세(low profile)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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