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굴 |
부동산 지표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글 June |
국내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선 지 2년이 훌쩍 지났어요. 이 시기에 전국의 집값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어요. 급락을 어느 정도 겪은 후에는 지역과 주택 종류에 따라 가격 흐름이 다르게 나타났죠. 어떤 집은 다시 올랐고, 어떤 집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거예요. 이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며 본격적인 반등세가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지나치게 오른 집값을 고려하면, 아직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하죠. 같은 세상을 사는데, 왜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는 걸까요? 오늘은 이렇게 사람들이 서로 다른 분석을 하게 만든 주요 부동산 지표들을 정리해 보려고 해요. 부동산 시장을 한눈에 보려면? 일반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진단할 때 많이 사용되는 지표는 주택 거래 가격의 변화, 거래량, 매물의 수 등이에요. 이 지표들을 해석하는 기본적인 방식은 생각보다 간단해요. 거래 가격이 오르거나 거래량이 늘어난다면? 시장이 회복세라는 뜻일 거예요. 집주인이 부동산에 내놓은 매물이 점점 늘어난다면, 팔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그만큼 팔리지 않고 있다는 거니까 시장의 둔화를 의미할 테고요. |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집값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전세 시장 관련 지표를 함께 참고해요. 집값 대비 전세 보증금의 비율을 뜻하는 ‘전세가율’은 높아질수록 전셋값이 집값에 가까워진다는 뜻이에요.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아질 때는 향후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해요. 전세가율이 오를수록 ‘이 정도면 그냥 집을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에요. |
대표적인 주택 시장 지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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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지표 |
반면 매물의 숫자는 ‘가격 하락’을 가리켜요. 부동산 호황기였던 3년 전 4만 5000여 건에 불과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 5000여 건까지 늘어났어요. 역대 최다 수준이라고 해요. 그만큼 집을 팔기 위해 내놓는 사람이 많고, 팔리는 숫자는 상대적으로 작다는 뜻이죠. ‘집값이 조금 반등했을 때 팔자’는 사람은 많은데 막상 사는 사람이 적어서 매물이 쌓인다면, 앞으로 집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
자료=부동산 정보 앱 ‘아실’ |
이렇게 주요 부동산 통계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으니,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할 만도 해요. 그래도 여기까지만 보면 대체로 ‘반등론’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듯 보여요. 일단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확실히 오른 데다가, 거래도 확 늘어났으니까요. 아직은 ‘불황’ 가리키는 경매 지표 하지만 최근 들어 하락론에 강하게 힘을 싣는 지표가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바로 ‘경매 지표’예요. 부동산 경매는 건물이나 땅을 가진 사람이 빚을 갚지 못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법원에 출석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이 낙찰받는 방식이죠. |
경매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부동산을 어쩔 수 없이 파는 사람들의 수’를 보여준다는 점이에요. 경매 건수가 늘어날수록 빚을 감당하지 못한 부동산 소유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 돼요. 아마 3~4년 전부터 부동산 급등기에 최대한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집을 산 ‘영끌족’이 늘어났다는 소식을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만약 정말 무리한 선택을 했던 사람이 많다면, 금리 상승기에는 경매 건수가 늘어나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실제 요즘 상황은 어떨까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국의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4만 건을 돌파했어요. 부동산 경기가 바닥이었다고 평가받는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예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30%가량 늘었어요. 경매 신청 건수는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빌려 갔는데 안 갚으니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달라’고 요청한 숫자예요. 경매 신청 후 돈을 빌린 사람이 얼른 빚을 갚으면, 실제 경매 입찰까지는 가지 않아요. 그런데 올해는 실제로 입찰까지 한 경매 진행 건수가 급증했어요. 올해 1~5월을 기준으로 작년보다 2.2배나 늘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5배나 늘어났다고 해요.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매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대요. 물론 이 수치에는 주택 외에 다른 부동산도 포함돼 있지만, 경매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는 현상은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호황을 누리기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어요. 빚을 못 갚는 부동산 소유자들이 늘어나고, 싼값에 나오는 경매 매물도 늘어나는데 호황이 시작되긴 어렵겠죠. 주택 거래 가격이나 거래량 등 주요 지표만 보면 이미 상승세로 돌아선 것처럼 보이는 부동산 시장.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락을 가리키는 지표들도 함께 쏟아지고 있는데요. 둘 중 어느 쪽이 정답에 가까울까요? 앞으로 주요 지표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가끔 들여다봐도 흥미롭지 않을까요? |
┃3줄 요약 · 침체기에 들어선 지 2년이 훌쩍 지난 국내 주택 시장을 두고 ‘완연한 반등세’라는 의견과 ‘여전히 하락기’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음. · 매매 가격과 거래량, 전셋값, 매물 증감 추이 등 국내 주택 시장의 흐름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 · 일반적인 거래 지표는 대체로 반등론에 힘을 싣고 있음. 다만 최근 경매 건수가 급증세를 보이자, 여전히 시장이 불안하다는 해석도 나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