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단휴진, 큰 혼란 없어…교수들 "휴진은 의지 표명 수단"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을 강행한 18일 대구 동구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앞에 휴진 안내문과 업무개시명령서 도착 안내서가 붙어 있다.<BR> 연합뉴스 제공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을 강행한 18일 대구 동구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앞에 휴진 안내문과 업무개시명령서 도착 안내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집단휴진을 시행한 18일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중 휴진에 동참한 의료기관은 소수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교수들의 집단휴진 움직임이 시작된 대학병원에서도 아직까지 큰 혼란이 목격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등 '빅5'를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의 집단휴진 확대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이후 진료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각 지자체에 휴진을 하겠다고 사전에 신고한 의료기관은 전체 3만6371곳 중 1463곳으로 4.02%에 그쳤다.
의협 관계자는 "지켜보는 중"이라며 "오전에 진료개시명령 문자가 발송돼 회원들을 자극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휴진에 대해 일방적인 진료취소에 대해 고발조치할 것이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보였다.
교육부는 의대가 있는 대학에 집단휴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의협은 이날 하루 집단휴진에 대해 '전면 휴진'이라고 경고했지만 정부의 이같은 강경한 방침에 더해 환자 불만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동네 병의원들이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큰 혼란이 일지는 않은 모습이다.

휴진 공지를 내걸고 문을 닫은 의원들도 있었지만 대표원장만 휴진하고 다른 의사는 정상 진료하는 등 부분적으로 동참한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병원들의 경우 일부 교수들이 의협의 뜻에 동참해 휴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평소와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대병원에서는 250여명의 교수 중 10% 가량이 이날 휴가를 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이날 실제 휴진에 들어간 의사가 1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대병원의 경우 의사 휴진으로 예정된 외래진료 스케쥴 103개 중 31개가 취소됐지만 내원 환자 수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규모 서울아산병원도 이날 의협의 집단휴진에 동참한 가운데 진료 차질에 대한 병원 측과 교수 측 집계는 서로 엇갈렸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속한 울산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행되는 전신마취 수술 건수가 총 65건으로 일주일 전인 11월 141건과 비교해 5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 년 전인 지난해 6월 셋째 주 화요일 총 209건과 비교하면 70%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병원 측은 이날 수술이 일부 줄어들긴 했으나 비대위에서 언급한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날 예약된 수술은 120건으로 최근 일평균 수술 건수 약 150건과 비교해 2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외래 진료가 예약된 환자도 1만2000여명으로 평소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수술을 당일에 취소하지 않는 만큼 오전에 확인한 대로 예약된 수술 120건이 그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외래 진료 환자도 큰 변동은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비대위는 병원에서 최근 조정을 반영하지 않은 기존 예약 건수를 발표하는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 '빅5'로 번지는 무기한 휴진…교수들 "의지 표명 위한 것"

의협이 시행하는 집단휴진과 별개로 각 대학병원 교수 차원에서의 '무기한 집단휴진' 움직임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날부터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서울대의대 관련 4개 병원의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돌입했으며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연세의대 관련 3개 병원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할 방침이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다음 달 4일부터 1주일 휴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빅5 병원인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이 소속된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와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도 무기한 휴진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이번 집단휴진이 실제 환자 피해 사례를 만들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가 아닌 '의지의 전달'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빅5 병원 소속 한 교수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휴진에 돌입하는 대학병원들은 응급, 중증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하며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진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진료를 실시한다"며 "실제로 환자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은 방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빅5병원 소속 교수는 "전공의나 각 의사단체들의 지속적인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대 증원 기조를 고수하는 가운데 교수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 초기 전공의들과 달리 교수들은 진료현장을 떠나지 않는 등 반발의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는데, 우리(교수들)의 뜻 또한 전공의나 다른 의사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단휴진에 돌입한 주요 대학병원들의 무기한 휴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는 다음 달 일주일 휴진에 돌입한 이후휴진 연장 기간은 정부 정책에 따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대의대 교수 비대위는 강경희 비대위원장이 무기한 집단휴진에 돌입한 당일 '집단휴진은 1주일만 하고 다음주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지만 비대위 측은 이후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내부적으로 혼란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교수들은 휴진에 돌입하는 대형병원이 늘어나면서 경증 환자들의 피해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의사 집단행동피해신고지원센터에 총 45건의 상담이 접수됐으며이 가운데 8건은 서울대병원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의대와 관련한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3곳에서 이뤄진 외래 진료는 33%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개원의 업무개시명령…의료공백 시 '업무정지' 예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BR> 복지부 제공.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정부가 18일 집단휴진에 동참하는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휴진 신고율은 4% 수준이지만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전 9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다“며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면 현장 점검과 채증을 거쳐 의료법에 따른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병원에서 환자에게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해 환자 피해를 입힌 경우 의료법 제15조에 따른 진료 거부로 전원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진료거부에 동참해줄 것을 종용하는 소셜미디어 게시글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예정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행동 의사참여 독려를 비판했다.
조 장관은 ”국민 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적 단체임에도 불법 집단행동을 기획하고 의사 참여를 독려한다“며 ”이는 법률이 정한 단체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의협 집행부 17명에게 집단행동 및 교사 금지 명령서를 보냈고 17일에는 불법 진료거부를 독려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의협을 신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집단휴진이 시행되는 동안 비상진료체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공공의료기관 병상 최대치 가동, 야간·휴일 진료 확대, 비대면 진료 적극 지원, 진료지원 간호사 당직 근무 확대, 군의관 및 공보의 필수의료집중 배치, 암환자를위한 핫라인 구축 등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전운 감돈 서울대병원 집단휴진 첫날…"외부인은 나가세요"

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첫날인 17일 본관 앞에 경찰차 1대와 구급차가 줄지어 서 있다.<BR> 박정연 기자.

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첫날인 17일 병원 본관 앞에 경찰차 1대와 구급차가 줄지어 서 있다.
박정연 기자.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첫날 병원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삼엄했다.
평소보다 환자가 줄어든 원내는 조용했지만 취재진을 비롯한 외부인 출입을엄격하게 통제하며 무기한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전운이 감돌았다.

서울대병원 휴진 첫날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1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본원을 찾은 취재진들은 이날 보안팀 요원 등 병원 관계자들에게 오전부터 내쫓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병원은 외부인 출입금지 방침을 세우고 사진 및 영상을 촬영하거나 환자 인터뷰를 시도하는 취재진들을 경찰까지 동원해 저지하는 삼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병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했다.
초진 및 외래 환자 접수창구 대기 공간은 대부분 비어 있었고 외래 진료 대기 공간도 여유가 있었다.
외래 환자는 줄었지만 중증·희귀질환 환자 등을 위한 입원실은 유지되고 있다.
병원 내 한 편의시설 관계자는 “신규 환자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입원 환자들은 유지되고 있어 손님 수는 평소와 비슷한 것같다”고 말했다.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 및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진료과 진료는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환자들은 진료 일정이 연기됐다는 통보를 확인하지 못해 헛걸음을 했고 원래 일정대로 진료가 진행됐다는 환자들도 있었다.
병원을 찾은 한 환자는 “예약했던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원래 일정에 맞춰 왔고 취소나 변경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본관 입구에는 진료 외 목적 출입 및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BR> 박정연 기자.

서울대병원 본관 입구에는 진료 외 목적 출입 및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정연 기자.

서울대병원의 다음 주 진료 일정은 아직 변경되지 않았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진료 일정은 1주일 단위로 변경되고 있다”며 “이번 주 변경된 진료·시술·수술 일정에는 변동사항이 없고 다음 주 일정은 아직 변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곳의 서울대병원 교수 중 54.7%가 이날 휴진에 참여했다.
비대위는 휴진은 의료진들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밝혔다.
방재승 비대위 투쟁위원장은 17일 “의료 붕괴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것”이라며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고 말했다.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도 비슷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대 증원 재논의, 전공의 처분 취소,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수정 등이 집단휴진 철회 조건이다.

17일 서울대병원 초진·외래 진료 접수처 대기실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BR> 박정연 기자.

17일 서울대병원 초진·외래 진료 접수처 대기실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정연 기자.

하지만 정부는 의료계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설이나 추석 연휴 ‘문 여는 병원’을 안내하듯 18일 집단휴진 시 진료하는 병의원을 안내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콜센터(129), 구급상황관리센터(119)나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100), 건강보험심사평가원(1644-2000) 콜센터로 전화하거나 응급의료포털, 복지부, 심평원 홈페이지에서 진료하는 병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병의원,보건소, 보건지소에서 비대면 진료도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는초진, 재진 상관없이 받을 수 있지만 의약품 수령은 본인 또는 대리인이 직접 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심평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응급환자는 전국 응급실 408곳을 이용하면 된다.
24시간 운영되지만 경증 환자는 이용을 자제해줄 것이 권장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 "대통령, 의료 붕괴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게 될 것"

곽재건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BR> 연합뉴스 제공

곽재건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대통령실에 의대 증원을 멈춰달라는 성명을 냈다.

서울의대·서울대학교 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 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제목의 간담회를 열고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받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출범을 앞둔 22대 국회에는 "2020년 의정 합의가 이제라도 지켜지도록 의료 전문가가 포함된 국회 내 협의 기구를 설치해 (의대 증원을) 논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레드팀'이란 조직 내의 취약점을 발견해 경고하는 내부 자정 기구를 말한다.

비대위는 "지난 몇 달간 정부는 불합리한 정책이 촉발한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미명 하에 충분한 검토 없이 설익은 정책을 쏟아냈다"며 "이대로라면 의료 파국은 정해진 미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을 사전에 충분히 조사했다고 하지만,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의하면 의대 정원이 10% 이상 변경될 경우 의대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증원이 필요하다 해도 한 번에 10% 미만의 증원이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증원 대신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하고 필수의료 분야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의료수가와 의료전달체계가 정비되면 떠났던 동네의원이 다시 돌아오며 큰 병원 진료가 수월해질 것이고, 일차 의료가 튼튼해지면 질병 예방에도 투자하는 바람직한 의료 체계가 될 것인데, 이러한 체계 대신 무리한 의대 증원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또 "소아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안심하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과 원칙에 따른 치료만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한 수가를 만들어주시면 바로 지금 응급실 뺑뺑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권의 실적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상설 협의체를 만들어 달라"며 "정권과 공무원의 임기에 좌우되지 않고 튼튼한 재원과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2대 국회에는 "2020년 의료 공백이 한 달 만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국회의 주도로 의정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는 3개월 넘게 협박만을 일삼고 사법부는 의료대란을 해결할 기회를 흘려보냈다.
이제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입법부"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2020년 의정 합의가 이제라도 지켜져서 의료 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 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휴진 D-1' 서울대병원·국회 회동…무기한 휴진 막을까

14일 오후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강희경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BR> 연합뉴스 제공.

14일 오후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강희경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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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전면 휴진에 들어가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휴진 하루 전날인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난다.
이날 만남이 휴진을 막는 막판 회유책이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의료계는 휴진 참여 의사를 밝힌 교수들, 불참하겠다는 의사단체들, 의료계 내분 등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병원 집행부는 16일 오전 10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간담회를 갖는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강선우 복지위 소속 의원이 회의 후 논의된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내일인 17일부터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서울대병원 본원과 분원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서울대병원이 15일 공개한 휴진 참여 집계에 따르면 휴진 첫 주인 17~22일에는 529명의 교수가 휴진에 참여한다.
외래 휴진이나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 등을 시행할 예정임을 밝힌 교수 숫자다.

이는 진료에 참여하는 전체 서울대 교수 967명 중 54.7%에 해당한다.
휴진 후 수술장 예상 가동률은 62.7%에서 33.5%로 29.2%p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응급·중증환자, 희귀·난치환자 등을 보는 교수들은 진료를 유지한다.
비대위는 진료를 지속하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휴진 지지 성명서’를 받고 있다.
현재 344명의 교수가 성명에 동참해 휴진 참여 교수 529명과 합쳐 총 873명의 교수(90.3%)가 휴진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16일 서울대와 국회의 만남이 휴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의료계는 국회가 의료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정도의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당장 내일 시작되는 휴진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연세대 의대는 27일부터 전면 휴진에 들어가며 일부 대학들도 휴진을 논의 중인 만큼 기약 없이 전면 휴진을 하는 대학병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의료대란에 이를 것이란 환자들의 불안감이커지고 있다.

서울대 휴진 다음날인 18일부터는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는 집단휴진 및 총궐기대회가 열린다.
이날은 전공의, 개원의, 40개 의대 소속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등이 참여한다.

이날 하루 휴진이 심각한 의료공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8일 휴진 신고를 한 의료기관은 4.02%다.
휴진 신고 없이 휴진에 동참하는 의료기관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개원의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수의료 관련 의사단체들은 잇따른 휴진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분만병원의원협회,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전국거점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 대한아동병원협회 등은 단체 휴진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내부 갈등도 향후 의료계 집단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예정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임현택 의협 회장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며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 이제는 말이 아니라 일을 해야 하지 않을지”라는 글을 남겼다.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전공의가 모인 한 온라인 대화방에서 “죽어라 지원해줬더니 고맙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원하지 않으면 의협은 대전협에 맡기고 손을 떼고 싶다”는 글을 남기며 내분 조짐을 보였다.

정부 "미국 의사 길도 막힐 것...전공의, 눈치 보지 말고 복귀해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BR> 보건복지부 제공.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전 복귀를 촉구했고 미국 의사 생활은 정부의 허락 없이 어렵다고설명했다.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는 어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으나 비대위 측은 정부와 대화한 적없다고 반박했다.

● 다음주 면허정지 처분...미국 의사, 정부 추천서 필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은) 주변 눈치 보면서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돌아오길 바란다”며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서는 다음 주부터 처분이 이뤄질 예정이니 본 처분이 이뤄지기 전 의결제출 과정에서 복귀와 계속적인 근무 의사를 표명하면 처분 시에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의사를 하겠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정부의 허락 없이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한국 학생, 한국 의사가 미국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추천서를 받아가야 되는 절차가 있다”며 "현재 복지부 내부 규정을 보면 해외 수련 추천서 발급지침에 행정처분 대상자는 제외토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근무지 이탈로 처분을 받게 되면 이력이 남아서 추천서 발급 제외 조건이 되기 때문에 추천서 발급이 좀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미국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이 막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정부, 서울대 비대위와 의견 교환...비대위측 "대화한 적 없다"

의대 교수들에게는 대화를 제안했다.
박 차관은 “어제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정부에 대화를 제안했고 오늘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에서는 대화 중재에 나서기 위한 모임을 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대화의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그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의대교수 비대위, 전의교협 등과 접촉해왔고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과는 어제 의견을 나눴다”며 “의대 비대위와 전국의대교수협의회에 조건 없이 대화할 것을 제안한다.
일시, 장소 관계 없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환자 곁에 남은 의대 교수들이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달라고도 당부했다.
박 차관은 “일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교수 명단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전공의와 학생들이 알수 있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환자의 곁에 남은 교수들을 괴롭히고 집단 따돌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환자 곁에 남기를 원하는 교수들은 보호하고 지원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 의대비대위는 22일 박 차관의 브리핑에 허구 사실이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과 21일 의견을 나눴다는 박 차관의 발언은 허구라는 주장이다.
비대위는 “어제 저녁 보건복지부 관계자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만남을 제안받았으나 비대위에서는 만남에서 논의할 주제가 무엇인지 문자 메시지로 질의했고 추후 알려주겠다는 답신만 받았다”며 “회신을 주지 않은 곳은 복지부이고 그밖에는 아무런 의견을 주고받지 않았다.
공식적인 만남 제안 이유는 오직 브리핑을 위해서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 의료인 악마화해 국민과 갈등 부추기지 말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서 의대생·전공의 한목소리

30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서 왼쪽부터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의과대 학생,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강운구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가 발표하고 있다.<BR> 유튜브 캡처

30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서 왼쪽부터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의과대 학생,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강운구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학생의 입장에서 현 의료 사태는 정부의 소통과 신뢰의 부재 그리고 독선과 오만의 파국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내는 목소리에 정부는 귀를 닫고 있고 소통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0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서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 대표가 ‘2024년 의료대란 그 시작과 과정에 대하여’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주제 발표는 김 대표가 의과대 학생 관점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가 전공의 관점에서, 강운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대 교수 관점에서,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가 국민 관점에서 현 의료대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 전공의, 교수 관점으로 나선 발표자들은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올 1월 13일 보건복지부는 의대 학생대표 40인과 간담회를 예정했지만 일방적 통보로 27일로 연기했고 이마저 취소했다"면서 "이후 연이어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발표하는 모습은 학생의 목소리를 정말 들으려고 했던 건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20년 정부가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다가 의료계가 반발하자 일단락 지으며 보건복지부는 합의문에서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적었지만 4년 만에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고 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다 무산된 당시 상황을 거론한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을 통해 오히려 '필수'와 '비필수' 의료 패러다임이 생겨 학생들이 호도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의과대학 커리큘럼을 보면 필수와 비필수 의료라는 말로 분야를 구분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말하는 필수 의료 행위만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정부가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정책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현 의료문제는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사회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건강보험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체계이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데 공급자수인 의사를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 전공의 대표는 현재 의료 현장에서 학생은 도제식으로 교육받는 상황인데다 카데바(해부용 시신)와 수술 도구 부족 등 문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의료 질이높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전공의 시절 한 환자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정부가 의료인의 환자에 대한 진정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주치의 때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장기입원 환자를 맡으며 매일 오르지 않는 호중구 수치를 알리고높아지길 바라며 인생에서 처음으로 간절하게 기도했다"면서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지 말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환자 겁주는 행동 삼가야"...의사단체 '휴진 불참' 의사 잇따라

뇌전증, 분만, 마취통증 분야 의사들 '진료 유지'

14일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BR> 연합뉴스 제공

14일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실시하는 18일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고 진료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단체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분만, 마취통증 분야 의사단체들이불참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번에는 뇌전증 분야 의사들이 진료 유지 방침을 밝혔다.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14일보도자료를 통해"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뇌전증은 치료를 중단하면 신체 손상과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협의체에 따르면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갑자기 약물을 중단하면 사망률이 일반인의 50~100배로 높아진다.
뇌전증 환자는 항뇌전증약을 복용해일정한 혈중 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약을 한 번만 안먹어도심각한 경련이 발생해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협의체는 의료계집단행동과 관련해"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봐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전공의 사직 후 115일 동안 수많은 중증 환자들과 가족들이 극심한 고통과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의대생과 전공의는 빨리 돌아오고 의사단체들은 과학적인 근거 수집과 분석으로 정부에 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체는"먼저 아픈 환자들을 살리고 전 세계 정보 수집, 전문가 토론회 및 과학적 분석을 통해 2026년 의대정원을 재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전 국민의 공분을 피할 수 없고 나아가 전 세계 의료인과 주민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협이 진행하는 18일 집단휴진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 교수 단체가 동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휴진에 참여할 것을 선언하면서 환자 진료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진료 유지 방침을 세운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외에도 앞서 분만병의원협회가 진료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도 필수적인 수술에 필요한 인력은 병원에 남아 진료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120여곳 아동병원이 속한 대한아동병원협회도 진료를 유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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