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핫도그 등 초가공 식품의 위해성 불확실"

대표적인 초가공 식품으로 알려진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 게티이미지뱅크

대표적인 초가공 식품으로 알려진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을 표현한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초가공 식품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통념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기존 연구는 대부분 초가공 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에 따라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을 확인했을 뿐 식품 섭취가 신체 메커니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살피지 못했다는 것이다.
초가공 식품에 적용되는 식품가공 과정은 일반 가정에서 요리를 할 때 식재료를 가공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해외 식품영양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29일 영국BBC에 전했다.

초가공 식품은 지방, 당분, 나트륨과 같은 각종 인공첨가물이 많이 포함됐고 원재료를 가공하는 데 여러 공정을 거친 식품을 말한다.
음료수,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 즉석조리 수프, 치킨 너겟, 핫도그, 감자튀김 등이 대표적이다.
흔히 '패스트 푸드'나 '정크 푸드'로도불린다.

학계에선 초가공 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에게서 암, 심장병, 비만 등의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와 초가공 식품 섭취에 대한 경고가 지속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의 대부분이 관찰 연구라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미국영양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선 미국 성인 50만명 이상을 조사해 초가공 식품을 높은 수준으로 섭취한 사람들은 조기 사망할 확률이 약 10%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이 역시 관찰 연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초가공 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이같은 식품 섭취가 체내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네리스 애스트버리 영국 옥스퍼드대 수석연구원은 "초가공 식품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기 위해선 매우 복잡한 연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BBC에 전했다.

예를 들어 초가공 식품 위주의 식단과 일반적인 식단의 칼로리와 영양소 구성이 유사할 경우 각 식단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차이점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은 많은 비용과 품이 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가공 식품이 체내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초가공 식품에 포함된 식품 첨가물이 인간의 각 장기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과학적 실험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듀앤 멜러 영국 애스턴대 영양 및 증거기반 의학 책임자는 "데이터는 특정 음식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할 수 없으며 잠재적인 이점이나 위험만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가공 식품의 정의가 불분명 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2010년 초가공 식품이란 용어를 처음 제시한 카를로스 몬테이로 브라질 상파울루대 교수는 공정 과정의 복잡함등에 따라 콩과 야채 등의 천연 식품, 버터 등 가공 식재료, 참치 통조림 등 가공 식품 그리고 초가공 식품을 분류하는 체계를 개발했다.

군터 쿤레 영국 래딩대 영양학 및 식품학 교수는 이러한 분류 체계에 대해 "애매모호하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분류 기준은 식품 산업이 발전한 현대 사회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품에 적용되기 역부족이란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또 초가공 식품을 가공하는 과정이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초가공 식품에 사용되는 자르기, 끓이기, 얼리기 등은 일반적인 조리 과정이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식품회사에서 대규모로 가공되면 식품이 안전하고 더 오래 보존되며 폐기물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각국 당국의 입장도 이러한 전문가들의 견해와 다르지 않다.
영국의 식품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인식품표준국은 초가공 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이 심장병이나 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인정하면서도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초가공 식품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적으로 규명되기 전이라도 이러한 식품 섭취를 줄이는 습관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과일, 야채, 통곡물, 콩을 많이 먹으면서 지방과 설탕이 든 간식을 줄이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이다.

버터·통조림 등 초가공식품, 32가지 건강 문제와 연관

대표적인 초가공 식품인 아이스크림과 설탕을 입힌 시리얼. 게티이미지뱅크

대표적인 초가공 식품인 아이스크림과 설탕을 입힌 시리얼. 게티이미지뱅크

식품첨가물을 다량 함유하고 가공처리가 이뤄진 '초가공식품(UPF)'이 32가지 건강 문제에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가공식품에는 설탕, 오일 및 버터와 같은 요리 재료부터 통조림, 빵, 잼 등이 있다.
여기에 단백질과 섬유질이 낮고 소금과 설탕 가공을 거친 식품들도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식품들인 만큼 평소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멜리사 레인 호주 디킨대 연구원 연구팀은 초가공식품이 심장질환을 비롯해 암과 제2형 당뇨병 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했다.
정신건강과폐 건강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발표된 초가공식품과 건강 간의 연관성을 다룬 논문에서 45개의 분석 결과를 살폈다.
여기에는 1000만명에 가까운 연구 참가자들의 데이터가 담겼다.
이번 연구는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 연구 중 최대 규모란 설명이다.

각 연구가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확보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연구팀은 신뢰도를 4단계로 나눠 평가했다.
분석 결과 초가공식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습관은 32개의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초가공식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여러 건강 문제의 위험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질병별로 살펴보면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 위험이 약 50% 증가했다.
불안 및 일반적인 정신질환 위험은 48% 이상 증가했으며 제2형 당뇨병 위험은 12% 늘어났다.
비만과 수면장애 위험도 40%이상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 위장 질환, 높은 혈중지방농도와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 지질단백질(HDL)과의 상관관계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다소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섭취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공중보건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식품 포장지에 경고문을 붙이고 학교와 병원 근처에서의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가공을 최소화한 건강한 식품의 접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초가공식품이 당뇨병 부른다…햄·소시지가 가장 큰 영향"

"햄·소시지 섭취량 1% 증가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 40% 증가" 고려대 연구팀, 7천여명 15년 추적 관찰…"초가공식품 섭취 줄이려 노력해야"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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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초가공식품으로 불리는 햄·소시지와 탄산음료 등의 섭취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오하나 교수 연구팀은 경기도 안산과 안성에 거주하는 40∼69세 7천438명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 섭취가 제2형 당뇨병 발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장기간에 걸친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9일 밝혔다.

전향적 코호트 연구는 시간 경과에 따른 특정 집단의 질병 양상을 추적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양'(The journal of nutri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초가공식품은 감미료, 방부제, 색소 등의 식품 첨가물이 들어있고 가공과 변형이 많이 된 음식을 말한다.
공장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가공해 나온 음식이 대부분으로 햄과 소시지, 라면,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103개 항목의 설문지를 사용해 2001∼2002년 추적조사 시작 당시 음식별 섭취량을 조사하고, 2019년까지 당뇨병 발병 여부를 관찰했다.
관찰 기간의 중앙값은 15년이었다.

이 기간에 이뤄진 건강검진에서 당뇨병으로 확인된 사례는 총 1천187명이었다.

연구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가장 적은 그룹에 견줘 당뇨병 발생위험이 평균 34%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초가공식품 중에서도 햄·소시지는 당뇨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다.
연구팀은 햄·소시지 섭취량이 1% 증가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40%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소시지

[자료사진]

이 밖에 아이스크림, 라면, 탄산음료도 당뇨병 발생 위험을 각각 8%, 5%, 2% 높이는 요인이었다.

다만, 캔디와 초콜릿은 섭취량이 많을수록 당뇨병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연관성이 나타나 관련 메커니즘 및 인과관계를 검토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오하나 교수는 "국내 대규모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초가공식품 섭취와 당뇨병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데 연구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이미 다른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비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뇨병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과 같은 만성질환일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평소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햄버거, 아이스크림이 식욕을 더 자극하진 않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초가공식품이 무조건 식욕을 돋우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가공이 많이 된 식품이라고 해서 덜 가공된 식품에 비해 더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분석결과가 제시됐다.

영국 브리스톨대는 피터 로저스 영양학과 교수가 이끄는 영양 및 행동연구그룹이 성인 224명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과 천연식품 등을 놓고 각 음식에 끌리는 정도를 비교한 결과, 초가공식품이 유달리 식욕을 자극하는 건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아페티트'에 발표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초가공식품은 햄버거, 감자튀김 등의 패스트푸드, 단 과자류, 탄산음료, 냉동식품처럼 식이섬유가 적고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이처럼 많은 가공을 거친 높은 칼로리 음식이 채소, 생선 등에 비해 더 식욕을 자극한다고 인식돼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같은 인식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맛으로 따졌을 때 가공식품인지,비가공식품인지의여부보다는음식에 들어있을 것으로 예상되는성분, 단맛, 짠맛 등이 선호도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성인 224명으로 구성된 실험참가군에 아보카도, 포도, 캐슈넛, 새우, 올리브, 머핀, 페퍼로니소시지,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색깔의 친숙한 음식 이미지 24~32개를 보여줬다.
각 음식의 칼로리, 가공 수준, 탄수화물 대 지방 비율은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어 실험참가자들에게 각 음식을 맛보는 상상을 하면서 음식 맛에 대한 호감도, 먹고싶은 욕구, 단맛, 짠맛 등을 평가하도록 요청했다.

분석 결과초가공식품이 참가자들의 식욕을 특별히 더 자극하지 않았으며 비가공식품에 비해 맛에 대한 호감도가 높지도 않았다.
식욕은 해당 식품의 가공 여부가 아닌 식품에서 예상되는 달기와 짜기에 따라 좌우됐다.

로저스 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제시된 음식은 각각의 탄수화물 대 지방 비율, 단백질 비율, 맛의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 것"이라며 "가공식품이라는 점이 음식에 대한 선호도에 특별히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연구 결과를 밝혔다.

이어 "사람은 탄수화물과 지방이 적절한 양으로 분포돼있고 단백질이 낮은 음식을 좋아하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백질이 다량 함유된 음식이 비선호군인 이유에 대해서는 "칼로리를 포만감보다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국가의 요리를 선택지로 주고 이에 대한 음식 선호도를 추가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칼로리와 포만감의 상관관계를 실험한다는 계획이다.

어린이 8명 중 1명, 과자·탄산음료 등에 '중독'

 

어린이의 12%, 성인의 14%가 음식 중독인 것으로 나타났다.<BR> dolgachov/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어린이의 12%, 성인의 14%가 음식 중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dolgachov/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성인 7명 중 1명, 어린이 8명 중 1명은 초가공식품 중독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초가공식품은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빵, 시럽 등 화학물질, 감미료, 방부제 등을 넣어 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미국 프랄린 생물의학연구소 연구팀은 10일 영국의학저널(BMJ)에 초가공식품에 대한 국제적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품 중독에 대한 연구들이 초가공식품이 중독성있는 물질이라는 일관성 있는 연구 결과들을 도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독성을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알렉산드라 디펠리체안토니오 프랄린 생물의학연구소 조교수는 “인간은 담배, 음주, 도박까지는포기할 수 있지만 음식 중독은 멈출 수 없다”며 “어떤 음식이 특히 중독 가능성이 크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규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음식이 중독성이 있는 건 아니라고설명했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든 식품이 중독성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자연식품이나 가공을 최소화한 음식은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제공하더라도 중독성을 일으키지않는다는 얘기다.

또, 초가공식품은 대체로 탄수화물과 지방둘 다 높은 수준으로 함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자연식품인 연어는 탄수화물과 지방 비율이 0:1, 사과는 1:0의 비율을 보이는 반면, 중독성이 있는 초콜릿은 1:1의 비율을 보인다.

연구팀에 따르면 정제된 탄수화물과 지방 함량이 높은 초가공식품을 즐겨먹는 사람들은 '물질사용장애'로 진단된다.
물질사용장애는 특정 물질의 사용이 문제가 됨에도 불구하고 사용을 멈추지 못하는 행동 패턴을 보이는 정신장애다.
초가공식품에 중독된 사람은 음식에 대한 극심한 갈망과 금단 증상, 통제력 감소, 폭식, 비만, 삶의 질 저하 등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초가공식품을 계속 먹는 특징을 보인다.

연구팀이 36개국에서 진행된 281개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초가공식품에 중독된 성인은 14%, 어린이는 12%로 추정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일부 국가는 초가공식품이 필수 칼로리 공급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고평가했다.
미국, 영국 등의 선진국도 하루 칼로리의 절반 이상을 초가공식품으로 채우고 있다.

연구팀은 일부 음식이 강력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정의내리게 되면, 앞으로 임상 진료 및 치료 지침, 공공 정책 및 보건 메시지 전달 등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찾고 음식 중독으로 인한 위험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앞서 영국에서는 소금 감소 프로그램을 통해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사망 감소와 연관성을 높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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