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수칙을 지키면 적어도 일부 형태의 암은 피할 수 있다


전 세계 사망률의 주요 원인이 된 암

세계 사망률의 주요 원인이 된 암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제 암(cancer)은 전 세계 사망률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WHO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암 부담이 약 7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암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경우 우리가 이를 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몇 가지 건강 수칙을 지키면 적어도 일부 형태의 암은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과학자들은 이미 대부분의 암의 원인을 알고 있으며, 우리 모두는 암의 위협을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는 취할 수 있다.

최근 5년간(2017년부터 2021년 기준으로)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1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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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도 이미 1/4이 지나고 있는 현재, 암 진단 환자들 중 최소 50% 이상은 향후 5년 이후 치료에 성공하거나 살아남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우리나라같이 선진 의료가 뒷받침되는 나라는 수치가 조금 더 양호하다.
최근 5년간(2017년부터 2021년 기준으로)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1%로,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생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대략 6.6%가 높아진 수치이다

흡연 = 가장 흔한 암의 원인

그렇다고 해서 암 진단이 가벼운 것은 절대 아니다.
과거 수십 년 전의 공식처럼 ‘암=죽음’이라는 공포가 항상 서려있기 때문에, 이는 여전히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거의 절반 이상의 암은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흡연은 최소 5가지의 암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은 잇몸, 혀, 입술, 입 안쪽의 종양 등 구강암의 주요 원인이며 폐암, 대장암, 위암, 췌장암, 신장암, 자궁경부암, 백혈병 등 다양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독성 담배 연기는 폐암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종류의 종양도 유발하는데, 이를 통해서 흡연은 암의 가장 강력한 원인임을 알 수 있다.
물론 흡연만이 암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전자담배(Electronic cigarette)의 경우, 아직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2024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10년에 걸친 연구를 기반으로 전자담배를 피우는 ‘전직 흡연자’는 그렇지 않은 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고 한다.

과체중은 암 위험을 높인다

암을 유발하는 두 번째 요인은 비만이다.
비만이 암을 유발하는 이유는, 비만으로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면서 신장암, 담낭암, 식도암의 위험이 특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과체중은 지방 조직에서 여성호르몬이 더 많이 생성되므로 자궁암이나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암 수술 경험이 있는 8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삼성서울병원의 추적 조사 결과에 의하면,과체중인 경우 암 수술 3년 뒤 사망 위험이 정상체중보다 31% 낮았으며, 저체중보다는 62%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과체중이 암 발병에 미치는 악영향과는 다르게, 이후 극복과 기력 회복을 위해서는 과체중이 유리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소파에서 일어나 활동하자!

신체 활동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 역시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최근 알려진 장기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은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은 인슐린 수치를 낮추고 체중 증가를 방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하게 활동적인 스포츠일 필요는 없다.
산책이나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을 지속하는 사람은 암 발병률을 최대 40% 정도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항암 치료를 시작한 암 환우들의 경우 일주일에 최소 세 번 이상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추천된다.
적절한 운동을 병행할 시 환자가 항암 치료를 완료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암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생존을 연장시키는 간접적인 관계를 드러내준다.

과음하지 않기

숙취를 일으키는 물질 아세트알데히드는 여러 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
특히, 음주로 인해서 위암,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간암, 대장직장암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숙취를 일으키는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여러 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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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흡연과 음주를 함께 하는 것은 특히 위험하며 암 발생 위험을 최대 100배까지 증가시킨다.
하루에 한 잔의 와인은 건강하고 심혈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이상은 위험해진다.

붉은 고기를 피하고 대신 생선을 섭취하자

장기적인 연구에 따르면 붉은 육류 섭취와 장암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특히, 소고기가 암 발생률을 가장 높이고, 돼지고기도 몇 가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기를 구우면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와 같은 발암 물질이 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생선은 반대로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암 예방을 위한 자외선 차단제 사용

자외선은 피부 세포를 손상시키고 흑색종을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제는 태양의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암을 예방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는 ‘자외선 차단 지수(SPF: Sun Protection Factor)’가 높을수록 좋으며 일부 보건 기관에서는 최소 SPF 30이 권장된다.

자외선 차단제는 ‘자외선 차단 지수(SPF: Sun Protection Factor)’가 높을수록 좋으며 일부 보건 기관에서는 최소 SPF 30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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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요한 자외선 차단 지수는 개인의 피부색과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현대 의학이 유발하는 암

인류를 구하려 이용되는 현대 의학도 아이러니하게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먼저 엑스레이 촬영은 유전자에 해를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 방사선 사진의 경우 노출량이 미미하지만 컴퓨터 단층 촬영(CT: Computed Tomography)의 경우 필요한 경우에만 받는 것이 좋다.
반면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는 암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쉽게도 이러한 위험 요소는 우리 주변에 이미 너무 널리 퍼져있다.
예를 들면 비행기를 타고 있을 때에도 암을 유발하는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

감염에 의해 유발되는 암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B형, C형 간염은 간세포의 퇴화를 일으킬 수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는 위장에 정착하여 위암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많은 병원균에 대한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으며, 항생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 퇴치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 경구 피임약은 유방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난소암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피임법을 찾으려면 담당 의사와 상담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피할 수 없는 암이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올바르게 수행한다고 해도 암으로부터 완전히 자 로울 수는 없다.
대부분의 암의 절반 이상은 유전자나 나이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뇌암은 유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는 사라져도 ‘흉터’는 남는다

면역에 남는 바이러스 감염의 흔적이 롱-코비드의 원인일 수 있어

▲ C형 간염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 치료한다.
백신은 없지만 완치율이 높아 조기 진단이 중요한 질환이다.
하지만 한 번 감염되고 나면 면역에는 흉터가 남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Wikimedia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호랑이보다 인류 역사와 오래 함께해 온 바이러스의 경우 사멸 후에 관한 연구가 많지 않다.
바이러스는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항생제 치료로 바이러스가 사라진 후에도 우리 몸의 면역에는 감염으로 인한 흔적이 남는다고 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사라진 후 남는 흉터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HCV)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한 전파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감염되면 절반 이성이 만성으로 진행되며, 장기간 염증이 반복되면서 간이 굳는 간경화나 간암 등 합병증을 초래한다.
실제로 간암의 80~90%가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상태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백신이 있는 B형 간염과 달리 C형은 아직 백신이 없다.
다행히도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90% 이상 완전히 바이러스를 박멸시킬 수 있다.

▲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 침, 정액 등 체액 내에 존재한다.
체액이 손상된 점막 등을 통해 몸에 들어오면 감염이 될 수 있다.
간암의 주요 원인이다.
ⓒNIH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끝일까. 최근 국내 연구진은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약물 치료로 사라진 뒤에도 면역에는 ‘흉터’와 같은 흔적이 남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존에도 C형 간염 치료 후 환자의 면역 체계가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는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분자 수준에서 감염 이후 면역 체계의 변화를 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면역세포인 조절 T세포의 변화에 주목했다.
조절 T세포는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항상성 유지를 담당하는 세포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말초 혈액 속 조절 T세포의 수가 늘어나고, 활성도도 달라진다.

연구진은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항바이러스제 치료 전후 조절 T세포의 상태를 비교했다.
놀랍게도 바이러스가 제거된 후에도 혈액 속 조절 T세포의 많은 수가 유지됐다.
RNA 염기서열 분석으로 자세히 살펴본 결과, 바이러스가 제거된 뒤에도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종양괴사인자(TNF) 생산 능력이 사라지지 않음을 확인했다.
감염으로 인해 염증성으로 변한 조절 T세포의 특성이 완치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면역 흉터’의 의미

면역 흉터가 남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항바이러스제를 활용한 간염이나 합병증 발병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이지만, 면역에 남은 흔적이 회복된 환자의 면역 체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추가 실험에서 연구진은 유전자의 후천적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법을 이용해 치료 전후 조절 T세포를 비교 분석했는데, 면역에 염증성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말초 혈액에서 조절 T세포의 수적 증가가 나타난다.
이러한 증가는 치료 이후에도 지속됨을 확인하였다.
조절 T세포는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전사체와 후성유전체에서 정상인 대비 증가된 염증성 특성을 가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변화는 치료 이후에도 유지됐다.
유전체적 변화로 인하여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조절 T세포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TNF를 분비할 수 있게 된다.
ⓒIBS

연구진은 “염증성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생기면 만성 C형 간염 환자가 완치 후에도 염증성 질환이 잘 생기는 면역 체질로 변하게 될 것으로 추정한다”며 “더 나은 환자 치료 및 관리를 위해 조절 T세포에 남은 흔적이 환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만성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C형 간염 바이러스와 유사한 후성유전학적 흔적이 남아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후유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롱코비드(Long Covid)’의 경우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 역시 조절 T세포에 남은 ‘면역 흉터’가 원인일 수 있다.

▲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구조 ⓒWikimedia

이번 연구를 이끈 신의철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은 “다른 만성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유사한 후성유전학적 흔적이 남아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어쩌면 코로나19 이후에 겪는 롱-코비드 역시 조절 T세포에 남은 흔적이 원인일 수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 오는 날엔 아는 길도 내비보며 운전하세요

장마철 운전자 안전 돕는 기술

▲ 장마철 도시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과학이 나섰다.
AI로 보다 빨리 홍수 위험을 예측하고, 예보 데이터를 내비게이션으로 실시간 운전자에게 알린다.
ⓒGettyImages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크고 작은 도로 침수 사고가 발생한다.
지난해 7월에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에 수만t(톤)의 물이 쏟아져 들어오며 14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10일에는 대전 중구의 왕복 8차선 다리인 유등교의 일부가 주저앉았다.
하늘이 내리는 물 폭탄을 막을 수 없다면, 재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과거와 달라진 도시 홍수

홍수는 늘 인류와 함께였다.
하지만 도시화로 인해 홍수의 양상이 달라졌다.
도시화 이전의 홍수는 개천이 넘치며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 주로 발생했다.
하지만 땅을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은 후에는 도로가 물에 잠기는 하수구 범람으로 인한 피해가 많아졌다.
서울의 불투수율(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비율) 1962년에는 7.8%에 불과했지만, 2020년엔 50%를 넘어섰다.

▲ 서울시가 ‘2040 서울특별시 물 순환 회복 기본계획’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서울시 불투수율 분포도. 전체 1450개 개소 중 불투수율이 90%를 초과하는 개소는 252개소에 달한다.
ⓒ서울시

잦은 하수구 범람의 원인은 중앙 집중식 하수처리 시스템에 있다.
본래 녹지는 빗물이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증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 대부분은 빗물을 하수도로 바로 흘려보낸다.
하수도, 맨홀 등 모든 하수시설이 빗물을 담지 않고 하천으로 내보내는 데만 집중한다.
설계된 허용량까지는 안정적으로 빗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호우가 늘어나며 허용량을 넘어서는 일이 많아졌다.
게다가, 빗물이 빠르게 흘러가면서 증발된 물이 없어 도시의 기온을 높아지는 열섬 현상도 심해졌다.
물이 수증기로 증발할 때 열을 빼앗아 가며 기온이 내려가는데, 이 효과가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도시지역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올해 3월부터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이하 도시침수방지법)’을 시행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도림천 유역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도시침수 예보를 진행했고, 올해에는 광주, 포항, 창원 지역까지 확대했다.
서울 강남구는 폐쇄 회로(CC)TV 영상을 AI로 분석해 침수 정도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도시 침수의 전조 현상으로 도로 물 고임이 먼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대피가 필요한 지역을 분류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내비게이션이 홍수 위험 실시간 알려

홍수 경보 실시간 알림 화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홍수 경보 실시간 알림 화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부터 호우 시 차량이 홍수경보 발령 지점이나 댐 방류 경보 지점 부근을 진입한 경우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을 통해 위험을 알리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운전하고 있는 차량 내 운전자가 홍수 위험 정보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긴급재난문자가 온다고 해도 운전 중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 그리고 민간 기업들이 힘을 모아 국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환경부가 실시간으로 홍수경보와 댐 방류 데이터를 제공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 데이터를 중계하고, 각 기업들은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홍수경보 반경 1.5㎞ 이내나 댐 방류 반경 1㎞ 이내에 차량이 진입하면 내비게이션 화면과 음성 안내를 통해 위험 상황을 알린다.
내비게이션이 별도로 우회 도로를 안내하지는 않지만, 위험을 인지시켜 지하차도 진입 전 속도를 줄이는 등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 현대차‧기아 내비게이션 홍수경보 알림 화면. ⓒ현대자동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는 10일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도로‧지하차도 침수사고 예방을 위한 내비게이션 고도화 업무협약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카카오 내비, 현대차‧기아의 내비게이션, 아틀란은 서비스가 반영되었고, 티맵과 네이버 지도, 아이나비에어는 7월 중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여름철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에 맞춰 정부의 홍수경보 데이터를 민간 기업이 각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통해 알리게 됐다”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기여하고자 민‧관이 지난 1년간 적극 협업하여 일궈낸 매우 뜻깊은 성과”라고 말했다.

영어로 태교하면 이중언어 아기 될까

[육아의 과학] 과학자들의 연구로 푼 육아 궁금증

▲ 임신 24주가 되면 내이가 완전히 형성되고, 신경계통도 발달하기 시작한다.
임신 34주가 되면 청각 신경이 신생아 정도에 이르러 태아는 완벽한 ‘청자’가 된다.
ⓒGettyImages

‘응애’하던 까까(태명)의 울음소리에서 희미하게 엄마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울음에 섞여 희미하게 들리더니 점차 눈을 맞추며 또박또박 엄마라고 말한다.
(물론 까까의 경우 아빠를 먼저 말하긴 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아이는 원하는 것을 지시하며 ‘이거’를 내뱉기 시작했다.
아이가 내뱉는 첫 단어의 경이로움은 단숨에 잠자리에서 오늘 하루가 얼마나 새로웠으며, 행복했는지 대화를 도란도란 나누는 모습을 꿈꾸게 한다.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말 배운다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는 동안 우리는 태교라는 명목으로 아이에게 수많은 말을 건넨다.
태아 시절에 이어 아기가 옹알이나 울음으로만 대답하는 6달 정도까지는 일방적인 대화만 이어진다.
하지만 이 대화가 헛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청각이 완성되는 약 30주 차의 태아 시절부터 아이가 말을 배우기 때문이다.

▲ 미국 퍼시픽루터란대 연구진은 신생아 80명을 대상으로 모국어에 대한 신생아의 반응을 실험했다.
ⓒActa Pediatrica

미국 퍼시픽 루터란대학교 연구진은 갓 태어난 신생아가 모국어를 구분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2013년 국제학술지 ‘소아과기록(Acta Paediatrica)’에 보고된 이 실험은 미국과 스웨덴에서 태어난 지 3일 이내의 신생아 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헤드폰을 이용해 아기들에게 모국어 모음 17개와 외국어 모음 17개를 들려줬다.
뚜렷한 모음 소리가 자궁의 시끄러운 배경 소음을 뚫고 아기에게 잘 전달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언어에 대한 흥미를 공갈젖꼭지(쪽쪽이)를 빠는 행위로 평가했다.
모국어와 외국어를 들었을 때 쪽쪽이를 빠는 횟수 차이를 비교했다.
미국과 스웨덴 아기들 모두 모국어보다 낯선 외국어 모음을 들었을 때 쪽쪽이를 더 많이 빨았다.
모국어가 들려올 땐 빠는 행위를 줄이고, 더 들으려 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패트리샤 쿨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교수는 “기존에는 신생아는 ‘백지상태’로 태어나 학습한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임신 마지막 10주 동안에는 엄마로부터 언어의 기본 소리를 배우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 연구”라며 “태아기 동안 모음을 배운다는 것은 태어나기 전에도 상당히 정교하게 뇌를 사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태아의 뇌는 모국어에 최적화된다

이 같은 태아의 행동 차이가 단순한 흥미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자궁 속에서 자주 들은 언어와 태아의 뇌가 동기화되어 특정 언어를 습득하도록 준비한다.
202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연구에서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교 연구팀은 태어나기 전 언어 경험이 아기 뇌의 기능적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파리의 산부인과에서 프랑스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 3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태어난 지 5일 이내 신생아들은 뇌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특별한 모자를 쓰고 검사를 진행했다.
모자에는 청각 및 언어 인식과 관련된 뇌 영역의 뇌파를 비침습적으로 검사할 수 있는 전극이 10개 부착되어 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 연구진은 신생아에게 모국어와 외국어로 동화를 들려주며 뇌의 반응을 측정했다.
태아 시절 모국어에 익숙해졌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Science Advances

연구진은 신생아들이 자는 동안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을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 버전으로 들려줬다.
실험 결과,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들었을 때만 뇌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프랑스어와 운율이 비슷한 스페인어에는 약하게 반응했지만, 영어에는 전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신생아가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가 무엇인지 정확히 구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연구가 국제 입양이나 청각 장애 등 태아기 언어 노출의 기회를 놓친 아이들이 언어 발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태아기 언어 노출은 언어 발달을 도와줄 수는 있어도 발달 결과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쥐디트 제르밴 파도바대 교수는 “생후 1일, 6개월, 2년 된 아기들의 출생 후 경험이 신경 진동을 미세하게 조정하고, 뇌 활동 패턴이 달라진다”며 “다양한 생애 단계에서 패턴 변화를 연구하는 것은 단어 학습과 같은 중요한 언어 발달 이정표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뱃속 태아에게 영어로 말한다면?

모국어가 두 개인 경우엔 어떨까. 전 세계 인구의 43%인 3.3억 명이 이중언어를 사용한다.
신생아들이 태아 시절 반복적으로 들었던 언어를 기억하고, 뇌가 동기화된다면 이들은 ‘모태 이중언어자’가 될까.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연구진은 지난 5월 22일 국제학술지 ‘인간 신경과학 최전선(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에 산모의 다중언어 사용 여부에 따른 신생아의 언어 민감도를 측정한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실험은 카탈루냐에서 태어난 신생아 1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카탈루냐는 인구의 12%가량이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를 모두 사용한다.
실험에 참여한 산모 중 41%는 단일 언어(스페인어)만 구사했고, 59%는 이중 혹은 다중 언어를 사용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연구진은 단일 언어 산모와 다중 언어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의 언어에 대한 반응을 뇌 전도 검사를 통해 비교했다.
©Frontiers in Neuroscience

연구진은 뇌 전도 검사를 통해 신생아들의 뇌 활동을 분석했다.
단일 언어 산모의 아기는 이중 혹은 다중 언어 산모의 아기에 비해 해당 언어의 모음을 들을 때만 전기 생리학적 뇌 반응인 ‘주파수 추종 반응(FFR, Frequency-Following Response)’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FFR은 청각 학습, 언어 경험, 음악 훈련의 정도를 측정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지표다.
즉, 뚜렷한 FFR은 뇌가 해당 언어를 더 효과적으로 학습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이중 혹은 다중 언어 산모의 아기는 여러 언어의 모음에서 FFR 반응이 높게 나타났지만, 어떤 언어에서도 최대 반응을 생성하지는 않았다.

조르디 코스타 파이델라 바르셀로나대 교수는 “이 연구가 다중 언어를 사용하는 부모에게 어떤 권장 사항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언어 습득에 있어 민감한 시기는 출생 후에도 오래 지속되므로 태아기의 경험은 출생 후 경험에 의해 가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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