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 잃으면 생물학적 노화 '진짜' 빨라진다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은 우리 몸에 큰 충격을 준다.<BR>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은 우리 몸에 큰 충격을 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은 큰 상실감과 함께 우리 몸에 변화를 일으킨다.
미국 연구팀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실제로 생물학적 노화가 더 빨리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어렸을 때 겪은 상실의 영향이 더 심각할 수 있고 상실을 여러 번 겪은 사람들의 노화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앨리슨 아이엘로 미국 컬럼비아대 메일맨 공중보건대학원 교수가 이끈 공동연구팀이 추적 조사와 DNA 분석을통해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을 잃으면 몸의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공개했다.

생물학적 노화는 세포, 조직, 장기의 기능이 점점 저하돼 만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시계' 역할을 하는 DNA 마커를 사용하면 생물학적 노화를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가까운 사람의 상실이 어떻게 건강 악화와 사망률 증가로 이어지는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생물학적 노화가 한 가지 메커니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전역에 걸쳐 20년 넘게 확보된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 대상자를 선정했다.
1994~1995년 10대 청소년 2만745명을 대상으로 시작해 2018년까지 연구 설문을 5번 진행한 참가자들을 추적했다.
이어 2018년에 가정 방문 조사에 응한 4500명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DNA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검사 대상자의 약 40%가 성인기에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자녀를 잃는 한 번 이상의 상실을 경험했으며 상실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생물학적 나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생의 몇몇 단계에서는 상실에 더 취약할 수 있고, 상실의 누적도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실은 모든 연령대에서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어린 시절이나 초기 성인기에 부모나 형제를 잃는 것은 정신건강·인지 문제, 심장질환 위험 증가 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두 번 이상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생물학적 노화와 더 밀접하고 그 정도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엘로 교수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트라우마에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줄기세포 이용해 파킨슨병 뇌세포 접시 위에서 배양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파킨슨병 연구 가속화할 것"

파킨슨병이 있으면 몸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다.<BR> Astrid860/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파킨슨병이 있으면 몸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Astrid860/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학자들이 실험실용 접시인 페트리 접시 위에서 줄기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의 뇌세포로 빠르게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파킨슨병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비크람 카우라나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운동장애학과 전문의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의 뇌세포로 빠르게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29일 국제학술지 ‘뉴런’에 공개했다.

파킨슨병은 퇴행성 뇌질환으로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떨림, 근육 경직, 언어 장애 등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신경세포에 단백질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 접힘인 ‘단백질 오접힘’이 생기면서 뇌세포 기능이 손상돼 발생한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법은 증상 일부를 완화하는 수준으로 오접힘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환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치료법은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학자들은 단백질 오접힘을 연구하기 위해 페트리 접시에서 줄기세포를 뇌세포로 전환하는 뇌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세포 병리를 살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기존에 수개월소요되던 줄기세포에서 뇌세포로의 전환을 수주로 앞당겼다.
수주 동안 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단백질 오접힘 병리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파킨슨병 연구에 속도를 더한 것이다.

연구팀은 ‘피기백 벡터(PiggyBac vector)’라는 특수한 전달 분자를 이용해 줄기세포가 재빨리 뇌세포로 전환되도록 만들었다.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이 신경세포에서 응집이 일어나도록 하는 환경도 설계했다.

뇌세포 모델에서 형성된 다양한 함유물을 파악하기 위해 사망한 파킨슨병 환자의 실제 뇌에 있는 함유물과 유사한 종류들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이과정을 통해 다양한 단백질 병리를 분류하고 각 모델별로 치료 방법을 달리 적용하는 테스트를 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연구팀은 “페트리 접시 위에 뇌세포를 배양하면 알파-시누클레인 응집 병리를 시각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개인 맞춤형 진단 및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폐수 속 신종 환경호르몬 신속 제거 고성능 촉매 개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KIST 연구진이 건식기반 아크플라즈마 증착 공정을 통해서 개발한 고성능 코발트 단원자 촉매가 담지된 탄소나노섬유를 확인하고 있다.<BR>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건식기반 아크플라즈마 증착 공정을 통해서 개발한 고성능 코발트 단원자 촉매가 담지된 탄소나노섬유를 확인하고 있다.
K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폐수 속에 함유된 신종 환경호르몬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화학물질 없이 건식 공정으로 만들어진 고성능 단원자 촉매다.
향후 효과적인 폐수 처리 공정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종민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선임연구원, 한상수 계산과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김상훈 극한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주병권 고려대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건식기반 ‘아크 플라즈마 증착 공정’을 통해 고성능 코발트 단원자 촉매를 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촉매를 전기화학적 과산화수소 합성에 기반한 전기-펜톤 공정에 적용해 수용액 내 비스페놀류 환경호르몬을 짧은 시간 내 제거하는 데성 공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탄소 에너지’에 5일 온라인 게재됐다.

비스페놀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신종 환경호르몬이다.
열에 강하고 기계·화학적 물성이 뛰어나 영수증, 물병, 생수통, 비닐 등 플라스틱 소재의 주요 원료로 널리 사용된다.

비스페놀류 중 비스페놀A(이하 BPA)는 우리가 흔히 환경호르몬이라고 부르는 내분비교란물질로 생식, 발달, 지능뿐 아니라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도 악영향을 준다.
최근 BPA의 대체물질로 개발된 비스페놀-Free(BPF) 역시 신경계 교란 및 다양한 건강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학계에서 보고됐다.

연구팀은 폐수 속 비스페놀류를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촉매를 고안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아크 플라즈마 공정은 진공 상태에서 반복적인 펄스 전압으로 금속 또는 세라믹을 증발시킨다.
이를 물체 표면에 얇은 막으로 입히는 방식으로 펄스 횟수를 조절해 원하는 두께나 특성을 가진 증착층을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코발트 단원자 촉매를 전기-펜톤 수처리 공정 내 과산화수소를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전극 소재로 적용했다.
그 결과 수용액 내 타겟팅된 20ppm(100만분의 1농도) 농도의 신종 환경호르몬인 BPF를 5분 이내 100% 신속히 분해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반복 실험 및 폐수처리 테스트를 통해서 촉매의 안정성과 비스페놀류 제거를 검증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실제 대도시 주변 하수 처리장 또는 특정 산업폐수 처리 시설 등에서 신종 오염물질 제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선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건식 공정 방식으로 고성능 단원자 촉매를 제작하고 이를 수 처리 분야까지 응용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책임연구원은 “아크플라즈마 증착법으로 금속 나노입자를 만드는 연구는 널리 알려져 있으나 단원자 증착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며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지는 '가스라이팅'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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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연인 관계에서 결별을 말했다고 해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심지어는 살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요즘은 십대에서도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피해자에게 조심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가해하지 말라고 해야 하지만 그래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또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는 만큼 위험 신호들을 아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신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너는 어떻게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냐"는 식으로 자존감을 낮추고 "내가 아니라면 너 따위는 아무도 만나주지 않을 거야"라고 '가스라이팅'하는 것이 한 가지 신호다.

많은 가해자들이 자신이 정서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다 상대방 탓인 것처럼 정당화 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학대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든다.
상대방을 모욕하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일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질투와 집착을 보이고 친구와 만나는 것도 싫어하는 등 사회적 관계를 통제하려고 하는 것도 대표적인 위험 신호 중 하나다.

주변 사람들 모두, 또 가족과도 거리를 두게 하는 등 피해자를 고립시켜 도움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온전히 가해자의 통제 하에 두려고 하는 행동들이 나타난다.
피해자가 자신의 사회적 반경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일을 하러 가거나 학교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 심리적, 물리적으로 활동 반경을 축소시키기도 한다.

돈을 갈취하거나 빚을 지게 만드는 등 피해자를 금전적으로 갈취하는 행동들 또한 나타날 수 있다.
피해자의 재산을 자신의 재산인 양 통제권을 휘두르는 것이나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행동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 외에도 상대가 원치 않는 성적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 술이나 마약을 권하는 것, 위협적인 행동이나 협박, 다른 가족 구성원이나 애완 동물을 해치겠다고 협박하는 행동들 또한 대표적인 위험신호다.

물론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가해자가 절대적인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해자가 혼자 가해자의 덫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은 쉽지 않다.
연예인 또는 유명 인플루언서 같은 사람들조차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또한 이를 잘 보여준다.

가장 좋은 것은 위험 신호가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십대들의 경우 보호자 또는 믿을만한 선생님 등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한국 여성의 전화 같이 여성을 향한 폭력을 전문적으로 상담해 주는 기관에 연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양육자들의 경우 주기적으로 자녀와 함께 위험 신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오랜 가스라이팅을 통해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사회적으로 고립시켜서 피해자가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폭력이 상당히 진행중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 피해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함께 위에서 언급한 위험 신호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들어 나의 경우 원래 덤벙거리기도 하고 체질적으로 몸에 멍이 잘 생겨서 다리에 자주 멍이 들어 있다.
이 때문에 특히 병원에서 집이나 연인과의 사이에서 안전함을 느끼는지에 관한 질문들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특히 임신을 했을 때는 나의 안전에 대한 질문을 거의 매번 받았다.

적어도 내가 있는 미국의 경우 멍이 있는 여성 뿐 아니라 모든 여성들에 대해 의료진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질문이라고 했다.
이 덕분에 폭력으로부터 구제받는 여성들이 적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안전함을 느끼는지 안타깝지만 여성을 향한 폭력이 결코 적지 않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주변 여성들에게 자주 물어야 하는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나는 '우주 먼지'인 동시에 하나의 '우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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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 하나하나가 고유한 존재이지만 알고 보면 아무도 '특별'하지는 않다는 사실, 누가 더 잘났고 못났다는 둥 지금은 모두가 우러러 보는 기준들도 절대적이지 않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가 지금은 절대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 또한 다 언젠가는 빛을 바랄 것이라는 사실들이 두렵게 느껴졌던 때가 있다.

절대적으로 좋은 것이 정해져 있고 영원하다면 그것을 추구하는 한 손 쉽게 '정답'인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어떤 인생도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 왕년에 잘 나갔던 사람도 결국은 탑골 공원에 앉에 아무도 듣지 않는 "라떼는~"을 노래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싶지 않았다.
현실을 직면하는 순간 더 이상 '잘 살 방법' 같은 건 없게 되어서 깊은 우울에 빠져버릴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 때는 의외로 이런 사실들을 깨달을 때 얻는 해방감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모두가 비슷한 겁을 집어 먹고 자기 자신에게도 또 남에게도 사회에서 정한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조금만 벗어나거나 조금만 늦게 도달하면 큰일 날 것처럼 가스라이팅을 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나 역시 눈을 뜨고 있었지만 감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 안 되는 정답 인생을 살기 위해 모두에게 내 삶은 정답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그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오래도록 노력했다.
정답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인정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정확히 그 반대였다.

정답에 집착할수록 오답이 수두룩한 내 인생, 이미 고치기에는 늦어버린 내가 더 뚜렷하게 다가왔고 결국 나를 가급적 숨기고 (가짜로) 완벽한 내 모습을 꾸며내기에 바빴다.
하지만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죄책감과 불편함이 마음 속 한 가득이었다.
노력해서 많은 조건들을 갖춰 갈수록 불안과 인정 욕구는 심해지기만 했다.

이 때의 나는 내가 마치 어떤 물체, 예를 들어 상자처럼 뚜렷한 형태가 있어서 여기에 꽃도 달고 예쁜 색의 포장지를 붙이면 더 나은 내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적으로 성취를 해도 문화 생활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해도 이것들이 훈장처럼 나의 외벽에 덕지덕지 붙어서 나를 괜찮은 상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고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냥 내가 내 머리 속에서 만든 '나의 이미지'일 뿐 진짜 내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해진 생김새가 있고 겉으로 보여지는 객체가 아니라 내 눈 앞에서 일어난는 일들을 경험할 수 있는 내 경험의 주체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잔뜩 꾸밀 수 있는 외벽 같은 존재가 아니라 실체가 없는 것, 경험과 의식의 흐름임을,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우주 먼지 같은 존재이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내가 하는 모든 것, 모든 경험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해진 무엇이기보다는 흘러가는 물이고 물 자체이기 보다 물의 '여정', '물의 경험, '지금까지 만나왔던 땅과 이루어 왔던 물줄기, 또 앞으로 이룰 물줄기와 흘러감'임을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우주 먼지인 동시에 하나의 우주인 것이다.
이를 알고 나니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것, 증명해 내는 것 등이 이전처럼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아'에 대한 현대 심리학적 탐구를 처음으로 시작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자아의 구성 요소에 있어 객체로서의 나(me)와 주체로서의 나(I)를 구분했다.
예전에는 이러한 개념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하'를 외치는 나를 보곤 한다.
내가 나를 객체로 취급하기보다 주체로 알고 그렇게 살아야 진짜 내가 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비대한 자아에 대비해서 '작은 자아'에 대한 연구들도 있고 자기 자신을 1인칭으로 바라보느냐 또는 3인칭으로 바라보느냐에 관한 연구들도 있지만 고체이기보다 액체 같고 정해져 있기보다 흘러가는 자아에 대한 연구들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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