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한파’ 새 총리 당선 됐어도 ‘윤석열’ 안 바뀌면 백약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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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한파’ 새 총리 당선 됐어도 ‘윤석열’ 안 바뀌면 백약무효?

일본 차기 총리로 결정된 이시바 시게루(67) 자민당 신임 총재. AFP=연합뉴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일본의 새 총리로 결정됐다. 3년간 재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뒤를 이어 다음 달 1일 총리에 오른다. 파벌이 없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그는 위안부 문제를 두고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한일 관계가 그의 명확한 리더십으로 극적으로 개선됐고, 일본에는 호기”라고 책에 썼다. 이렇게 전향적인 대한관을 가진 인물이지만 총리 당선은 현-전 총리인 기시다와 스가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란 말이 나올만큼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아베만큼 보수적이라는 스가를 비롯한 주류 원로들이 상왕 노릇을 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설들을 보면

28일~ 30일 여러 신문이 사설로 다뤘다. 호의적 평가를 해주면서도 총리로서 한일관계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는 게 논조의 주류다.

세계일보는 "日 새 총리 온건파 이시바, 한·일관계 개선 흐름 이어가야"에서 "이시바는 역사인식에서 전향적 입장을 표명해 왔다. 태평양전쟁을 ‘침략전쟁’이라고 했고 야스쿠니신사도 참배한 적이 없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당내 기반 약한 비주류인 데다 일본 사회의 보수 색채도 짙다"며 이시바의 인식이 정책전환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기대와 현실을 균형있게 제시한 객관성이 돋보인다. 중앙일보는 "이시바 새 일본 총리가 '물컵의 반' 더 채워가길 기대한다"에서 이시바의 전향적 과거사 인식을 평가하면서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발전시키는 게 그의 당면 과제"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다소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이시바 시대, 한·일 관계 개선하되 군사대국화 경계해야"에서 에서 이시바가 "한·일 과거사를 반성,사과해온 일본 기독교를 4대째 믿어온 신자"이기에 "한·일 관계가 순항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형교회가 창간한 신문다운 논리다. 그럼에도 사설은 "이시바가 주창해온 '아시아판 나토' 구상은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도 있다"며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견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주장은 윤 정부 대일외교에 비판적인 한겨레 사설에서 한층 강조된다. 한겨레는"이시바 총리, 한-일 새 출발점은 일본의 겸허한 역사인식"에서 "이시바의 구상은 중국을 배제하며 한국과 군사동맹을 맺자는 것으로 한일간 마찰이 불가피해진다"고 했다. 다만 사설은 이시바가 "한일합병이 한국민에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 이해 없이 양국간 신뢰를 구축할 수 없다"고 언급한 사실을 소개하며 "전향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도 '지지율'이다.. 이시바 당선에 윤석열이 소환되는 이유

새 일본 총리 당선을 다룬 오늘자 사설과 칼럼들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두가지다. 우선 이시바 당선자가 추진할 ‘아시아판 나토'가 동북아 지역구도를 뒤흔들 가능성이다. 모든 사설이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우려를 표한 가운데 동아일보 칼럼‘공기를 안 읽는’ 이시바, 기시다보다 어렵다'가 이 문제를 깊이있게 다뤘다. 칼럼은 이시바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한일관계가 최악이던 시점(2018년11 월)에도 "일본은 독립국 한국을 합병하고 (조선인)의 성을 바꿨다. 일본이 외국에 점령당해 오늘부터 ‘너는 스미스다’라고 하면 어떻겠나"고 말한 사실을 소개했다. 칼럼은 "이렇게 일본인치고 드물게 눈치 안보고 돌직구 던지는 이시바의 총리 취임 일성이 아시아판 나토 구상"이라며 "미국, 중국의 눈치도 안보고 방위 정무직만 3번 역임한 국방 전문가인 이시바가 과거사는 전향적으로 나오면서 한국의 나토 참여를 제안한다면 어떻게될까"라고 질문했다. 결국 이시바가 한국에겐 기시다보다 어려운 상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시바의 복합적 캐릭터를 잘 짚었다.

또하나의 키워드는 '윤석열'이다. 한겨레 사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양보 외교’를 통해 개선된 현재 한-일 관계는 언제든 무너질수 있는 ‘모래 위의 공든 탑’과 같다"는 것이다. 이틀 전 나온 경향신문 사설은 더 신랄했다."일본 새 총리 이시바, 한·일관계 ‘물 반 컵’ 채울 다짐해야"에서 "현재 한·일관계는 윤 대통령이 일본의 강제동원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주면서 시작됐다. 국민적 비판을 무릅쓰고 일본에 일방적·굴욕적 양보를 거듭한 결과"라고 했다. 두 신문보다는 윤 대통령의 대일정책에 관대했던 동아일보도 오늘 소개한 칼럼에서 정부의 대일 인식을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순진하다"고 평했다.

이런 지적에 대한 윤 정부의 답은 "물어뜯기만 하는 일부 언론의 비판에 개의치않고 국익을 위해 할 일을 하겠다"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대일관계에 정통한 전직 고위외교관은 "최근 일본 정부를 보면 도무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하는 일이 없다"며 "도쿄는 윤 대통령은 믿고 좋아하지만, 낮은 지지율 때문에 다음 대선은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윤 대통령과 일본이 합의한 조치들을 죄다 뒤집을 테니 뭐하러 지금 한국과 일을 벌이느냐는 게 도쿄의 속내"라고 했다. 그는 "외교부를 비롯해 우리 정부 부처들도 똑같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으니 일이 돌아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다. 이래선 윤 대통령 원하는 대로 한일관계 개선이 이뤄지기 쉽지않다"고 했다. 용산의 각성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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