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언론인들이 오늘 신문을 리뷰하고, 맥락과 관점을 더해 전합니다. | |
진퇴양난 궁지에 몰린 한동훈 대표 100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2024 국민의힘 서울·인천·경기 기초의원 연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30일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100일이라는 계기를 빼면 왜 기자회견을 했는지도 모호하다. 윤 대통령이 다음 달 10일 임기 반환점(취임 2년 6개월)을 맞는 것처럼 날짜가 가리키는 의미밖에 없다. 엇갈린 주문 속 엉거주춤한 한동훈 대표 한 대표는 여권의 해결사로 나섰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민주당, 양쪽의 압박 속에 제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임기 절반이나 한 대표의 100일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한 대표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들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은 옳다. 지금 김 여사 문제는 블랙홀이다. 선거 패배나 저조한 국정 지지율도 모두 김 여사 문제에서 비롯한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김 여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 눈높이’만 강조했지, 그 말을 구체적 성과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신문들이 모두 비판했다. 특검법 대신 특별감찰관으로 해결될까 한 대표는 당대표로 선출되면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이 되도록 당내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기자의 질문에도 “입장이 바뀐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기 전 3대 조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공개 요구했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세 가지다. 그러나 30일 기자회견에서는 특별감찰관만 얘기했다. 자체 김 여사 특검법안을 발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한다”며 동문서답을 했다. 답이 궁색하다는 뜻이다. 한 대표의 처지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민심에 귀를 막은 대통령실을 설득해야 한다. 오히려 압력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대표를 패싱하고, 원내대표와 다른 중진들을 만난다. ‘친윤’ 의원들은 연일 당대표를 공격한다. 당내 소수파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입법부를 장악한 거대 야당도 상대해야 한다. 그렇다고 핑계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취임 전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금은 역전됐다는 점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국일보는 지적했다. 조선일보, 대통령과 충돌한 한 대표 비판 신문 사설 의견은 뚜렷하게 갈렸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건 특감이 아닌, 특검”이라며 한 대표를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더 대립각을 세우라는 주문이다. 한겨레는 한 대표가 “특감을 임명하면 국민들의 실망과 우려가 해소되고 정부·여당의 개혁 추진이 힘을 받을 것처럼 말했다”면서 “민심을 모르는가, 알면서 이러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요구는 김 여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남들과 똑같이 법적 심판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강제수사권도 없고 특검을 대신할 수 없는 특별감찰관이 무슨 발상의 전환이고, 민심을 따른다는 건가”라며 기자회견도 “환골탈태하지 못한 집권당의 처절한 반성문이 됐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는 윤 대통령의 태도를 바꾸라는 주문이다. 한국일보는 “한 대표가 자신의 직을 거는 결기를 보여서라도 민심에 역행 중인 윤 대통령을 돌려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신문도 “한동훈 대표 밝힌 ‘국민 우려 해결’ 윤 대통령 결단해야”한다고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날 한 대표 취임 100일에 대한 사설을 쓰지 않은 신문들도‘대통령의 시정연설 관례가 이어지길 기대한다’(중앙일보), ‘이제 그만 김건희 리스크 해소하고 국정에 진력해야’(국민일보) 등의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한국일보와 비슷한 시각들이다. 조선일보는 ‘김 여사 문제 해결 필요하나 지금 한 대표 식으로 되겠나’라며 한 대표의 접근 방법을 비판했다. “한 대표가 사전 협의와 조율 없이 자신의 목소리만 앞세우다 보니 문제의 해결보다는 충돌의 심화로 이어진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먼저 말하기보다는 많이 듣고, 몰아세우기보다 설득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얻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김 여사 문제가 연일 터지고 있다. 그런데도 완고하기 그지없는 윤 대통령을 상대하려니 답답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를 나무라기는 어렵다. 지금처럼 우물쭈물 물러서서는 이도 저도 아닌 모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대표가 내세운 ‘강강약약’ (强强弱弱)이 강자에게는 무조건 강하게 공격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과 의견을 달리할수록 “그 과정에서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이어 나가야 한다.”더 많은 사람을 설득해 자기 의견에 동조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실 정치에서는 그게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