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과거는 얼마나 진실한가?


거짓 기억과 우리의 정체성: 과거 기억에 겸손해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

거짓 기억과 우리의 정체성: 우리의 과거는 얼마나 진실한가?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최근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확신하는 기억 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거짓 기억’일 수 있다고 한다.
거짓 기억은 학문적 호기심의 대상을 넘어 우리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 나아가 법적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거짓 기억이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경험했다고 믿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단순한 착각이나 일시적인 혼동과 다르다.
거짓 기억을 가진 사람은 그 기억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으며 때로는 실제 경험보다 더 생생하고 상세한 기억을 갖기도 한다.

정직을 추구하는 삶만큼 아름다운 삶이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정직하다고 확신하는 기억 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거짓 기억’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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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거짓 기억의 형성 과정을 연구해 왔다.
관련된 유명 일화로,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은 경험에 대한 가짜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놀랍게도 상당수의 참가자들이 이 사건을 실제로 경험했다고 믿게 된 사례가 있다.
실험 참가자들은 심지어 그날의 날씨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까지 상세히 ‘기억해 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뇌의 작동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의 기억은 고정된 녹화물이 아니라 떠올릴 때마다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나 현재 감정 상태가 개입하여 기억을 변형시킨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나 강한 감정을 동반한 사건의 경우 이러한 기억의 왜곡이 더욱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만약 나의 경험 일부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면?

거짓 기억의 존재는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자기 자신을 ‘자신이 겪은 경험의 총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그 경험의 일부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면? 혹은 경험 대부분이 거짓이라면? 이는 단순히 과거 기억에 대한 사실 여부를 넘어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았다는 거짓 기억을 갖게 된다면, 이는 그의 성격 형성과 대인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대로, 실제로 있었던 트라우마적 경험을 억압하거나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경우에 그 사람의 정체성은 실제 경험과는 다른 방향으로 형성될 수 있다.

거짓 기억의 문제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함의를 가질 수 있다.
특히 법정에서의 증언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 등에서 이 문제는 매우 민감하게 다뤄진다.
9·11 테러 이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비행기가 건물에 충돌하는 장면을 TV로 봤다고 ‘기억’했지만, 실제로 그런 영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충격적인 사건 이후 집단적으로 형성된 거짓 기억의 한 예시이다.

거짓 기억이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경험했다고 믿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단순한 착각이나 일시적인 혼동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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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슈가 되었던 #MeToo 운동 또한 거짓 기억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오래전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해 개인이 갖는 기억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고의로 거짓을 만들어낸 경우를 제외하고) 피해자의 증언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법적 판단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정의와 개인의 권리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거짓 기억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거짓 기억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동안 정립된 이론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정치인들은 이를 역으로 이용하며 핑곗거리를 찾지만, 실제로 거짓 기억은 우리 뇌의 정상적인 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다만,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그 위험을 줄일 수는 있다.

거짓 기억에 대한 연구는 우리에게 겸손함을 가르쳐 준다.
우리가 확신하는 기억조차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자신의 경험과 판단에 대해 더욱 신중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갖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는 타인의 기억과 경험에 대해서도 더 열린 자세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전문가들은 거짓 기억의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기 위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특히 단일 기억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본인의 일이더라도 가능한 한 객관적인 증거를 찾고, 다른 사람들의 증언과 비교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거짓말을 하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정치인의 경우 거짓으로 기억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의 기억이 절대적인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거짓 기억의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기 위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특히 단일 기억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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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거짓 기억에 대한 연구는 기억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 개발에도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찰 조사나 법정 증언에서 사용되는 질문 기법을 개선하여 거짓 기억의 형성을 최소화하는 방법들이 제안되고 있다.
또한 트라우마 치료에서도 이러한 연구 결과를 활용하여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거짓 기억의 존재가 가져다줄 바람직한 미래

거짓 기억의 존재는 우리의 정체성과 현실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는데, 우리의 기억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개인 차원에서의 자기 이해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의 정의 실현과 진실 규명에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거짓 기억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수적인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기억과 정체성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이해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더 나은 개인이자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연구는 교육과정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기억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다양한 관점을 통해 사건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학업 성취를 넘어 사회적 책임감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거짓 기억의 연구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인간의 기억과 판단을 모방하는 시스템 개발에 있어 윤리적 고려 사항을 제시할 수도 있다.

세균은 환경적 변화를 ‘기억’으로 대물림한다?

짧고 일시적인 ‘기억’을 네트워크에 저장해, 유전자 DNA에 인코딩되어 전달된다는 기존의 가설을 뒤집어

지구상에는 약 5천억에서 1조 개의 세균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토록 많은 수의 세균이 수십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제 살길’을 찾으며 존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노스웨스턴대학교, 텍사스 사우스웨스턴대학교 의료센터 공동 연구진이 이 미세하고도 단순한 생물체가 외부 환경의 물리적 특성을 어떻게 전달하고 유전하는지를 밝혀낸 연구결과가 Science Advances 저널에 발표됐다.

미세하고 작은 박테리아가 외부 환경에 대한 ‘기억’을 대물림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Thomas Fuchs 

비가역성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상처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세균은 외부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하여 복잡한 조절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키는 유전학적 메커니즘,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후생유전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생존하고 번식해 왔다.
이러한 생리적·유전적 과정에서 세균의 유전자에는 손상 혹은 흔적이 남게 되는데, 일부 과정은 한 번 발생하면 이후에 다시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

이러한 과정은 세균이 특정 환경에서 최적화된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사멸하게 된다.
이 개념을 ‘비가역성’이라고 하며 생물학에서 유전적 특성이 환경적 요인과 DNA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균은 세포에 인코딩된 ‘기록’이 아니어도 짧고 일시적 변화와 주변 환경을 ‘기억’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즉, 외부 환경 정보가 DNA에 인코딩되지 않고 유전자 조절 관계 네트워크 수준에 저장돼 몇 세대에 걸쳐 전달된다는 의미다.

연구책임자인 모터(Adilson E. Motter) 노스웨스트대학교 교수는 “우리는 일시적인 유전자 조절 및 변화가 네트워크에 기억되어 후손에게 영향을 미치는 소위 ‘변화의 메아리’를 발견했다.
”고 설명했다.

활성화된 네트워크에서의 비가역적 메커니즘의 예. Ⓒscience.org 

유전적 변화는 기록 VS 기억’?

연구팀은 세포가 DNA가 아닌 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 세대를 거쳐 전달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수학적 모델을 활용해 세균 유전자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실험에 사용된 대상은 Escherichia coli(대장균)이며, 연구진은 유전자 수가 약 4천 개로 그 수가 적고 단일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연구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연구결과 대장균 유전자의 비가역적 활성화가 세균의 적응력을 높이고, 환경적 경쟁자에 대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전자가 환경 변화에 대해 비활성화되면 바로 옆에 있는 유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미 비활성화된 유전자는 비가역성으로 인해 변화할 수 없기 때문에 재빠르게 인접한 유전자에게 정보 기억을 전달하는 것이다.
유전자 변화 과정이 재활성화되면 외부 영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속형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이러한 연쇄 반응이 본격화된다.

대장균의 87개 유전자 핵심 조절 네트워크. Ⓒscience.org

연구팀은 이 과정을 통해 세균이 생존을 위해 어떤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특히 또 다른 유기체가 비유전적 유전성을 보이는 현상을 이러한 세포의 비가역적 교란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모터 교수는 “생물학에서 무엇이든 보편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면서 “하지만 객관적으로 대장균의 조절 네트워크가 다른 유기체에서 발견될 수 있는 현상과 유사하거나 더 간단하기 때문에 일반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고 덧붙였다.

구석기 청소년의 “‘라떼’는 말이야”

구석기 시대의 사춘기 진입 시기 및 신체 변화, 현대와 큰 차이 없어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전환되는 ‘역동적인’ 과도기다.
보통 만 10~18세 정도를 가리키며 이 시기에는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는 사춘기를 겪는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생물학적으로 남성·여성 모두 성장 호르몬과 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하여 신체가 성숙과정이 진행되는데, 이때에 나타나는 특징을 2차 성징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생애 주기에서 가장 확장된 단계인 이 시기의 특징이 약 2만 5천 년 전 청소년에게도 나타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춘기의 생리적 전환이 개인의 경험뿐 아니라 그들이 속한 인구의 광범위한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초기 인류의 성장과정에 대한 공백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11,000년 전에 살았던 난쟁이증의 일종인 16세 청소년 Romito 2를 예술가가 재구성한 모습. ⒸOlivier Graveleau 

이동형 구석기 시대에 사춘기가 더 일찍 발생?

영국 레딩대학교, 리버풀대학교, 빅토리아대학교 고고학과 연구진으로 구성된 다국적 연구팀은 2만 5천 년 전 빙하기 청소년의 성장 상태를 연구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Journal of Human Evolution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러시아, 체코, 이탈리아 등 유럽 인근 유적지에서 발견된 13명의 유골에 대한 생물고고학적 성숙도를 분석한 결과다.

이 지역은 구석기 시대의 사춘기를 조사하기에 이상적인 사례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호모 사피엔스에 속해 있어 골격에 대해 동일한 연구 방법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 상태도 비교적 양호하고, 선행연구를 통해 구석기 중·후기에서 청소년기는 뚜렷한 생애 단계로 알려져 있어서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사춘기를 경험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러한 타당성에 비해 생애 주기를 특징짓는 사춘기의 발달 변화 시기와 속도에 대한 연구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우선 연구진은 구석기 시대의 수렵·채집 사회에서 사춘기가 정착형 신석기 시대 농업사회보다 더 일찍 발생했다는 Gluckman과 Hanson(2006)의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론을 세웠다.
그리고 이를 사춘기 시기 추정 방법을 통해 검증했다.
사춘기 시기 추정 방법은 청소년의 성장 폭발을 추적하기 위해 임상적 관찰에서 개량한 것으로 치아의 광물화, 손뼈, 팔꿈치, 손목, 목, 골반의 성숙도를 평가하여 개체가 도달한 사춘기 단계를 추정할 수 있다.

이 방법을 개발한 메리 루이스 레딩대학교 고고학과 교수는 “화석의 성별 추정을 위한 펩타이드 분석과 골격의 특정 표식 관찰은 구석기 시대 생물학적 연구에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대상의 화석이 발견된 위치. ⒸJournal of Human Evolution 

구석기 시대의 사춘기현대와 큰 차이 없어

연구진에 따르면 구석기 청소년 13인 대부분은 13.5세에 사춘기가 시작되어 17세에서 22세 사이에 완전한 성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프릴 노웰(April Nowell) 빅토리아대학교 고인류학 교수는 “골격의 특정 부위를 분석함으로써 청소년기의 진행 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특정 마커를 발견했다.
”고 말했다.

특히 손과 팔꿈치 뼈의 성숙도에서 신체적 변화 과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개인차가 있지만 신장과 체중 증가를 나타내는 특정 성장 마커가 관찰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뼈의 밀도가 증가하고 근육 발달을 나타내는 마커가 나타났고, 여성은 유방 발달과 관련된 골격적 변화 마커가 발견됐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연구진은 2만 5천 년 전의 사춘기와 현대 사춘기 시기, 성장의 단계별 특징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 청소년의 사춘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인식, 과거에 비해 신체가 급격히 성장하거나 진화했다는 인식에 상충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a. 분석 대상(DV14)의 왼쪽 엉덩이뼈. b. 분석 대상(Grotta dei Fanciulli)의 왼쪽 손목뼈. 이 두 사진 모두 실제로 관절면이 붙지 않은 상태로 개인이 사춘기 초기 단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함. ⒸJournal of Human Evolution

한편, 이번 연구를 통해 아레나 칸다데 동굴(Arene Candide)에서 발견된 ‘Romito 2’에 대한 추가 정보가 나왔다.
그는 사망 당시 약 16세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망 연령을 감안한다 해도 17세 이후 성장이 멈춘 다른 남성보다 발달이 다소 뒤처진 발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그가 ‘덜 성장’한 케이스가 아니라 왜소증 혹은 난쟁이 종에 속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골격 마커 분석을 통해 그가 비록 신체 성장은 다른 대상보다 작았지만, 사춘기 때 나타나는 변성기를 거쳐 성인 남성과 비슷한 음성과 얼굴에 털이 많이 난 ‘성인’의 모습이었을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공동저자인 제니퍼 프렌치 리버풀대학교 고고학 박사는 “구석기(빙하기) 때 청소년들의 신체적 외모와 발달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그들의 매장 방식, 즉 사망 후 대우를 해석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고 말했다.

라파 누이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세계는 지금] 라파 누이의 주민들이 실제로는 환경에 적응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살아갔다는 것이 밝혀졌다

라파 누이(이스터섬, Easter Island)의 문명과 초기 주민들, 멸망한 적이 없다?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칠레의 라파 누이, 일명 이스터섬은 수많은 거대한 석상 모아이(Moai)로 유명하다.

이스터섬은 수많은 거대한 석상 모아이(Moai)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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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상들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이스터섬이 과학자들과 고고학자들에게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스터섬은 오랜 기간에 걸친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과거 섬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길 만큼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인구 과잉과 자원 고갈로 인해 문명이 붕괴되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스터섬의 주민들과 그 문명이 멸망했었다는 기존 이론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립된 섬, 라파 누이

기존 연구자들은 거대한 모아이 석상을 세우기 위해서는 해당 섬에 최소 수만 명 이상의 주민이 살았을 것이라고 가정해 왔다.
실제로 무인도였던 이 화산섬에 폴리네시아 계열의 선조들이 1210년경 정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스터섬은 가장 가까운 육지인 칠레 해안에서도 3,700km나 떨어져 있어 매우 고립된 곳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초기 정착민들은 극도로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생존해야 했다.
섬의 화산 토양은 농사에 적합하지 않았고 담수 공급도 제한적이었다.
해양 생물 채집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스터섬은 수많은 거대한 석상 모아이(Moai)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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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구를 통해 이스터섬의 주민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독창적인” 암석정원(rock garden)을 만들어 주식인 고구마를 재배했다고 밝혀진 바 있다.
암석정원은 바람을 차단하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작물 재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했는데, 이와 유사한 암석정원은 뉴질랜드, 카나리아 제도, 미국 남서부 등지의 토착민들에게서도 발견된 농업 기술이다.
농업 기술의 발달로 인해 라파 누이 주민들은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스터섬의 주민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독창적인 암석정원을 만들어 주식인 고구마를 재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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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최근 연구에서 암석정원이 약 2,000명 정도의 주민을 먹여 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암석정원의 넓이를 기반으로 섬의 가용인구를 계산하여 추정치를 도출했는데, 5년에 걸쳐 섬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암석정원을 관찰하고 특성을 알아내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토양의 수분과 질소 함유도가 높은 곳을 분석하고 실제 암석정원을 찾아낼 수 있는 기계 학습 모델을 만들었는데, 위성이 고해상도로 촬영한 단파 적외선 이미지를 기반으로 해당 모델을 적용하여 암석정원의 넓이를 계산해 냈다.
그 결과 암석정원은 전체 섬 넓이의 겨우 0.5%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농지에서 수확하는 식량으로는 대략 2천 명 정도의 주민만 부양할 수 있었다고 예측된다.

이스터섬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섬이기에 주변에서 잡히는 해산물까지 더한다고 쳐도 최고 3,000여 명까지 부양할 수 있었을 것이라 추정되는데, 이 수치는 유럽인들이 처음 라파 누이에 도착했을 때의 섬 인구와 차이가 없다.
이는 기존에 추정된 1만 7,500명에서 2만 5,000명 사이의 인구 규모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따라서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라파 누이 주민들의 멸망설은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으며 라파 누이 문명의 ‘붕괴 가설’ 자체가 잘못 추정된 결과일 수 있다는 의미와도 같다.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라파 누이 주민들의 멸망설은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으며 라파 누이 문명의 ‘붕괴 가설’ 자체가 잘못 추정된 결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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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이스터섬은 더 이상 인구 급증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상징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고, 오히려 제한된 자원에서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키며 강인하게 생존한 결과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즉, 이스터섬의 역사는 인간의 적응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탈바꿈 된 것이다. 

라파 누이 주민들의 생존 전략이 시사하는 바는?

섬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환경 파괴로 섬과 그 문명이 멸망했다는 지난 연구결과들로 인해 라파 누이 주민들은 꽤나 억울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섬 주민들이 실제로는 환경에 적응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살아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오명을 씻고 있다.

라파 누이 주민들의 생존 전략은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재,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암석정원과 같은 혁신적인 농업 기술은 척박한 환경에서의 식량 생산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섬의 주민들은 실제로 환경에 적응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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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결과는 라파 누이 관광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비극적인 문명 붕괴’ 대신 인간의 적응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고립된 지역사회의 생존 전략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 주고 있는 섬의 역사는 현대 사회의 고립된 지역사회나 우주 탐사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의 인간 생존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체중감량을 위한 마법의 약물?

[세계는 지금] 자연 호르몬 GLP-1을 모방하여 식욕을 줄이는 약물

체중감량을 위한 마법의 약물?

덴마크 바그베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주사형 약물  ‘위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을 제조 및 판매한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2017년에 승인된 약물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주요 성분으로 한다.
위고비는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12세 이상 어린이 또는 성인의 체중 감량을 돕기 위해 사용되고, 오젬픽은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를 낮추기 위해 사용된다.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요 성분으로 하는 정제 형태 약물로는 리벨서스(Rybelsus)도 있는데 이는 오젬픽과 유사하게 혈당 수치 조절을 위해 사용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호르몬 GLP-1을 모방하여 식욕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GLP-1은 우리가 포만감을 느끼도록 뇌에 신호를 보내고 소화 과정을 늦추는 호르몬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췌장이 더 많은 인슐린을 생산하도록 돕는데, 세계보건기구의 비만 기준 수치인 BMI 30 Kg/m2 이상의 사람들에게 체중 조절을 위한 보조제로 권장되곤 한다.

이러한 작용 메커니즘은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혈당 조절에도 기여하여 당뇨병 환자에게 이중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약물들은 ‘마법의 약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고 큰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위고비와 오젬픽이 갑작스럽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위고비와 오젬픽은 유명 연예인들 또는 일론 머스크 같은 거물들의 지지를 받으며 갑작스럽게 인기 있는 체중 감량 약물이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인기로 인해, 승인되지 않았거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가짜 버전”과 “자연” 대체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약물이 의학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미용 목적으로 오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우리가 포만감을 느끼도록 뇌에 신호를 보내고 소화 과정을 늦추는 자연 호르몬 GLP-1을 모방하여 식욕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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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약물들은 메스꺼움, 구토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는 담석 또는 췌장염과 같은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에는 이 약물들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큰 이슈가 되었는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희귀 안질환을 겪을 위험을 키운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해당 약물을 사용하고자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부작용들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영향과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분명 체중 감량과 당뇨병 관리에 있어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 사용의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이러한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사회적 및 경제적 측면에서의 영향도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정책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는 약물의 인기는 비만과 관련된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비만은 심혈관 질환, 당뇨병, 특정 암과 같은 여러 심각한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체중 감량 약물은 개인의 건강을 개선하고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의 남용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현재 비용이 매우 비싸다는 단점이 존재하므로 일부 환자들에게 접근성을 크게 제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당 약물들은 현재 비용이 매우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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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러한 약물의 사용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세마글루타이드의 다른 잠재적 용도를 탐색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한 신중한 규제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규제 기관은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보장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으며, 이는 약물의 오용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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