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노니?" 50만원, "결혼 안 해?" 100만원… 궁금하면 돈 내요

불편한 잔소리별 다른 금액으로 모바일 송금 되는 QR코드가 찍힌 명절용 티셔츠. 이달 중순 카카오페이가 추첨으로 50명에게 티셔츠를 무료로 보내주는 이벤트를 열자 수십만명이 신청했다고 한다.<BR> /카카오페이

불편한 잔소리별 다른 금액으로 모바일 송금 되는 QR코드가 찍힌 명절용 티셔츠. 이달 중순 카카오페이가 추첨으로 50명에게 티셔츠를 무료로 보내주는 이벤트를 열자 수십만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카카오페이

정시행 기자

설 연휴가 시작됐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 삼촌은 빳빳한 신권으로 세뱃돈을 준비해 놨다.
사랑과 관심이 담긴 덕담과 함께.

그런데 불경하게도 받는 애들이 덕담에 값을 매긴다.
어떤 덕담은 사생활 침해이자 명예 훼손이기에, 위자료를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매년 명절마다 ‘명절 잔소리 메뉴판(가격표)’이 돈다.
겉으론 유머 섞인 ‘걱정의 유료화’요, 속내는 이런 말은 듣기 싫으니 꺼내지도 말라는 ‘웃어른 입틀막’이다.

괘씸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잔소리 메뉴판은 한국인에게 생애 주기별로 촘촘히 부과된 ‘멀쩡한 삶’과 ‘표준 코스’에 대한 압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언이랍시고 무심코 꺼낸 말들, 경쟁에서 밀리거나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누군가의 분노 버튼을 사정없이 누를 수 있다.

생애 주기별 끝없는 잔소리

명절 잔소리 메뉴판이 소셜미디어에 처음 등장한 건 7~8년 전이다.
저성장 속 입시 경쟁과 취업난이 심화하고 결혼·출산의 부담이 커진 사회상을 반영했다.
차림표는 매년 업데이트되고 가격 인플레이션까지 일어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2019년 투표해 만든 잔소리 가격표에 따르면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라”는 6만원, “반에서 몇 등 하니?” 7만원, “핸드폰 그만 해라” 11만원, “뭐가 되려고 이래?” 12만원이었다.
요즘엔 “아이돌이 밥 먹여주니?” “어릴 땐 귀엽더니…” “친구 많아?”도 추가됐다.
실컷 참견해 놓고 자신의 이름을 잘못 부른 친척에겐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주장도 있다.

고교생과 대입 수험생에게 “모의고사 몇 등급이야?” “어느 대학 갈 거니?”처럼 대놓고 학업 성취 수준을 물을 경우 5만~20만원이 매겨진다.
“우리 딸 전교 1등인데” “누구네 아들은 의대 붙었다던데”처럼 남과 비교하며 떠보는 말에는 ‘분노 할증’이 더 붙는다.

어른들의 잔소리는 생애 주기별로 계속된다.<BR> 표는 인터넷 유머를 활용한 가상의 가격표. 잔소리 듣는 이들은 고민을 해결할 비용에 상응하는 가격을 '위자료'로 매긴다고 주장한다.<BR> /그래픽=송윤혜

어른들의 잔소리는 생애 주기별로 계속된다.
표는 인터넷 유머를 활용한 가상의 가격표. 잔소리 듣는 이들은 고민을 해결할 비용에 상응하는 가격을 '위자료'로 매긴다고 주장한다.
/그래픽=송윤혜

각종 여론조사상 ‘명절에 듣기 싫은 잔소리’ 1위는 취업·연봉 관련 질문이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은 성인인데도 경제력이 없어 세뱃돈을 받으며 어린이 취급까지 당하니 울컥하기 쉽다.
“취업은 어떻게 돼가니?” “요즘 뭐 하고 지내?”는 그나마 5만~20만원대로 싸다.

사정도 모르면서 “차라리 기술을 배워라” “눈을 좀 낮춰봐”라든가 “살 빼면 면접에 유리할 텐데” 같은 비하·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간 20만~50만원쯤 각오해야 한다.

다음엔 만인의 원초적 호기심이 기다린다.
바로 연애와 결혼. 노력한다고 잘되는 분야가 아닌 데다, 평생을 좌우할 예민한 질문인 만큼 수십만~수백만원을 호가한다.

공무원 나모(37)씨는 “재작년부터 ‘결혼 언제 하냐?=100만원’이라고 적은 티셔츠를 주문 제작해 명절마다 입고 앉아 있다”며 “효과가 꽤 좋다.
사촌 동생이 빌려갈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모바일 송금이 가능한 QR 코드를 넣은 잔소리 티셔츠를 선보였다.

외국계 회사원 이모(34)씨는 “지난 추석 ‘결혼할 남자가 있다’고 하니, 친척들이 상대의 학력과 직업, 가족 관계를 꼬치꼬치 묻다가 ‘미혼인 형이 있다’는 부분에서 잔소리가 폭발하더라. 어른들은 만족을 모른다”고 말했다.

한 유명 어학원은 10년 전부터 명절 연휴마다 전국의 학원 시설을 개방하는 '명절 대피소'를 운영한다.<BR> 오랜만에 어색하게 만나는 친척 어른들로부터 진학과 취업, 결혼 관련 잔소리를 듣느니, 익숙한 또래들의 익명성 사이에 숨어 공부나 휴식을 취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BR> /연합뉴스

한 유명 어학원은 10년 전부터 명절 연휴마다 전국의 학원 시설을 개방하는 '명절 대피소'를 운영한다.
오랜만에 어색하게 만나는 친척 어른들로부터 진학과 취업, 결혼 관련 잔소리를 듣느니, 익숙한 또래들의 익명성 사이에 숨어 공부나 휴식을 취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관심인가 간섭인가

결혼이 끝이 아니다.
2세 계획부터 승진과 이직, 주식·코인·부동산 투자, 노화와 외모·건강 관리에 이르기까지, 먼저 늙어본 어른의 걱정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젊은 부부에겐 출산·육아 질문이 민감하다.
가격은 “아기 안 가지냐”에서 시작, “둘째는?” “딸(혹은 아들)이 있어야지” “아니, 애 셋을 어떻게 감당할래”로 갈수록 치솟는다.
자녀가 크면 이 모든 잔소리가 원점(“공부 잘하니”)으로 회귀한다.

명절 잔소리 메뉴판은 ‘간호사’ ‘음대생’ ‘며느리’ ‘부동산’ 버전 등으로 분화됐다.
간호사의 경우 “나 수액 좀 놔줘라”(2만원)부터 “‘간호원’ 힘들지?”(10만원) “공부 좀 더 해 의사 하지”(70만원)까지 있다.
아기 부모에게 “이유식 만들어 먹여라” “옷 더 입혀라” “오냐오냐하면 못쓴다(또는 기죽으니 혼내지 마라)”는 5만~30만원대.

서울 마포의 30대 주부 차모씨는 “명절에 시댁 가면 자꾸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니?’ 물으시는데 왠지 불편해 20만원쯤 부르고 싶다”고 했다.

40대 공기업 직원 정모씨는 “신도시 부동산 청약했다고 하니 친척들이 ‘지금 청약을 왜 하냐’ ‘어떻게든 서울로 왔어야지’ ‘내가 갭투자 하랄 때 사지’ 하더라”고 했다.

아기 부모들이 불편해하는 각종 육아 관련 명절 잔소리 메뉴판. /인터넷 커뮤니티

아기 부모들이 불편해하는 각종 육아 관련 명절 잔소리 메뉴판. /인터넷 커뮤니티

간호사들이 만든 명절 잔소리 가격표. 상대의 직업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함부로 언급하는 데 대한 스트레스를 보여준다.<BR> /인터넷 커뮤니티

간호사들이 만든 명절 잔소리 가격표. 상대의 직업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함부로 언급하는 데 대한 스트레스를 보여준다.
/인터넷 커뮤니티

잔소리 가격은 엿장수 마음이다.
걱정을 해결할 비용에 상응해 매긴다는 이들도 있다.
“몇 등 하니” 질문엔 학원비 20만원, “취업됐느냐” 면접 준비비 30만원, “결혼 안 하느냐” 결혼정보회사 등록비 100만원, “둘째 낳아라” 산후조리비 500만원, “머리 휑해졌다?” 모발 이식 비용 600만원, “집 언제 사냐”엔 아파트 계약금 3000만원을 요구한다고.

대체 잔소리는 왜 하는 걸까. 어른들은 “생판 남이면 묻겠느냐. 정말 걱정돼 그러는 것” “그럼 무슨 형이상학적인 대화를 나눠야 하느냐” “중요한 근황을 모르는 척 입 다무는 게 더 나쁘다”고 항변한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몇 살엔 무엇을 해야 한다’는 편견이 강하다”며 “잔소리는 상대의 진짜 고민을 모르거나, 내 식견을 자랑하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경인류학자인 박한선 서울대 교수는 “명절은 현대화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전통 의례를 치르며 집안 내 무형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행사”라며 “나누는 이야기도 옛날처럼 ‘과거에 급제했는가’ ‘혼기 놓치면 되겠는가’로 흘러간다.
그간 소홀했던 어른 노릇을 몰아서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명절 후엔 각자 파편화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점. 그리고 옛 유교적 농경 사회처럼 집안 어른이 해결해줄 수 있는 인생사는 이제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한 지자체 평생학습관에서 온라인으로 차례상 차리는 법 등 '전통 세시풍속 체험교실'이 열린 모습. 설과 추석 같은 명절은 현대화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집안 내 무형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행사다.<BR> /조선일보DB

한 지자체 평생학습관에서 온라인으로 차례상 차리는 법 등 '전통 세시풍속 체험교실'이 열린 모습. 설과 추석 같은 명절은 현대화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집안 내 무형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행사다.
/조선일보DB

올해 설의 화약고는 정치?

충고는 강자의 특권이다.
미국 중학생들을 ‘초등학생에게 공부 조언을 하게 한 A그룹’과 ‘선생님 조언을 듣게 한 B그룹’으로 나 실험했더니, A의 자발적 학습량이 더 늘었다는 연구가 있다.
조언하는 행위 자체가 권력감과 자기 효능감을 높인다는 얘기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는 어른 잔소리에 끌려다니지 말고 아랫사람이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가 보라고 한다.
“이혼 안 하세요?” “검버섯 제거술 받아보시죠” “노후 준비는 어떻게?” “자식들은 자주 찾아와요?”처럼. ‘돈으로 도와줄 수 있어요?’란 도발이 담긴 명절 잔소리 메뉴판도 이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날 선 질문은 매우 위험하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치적 갈등이 첨예해진 요즘 특히 그렇다.
이번 설엔 집집마다 “아직도 극우 유튜브 보세요?” “그럼 넌 △△△이 대통령 돼야 한다는 거냐?” 같은 험악한 대화가 오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통상 설·추석 연휴엔 가정 폭력 신고가 50~60% 증가한다.
복잡한 가정사에 돈 이야기, 정치 이슈, 여기에 술까지 들어가면 급발진 예약이다.

설을 앞두고 광주북구청직장어린이집 원생들이 구청을 찾아 민원실 직원들과 세배와 덕담을 나누고 있다.<BR> 명절에는 세대 간 수직적 상하 관계를 떠나 공감과 존중을 기반으로 한 대화법이 요구된다.<BR> /광주=김영근 기자

설을 앞두고 광주북구청직장어린이집 원생들이 구청을 찾아 민원실 직원들과 세배와 덕담을 나누고 있다.
명절에는 세대 간 수직적 상하 관계를 떠나 공감과 존중을 기반으로 한 대화법이 요구된다.
/광주=김영근 기자

잔소리에 대처하는 덜 건방진 방법이 있다.
우선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네,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며 완곡하게 대화를 피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나의 반응도 최소화한다.

선제적 ‘긍정 가스라이팅’은 더 좋다.
경기도 파주의 회사원 박모(39)씨는 “부모님께 먼저 ‘자식들이 제때 결혼 못 해 속상하시죠? 그래도 우리끼리 명절 보내는 거 몇 년 안 남았어요’ ‘엄마 아빠의 지난날을 존경해요’ 하니 잔소리가 쑥 들어가더라”고 했다.

어른들도 명절은 남의 문제를 고쳐주는 시간이 아니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박한선 교수는 “진학·취업·결혼 관련 좋은 소식이 있다면 자연스레 알게 되니 굳이 물어보지 말라”며 “정말 도움 주고 싶다면 따로 만나 밥이라도 사주면서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또는 “그 핸드폰 신형이지?” “점점 멋있어지네? 방법 좀 가르쳐주라”처럼 사소한 호기심과 칭찬으로 시작하면 중요한 이야기도 거북하지 않게 나눌 수 있을지 모른다.

돈 방석, 돈 봉투, 돈 시계… 돈이 다시 살아난다

시간은 돈이다.
그래서 이 탁상시계에는 돈이 담겨 있다.
이름하여 ‘머니클락(Money Clock)’. 실제 1만원권 지폐를 잘게 썰어 투명 케이스 안에 넣어 놨다.
푸릇푸릇한 색감. 시계 하단에 ‘Time is Money’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바라보면 1분 1초가 달리 느껴지게 된다.
추첨을 통해 매주 100명에게 시계를 증정하는 새해맞이 행사가 다음 달 27일까지 진행된다.
한 당첨자는 “돈 기운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이름하여 '돈 볼펜'. 실제 1000원, 5000원, 1만원, 5만원권 지폐를 잘게 부순 '돈 가루'가 투명 케이스 안에 담겨있다.<BR> /한국조폐공사

이름하여 '돈 볼펜'. 실제 1000원, 5000원, 1만원, 5만원권 지폐를 잘게 부순 '돈 가루'가 투명 케이스 안에 담겨있다.
/한국조폐공사

출처는 은행이다.
수명이 다한 폐(廢)지폐를 한정판 굿즈로 재탄생시키는 하나은행 ‘머니 드림’ 캠페인. 2023년부터 신개념 굿즈를 내놓고 있다.
지폐를 충전재로 넣은 ‘돈 방석’, 폐지폐를 융해해 동전 모양으로 뭉친 뒤 실제 꽃씨를 넣어 화분에 심을 수 있도록 한 ‘시드 머니(Seed Money)’ 등 벌써 5종을 선보였다.
돈이 싹트는 재미. 상반기에도 새로운 돈 굿즈가 탄생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별도 구매하고 싶다거나 해당 제품을 똑같이 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문의가 많다”며 “환경 보호의 의미도 담겨 있다 보니 호응이 좋다”고 했다.

돈은 버리는 데에도 돈이 들기 때문이다.
못 쓰게 된 지폐를 ‘화폐 부산물’이라고 한다.
썩고 타고 찢어지고 망가져 한국은행에 환수되거나 제조 과정 중 발생한 손상품.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화폐 부산물은 매년 510t 정도가 생겨나고 이 중 약 87%가 소각된다.
쌓으면 높이가 에베레스트의 16배에 달한다.
지폐는 엄밀히 말해 종이가 아니라 면섬유다.
태우는 데만 매년 1억원 넘는 비용이 발생한다.
과거 폐지폐를 자동차 소음 방지판 제조 등에 사용하기도 했으나, 더 값싼 대체재가 나오면서 활용처를 잃었다.

하나은행이 내놓은 '머니클락'. 파쇄한 1만원권 폐지폐가 잔디처럼 보인다.<BR> /하나은행

하나은행이 내놓은 '머니클락'. 파쇄한 1만원권 폐지폐가 잔디처럼 보인다.
/하나은행

아까운 돈. 그리하여 조폐공사는 지난달 ‘화폐 부산물’ 활용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고, 올해부터 ‘화폐 굿즈’를 본격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잿더미로 만드는 대신 용지로 재가공해 ‘돈 달력’ 혹은 ‘돈봉투’를 찍어내거나, 돈 가루가 담겨 있는 ‘돈 볼펜’을 만드는 등의 여러 아이디어가 검토되고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굿즈 사업을 통해 폐기된 은행권에서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며 “첫 아이템을 상반기 안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화폐를 퇴비로 쓰거나, 화폐박물관에서 파쇄한 지폐를 투명 백에 담아 ‘Fed Shreds’라는 기념품으로 증정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화장실 휴지 등으로 변신한다.
면화(cotton) 대신 플라스틱, 즉 폴리머(Polymer)를 지폐 원료로 사용하는 영국·호주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재활용이 더 용이하다.
호주조폐공사(NPA)는 “수거된 폴리머는 펠릿(pellet·알갱이)으로 가공돼 플라스틱용품 제조사에 판매된다”며 “볼라드, 공원 벤치, 운동 기구, 안내 표지판 등으로 순환 경제의 일부가 된다”고 밝혔다.

지폐를 잘게 부숴 기념품으로 만든 미국의 'Fed Shreds'. 해석하자면 '연방준비제도의 종이 부스러기'쯤 되겠다.<BR>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지폐를 잘게 부숴 기념품으로 만든 미국의 'Fed Shreds'. 해석하자면 '연방준비제도의 종이 부스러기'쯤 되겠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동전 역시 수명이 있다.
못 쓰게 된 폐기 주화는 비철금속 생산 전문 업체(풍산)에 판매되고, 업체는 이를 녹여 해외에 수출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10년(2013~2022년) 낡은 동전을 팔아 166억4000만원의 ‘잡수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금의 쓰임새는 날로 줄고 있다.
동전 발행량은 10년 전에 비해 90% 줄었다.
사정은 해외도 매한가지. 영국의 경우 지난해 재무부가 아예 신규 동전 제작을 주문하지 않았을 정도. 왕립조폐국이 주얼리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기관의 존립이 흔들리자, 컴퓨터 등 전자제품 폐기물에서 금은 등의 귀금속을 추출해 보석 장신구를 제조하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것이다.
배우 케이트 블란쳇, 가수 제임스 블레이크 등 유명 인사를 고객으로 보유했다고 한다.
돈 찍어내는 곳도, 돈은 벌어야 하기에.

지위가 높으나 낮으나 담장 속 한 끼는 1733원

영어의 몸이 되어도 밥은 잘 챙겨 먹여야 한다.
법이 그렇게 정했다.
‘수용자에게 건강 상태, 나이, 부과된 작업의 종류, 그 밖의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여 건강 및 체력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음식물을 지급한다(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23조).’

법무부 교정본부는 좀 더 구체적이다.
‘수용자의 주·부식은 1일 3회 쌀 등을 지급하며, 수용자에게 지급하는 음식물의 총열량은 1명당 1일 2500kcal를 기준으로 하며, 국경일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날에는 특별한 음식물을 지급할 수 있다.
’ 올해 수용자 1명당 일일 급양비는 5201원. 한 끼에 1733원꼴로 전년보다 2.1% 올랐다.
주식비·부식비·연료비를 모두 포함하는 금액이다.

서울구치소 1월 식단표로 예상해 본 29일 설 점심. 특식으로 작년처럼 유과가 나올 수 있다.<BR> 아침엔 떡국이 제공될 예정. /그래픽=송윤혜

서울구치소 1월 식단표로 예상해 본 29일 설 점심. 특식으로 작년처럼 유과가 나올 수 있다.
아침엔 떡국이 제공될 예정. /그래픽=송윤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초유의 상황. “밥은 먹고 다니니”라는 말이 “잘 지내고 있느냐”는 인사인 나라라서 관심은 밥에 쏠린다.
국가 경쟁력과 안보 불안을 걱정하는 상황에서도 서울구치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아침으로 제공한 첫 끼니가 시리얼·삶은 달걀·견과류·우유였다는 사실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됐을 때 첫 끼니는 케첩과 치즈가 딸린 식빵이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옥중 첫 끼니는 모닝빵과 두유였다.

법으로 정해진 밥이지만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1733원짜리 끼니여도 사골국·치킨너깃 같은 메뉴가 포함되면 “일반인보다 잘 먹는다”는 원성이 높아진다.
유영철·강호순 등 흉악범에게 ‘호화 식단’을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은 서울구치소는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공개했던 식단표 게시를 작년 1월 이후 중단했다.
정보 공개 청구로 확인할 수는 있다.
입양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양모와 조두순 등이 거쳐 간 서울 남부구치소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갇혀 있다고 해서 취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포항교도소가 지난 12월 실시한 설문 결과로 수용자들의 입맛 취향을 유추할 수 있다.
국·찌개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닭백숙. 가장 인기 없는 건 무를 넣고 맑게 끓여낸 무챗국이었다.
볶음·조림 등 반찬류에서 선호하지 않는 3가지는 감자 조림·코다리 조림·어묵 볶음. 코다리 조림은 초중고 학생들 급식에서도 “양념치킨인 줄 알고 씹었다가 실망했다”며 ‘배신감 느끼는 급식 메뉴 톱 3′에 들었다.
선호도가 높은 건 치킨 가스와 계란 장조림. 옥중 입맛도 별반 다르진 않다.

식사 메뉴는 물론 뒤처리도 평등하다.
누구든 직접 설거지를 해야 한다.
독방에 갇힌 이들은 철문 아래 작은 문으로 식판을 내보낸 뒤 교도관이 남은 음식을 수거해 가면 빈 식기를 받아 직접 씻는다.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강제구인을 다시 시도한다고 예고한 22일 공수처 승합차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BR> / 고운호 기자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강제구인을 다시 시도한다고 예고한 22일 공수처 승합차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고운호 기자

다만, 감옥에서도 자본주의는 작동한다.
교정본부는 “수용자가 자비로 구매 가능한 품목 등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설명했지만 나라 장터 국가 종합 전자 조달에 공개된 납품 견적서로 일부 품목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구치소 자비 구매 물품 입찰서에는 사과·감귤·방울토마토·단감·배·참외 등 과일 6종이 담겼다.
서울 남부교도소(작년 11월 공고 기준)의 경우 사과·감귤·대추방울토마토·참외·복숭아·단감·오렌지로 1종이 더 많다.
과일뿐 아니라 도서류, 안경류 역시 자비 부담 품목이다.
영치금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의 1차 구속 기한은 28일이다.
한 차례 구속 기간이 연장될 경우 2월 7일까지 늘어난다.
구속 기간이 연장될 경우 옥중 설을 맞이하게 된다.
서울구치소 1월 식단에 따르면, 설 당일인 29일 아침 식판엔 떡국, 김자반, 배추김치가 올라올 예정이다.
점심은 청국장, 두부, 무생채에 작년 설처럼 5개 내외의 유과가 ‘특식’으로 제공될 수 있다.
그날의 식판을 마주하느냐 아니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시인 천양희는 ‘밥’이라는 시에 이렇게 썼다.
“(...)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담장 안이나 밖이나, 매일 꼭꼭 씹어 삶을 삼키기는 매한가지다.

마리나 "남자와 성관계 시간? 30분 돼야 만족" 아찔한 19금 발언('레인보우7')

[OSEN=강서정 기자] 국내 최초 다국적 연애 예능 ‘레인보우7+’에서 솔직 과감한 토크의 향연이 펼쳐졌다.

지난 24일 공개된 U+ 모바일tv ‘레인보우7+’ 6회에서는 레인보우 아일랜드에 모인 다국적 솔로 남녀가 3대 킹과 퀸 투표에 나서는가 하면, 아찔한 19금 발언이 오가는 카드 게임으로 서로의 속내를 알아보는 현장이 공개됐다.

이날 카드 게임에 돌입한 8인의 남녀는 카드 속 질문에 답을 하며 각자의 연애관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중, 마리나는 ‘가장 만족스러운 관계 시간은?’이라는 카드 질문이 나오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20~30분?”이라고 답했다.

또한 마리나는 ‘첫 만남에 마음이 맞는다면 어디까지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화끈한 발언을 했다.
 이를 들은 솔로 남녀들은 “우리가 쇼를 너무 핫하게 만들 것 같아!”, “태국이라서~”라고 맞장구치면서 현장을 후끈 달궜다.

그런가 하면, ‘2대 킹’과 ‘2대 퀸’의 데이트가 끝나자 모두 숙소에 모인 가운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첫 번째 ‘NEW 시티즌’ 이안에 이어 두 번째 ‘NEW 시티즌’이 찾아온 것. ‘NEW 시티즌’의 합류에 솔로남녀는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NEW 시티즌’은 어떤 질문에도 “모르죠~”라는 답으로 일관하고, 기존 솔로남녀는 “우리 판을 흔들 수도 있겠다”며 걱정을 했다.

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NEW 시티즌’과 함께 하는 세 번째 투표가 시작됐다.
 얼마 후, ‘3대 킹’과 ‘3대 퀸’이 선정되고, 해당 결과를 들은 솔로 남녀들은 대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한편 오직 자신에게 직진하는 니코 때문에 유나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유나는 니코가 아닌 다른 솔로남과 데이트를 하고 싶지만, 니코는 그런 유나에게 어린아이처럼 토라진 티를 팍팍 냈다.

이에 유나는 제작진과의 속마음 인터뷰에서 “어린 애 같아서 실망했다.
 힘들다”고 토로한다.
 불편한 심경 속 유나는 고민 끝에 니코에게 “다른 이와 데이트해보고 싶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충격을 받은 니코는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kangsj@osen.co.kr

[사진] LG U+모바일tv ‘레인보우7+’ 제공

슬기로운 명절 사용법

설 연휴를 앞둔 23일 iM뱅크 대구 중구청지점에서 한 여성이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을 신권으로 교환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BR> /뉴스1

설 연휴를 앞둔 23일 iM뱅크 대구 중구청지점에서 한 여성이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을 신권으로 교환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지금의 명절은 한 세대 전의 명절과는 다르다.
‘추석(설)을 없애자’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도 늘어난다.
명절은 자칫하면 세대 갈등이나 남녀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다.
아내는 20세기 며느리처럼 전을 부치고 남편은 눈치를 본다.
취업을 못 했거나 결혼을 미룬 청년은 불편한 질문을 듣게 될까 봐 조마조마하다.

남들은 명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우리 집이 더 엄격하거나 더 느슨한 건 아닐까. ‘아무튼, 주말’은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15일 SM C&C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명절에 대한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20~50대 남녀 2233명이 응답했다.

명절마다 차례를 지낸다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지 묻자 ‘오래전부터 안 지낸다’는 응답이 33.5%로 1위. ‘예전부터 지낸다’(30.5%) ‘최근 몇 년 사이 안 지내기로 했다’(26.5%) ‘추석과 설 중 하루만 지내기로 했다’(9.6%) 등이었다.

명절은 노동인가 휴식인가. ‘휴식이다’가 31.6%, ‘둘 다다’가 28.9%, ‘노동이다’가 25.1%로 나타났다.
‘휴식이다’라는 응답은 20대 여성에서, ‘노동이다’라는 응답은 50대 여성에서 가장 높았다.
10년 전과 견주면 무게중심은 노동과 휴식 중 어느 쪽으로 이동하고 있을까. ‘휴식이 강해졌다’가 43.5%, ‘별 차이 없다’가 33.6%, ‘노동이 강해졌다’는 22.8%로 조사됐다.

명절에 가장 큰 스트레스는 ‘경제적 부담’(30.4%)이었다.
‘명절에만 보는 사람을 만나는 것’(16.6%) ‘이동에 따른 부담’(15.7%) ‘곤란한 질문을 받는 것’(15.1%) ‘눈치를 봐야 하는 것’(12.3%) 등이 스트레스 유발자로 꼽혔다.
심리적인 요인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관심도 지나치면 간섭이다.

다음 세대에도 명절이 존재할까. 47.1%는 ‘규모는 축소되더라도 형식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36.9%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고, 16%는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규모는 축소되더라도 형식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50대 남성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이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는 30대 여성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전망은 희망의 반영일 것이다.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