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디깅 ┃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딥시크' |
설 연휴 즐겁게 보내셨나요? 우리가 민족의 명절을 각자의 방식으로 보내는 동안, 해외에서 전해진 뉴스 하나는 세계를 뒤흔들었어요. 국내 언론도 여전히 관련 소식을 전하느라 분주해요. 중국 신생기업 ‘딥시크(DeepSeek)’가 뛰어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는 이야기가 그 주인공이에요.
딥시크가 뭐야? 딥시크는 지난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된 AI 개발 회사예요. 가장 성능 좋은 AI로 꼽히는 오픈AI의 챗GPT에 버금가는 AI를 발표해서 주목받았죠. 딥시크는 지난해 12월에 ‘딥시크 V3’라는 생성형 AI를 공개했어요. 이 회사는 딥시크 V3가 오픈AI의 주력 모델인 ‘GPT-4o’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나은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도 인정했다고 해요.
가장 화제를 모은 건 개발 비용이었어요. 딥시크는 V3 개발 비용이 557만 달러(약 78억원)라고 밝혔거든요. 비슷한 성능의 챗GPT 개발 비용이 약 1억 달러(약 1450억원)로 추정되는 것에 비하면, 약 18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에요. |
*주력 모델인 '딥시크 V3'와 '오픈AI 4o' 기준 비교. /자료=딥시크, 오픈AI |
딥시크 V3에 이어 지난 1월 20일 공개한 ‘딥시크 R1’도 오픈AI의 유사 모델인 ‘o1’과 비슷한 성능을 보였어요.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더 나은 정확도를 보였고요.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미국 기술업계와 금융계는 깜짝 놀랐어요. 직원 수가 180명에 불과한 중국 신생회사 딥시크가 직원 수 1200명에 달하는 오픈AI에 버금가는 성과를 금세 만들어 냈기 때문이에요.
조금 싼 게 그렇게 중요해? 일단 딥시크가 발표한 개발 비용을 그대로 믿는다면, 기존의 AI 개발비와 차이가 너무 심해요. 더 뛰어난 AI를 개발하기 위해 값비싼 고성능 반도체를 사들이며, 경쟁적으로 막대한 돈을 쏟아붓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큰돈 쓰는 게 당연한 줄 알고 여기저기서 투자를 막 늘리고 있는데, 갑자기 ‘돈 별로 안 써도 만들 수 있는데?’라고 반문하는 기업이 등장한 거죠. |
*평가 테스트별 정확도. 단위=% /자료=딥시크, 해외 언론종합 |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소련(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사건만큼 충격적이라는 뜻으로 ‘AI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는 표현까지 썼어요.
딥시크는 AI 학습에 쓴 비용(개발 비용)이 작았을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자신의 개발에 딥시크를 이용하는 비용도 기존 AI 기업들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해요. 개발자나 개발 기업들이 더 저렴한 이용료를 찾아 중국산 AI로 몰려갈 가능성이 큰 거죠. |
출렁이는 반도체 시장 딥시크의 등장에 반도체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어요. AI에 들어가는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거예요. 사실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AI 개발에 나섰던 건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 때문이었어요. 미국은 미래 핵심기술인 AI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AI 개발에 중요한 고성능 반도체는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왔어요.
그런데 중국 기업들은 미국 거대 IT 회사들처럼 고성능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반도체만으로도 AI를 효율적으로 학습시키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엔비디아의 칩을 쓰긴 했지만, 수입 제한 품목(고성능)이 아닌 저사양 반도체를 써서 개발할 방법을 찾은 거죠.
이쯤 되니 반도체 회사들도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대부분 기업이 ‘AI 개발을 잘하려면 더 비싸고 좋은 반도체를 많이 사서 써야 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젠 꼭 고성능 반도체가 아니라도 효율적으로 개발하면 돈을 덜 쓸 수 있다고 생각할 만하겠죠. 물론 중장기적으로 '결국 AI 관련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조금 분위기가 달라진 건 분명해요. |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딥시크가 개발 비용을 밝힌 직후인 1월 27일 하루 만에 17%가량 폭락했어요. 이후 조금 회복하긴 했지만, 여파는 계속되고 있고요. 대형 반도체 회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즉각 영향을 받았어요. AI용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납품 중인 SK하이닉스 주가는 설 연휴 직후 10%가량 급락했어요.
딥시크가 최고? 논란은 진행형 중국 신생기업의 AI가 세계를 놀라게 한 건 맞지만, 그만큼 논란도 많아요. 딥시크 관련 주요 논란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① 개인정보 유출 위험 일단 딥시크는 중국 기업인 만큼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요. 딥시크의 약관에는 AI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질문 내용뿐 아니라 키보드 사용 패턴, 이용자의 장비 정보 등이 딥시크에 넘어간다고 명시돼 있거든요. 특히 중국 데이터보안법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수집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요. 딥시크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거죠.
각국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조치에 나섰어요. 이탈리아는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고, 대만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이용할 수 없도록 했어요. 한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정부도 딥시크에 개인정보 처리 방식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는 등 이용 제한을 검토하기 시작했어요.
② 중국 정부의 검열 중국 기업인 만큼, 중국 정부가 민감해하는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답하지 않는 문제도 논란이 많아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대만의 독립 등에 관해 물으면, 딥시크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엉뚱한 답을 한다고 해요. 중국 정부가 실시간으로 검열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 만하죠. |
③ 데이터 도용 논란 딥시크가 작은 비용으로 고성능 AI 개발에 성공한 건 오픈AI의 데이터를 베끼거나 도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존재해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가 허가 없이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조사하고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AI 정책총괄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는 ”딥시크가 오픈AI 모델에서 지식을 증류(기존의 큰 AI모델을 활용해 더 작은 모델의 성능 향상시키는 기술)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어요.
④ 개발 비용 축소 논란 딥시크가 AI 개발 비용을 지나치게 줄여서 발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아요. 딥시크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하기 위해 아주 적은 금액을 강조해 발표했을 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었을 거라는 추정이에요. 미국 거대 IT 기업들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AI 칩의 ’구매 비용‘을 비용으로 계산한 반면, 딥시크는 AI 칩을 빌려서 사용하는 일회성 비용으로 계산했다는 거예요.
또한 단순히 반도체 사용 비용이 아니라, 사전에 학습을 위해 쓴 돈이나 데이터 확보 비용까지 감안하면 훨씬 돈이 많이 들었을 거라는 추정이 많이 나와요. 아예 ’고성능 칩을 5만 대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서, 이를 숨기고 비용을 축소해 발표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요.
본격화하는 미·중 AI 전쟁 이렇게 여러 비판을 받는 딥시크지만, 미국 AI 기업들과 정부가 중국 기업의 선전에 긴장한 건 분명해 보여요.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주요 IT 기업은 딥시크를 분석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고, 미국 정부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추가 움직임을 검토하기 시작했어요. 아예 저가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래요. |
미국의 독주 체제처럼 보였던 AI 산업 지형도가 통째로 흔들리는 모양새예요.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을 프로그래밍(코딩)이나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며 기술력을 겨루는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요.
사실 중국에는 딥시크 외에도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AI 기업들이 많아요. 문샷AI, 미니맥스, 즈푸AI 등 다양한 회사들이 성장 중이죠. 또 알리바바나 텐센트, 바이두, 바이트댄스 같은 거대 기업들도 AI에 뛰어들고 있어서 미국 거대 IT 기업들 못지않은 자금력을 갖춘 회사도 많아요. 지난 1월 29일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가 딥시크보다 좋은 성능의 AI 모델 ’큐원2.5-맥스‘를 발표했어요. 앞선 주에는 문샷AI가 딥시크와 경쟁할 ’키미 1.5‘를 출시하기도 했고요. 중국 내에서도 우수한 기술 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거예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미래 기술을 두고 한층 더 격해질 것 같은데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AI를 보유한 두 나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쪽은 어디일까요? 유심히 지켜봐야 할 시점이에요. |
3줄요약 |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AI 기업 딥시크의 AI 모델이 세계를 놀라게 했음. 미국의 기존 AI 기업들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고성능 AI를 만들어 냈기 때문. |
AI 개발 경쟁을 위해 고성능 반도체를 사들이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하던 기업들은 딥시크의 성능을 보고 '가성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음. |
미국 기업들과 정부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음. 다만 딥시크는 개인정보 유출, 데이터 도용, 비용 축소 발표 등 논란도 겪고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