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렌즈 진할수록 자외선 차단 잘 된다?

 

황형빈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

선글라스를 쓰고 서울 도심을 관광하는 외국인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선글라스를 쓰고 서울 도심을 관광하는 외국인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자외선은 안구건조증은 물론 망막의 손상이나 백내장 같은 안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다.
햇빛이 강한 여름철보다 가을 또는 겨울철이 더 치명적이다.
기온이 낮고 공기가 맑아 빛의 산란 없이
자외선이 바로 눈에 닿기 때문이다.

도심 내 빌딩이나 도로에서 반사되는
자외선은 상당히 강해 평소 선글라스 착용을 생활화하는 것이 눈을 보호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9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국제망막연합이 제정한 ‘세계 망막의 날’이다.
25일 황형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와 함께 '선글라스와 눈 건강'에 대해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Q. 해외에서는 선글라스가 필수품이라는데.

도심 혹은 동네에서 선글라스를 끼는 것을 마치 유난스럽다거나 멋을 내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선글라스를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외출할 때 우리가 휴대폰을 챙기듯 선글라스를 챙기는 것이 일상이다.
이런 경향은 백인에게서 더 자주 보이는데 이는 눈동자 색과 연관이 있다.
푸른 눈, 초록 눈 등 밝은 눈동자 색을 가진 인종은 어두운 색 눈동자를 가진 인종보다 태양광이나
자외선으로부터의 보호 기전이 약해 각종 안질환에 취약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백인들, 중동 지역의 눈동자 색이 밝은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다.
한국사람들처럼 까만 눈동자는 빛을 적게 받아들여 낮에는 눈부심이 적지만 밤에는 사물을 식별하기 어렵다.
반면 눈동자 색이 밝은 사람들은 빛을 많이 받아들여 낮에는 눈부심이 심하지만, 밤에는 적은 양의 빛만으로도 사물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서양인들의 선글라스 착용이 많은 건 빛에 대한 민감도가 검은 눈동자를 가진 동양인들보다 높기 때문이다.

Q. 자외선은 눈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피부를 보호하는
자외선차단제의 역할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다.
눈도 마찬가지다.

자외선은 피부뿐 아니라 눈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눈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 각막부터 안쪽의 수정체와 망막까지 도달하면서 다양한 안질환을 유발한다.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UVC(100~280nm), UVB(280~315nm), UVA(315~400nm)로 구분된다.
이 중 눈 건강에서 신경 써야 할
자외선은 UVB(중파장)와 UVA(장파장)이다.
피부에 깊게 침투하는 UVA가 각막은 물론 수정체와 망막까지 침투하는 데 반해, 짧은 시간에 피부 표면에 화상을 입히는 UVB는 대부분 각막에만 흡수되지만 눈에는 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UVB는 99%, UVA는 50% 이상 차단하는 선글라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UVC는 대부분 오존층에서 흡수돼 지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Q. 선글라스는 흐린 날에도 써야 하나.


선글라스는 날씨와 상관없이 외출할 때 항상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은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항상 지표면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름이 낀 날은
자외선이 산란, 반사돼 맑은 날보다 더 강할 수 있다.
흐린 날, 자극감이나 눈부심이 없더라도
자외선 차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Q. 자외선에 노출돼 발생하는 안질환은 어떤 것들이 있나.


대표적인 질환이 백내장이다.
수정체에
자외선이 닿으면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수정체의 변성을 유발하고 이는 백내장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외선과 황반변성 간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자외선이나 푸른 빛처럼 파장이 짧은 광선은 황반변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망막 내의 망막색소상피층에 유의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익상편과 안구건조증도
자외선과의 연관성이 알려졌다.

Q. 선글라스 렌즈 색깔이 진할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좋은가.


렌즈 색상이 진할수록 눈부심이 감소하는 것은 맞지만
자외선 차단과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렌즈 색만 짙고
자외선 차단율이 낮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빛의 양을 늘리기 위해 동공은 확장되고
자외선 노출은 증가해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컬러 농도가 75~80% 정도로 사람 눈이 들여다보이는 렌즈를 추천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안경과 선글라스는 대부분
자외선 차단 기능이 갖춰져 있다.
다만 선글라스의
자외선 차단율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떨어집진다.
가지고 있는 선글라스의 UV 코팅이 벗겨진 건 아닌지 살펴보고 차단율이 떨어진 선글라스는 교체하는 것이 좋다.

Q. 성장기 아이들도 선글라스를 써야 하나.


사람의 시력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어느 정도 완성된다.
따라서 어린이나 청소년같이 시력 발달에 예민한 시기에는 선글라스의 선택에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아기는 시력이 계속 발달하는 성장기라 성인보다 수정체가 투명해
자외선이 더 깊게 침투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선글라스를 장시간 쓰면 오히려 시력 발달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어린이나 청소년은
자외선이 강한 시간대에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하되, 활동이 많은 아이라면 안전을 위해 파손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카보네이트 재질로 된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황현빈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

황현빈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