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26일)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어요. 전에 발표했던 정책을 조금 수정하고, 일부 추가 수단들도 동원해 새 아파트를 더 많이 늘리겠다는 내용이에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의 정책 방향을 알림으로써, 최근 들어 부쩍 불안한 면이 생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가라앉혀 보겠다는 의도로 보여요.
정부는 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대책을 발표했을까요? 갑자기 집이 확 부족해지기라도 한 걸까요? 오늘은 어제 발표된 주택 공급 대책의 배경과 내용을 정리해 봤어요.
왜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거야?
이번 대책은 최근 들어 급격히 줄어든 주택 건설 인허가와 착공 건수를 고려해 마련된 것으로 보여요. 인허가는 ‘어디어디에 이렇게 집을 지을게요’라고 정부(지방자치단체)의 허락을 받는 걸 말하고, 착공은 모든 허가를 받은 이후에 실제로 짓기 시작하는 걸 말해요. 인허가와 착공 건수가 급감한다는 건, 건설 회사들이 부쩍 집을 안 짓기 시작했다는 뜻이겠죠.
올해 들어 8월까지의 주택 인허가는 총 21만 275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8% 감소했어요. 착공(11만 3892가구)은 54% 급감해서 작년 대비 절반도 되지 않았어요.
지금 인허가와 착공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장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몇 년 뒤에는 문제가 심각해져요. 신규 주택이 완공돼서 사람들이 입주하려면, 보통 인허가 이후 4~5년, 착공 기준으로는 2~3년 정도 걸린다고 해요. 집 지을 준비를 지금 안 하면, 2년~5년 뒤 완공되는 새집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공급난이 발생하게 되는 거예요. 새 아파트 부족 현상이 집값 급등을 부추길 수도 있고요.
왜 집을 안 짓는 건데?
건설 회사들이 집을 안 짓기 시작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예요. ‘금융비용’과 ‘공사비’죠. 쉽게 말하면 집 지을 때 들어가는 돈이 너무 늘어서 사업을 하기 어려워진 건데요. 실제로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부도를 내는 중소규모 건설사가 줄줄이 생겨나고 있어요.
먼저 금융비용 측면을 살펴보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어려워졌다는 점이 건설사에는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금융기관들이 장기로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자하는 걸 말해요. 사업(프로젝트)의 장래성을 보고 큰돈을 투자할 사람을 찾는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선 부동산 개발 자금을 조달할 때 이 PF가 많이 활용돼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꽤 오랫동안 부동산 경기가 둔화 국면을 맞았던 데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금리까지 워낙 많이 올라서 PF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어요.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 쉽게 돈을 빌려주던 은행들은 깐깐하게 사업의 수익성을 따져보고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어요. 빌려준다 해도 예전보다 이자율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었죠.
확 늘어난 금융비용만큼 건설 업계에 악재로 작용한 건 ‘공사비’였어요. 팬데믹 시기에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요동쳤거든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더욱 부추겼고, 건설 자재들도 확 비싸질 수밖에 없었어요.
국내 건설비용의 평균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주거용 건물 기준)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116 정도였지만, 올해 5월엔 150을 넘겼어요. 약 30% 상승한 거예요.
어떻게 집을 늘리겠다는 거야?
이번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을 정리해 보면 ‘우선 정부 주도로 늘릴 수 있는 주택은 최대한 늘리고, 차차 민간에서도 공급이 늘어나도록 지원하겠다’ 정도가 돼요.
건설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사업하는 걸 꺼리는 상황이라 당장은 쉽게 공급을 늘리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일단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모양새예요. 대표적인 게 바로 3기 신도시 사업 속도를 높이고, 짓는 주택 수도 늘리는 방법이에요.
정부는 수도권 3기 신도시 다섯 곳에 짓기로 계획한 17만 6000호 규모의 신규 주택에 3만호를 추가하기로 했어요. 기존 계획보다 조금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용적률을 높이고, 공원 녹지 같은 땅의 일부를 주택용 토지로 일부 전환하는 방식이래요. 쾌적한 주거환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계획을 수정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에요.
정부가 향후 수도권 중심부에서 30km 이내의 ‘신규 택지’를 추가로 지정해 짓는 6만 5000호도 8만 5000호로 늘릴 계획이래요. 이외에 금융 부담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진행이 되지 않던 민간 주택 물량 5000호를 공공 주택으로 전환해서 지을 거라고 해요.
3기 신도시 3만호, 신규 택지 2만호, 공공주택으로 전환한 민간 물량 5000호 등 총 5만 5000호를 추가하겠다는 거예요.
이런 사업들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들도 함께 발표됐어요. 내년 상반기에 추가로 발표 예정이었던 신규 택지는 올해 11월로 당겨서 발표하고, 공공주택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 전략을 동원할 예정이래요.
신도시랑 공공주택이면 충분해?
3기 신도시와 신규 택지 등 공공 부문 주도로 추진하는 주택 공급 사업은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안정적이고 계획적으로 주택 공급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집을 정부가 공급할 수는 없어요. 결국 신규 주택이 모자라지 않게 계속 공급되려면 건설 회사들이 나서서 집을 짓게 만들어야겠죠. 이 부분이 앞서 언급했던 ‘차차 민간에서도 공급이 늘어나도록 지원하겠다’에 해당하는 대책이에요. 특히 최근 건설업계가 금융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금융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어요.
민간 부문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금융 지원책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지원이 핵심이에요. 우선 주택금융 관련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건설업계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돕기로 했어요.
두 기관은 건설회사들이 은행에서 PF 대출을 받을 때 각종 심사를 통해 ‘보증’을 제공해요. 괜찮은 사업인지 직접 따져본 뒤 ‘우리가 보증설 테니까 저 회사에 돈 빌려줘’라고 보증을 서는 거죠. 은행들이 주택 사업에 대출을 해주도록 장려하는 차원이에요.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기존에 총 15조원 규모였던 HUG와 HF의 보증은 총 25조원까지 늘어나요.
또한 건설 프로젝트를 할 때 전체 사업비의 50%만 빌릴 수 있었던 PF대출 보증의 한도를 70%까지 늘려주고, 이런 보증을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심사 기준을 많이 완화해 주기로 했어요.
이외에도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의 PF 지원 관련 재원을 3조원 더 확충하는 등 다양한 ‘금융지원 패키지’가 이번 발표에 포함됐어요. 한 마디로 ‘건설 회사에 대출을 더 많이, 더 쉽게 해주겠다’는 내용인 셈이에요.
주택 공급 대책, 성공할까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주택 공급 대책을 두고 대체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어요. 정부가 직접 늘릴 수 있는 숫자에 한계가 있는 점, 이번 대책으로 실제 주택 공급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한 몇 년 걸리는 점 등을 고려하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요.
근본적으로 공급 부족 문제는 높은 금리와 공사비(물가) 상승 등 세계 경제 전반의 흐름에 영향을 받은 것인 만큼, 국내 정책이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와요.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알겠지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거죠.
과연 앞으로 몇 년 뒤 우리가 마주할 부동산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려했던 대로 신규 주택 공급이 끊어져 집값이 급등하는 시장일지, 아니면 충분한 주택 공급으로 집값 걱정은 조금 사라진 세상일지 궁금해지네요.
3줄 요약
1 정부가 어제(26일)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음. 기존의 정책을 조금 수정하고, 일부 추가 수단들을 동원해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내용.
2 이번 대책은 급격히 줄어든 주택 건설 인허가와 착공 건수를 고려해 마련된 것. 몇 년 뒤에는 신규 주택이 부족해져 집값 불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
3 정부 주도로 3기 신도시와 신규 택지 등의 공급을 늘려 5만 5천호를 추가 확보하면서, 건설업계의 금융 부담 경감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
미국·중국 배터리 협력, 과연 가능할까요?
미국과 중국 기업이 함께 추진하던 이차전지(배터리) 합작공장 건립이 중단됐어요. 중국 배터리 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치권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요. 앞서 지난 2월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 업체인 중국 CATL과 힘을 합쳐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했어요. 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선 ‘중국 배터리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놔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죠. 미국은 중국 배터리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 중인데요. 중국 배터리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IRA의 규제를 피해 갈 수 있거든요.
제조업 인력난에 외국인 비자 발급 늘려요
정부가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 합법적으로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비자 발급을 확대해요. 제조업 회사들이 일할 사람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25일 정부는 숙련된 기능직에 발급하는 비자 규모를 기존 연간 2000명에서 3만 5000명으로 늘린다고 밝혔어요. 해당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원한다면 한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고 가족도 데려올 수 있어요. 정부는 4년 이상 국내에서 일한 근로자 중, 기업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여부를 심사하기로 했어요.
철근 빼먹은 아파트, 또 발견됐어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중에서 철근을 누락하고 부실 시공한 곳이 추가로 발견됐어요. 지난 4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LH 아파트들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었죠. 이에 정부가 무량판 구조의 아파트를 전수 조사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벽식 구조 아파트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어요. 벽식 구조는 공간을 구분하는 벽이 천장을 받치는 기둥의 역할까지 하는 구조를 의미해요. 일반 아파트는 대부분 벽식 구조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사상 최고치 경신한 부채비율
가계와 기업의 빚이 경제 규모의 2.26배 수준까지 증가했어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부채(가계 부채+기업 부채) 비율은 225.7%로 집계됐어요. 3개월 전보다 1.2%포인트 높은 역대 최고 수치죠.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아졌고, 경영난을 겪으며 빚이 불어난 기업들도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와요. 한국은행은 ‘GDP 대비 가계 빚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기업 부채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고 경고했어요. 부채 규모가 더 늘어나면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전체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에요.
다누리가 보내온 명절 인사
달 탐사선 다누리가 촬영한 지구/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의 첫 번째 달 탐사선인 ‘다누리’가 추석을 맞아 달 근처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어요. 지난 15일 다누리가 달 상공 고도 100㎞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에요. 다누리는 달에 직접 착륙하지는 못하지만, 달 궤도를 따라 돌면서 연구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빨간 사과를 발견하셨나요?
3기 신도시가 뭐야?
부동산 관련 뉴스에는 종종 ‘3기 신도시’, ‘2기 신도시’ 같은 표현이 등장해요. 넓은 의미의 ‘신도시’는 계획적,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들을 뜻하는데요.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장한 도시가 아니라, 정부가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만든 도시예요.
우리나라에선 대도시의 인구를 분산시키거나 낙후된 지역의 개발을 촉진하려고 하는 경우, 혹은 부족한 주택을 공급해야 할 때 신도시를 조성하고 있어요. 특히 ‘○기 신도시’는 정부가 수도권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만든 신도시들을 의미한다고 보면 돼요. 지금까지 정부는 3차례에 걸쳐 수도권 신도시 개발 사업을 진행했어요.
ㅣ1기 신도시
노태우 정부(1988~1993년)는 절대적인 주택 수가 부족하다며 전국적으로 200만 가구에 달하는 주택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요. 그 중 수도권 지역에서 약 30만 가구에 달하는 주택이 공급된 곳을 1기 신도시라고 부르죠. 당시 분당(성남시), 일산(고양시), 중동(부천시), 평촌(안양시), 산본(군포시) 등 경기도 5개 지역에 신도시가 조성됐어요.
ㅣ2기 신도시
한동안은 1기 신도시가 수도권 지역의 주택 부족 현상을 해소해 줬는데요. 하지만 이후에도 수도권이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노무현 정부(2003~2008년)도 신도시 조성 계획을 추진했죠.
2기 신도시 사업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뿐 아니라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추진됐어요. 도시 내에 녹지도 많이 만들고, 자체 산업단지나 교육·편의시설도 다양하게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거예요.
2기 신도시들은 2007년부터 사업이 본격화됐어요. 12곳에 신도시를 건설해 약 6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는데요. 판교(성남시), 동탄1·2(화성시), 운정(파주시), 광교(수원시), 한강(김포시), 양주(양주시), 고덕(평택시), 위례(서울시 송파구, 성남시, 하남시), 검단(인천시) 등 수도권 지역 외에도 충청권인 아산(천안시, 아산시), 도안(대전시)에도 2기 신도시가 조성됐어요.
ㅣ3기 신도시
문재인 정부(2017~2022년) 역시 대규모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어요. 서울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에요. 충청권이 포함됐던 2기와 달리 3기 신도시는 수도권 지역에 집중됐어요. 3기 신도시 사업은 왕숙(남양주시), 교산(하남시), 창릉(고양시), 대장(부천시), 계양(인천시) 등 지역에 주택 약 30만 호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디그팀도 추석 연휴를 맞아 쉬어가기로 했어요. 더 알찬 콘텐츠로 돌아올게요. 오늘도 저희 뉴스레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