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전통주 매력 극대화하는 한식…환상의 콤비를 찾아라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한식과의 페어링전통주 소믈리에·한식연구가머리 맞대고 찾아낸 최상 조합‘월간요술상’서 다채롭게 선봬술의 섬세한 풍미에 집중하며양조장 역사 곁들여 흥미 배가

매월 넷째주 서울 광진구 자양시장 ‘테이스티 케이’에선 ‘월간요술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조태경 전통주 소믈리에(왼쪽)가 전통주·한식을 페어링해 소개하면 참가자들이 시식하고 감상을 나눈다.
오른쪽 사진은 ‘왕중왕전’ 주제 첫 코스로 선보인 ‘레돔내추럴화이트스파클링’ 와인과 당근 라페 샌드위치. 현진 기자 sajinga@nongmin.com

전통주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어울리는 한식이다.
술과 음식의 궁합을 ‘페어링’이라고 한다.
맛깔나는 한식에 곁들이는 술 한잔은 그야말로 금상첨화. 전통주 소비를 확대하려면 한식 페어링에 더욱 무게를 둬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최근엔 페어링을 소개하는 술자리도 많아졌다.
선두에는 조태경 전통주 소믈리에와 황정아 한식연구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월간요술상’이 있다.
최근 이곳을 찾았다.
 
“오랜만이네요, 이번 주제는 ‘왕중왕전’이에요.”
본격적인 클래스 시작 전, 조 소믈리에가 주제를 밝힌다.
월간요술상은 서울 광진구 자양시장에 있는 테이스티 케이(Tasty K)에서 매달 넷째주 수·목·금요일 3일 동안 열린다.
한번에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참석하고, 주제는 매달 달라진다.
이번은 월간요술상 3주년을 맞아 그동안 가장 인기 있던 요리를 다시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번에 준비된 코스는 네가지다.
오늘 소개할 술을 꺼내 조 소믈리에가 설명하고, 순서대로 황 연구가가 요리한 음식을 곁들인다.
국산 양조용 포도품종 ‘청수’로 만든 와인인 충북 충주 작은알자스 ‘레돔내추럴화이트스파클링’과 당근 라페(채썬) 샌드위치가 어울린다.
찹쌀로 빚은 경북 안동 농암종택 ‘일엽편주 탁주’와 고추장 사과 소스를 곁들인 닭떡갈비는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술과 요리가 나올 때마다 참석자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인증샷을 찍는다.

슴슴한 맛으로 마니아층이 두터운 전북 정읍 태인주조장 ‘송명섭막걸리’와 한약재인 지초로 색을 낸 전남 진도 성원홍주 ‘진도성원홍주’는 들기름들깨막국수와 곁들였다.
탁주의 은은한 산미가 고소한 막국수 맛을 돋보이게 해준다.
찬 성질의 메밀에 도수 높은 홍주가 어울려 특별히 이 코스에는 두가지 술이 매칭됐다.
마지막으로 강원 횡성 양온소 온에서 빚은 ‘과하주 온’에 토종꿀을 입힌 섭산삼구이로 마무리했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을 만큼 맛깔나는 페어링이다.

전통주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건 바로 한식이다.
매달 조 소믈리에가 술을 고르면 황 연구가가 여기에 맞는 요리를 구상한다.
술과 음식 중 어느 하나가 도드라지기보단 함께 어울리는 조합을 찾아야 한다.
산미 있는 술에는 새콤한 음식, 달달한 술에는 달곰한 후식 메뉴가 잘 어울린단다.
또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도 비법이다.
 
황 연구가는 “고추장·사과를 섞어 감칠맛을 끌어올린 떡갈비 소스는 곡물향이 짙은 탁주와 잘 어울린다”며 “먹으면 먹을수록 술의 섬세한 풍미에 잘 집중할 수 있는 요리로 준비하려고 고민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의 진가는 모든 요리가 나온 다음에 발휘된다.
참석자들은 돌아가면서 오늘 가장 마음에 들었던 페어링과 주변에 추천하고 싶은 전통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한 참석자가 “일엽편주 탁주는 끝에서 나는 농후한 맛이 매력적이라서 특별히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밝힌다.
그러자 곧바로 조 소믈리에가 “일엽편주 탁주를 빚은 농암종택은 술 빚을 때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물·쌀·전통누룩만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깊고 깔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조 소믈리에는 “술을 소개하기 전에 꼭 양조장을 직접 방문해 술 빚는 과정을 보고 양조장이 가진 역사적 이야기를 듣고 온다”며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세밀하게 재료를 선별하는 사람이 만든 술은 마실수록 그 가치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월간요술상에 2년째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는 박희선씨는 “술을 다양하게 마셔보는 것도 좋지만, 혼자 마실 때는 알지 못했던 양조장의 역사나 술에 깃든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어 계속 찾게 된다”고 전했다.

다채로운 주제는 월간요술상의 무기다.
예를 들어 5월엔 ‘현대판 주막’을 주제로 직접 빚은 술을 파는 요릿집을 다뤘다.
지난해 7월엔 ‘꽃술’을 주제로 누룩에 진달래꽃을 얹어 빚는 술, 꽃이 들어간 술 등을 다채롭게 소개했다.
같은 술을 다른 온도에서 마시는 ‘온도 차이’나 고문헌에 나온 술을 재해석해 소개하는 ‘책 속의 술’ 주제도 반응이 뜨거웠다.

조 소믈리에는 “주제가 흥미로울수록 참석률이 높아 언제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장에 적어둘 정도로 늘 부담을 갖고 있다”며 “각 전통주를 마실 때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최대한 새로운 술을 소개하려면 어떤 주제가 좋을지 고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술을 즐기기 위해선 페어링이 필수라고 말한다.
공들여 만든 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어울리는 음식을 곁들여 잊을 수 없는 식사 시간을 꾸며야 한다는 것. 술 한잔에 담겨 있는 술 빚는 이들의 노고와 집념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온전히 음미하기 위한 방법이다.

조 소믈리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전통주를 알리고 싶다”며 “페어링을 했을 때 나오는 시너지를 직접 경험하고, 전통주에 대한 좋은 기억을 오랫동안 갖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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