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에디터 칼럼

[칼럼] 술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개발팀 최 사원: 안주는 괜찮습니다.
다이어트 중이라서 술만 마실게요. 술은 살 안 쪄요.

기획팀 박 대리: 와인 한 잔은 오히려 몸에 좋다던데?

영업팀 김 부장: 간도 단련하는 거야. 많이 마시면 주량도 늘어!

이 셋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셋다 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는 거다.
굳이 따지자면 이들이 백 프로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맞다.
어떤 술은 다른 술에 비해 살이 덜 찐다.
맞다.
와인에는 실제로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들어있다.
술을 자주 마셔서 주량이 늘어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실제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틀렸다.

본인의 건강 상태와 컨디션에 맞는 적당한 음주는 대인관계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술을 빼놓고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왕 마실 거 제대로 알고 마시자.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술에 관한 진실에 대해 알아보겠다.

목차

1. 술만 마시면 살 안찐다?

2. 와인은 건강에 좋다?

3. 술도 는다?

4. 마법같은 숙취 비결

이메일 문의: jongmindaniel@gmail.com

술만 마시면 살 안찐다?

알코올은 칼로리가 없을까? 있다.
알코올의 칼로리는 같은 양의 단백질 혹은 탄수화물에 비해 2배나 높다.
하지만 알코올은 빈 칼로리(empty calory)다.
어떠한 영양학적 가치도 없다는 말이다.
알코올로 인해 발생한 초과 칼로리가 지방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단 5%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술만 마시면 살 안찐다는 개발팀 최 사원의 말은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
안주없이 술만 마신다면 ‘별로’ 안찐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별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소주, 위스키, 보드카와 같은 증류주를 마실 때의 얘기다.
당이 첨가된 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달달한 디저트 와인에 들어간 당은 곧바로 뱃살행이라 생각하면 된다.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느라 바쁜 나머지 술과 함께 섭취한 영양소는 간에서 분해되지 못하고 곧바로 지방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맥주는 달지 않고 쓰니까 괜찮을 것 같지만 비교적 단맛이 적은 포도당 혹은 엿당 형태의 당이 맥주의 쓴맛에 가려져 있을 뿐 맥주에는 높은 확률로 꽤 많은 당이 첨가되어 있다.
그러니 최 사원이 마신 술이 와인 혹은 맥주였다면 술만 마시고도 충분히 살이 찔 수 있다.

와인은 몸에 좋다?

한 잔 정도는 정말 몸에 좋을까? 아니다.
술이나 담배나 백해무익한 건 동일하다.
아쉽지만 사실이다.
알코올은 간에서 대사되면서 독성 분자를 생성하는데 이는 세포 손상과 사멸을 일으킨다.
게다가 알코올은 수용성이면서 동시에 지용성이다.
때문에 혈뇌장벽을 포함한 신체의 모든 세포와 조직을 통과할 수 있다.
뇌를 포함한 신체 구석구석의 세포를 골고루 손상시킨다는 거다.

취기는 알코올 대사 시 발생하는 독으로 인한 신경 회로 손상이다.
회로 손상으로 인해 계획적 사고 및 충동 억제를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의 기능이 떨어진다.
흔히 말하는 ‘필름이 끊기는 현상’은 기억 형성 및 저장을 관장하는 신경망이 제기능을 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소주를 기준으로 주당 12-24잔의 알코올 섭취는 100% 확률로 뇌의 퇴화를 유발한다.
하루에 1-2잔, 일주일에 7-14잔 정도의 꾸준한 음주는 뇌의 신피질 손상과 관련이 있다.
게다가 일주일에 1~2회 규칙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을 때에도 신경 회로 변화를 경험한다.
음주 습관을 형성하는 신경 회로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음주가 습관이 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데 2-6개월의 금주가 필요하다.
술을 더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습관 신경 회로를 깨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직까지 한 달에 두어번 1-2잔의 음주가 신경 회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그러니 과학적으로 ‘적당한 음주’라는 건 정말 어쩌다 한 잔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건강에 가장 좋은 음주량은 ‘제로(zero)'라고 까지 말한다.

와인이 몸에 좋다는 말이 퍼진 건 레드 와인에서 발견되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레스베라트롤은 식물성 물질로 탁월한 항암 및 안티 에이징 효과가 있다.
레드 와인이 레스베라트롤 성분을 함유하는 것은 맞지만 그 양이 미미하여 실질적인 항암 효과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술도 는다?

한국인의 대부분은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매우 붉어진다.
술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게 만인 공통이라 생각했다면 오해도 그런 오해가 없다.
술만 들어가면 홍익인간 뜻으로 나라 세울 것 같은 사람들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체내 농도가 매우 낮은 사람들이다.
안타깝게도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들이 태생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다고 한다.

알코올의 독성을 분해하지 못하는 몸으로 지속적으로 알코올 섭취하다보면 몸에 독성이 축적된다.
술을 마시면 마실 수록 주량이 늘어나는 것은 독성이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간이 단련 되어 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게 아니라 독성으로 인해 간이 제기능을 못하게 되는 거다.
그러니 주량이 늘었다면 기뻐할게 아니라, 그 즉시 술을 끊는 것이 옳다.

추가로, 전체 인구의 30% 정도는 알코올 중독 성향을 타고난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술을 마시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이런 성향을 본인 스스로 판별해내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 가족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마법같은 숙취 비결

맞는 말만 계속하려니까 민망할 지경인데, 안타깝게도 숙취를 위한 마법의 치료제 따위는 없다.
하나 있기는 한데 권장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그건 술이기 때문이다.
다시 취하면 숙취는 확실히 줄어든다.
결국 더 큰 숙취로 고통받겠지만 말이다.

그나마 천천히 취하는 방법이 있다면, 안주를 야무지게 먹는거다.
술을 마시기 전이나 술을 마시는 동안 뭐든 계속 먹으면 알코올 흡수가 느려지므로 상대적으로 천천히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취했다면 그때는 늦었다.
취한 채 음식을 섭취한다고 해서 취기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도 먹고 추가로 마신 알코올의 효과를 더디게 할 수는 있다.

술 한 잔만 들어가도 그 날 밤 수면의 질은 박살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알코올이 혈류에 존재하면 수면 구조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술에서 깰 때 혈관수축으로 인해 두통이 발생한다.
아프다고 진통제를 함부로 복용해서도 안되는게, 알코올 분해하느라 바쁜 간이 약제의 독성까지 감당해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딱히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숙취는 감기와 같다.
몸이 자연적으로 회복할 때까지 버텨야 할 뿐이다.
최 사원도, 박 차장도, 김 부장님도 그저 잘 견뎌내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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