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 과학계 10대 혁신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 과학계 10대 혁신

혁신적 비만 치료제 ‘GLP-1’, 에너지 고갈 문제 돌파구 ‘천연 수소’ 등 선정

▲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지난 15일 2023년 과학계를 빛낸 혁신적인 사건 10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Science

과학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매년 연말이면 한 해를 빛낸 과학계 혁신적인 사건 10가지를 꼽아 발표한다.
15일(한국시간) 공개된 올해의 최고의 혁신적인 사건으로는 인슐린 분비 조절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을 타깃하는 비만 치료제가 꼽혔다.

개발자도 몰랐던 비만 치료제의 혁신

GLP-1 작용제는 본래 1980년대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물이다.
1990년대에는 GLP-1을 쥐의 뇌에 조사했더니 식욕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연구도 나왔다.
2005년 ‘엑세나티드’,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등의 약물이 당뇨병 치료를 위해 승인됐는데, 2014년에는 비만 치료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2021년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가 승인되면서 GLP-1 기반 비만치료제 붐이 일었다.
위고비는 하루 1~2회 주사해야 하는 다른 약물과 달리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 노보노디스크의 GLP-1 수용체 작용제 위고비 ⓒWegovy

올해 진행된 임상 시험에서 체중 감량 외 다른 건강상 이점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만 및 심부전 환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세미글루타이드를 접종한 환자가 심장 관련 질환 개선이 2배 더 좋았다.
또한 과체중 및 심혈관계 질환 환자 1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임상 실험에서도 GLP-1 작용제 투여가 심장 마비 및 뇌졸중 위험을 20% 가량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나아가 담배나 약물 중독 치료를 위한 임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연구자들은 GLP-1 작용제가 쾌락에 대한 욕망을 조절하는 뇌 수용체에 결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발자도 몰랐던 다양한 효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사이언스’는 GLP-1 작용제를 올해의 혁신으로 꼽았다.

약해진 바다의 심장

바다의 심장은 남극에 있다.
남극 저층수는 수온이 낮고 염분이 높은 고밀도 해수로 수심 4,000m 이하에서 해저를 따라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으로 퍼져 나간다.
그 과정에서 열, 탄소, 산소, 영양분 등을 순환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 중의 탄소를 심해에 격리해 기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때, 연간 지구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1가량이 포착된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남극 주변 만년설과 빙하 용융수가 해양에 다량 유입되면서 해저까지 도달하는 해수가 줄어들고 순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연구진은 1970년대 이후로 순환 속도가 최대 20%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호주 연구진은 1992년부터 2017년까지 심해 물의 순환이 30%가량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왜 순환이 감소했는지, 그리고 감소에 미친 인류의 영향은 얼마나 되는지, 이 감소가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수소 에너지 혁명의 신호탄

1859년 에드윈 드레이크는 미국 펜실베이나주에서 원유를 채취했다.
이날은 현대 석유 사업의 원년으로 기록됐다.
올해는 수소 사업의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독극물이 된 석유 사업과 달리 수소 사업은 지구의 치료제가 될 것이다.

▲ 말리의 석유회사 ‘페트로마’는 서아프리카 말리 보우라케보우고우 마을에서 추출되는 수소를 이용한 사업을 준비하며 회사명을 ‘하이드로마’로 바꿨다.
ⓒPaul Chouinard/Versatile energy services

1987년 서아프리카 말리의 한 마을에서 가뭄으로 물이 말랐다.
우물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은 인부를 불러 땅을 팠지만 지하수를 찾는 데 실패했다.
한 인부가 담배를 피우려고 불을 붙이는 순간 큰 화재가 발생했다.
수주 만에 불길을 잡고 구멍을 다시 메웠다.
2012년 말리의 석유회사 ‘페트로마’가 봉인됐던 구멍을 25년 만에 다시 열었다.
분석 결과, 구멍에서 나오는 기체의 98%가 수소였다.
페트로마는 이곳에 300kW급 소형 화력발전소를 건설했고, 주민들은 수소를 태워 나온 전기를 사용했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가스 압력이 감소하지 않았다.
심도 깊은 곳에서부터 수소가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과거 살았던 동식물의 사체가 변해 만들어진다.
즉, 매장량이 정해져 있다.
반면 천연수소는 지질 활동에서 만들어진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천연 수소의 추정 매장량은 1조t(톤) 이상으로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수소를 연료 및 비료 성분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천연 수소는 ‘골드 수소’라 불리는데, 이를 추출하는 곳이 재생에너지 등을 이용해 만드는 ‘그린 수소’보다 경제적이다.
전 세계에서 천연 수소를 찾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석유공사 역시 국내 다섯 곳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수소 발생을 확인했다.

날씨를 예측하는 AI

오늘날 일기 예보는 수주 뒤의 날씨 변화까지도 꽤 정확하게 예측한다.
날씨 예측을 위해서는 복잡한 방정식을 계산해야 하는데, 백만 개 처리장치를 가진 슈퍼컴퓨터가 수행해도 수 시간이 소요된다.
그만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구글, 후아웨이, 엔비디아 등은 올해 딥러닝을 통해 날씨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이들 AI는 지난 40년간의 날씨 데이터를 훈련하고 기온, 바람, 온도, 습도 등 날씨 변수 간의 연결을 학습하여 10일 이후까지의 날씨를 예측한다.
복잡한 방정식을 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반 컴퓨터 1대로 1분 내 기상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고 유용하다.
AI 예보가 당장 기존의 기상예보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기존 날씨 예측을 보완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말라리아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

2021년 세계 최초의 말라리아 백신 ‘모스퀴릭스’가 출시된 지 2년 만에 두 번째 백신인 ‘R21(메트릭스M)’이 지난 10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았다.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140건의 말라리아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됐지만, WHO가 승인한 백신은 모스퀴릭스가 유일했다.
모스퀴릭스의 말라리아 예방 효과는 우수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말라리아 영향 지역에서 태어나는 어린이는 4000만 명인데, 모스퀴릭스는 고작 450만 명에게만 접종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메트릭스M은 모스퀴릭스와 마찬가지로 말라리아 열대열원충을 유발하는 기생충 항원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다.
1회분 가격은 2~4달러로 모스퀴릭스의 절반 정도고, 적은 용량을 투여해도 같은 효과를 낸다.
말리, 케냐, 탄자니아 등 말라리아 감염이 많은 지역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 75%의 말라리아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무엇보다 메트릭스M은 1년에 1억 회 분을 생산할 수 있다.
말라리아 백신 수요와 공급 간의 격차를 메울 것으로 기대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활짝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 ‘레카네맙’을 승인한 데 이어, ‘도나네맙’도 승인 가시권에 들었다.
레카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 저하를 27%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나네맙은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 인지 저하를 위약군 대비 35% 지연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두 약물 모두 정맥 주사 방식으로 레카네맙은 2주마다, 도나네맙은 4주마다 투약이 필요하다.

치료의 부작용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알츠하이머 환자 중 APOE4라는 알츠하이머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 부작용에 취약하다.
뇌졸중을 예방하거나 혈전을 용해하기 위해 혈전 예방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도 부작용 위험이 높다.
그래서 레카네맙의 경우 치료 전 치매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권고된다.

인류의 북미 대륙 진출, 생각보다 빨랐다

▲ 미국 화이트샌즈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발자국을 분석한 결과 인류의 북미 대륙 진출이 기존 예상보다 최소 5000년 이상 빠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Dan Odess

지금까지 북미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간의 흔적은 약 1만3000년 전에 쓰였던 석기 창과 바늘 등이었다.
이를 토대로 약 1만6000년 전 시베리아에서 거주하던 원시 인류가 빙하기 동안 알래스카로 이주한 뒤, 빙하기가 끝나며 아메리카 대륙으로 유입됐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인류의 북미 대륙 진출은 최소 5000년 이상 앞당길 증거가 올해 나왔다.
뉴멕시코주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에서 발견됐던 고대 인류의 발자국이 약 2만1,000~2만3,000년 전에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발자국 주변 지면에서 발굴된 식물 종자의 탄소 연대 측정 등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한편, 일각에서는 주변에 호수가 있어 식물 종자들이 물에서 나온 오래된 탄소를 흡수해 실제보다 더 오래된 것처럼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구진은 화로나 돌 도구 등 추가 증거를 발견하길 기다리고 있다.

우주 진화의 비밀 알려준 배경 중력파 관측

우주 곳곳에 퍼져 있는 배경 중력파가 올해 처음 관측됐다.
미국, 캐나나 등 190명 이상의 과학자가 소속된 ‘북미 나노헤르츠 중력파 관측소’ 연구진은 총 68개의 펄서에서 나온 중력파를 15년간 관측한 결과를 6월 발표했다.
중력파는 질량을 지닌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생기는 중력 변화가 시공간을 전파해 가며 물결처럼 출렁이는 것을 의미한다.
강력한 자기장을 갖는 중성자별 펄서를 통해 중력파를 관측한다.

최초 중력파 관측은 2015년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에서 이뤄졌다.
이후 지금까지의 중력파 관측은 급격하고 순식간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우주에 무수히 존재하는 중력파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반면, 북미 나노헤르츠 중력파 관측소 연구진은 15년간 저주파인 배경 중력파를 검출했다.
연구진은 초거대질량 블랙홀 쌍성이 합쳐지면서 중력파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배경 중력파 관측은 우주의 진화나 은하가 얼마나 자주 병합되는 지 등 정보를 줄 단서다.

신진 연구자들의 반란

이공계 대학원생이나 박사후연구원의 낮은 처우는 오래도록 문제였다.
지난 해 말과 올해는 이들이 결집하여 불만을 직접적으로 내놓는 사건들이 있었다.
UCLA, UC어바인 등 미국 캘리포니아대(UC) 산하 10개 캠퍼스의 소속 교직원 4만8000명은 지난 해 11월 더 나은 급여와 혜택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학문 파업으로 기록됐다.
파업은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의 상당한 급여 인상을 이끈 뒤 종료됐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는 수천 명의 학문 종사자들이 지난 5월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에 대한 정부의 자금 증액을 요구하며 대규모 1일 시위를 벌였다.
졸업 후 수익성이 높은 산업으로 가는 이공계 인력 증가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많은 교수들이 공석인 박사후연구원 자리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 역시 대학의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엑사 스케일의 시대 개막

▲ 최초의 엑사 스케일 컴퓨터로 공식 기록된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 ‘프론티어’. ⓒWikipedia

최초의 엑사 스케일 컴퓨터가 올해 탄생했다.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프론티어(Frontier)’는 지난 11월 발표된 슈퍼컴퓨터 순위 톱500(Top500)에서 성능 1위를 차지했다.
프론티어의 실측 성능은 1.194엑사플롭스(EF)로 1초에 119.4경 번 연산이 가능하다.
중국도 엑사 스케일 컴퓨터를 가동 중이라는 잠정적 보도가 있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다.

프런티어는 약 3년 뒤쯤 과학자들이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별들의 폭발을 시뮬레이션하고, 아원자 입자의 특성을 계산하고, 핵융합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조사하고, 질병의 진단과 예방을 위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목표를 우선시한다.
내년에는 아르곤국립연구소를 비롯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 엑사 스케일 컴퓨터가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 과학계 수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2023년 과학계에서 벌어진 부끄러운 사건들

▲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5일 2023년 과학계를 부끄럽게 한 사건 4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GettyImages

화려한 영광 뒤에는 부끄러운 수치도 있다.
15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2023년 과학계를 빛낸 10대 혁신적인 사건을 발표하며, 과학계를 부끄럽게 한 수치스러운 사건 4가지도 선정해 발표했다.

성희롱으로 축소된 과학

지난 8월 남극기지에서 일하던 여성 기계공이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옷 속에 망치를 지니고 다녀야 했다고 폭로한 보도가 이뤄졌다.
남극기지 특유의 고립된 환경과 마초 문화로 인해 성폭력이 만연했으며 신고도 묵살됐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59%의 여성이 남극기지에서 성희롱,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여성의 72%는 이런 행위가 남극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NSF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무실을 만들고 24시간 헬프라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성희롱 사태만의 영향은 아니겠지만, 2023~2024년 시즌에 예정된 남극 프로젝트의 절반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NSF 관계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프로젝트들이 연장되면서 맥머드 기지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노후 선박 대체를 위한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최전방의 남극 연구가 흔들리고 있다.
사이언스는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을 조기 경고하는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남극 연구의 전망이 밝지 않으면 신진 연구자들이 다른 분야로 떠나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보다 큰 불신

▲ 코로나19 팬데믹이 우한의 정부연구소에서의 바이러스 유출로 인해 시작됐다는 음모설로 시끄러운 한 해였다.
ⓒGettyImages

코로나19 팬데믹을 유발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검출된 지 3년이 넘게 지났지만 바이러스의 기원을 두고 시끄러운 한 해였다.
많은 과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우한의 시장에서 판매되는 감염된 동물로부터 자연적인 간접 전파로 인해 시작됐다는 이론을 지지한다.
그런데 지난 3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그저 음모설로 치부됐던 중국 실험실 유출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불신을 키운 데는 중국의 태도도 한몫했다.
중국은 간접 전파 시나리오를 평가하려는 시도에 응하지 않았고, 연구소에 대한 독립적인 평가 역시 거절했다.
하지만 대유행을 초래했을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사건이나 관련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실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 6월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 유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하며 중국 실험실 기원설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는다고 기록했다.

실험실 사고에 대한 우려로 인해 미국 정부는 전염병 잠재력을 가진 바이러스 연구를 보다 엄격하게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규제가 전염병 관련 연구에 방해가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전도체, 혁명에서 수치로

▲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을 위한 지나친 열정에서 부끄러워진 사건도 나왔다.
ⓒGettyImages

올해 초 만해도 ‘혁명’으로 불리던 연구가 해를 넘기지 못하고 수치가 됐다.
지난 11월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섭씨 20.5도의 실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고 밝힌 랑가 디아스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팀의 논문을 철회했다.
이 연구에서 발견된 물질은 초전도성을 띨 때 분홍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레드매터(red matter)’라는 별명이 붙었다.
연구팀이 주장한 물질이 다른 연구에선 재현되지 않아 신빙성에 문제가 불거졌다.
11명의 공동 저자 중 8명이 ‘논문의 무결성이 훼손됐다’는 의견과 함께 철회를 요청했다.
디아스 교수가 철회에 동의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디아스 교수의 논문 철회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2020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은 신뢰도 문제로, 2023년 7월 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피지컬 뉴스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에 게재됐던 논문은 데이터 조작 혐의로 철회됐다.
한편, 지난 4월에는 디아스 교수가 워싱턴주립대에서 2013년 작성한 박사학위 논문을 일부 표절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전해졌다.
디아스 교수는 의혹이 제기된 모든 부정행위를 부인했다.

한편, 네이처는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한국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했던 상온 초전도체, ‘LK-99’도 함께 언급했다.
네이처는 “온라인에서 확산된 한국 연구진에 의한 상온 초전도체 연구는 비윤리적 행동은 없었지만, 상온상압 초전도체 실현의 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주목받는 실수”라고 언급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4개월의 검증 끝에 “‘LK-99’가 초전도체라는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결론을 13일 발표했다.

과학계에도 미친 ‘머스크 리스크’

▲ 과학자들이 주요 소통 채널이던 ‘트위터’가 엑스(X)로 사명을 개명하며, 많은 과학자들이 엑스 사용을 중단했다.
ⓒNeedPix

트위터는 수익 다각화를 모색한다는 이 로 지난 7월부터 사명을 엑스(X)로 개명했다.
트위터는 과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채널이었다.
연구 결과를 홍보하고,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공간이었다.
또 잘못된 정부와 싸우기 위해 엑스를 중요한 정보 출처 플랫폼으로 사용했다.
엑스 개명 이후 콘텐츠 관리가 축소됨에 따라 혐오 발언과 오남용 등 고유의 문제는 더욱 증가했고 많은 과학자들이 엑스를 떠났다.

‘네이처’가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위터를 사용하던 과학자 중 7%가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9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조사에서 47% 이상이 엑스 사용을 줄였다고 답했다.
이들은 마스토돈, 링크드인, 인스타그램과 같은 다른 채널로 옮겨갔다.

머스크 인수 이후 학술검색 API를 유료화한 것도 한몫했다.
학술검색 API는 트위터에 기록된 방대한 데이터와 고급 필터링 도구에 대한 접근권한을 부여했다.
유료 고객이 아니라도 승인받은 연구원들은 학술검색 API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머스크 인수 이후 이 기능이 유료화되면서 매월 수만 달러의 이용료를 낼 수 없는 연구원들은 엑스를 떠났다.

사이언스는 “트위터의 데이터를 활용하던 수십 개의 연구가 중단되거나 다른 플랫폼을 활용하는 식으로 연구 방향을 바꿨어야 했다”며 “2024년 1월부터 유럽연합에서는 엑스와 같은 플랫폼이 독립적인 연구자들에게 데이터 접근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디지털 서비스 법’이 시행되는데, 이 법이 얼마나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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