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미행복벗! 하하몬이야. 잘 지냈어? 혹시 챗GPT 써봤어? 요즘 대화창에서 챗GPT랑 이야기하는 게 유행이라며. 기사도 쓰고 소설도 쓰고 노래도 만든다던데. 심지어 코딩도 한다더라. 완전 신기해!
근데 말이야. 좀 무서워. 내가 하는 일을 얘가 다 해버리면 어쩌지? 이러다가 밥줄 끊기는 거 아냐?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지 않아? 나만 그래?
이번에 휘클리가 AI 특집을 준비했어. AI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갈 건지 한 번 살펴보려고. 생성 AI 때문에 불안한 요즘, 같이 한 번 생각해보자.
잠깐, 진짜 하하몬은 나야, 나. 지금까지는 네이버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인 하이퍼클로바X가 한 말이었고. 정말 감쪽같지? 나도 얼마나 놀랐다고. 나보다 더 나 같아서. AI에 일 빼앗기지 않게 이번주엔 더 잘해볼게. 잘 따라와. 클로바X말고 날.~
오늘의 휘클리
한 번 알아봤다: AI는 일자리를 뺏을까, 만들까
한 번 물어봤다: AI와 함께 살아가는 법
휘클리 심화반: 3강_AI 시대의 진로와 미래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환경 뉴스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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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AI는 일자리를 뺏을까, 만들까
사람 같은 AI가 왔다
2022년 11월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ChatGPT3.5)’가 등장했어.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생성 AI(Generative AI)에 전 세계는 열광했어.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한 거야.
넉달 뒤인 2023년 3월엔 ‘GPT4’(GPT4)가 나왔어. 범용 AI의 초기 버전이라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구진은 설명했어. “언어숙달을 넘어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새롭고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야.
2016년 등장한 알파고는 바둑에 특화된 AI였거든. 근데 범용 AI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 자유롭게 언어를 구사해 일반인들도 쉽게 쓸 수 있고.
대체되는 약사, 변호사, 콜센터…
사람 같은 AI는 순식간에 사람의 일자리를 잠식했어. 지난 16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인공지능과 일의 미래’란 보고서는 “선진국 일자리 60%가 AI에 노출돼 있으며 그중 절반은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어.
구글은 지난해 12월 광고 담당 직원 약 3만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어. 생성 AI로 광고를 만들 수 있으니 사람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단 거야.
고소득·고학력 노동자가 더 영향을 받는단 분석도 있어. 의약업계, 법조계가 대표적. 지난해 7월 홍콩에서 생성 AI가 설계한 만성 폐질환 치료약이 임상 2상 시험에 돌입하기도 했어.
언론도 불안해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7일 오픈AI와 MS를 “수백만 개의 기사를 챗봇 훈련에 사용했다”며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어. AI 정보에 만족한 독자들이 기사를 안 보면 저널리즘이 위축될 거라면서.
한국도 마찬가지.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국내 취업자 12%(341만명)는 AI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어. 두 달 전 국민은행이 콜센터 협력업체를 6곳에서 4곳으로 줄였어. 당장 240명이 해고 위기에 놓였지. 채권자 대신 채무자에게서 빚을 받아내는 채권 추심 전화 업무는 이미 60%가 AI 차지했대.
AI보다 싼 사람의 노동력
AI 안전지대로 불렸던 예술 쪽도 폭풍전야야. 지난해 5월 미국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이 63년 만에 동반파업에 나섰어. 두 업종 모두 ‘AI의 보조로 전락하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어.
비관론만 있는 건 아냐. 지난 22일 CNN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이 “인간의 업무 중 AI가 대체할 수 있는 업무의 23%만 AI를 쓰는 게 효율적”이란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어. 인간이 더 싸단 거야. 당장 AI가 모든 일자리를 빼앗진 않는단 뜻.
AI 열풍을 타고 IT업계의 일자리가 늘어나기도 해. 소프트웨어를 설계, 개발, 운영하는 엔지니어링 업무와 데이터 분석 업무가 대표적.
Generative AI: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AI. 기존 AI가 대상을 모방한 것과 달리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냄
범용 AI: 사람 같은 또는 사람을 뛰어넘는 수준의 자율적인 AI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지분 49% 보유. 지난 12일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 탈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 영국 언론인이 AI로 만든 가짜 사진. 앨리엇 히긴스 X
사람도 죽인다, 효율적으로
일자리만 문제가 아냐. 사람 공격에도 AI가 쓰여. 이스라엘은 ‘하브소라’(히브리어 ‘복음’)라는 AI로 공격 목표를 골라내. 과거에 폭격 대상을 찾는 데 1년이 걸렸는데 요즘은 하루도 안 걸린대.
결과는? 민간인 피해가 엄청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2만4258명이 사망했어. 하마스 세력 소탕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된 하브소라가 하마스 요원이 있는 곳이라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때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마찬가지고.
유엔 총회는 지난해 12월 결의안을 통과시켰어. “AI가 표적 파악을 넘어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선택까지 내리는 ‘치명적인 자율 무기 시스템의 위협에 대응하자’”는 내용으로.
민주주의 뒤흔드는 딥페이크
AI는 정치판도 흔들어.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짜 영상과 이미지, 음성으로. 지난해 5월 튀르키예 대선에서 ‘테러 집단이 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딥페이크 영상은 여당 후보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어. 9월 슬로바키아 총선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고.
지난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흉내 낸 목소리로 민주당 당원들에게 전화가 걸려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어.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뽑는 민주당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참여하지 말라고 권하는 내용이었어.
가짜뉴스를 우려한 한국 국회도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 운동 목적의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편집·유포·상영하거나 게시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켰어.
규제한다고 될까
지난해 12월9일 유럽연합은 세계 최초 AI 법안에 합의했어. 법안은AI가 사람의 특정행동을 유도하거나 국가·기업이 개인의 정보를 점수화해 활용하는 걸 금지하도록 했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사용자가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도 만들었고.
지난해 10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어. AI 콘텐츠에 AI라고 표시하라는 거야. 출처를 확인하는 기술 표준도 마련하도록 하고.
아예 개발을 멈추자는 주장도 있어. AI 연구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는 “인간보다 강한 AI가 출현할 것이며, 강력한 국제적 규제로 위험한 기술 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해.
‘사피엔스’ 작가 유발 하라리도 “태초에 말씀이 있었듯 언어는 인간 문화의 운영체제이며, AI의 언어 습득은 문명을 해킹하고 조작할 수 있음을 뜻한다”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어.
하이라이트
딥페이크: 영상·이미지·음성 등 가짜 합성
AI 글쓰기에 반대하는 미국 작가노조 조합원. AP 연합뉴스
AI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와. 유행인 건가.
AI 열풍이 일시적이 아니란 건 주식시장에서 드러나. 미국 다우지수가 2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거든. 제일 주가가 오른 종목은 AI 분야야. (오픈AI 지분을 49%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고. 미국 반도체 기업 AMD나 엔비디아도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우고 있어.
이제 1년 됐어. 짧은 시간에 어떻게 대세가 됐을까?
일반인도 사용하기 쉬운 기술 때문이라고 봐야지.
상담사 업무가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감정노동 하는 서비스업이 쉽게 대체될 줄은 몰랐는데.
이견은 있지. 상담사의 감정노동을 대체한다기보다 업무를 세분화한 다음 그 안의 반복 업무를 AI가 대체하는 거지. 감정노동 영역은 일정 부분 남아있고.
AI는 못 하는 나머지 영역? 뭔데?
꼭 상담사가 아니라도 마트 계산원도 마찬가지야. 예를 들어 일부 AI 사용이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 같은 취약계층을 대면해야 하는 업무는 인간이 직접 하는 게 낫겠지. 나머지는 더 빠르게 광범위하게 대체될 거야.
지금보다 더 빨리?
우리 모든 생활영역의 직업들이 다 해당될 거야. 지금은 상담사라는 직종이 가장 눈에 띈 거고.
IMF는 고학력·고숙련 직업이 더 타격을 받았을 거라고 했어. 진짜일까?
그것도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예를 들어볼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으로 의사를 꼽고 있거든. 그중에서도 진단방사선과.
의사가?
의사의 눈보다 AI 분석이 더 정확하니까. 근데 우리 현실은 어떨까.
현실?
진단방사선과는 여전히 가장 인기가 높은 의대 전공 중 하나야.
인기가 시들한 게 아니고?
의사들이 가만있지 않는 거지. AI와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AI를 이용해 판독하면서 진단율(병을 정확히 판단하는 비율)을 높이고 있어.
예측이 틀린 거네?
그것도 사정이 있어. 그런 예측은 AI가 등장한 그 시점 인간을 기준으로 하거든. 아마 진단방사선과 의사들이 예전 방식대로 했다면 실제로 그 직종은 없어졌을 수도 있겠지.
빨리 적응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거네.
지금 AI가 일자리에 끼치는 영향은 기본적으론 부정적이야. 큰 틀에서 보면 AI 영향을 받는 직업에 있는 사람들이 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거든.
대부분은 변화에 적응을 못 하는 상담사처럼 될 거다? 고용된 상담사는 의사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잖아.
그 질문엔 다른 예를 들어볼게. AI가 일자리를 대체해가는 걸 보면서 기계를 파괴했던 19세기 러다이트 운동 얘기를 많이 하잖아. 근데 사실 당시 상당수는 기계가 일자리를 뺏는단 것보단 먹고 살 일자리가 ‘없어진다’가 불만이었거든.
일자리가 없어지긴 했어?
결과적으론 공장에서 기계가 만들어낸 일자리가 뺏은 일자리보다 더 많았잖아. 그때 누군가가 나서서 방직 기계에 맞게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고용했으면 기계를 부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기계가 일자리를 더 만들었다?
우리 50년 전을 볼까. 그땐 인구 절반이 농업종사자였잖아. 그때도 ‘인구 절반의 직업이 사라진다’는 보고서가 나왔었거든. 그게 현실이 됐고. 근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고 생활은 윤택해졌지. 물론 당시엔 지금 일자리들을 상상하긴 어려웠지만.
연합뉴스
지금은 그때보다 속도가 엄청 빠른 거 아냐? 한은은 당장 3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일단 그 보고서는 맞다고 봐. 일자리는 그만큼 없어질 가능성이 크지. 다시 말하지만 이번에도 새로운 일자리는 생겨날 거로 봐.
근거는?
AI는 엄청난 이윤을 만들어낼 거야. 인간은 돈을 벌면, 써야 하거든. 그럼 또 무언가 관련 직업이 늘어나겠지. 특히 인간의 본성과도 관련이 있고.
본성?
욕망은 무한하니까.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는 데이터분석가야. ‘쿠팡’이든 ‘메타’든 데이터 과학자가 욕망을 분석하고 서비스를 만들지.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겨날 거다?
요즘 날씨가 춥잖아. 반려동물 점퍼 입은 거 봤어? 개모차는 말할 것도 없고.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반려동물은 많았지만 관련 산업이 이렇게 성장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지. 누군가가 그 욕망을 발견한 거고. 그걸 상품으로 생산했고, 거기에서 일자리가 생겼고.
개인은 어디서 일자리가 생길지 알 수가 없잖아. 그러니 불안할 수밖에.
농업 얘기로 돌아가 볼까. 50년이 지난 지금은 기계로 대체됐어. 근데 먹거리를 만들어 공급한단 본질은 남았어. 이렇게 변하는 과정에서 ‘내가 무슨 비닐하우스냐’ ‘무슨 AI 농법이냐. 난 (빗물로 하는 전통 농사) 천수답할란다’라고 하겠다고 했으면 농업에서 일자리를 찾긴 어려웠겠지.
변해야 한다?
그때도 3가지 경로가 있었을 거야. 1번 천수답식으로 남는다. 2번 최신영농기술을 배운다. 3번 여기는 아니다, 뜬다. 이런 선택지가 남은 거지. 분명한 건 지금 암울한 전망은 1번, 개인은 변하지 않는단 것. 한 마디 더, 불안에서 자유로운 직업은 없어.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
AI 발전속도를 보면 변화는 가속도가 붙을 테니까. 속도만 아니야. 변화의 범위도 그렇지. 지금까진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화이트칼라를 최고의 직업으로 여겨왔어. 기득권을 오래 누렸고. 근데 그 업무도 AI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멘붕이 온 거지.
개인이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 가능할까?
그래서 지금 유럽연합에서는 AI 법도 만들고 있어. AI 시대에 필요한 사회적 안전망과 기본소득 논의도 하고 있고.
기본소득 논의까지?
사람마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다를 수 있으니까. 입장도 처지도 다르고. 그러니 사회안전망이나 기본소득이 필요한 거지. 근데 조금 더 중요한 것은 AI 시대를 사는 우리 시민들이 AI 시대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고 있냐는 거지. 지금까지 의무교육으로 읽기·쓰기·셈하기를 가르쳤다면, 이젠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문해력(AI 리터러시)을 필수 역량으로 가르치는 게 필요하다고 봐.
필수 역량이 어떤 건데?
모든 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지금 당장 뭔가를 해야 한다고 딱 짚어 말하긴 어려워. 1년 전에 이런 세상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변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얘기하고 싶은 건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야. 새로운 걸 받아들일 태도가 필수적이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