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좋아하는 마음은 꾸밀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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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타포르테 (prêt-à-porter)는 바로 입을 수 있는 (Ready-To-Wear) 디자이너의 기성복을 뜻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나는 프랑스에 가서 프레타포르테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꿈꾼 소녀는, 커서 프랑스에 다녀와서 바로 마실 수 있는 (Ready-To-Drink) 꼬냑 하이볼 칵테일 캔 음료를 제작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 약간은 수정된 버전으로 꿈을 이룬 그 소녀는 배우 이엘이다.
작년 12월 20일에 ‘이엘코냑하이볼’과 ‘이엘프렌치커넥션’을 출시했다.
배우로서 워낙 유명하고 그의 작품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그 부분 설명은 생략하고, 이 칼럼의 본질인 술과 와인에 대하여 이야기하겠다.
(그래도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있을 테니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본 감상을 살짝 이야기하면, 이엘 배우는 화면만큼, 아니 화면보다 더 빛나고 아름답고, 목소리가 좋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듣는 사람에게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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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을 거의 안하고도 빛나는 안색의 
이엘 배우


우리나라의 첫 내추럴 와인 전문 와인바는 한남동에 위치한 ‘빅라이츠’인데, 원래 위치인 이태원의 대광(大光)정육점 자리에서 빅라이츠가 시작할 때부터 이엘 배우는 잘 알려진 단골이었다.
내추럴 와인을 접하면서부터 그 세계에 푹 빠져들어 결국엔 본인의 유튜브 채널 ‘이엘저엘’에 관련된 내용을 에피소드로 만들 정도인데, 결국 그 와인을 증류한 정수를 모은 꼬냑으로 본인의 술을 만드는 성공한 덕후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꼬냑 하이볼을 만들기 전부터 이미 주류업에 깊게 관여한 이력이 있다.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내추럴 와인 라벨을 만든 것이다.
라팔뤼(Lapalu) 이엘 에디션인데, 보졸레의 유명 생산자의 샤도네이와 갸메 와인을 맛보고 그 맛에 어울리는 사진을 직접 구상하여 찍었다.
와인의 라벨도 맛도, 꾸미지 않아도 화려한 이엘 배우를 딱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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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냑포도밭에서 포도를 먹어보는 이엘 배우


이번 하이볼도, 이엘 배우는 들어갈 꼬냑 원액을 고르기 위해 20종 넘는 원액을 제조사 관계자들과 밤새워서 공항 호텔 방에 틀어박혀 전부 하이볼로 만들어 마셔 봤다.
안주 없이 마셨다는데, 그러면서도 안색이 빛나는 건강의 비결을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후회가 된다.
결과적으로 선택된 원액은, 테센디어 & 휘스(Tessendier Et Fils) 증류소의 꼬냑 원액이었다.
 

“프렌치 커넥션 칵테일을 하이볼 캔으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프렌치 커넥션은 꼬냑을 베이스로 하여 디사론노 (Disaronno)라는 아마레토 향 리큐어를 섞어서 만든다.
진 해크먼이 주연한 유명한 범죄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원래는 칵테일처럼 알코올도수를 세게 하고 싶었으나, 좀 더 대중에게 부담 없이 소개하고 싶어서 그것보다는 약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내 걸 만들기 위해 재료부터 구하러 꼬냑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꼬냑 포도 품종에 대해 물어보니 제조 전문가들보다 먼저 척척 대답해줬다.
“위니 블랑 (Ugni Blanc), 꼴롱바르 (Colombard), 폴 블랑쉬 (Folle-Blanche)가 주로 들어가는데, 꼬냑 증류소의 포도밭에서 바로 따준 위니 블랑은 제가 먹어본 포도 중에 손꼽을 만큼 맛있었습니다.

꼬냑 하이볼의 라벨 모양과 색깔도 당연히 본인이 직접 다 선택했다.
심지어 라벨의 입술은 본인의 립스틱을 바르고 지우며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수도 없이 찍어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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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 배우가 와인라벨을 위해 찍은 사진 원본으로 만든 라팔뤼 이엘에디션 라벨1, 라벨2, 라벨3

“제가 가진 빨강 립스틱을 다 가져와서 원하는 질감과 색이 나올 때까지 만들었습니다.

안주 없이 마음에 드는 맛이 나올 때까지 밤새워서 원액으로 하이볼을 만들어 먹어보고, 수백 개 넘게 입술 마크를 찍고...이분이랑 일하려면 누구든 제대로 몰두해서 해야겠구나, 좋은 의미로 살짝 오싹했다.

이쯤되니 좋아하는 내추럴 와인도 당연히 궁금했다.
“제롬 소리니(Jerome Saurigny)의 친도키(Txindoki)를 좋아합니다.
처음 마실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고, 그 이후에도 생일마다 마시는데 감동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제는 저도 없는 와인입니다.

르와르 지방의 천재 와인 양조자가 만들어낸 감각적인 화이트 와인 친도키를 꼽다니! 와인 레이블까지 만드는 사람답게 역시 일가견이 있구나 싶었다.

“주류연예인 1등이 되고 싶습니다.
 이미 한 컨테이너 수입한 꼬냑 원액이 다 팔릴 정도로 꼬냑 하이볼이 성공을 거두고 있고 꼬냑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그 지식과 전문성의 깊이 그리고 열정이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어서, 앞으로 꼬냑 하면 ‘이엘’을 떠올리는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신선경 변호사 (법무법인 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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