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에버랜드 쌍둥이 아기 판다.
첫째 루이바오(왼쪽), 둘째 후이바오/에버랜드 제공
형제가 여럿 있는 가족의 자녀들이 외동인 경우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 연구에 여러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진은 미국과 중국의 1만 8000여명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 및 분석을 실시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고 최근 밝혔다.
특히 연년생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미국의 8학년(14~15세) 학생 9100명과 중국의 평균 연령 14세의 청소년 9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정신 건강 상태 확인을 진행했다.
질문은 국적에 따라 적절하도록 다소 차이를 뒀다.
중국에서는 외동
자녀들의 정신 건강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의 경우 형제가 한 명 있는 경우와 외동인 경우가 모두 정신 건강 상태가 좋았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사회경제적 변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소득 가정에 속해 있는 학생일수록 정신 건강 상태가 좋은 경향이 있는데 이런 차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중국의 경우
한 자녀 정책으로 참가자의 3분의 1 이상이 외동이었던 반면, 미국은 외동 참가자의 비율이 12.6%에 그친 점 등도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꼽혔다.
한편 이번 연구 내용을 보도한 영국 가디언은 앞서 발표된 비슷한 연구들의 결과가 상이했다는 점을 짚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 결과에서는 형제자매가 많은 아이일수록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고, 또 지난해 3월에는 대가족 출신의 아이일수록 성인이 된 후 이혼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 2016년 발표된 10만명의 노르웨이 청소년 대상 정신 건강 검사에서는 대가족 출신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혼자 있을때 즐거움 느껴” 이케아 38국 조사 중 1등은?
우리나라 사람의 40%는 ‘집에 홀로 있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했다.
미국·유럽·북유럽과
인도·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38국의 응답자 중에서도 ‘그렇다’는 응답 비율은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
반면 ‘집에서 자녀를 키우는 데 보람을 느낀다’에 동의한 우리나라 응답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적어 ‘꼴찌’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함께 사는 식구들과 웃고 지내는 시간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대답한 경우 역시 14%에 그쳐, 전 세계 최하위에 머물렀다.
글로벌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38국 소비자 3만7428명을 대상으로 2023년 한 해 동안 진행한 설문조사
리포트
‘2023 라이프 앳 홈 보고서’를 15일 공개했다.
조사 내용은 38국 소비자들의 응답을 수치로만 나열하고 있지만, 이를 뜯어보면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 지수’가 드러난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체나 이웃과 더불어 지내는 것보다 홀로 지내는 삶을 더 편안하게 여기는 ‘개인 사회’ ‘나노(nano) 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응답하라 1988′ 같은 드라마 속 이웃들의 모습을 현실에서 만나는 일은 이제 거의 없다”면서
“1980~1990년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가정 공동체를 더 중시하고 이웃과 끈끈한 정을 나누는 사회라고 여겨졌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개인주의가 강해졌고, 최근엔 이를 넘어 파편화된 삶을 살아가는 나노 사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있는 게 더 편한 한국인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응답자의 40%는 “집에서 홀로 있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1위다.
싱가포르는 39%, 일본 35%, 스위스 33%, 미국 31%였다.
전 세계 평균 응답은 30%가량이었다.
반면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웃는 시간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대답한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는 아일랜드(43%), 덴마크(42%)였다.
16위는 미국(35%), 36위는 일본(21%)이었다.
우리나라 응답자는 14%에 그쳐서 전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평균은 33%다.
한국 소비자들의 경우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보다 홀로 쉬는 시간을 더 선호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응답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자녀 혹은 손주와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도 관심을 적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소비자가 ‘집에서 자녀나 손주를 키우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라고 대답한 경우는 8%에 그쳤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수치다.
전 세계 평균은 22% 정도였다.
이 설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크로아티아(36%)였고, 3위 네덜란드(30%), 25위 프랑스(25%), 30위 미국(19%), 37위는 일본(10%)이었다.
이웃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단히 약한 편이었다.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속감을 느낀다’고
대답한 우리나라 응답자는 9%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적었다.
전 세계 평균은 25% 정도였다.
◇”홀로 낮잠 자는 게 낫다”
여가를 보내는 방식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응답자는 다른 나라와 큰 차이를 보였다.
‘집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기쁨을 느낀다’
‘집안
살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대답한 우리나라 응답자는 각각 6%와 18% 정도로 전 세계 평균인 25%, 33%에 비해 크게 낮았다.
반면 우리나라 응답자들은 ‘집에서 혼자 낮잠 자는 것이 좋다’는 문항엔 28%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 세계 평균인 20%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잠을 잘 때도 가급적 홀로 자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홀로 자는 것이 숙면에 좋다’고 대답한 우리나라 응답자는 30%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전 세계 평균은 19% 정도다.
반면, 잠들기 전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12%로 가장 적었다.
전 세계 평균은 25%였다.
따뜻한 날씨에 얼음은 녹았지만... 한탄강서 터진 탄성
얼음 녹아도 경관에 감탄한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 축제
남강호 기자
/남강호 기자
“강원도에도 주상절리가 있었네?”
용암이 흘러가면서 만들어진 현무암 협곡을 따라 얼어붙은 강 위를 걷는 얼음 트레킹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이 부표 위를 걸으며 연방 감탄사를 쏟아냈다.
지난 13일부터 강원도 철원 한탄강에서 열린 ‘제12회 한탄강 얼음 트레킹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울, 경기, 대전, 대구 등에서 올라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전 10시 30분 개막식이 열리기 전에 벌써 출발한 관광객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자도 10시가 되기 전 좋은 그림(?)을 위해 서둘러 출발했으나 물 위를 걷기 위해 띄워 놓은 부표에 입장하는 줄은 이미 수백 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철원문화재단 이세현 대리는 “주말 동안 총 방문객 수가 20,096명이다.
둘째날은 눈이 많이 내려 트레킹 코스를 중간에 닫았는데도 많은분들이 다녀가셨다”고 했다.
은하수 대교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남강호 기자
올겨울 날씨가 따뜻해 얼음이 얼지 않자 참가자들은 강 한가운데 설치된 부표를 따라 코스를 걸었다.
사람들은 강변에 마련된 육로를 따라 걷기도 하며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색다른 감동을
받았다.
부표 위에서 흔들리는 느낌은 구름다리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대전에서 온 신모씨는 “바닥이 조금 미끄럽기는 하지만, 살살 걷다 보니 더 자연 속에 동화되는 것 같다”며 주변 경관이 더 잘 보인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강을 따라 걷다 보니 우르르 쏟아질 듯 빼곡히 쌓여 있는 돌기둥들이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했다.
제주도, 울산 등에서 봤던 주상절리가 이곳 강원도 철원에서 볼 수 있다니. 게다가 바로
눈앞에서 보니 마치 한 학기 끝나고 방학하는 날 서로 교실 밖을 뛰쳐나가겠다고 아우성치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찾아보니 지난 2020년 유네스코 세지질 공원으로 지정됐다.
경기도 동탄에서 온 이모씨는 “물소리가 너무 좋다”며 “주상절리를 여기서 보다니 놀랍다.
왜 지금껏 몰랐나 싶을 정도다.
특히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 좋은 것 같다”고 연방 감탄했다.
승일교 부근에 대형 얼음 조각, 눈 조각, 이글루 등 다양한 볼거리를 조성하고 눈썰매, 개썰매, 래프팅 체험 등이 펼쳐진다.
/남강호 기자
그렇게 5km 정도를 걷다 보면 대형 눈 조각과 썰매장, 고드름 동굴, 얼음 놀이터 등이 있는 승일교 아래 축제장에 도착한다.
겨울 축제장 답게 시끌벅적한 모습이 이어진다.
승일교
아래쪽
눈길을 사로잡는 인공 빙벽은 연방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어디서 찍어도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에 사람들은 연방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한켠에서는 여름의 묘미인 래프팅 체험을 하며 배 위에서 사진을 찍었고, 트레킹을 하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셀카를 찍고 있었다.
/남강호 기자
날씨가 따뜻해지며 ‘인제 빙어축제’, ‘평창 송어축제’, ‘안동 암산얼음축제’ 등 지역의 겨울 축제들이 취소 또는 연기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얼음 두께가 충분치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축제의 한 관계자는 “얼음이 최소 20cm 두께가 되어야 하는데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얼음이 얼지 않았다”며 “하지만 물윗길(부표)에서 즐기는 트레킹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남강호 기자
이준석 “한동훈 던킨 커피는 기획, 출근길에 매장 없어”…알고보니
최혜승 기자
/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한동훈 커피 사진 기획 의혹’을 제기했다.
1년반 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장관 첫 출근날 던킨도넛 커피와 도넛을 들고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화제였는데, 그 모습이 이미지
메이킹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란 취지였다.
근거는 한 위원장 자택에서 법무부 과천청사에 가는 길에 던킨도넛 매장이 없다는 게 전부였다.
그러자 그날 한 장관은 집이 아닌 서울역에서 청사로 갔고, 서울역엔 던킨 매장이 있다는 팩트체크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 전 대표는 15일 오마이뉴스 간부 출신의 개인 채널인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타워팰리스에 사는 한 위원장이 과천 법무부까지 출근하는데 던킨 도넛 커피를 들고 갔다”며 “제가 그래서 타워팰리스에서 과천까지
던킨 도넛을 검색해봤는데 살 수 있는 동선이 있질 않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게 우연의 일치라고 보고 싶지만 한 위원장은 아무리 봐도 누구한테 조언을 받는 느낌이 든다.
아니면 조언을 받거나 그런 스타일 잡아주는 사람.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그런게...”라며 “던킨은 드라이브스루가
없다.
과연 관용차를 타고 출근하다가 던킨에 내려서 다시 관용차에 타셨을까 아니면 운전사한테 사오라고 시켰을까”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한 위원장을 향해 “대선 모드 가셨어요 혼자. 자꾸 아이템이 등장하잖아요”라고 했다.
영상에는 한 위원장이 던킨 도넛과 커피를 들고 과천 정부청사에 출근하는 사진도 함께 띄워졌다.
2022년
5월 18일 오후에 촬영된 사진이었다.
하지만 그날 한 위원장은 이 위원장 주장과 달리, 도곡동 자택에서 곧장 과천으로 이동한 게 아니었다.
오전에 광주 국립 5·18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행사에는 서울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구간을 운행한 ‘광주행 KTX 특별열차’를 타고 갔다.
한 위원장은 그날
행사를 마친 뒤 다시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관용차를 타고 오후 2시 20분쯤 법무부 청사로 출근했다.
던킨 커피 출근 사진은 이 때 찍힌 것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날 한 장관은 서울역 매장에서 커피를 샀다”며 “그날만 아니라 지방 출장때 던킨 매장을 자주 이용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탈당 후 연일 한 위원장의 행보에 부정적 발언을 내고있다.
지난 11일에는 한 위원장이 부산에서 ‘1992′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온 것을 두고 “롯데자이언츠가 1992년 이후 우승을 못했다는 것이 어떤
분들한테는 조롱의 의미”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물론 ‘1992년 이후로 너희는 우승 못 해봤지’라는 얘기가 아니겠지만 부산에 힙한 아이템 하나 장착하고 가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부산 다선 의원들을 다 자르려고 할 것”이라며 “티셔츠는 입었지만
부산의 핵심 정치인들 다 자르려고 하는 행보와 ‘보여주려는 이미지’가 동치화될 수 있을까 하는 게 중요한 거지, 한 위원장이 무엇을 입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노인 되면 왜 잠자는 시간 짧아질까... 수면 장애 오해와 진실
안상현 기자
조선일보 의학 전문 유튜브 콘텐츠 ‘이러면 낫는다’가 27일 수면장애 1편을 공개했다.
국내 최고 수면장애 전문가로 꼽히는 이유진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출연해 갈수록 환자가 느는 수면장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려준다.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매년 느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진단받은 환자는 109만8819명으로 지난 2018년 대비 28.5% 증가했다.
현대 사회에서 수면장애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과도한 카페인 섭취나 갈수록 늘어나는 우울증과 불안 같은 정신 건강 문제도 불면증의 요인이 될 수 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같이 보편화한 전자기기가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수면장애는 심장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실제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 연구진이 1994~2008년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사람 4225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불면증 환자(661명)는 수면장애가 없는 사람(776명)에
비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8.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숙면은 심장박동을 느리게 하고 혈압도 낮추는 등 심장에도 휴식을 주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밖에 왜 노인이 될수록 수면 시간이 짧아지는지, 숙면용 소리 자극인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 실제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지 등 여러 궁금증에 대해 풀어준다.
오는 3일 ‘이러면 낫는다’에선 수면장애
2편으로 앞서 언급한 수면장애에 대한 구체적인 치료법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이러면 낫는다는 유튜브 앱이나 사이트에서 ‘오!건강’을 검색하면 시청할 수 있다.
실버타운 이후는… 더헤리티지너싱홈 “요양보호사가 최대 1대 2로 돌본다”
최고급 요양시설, 1대 1 케어 월 최고 1200만원
퍼블릭·프라이빗 운영… 각 100명씩 대기
분당서울대·보바스병원 연계… 별도 클리닉 보유
나이 제한 없어… ‘치매 판정’ 40대 입소도
지난해 5월 종근당 산업이 인수… 안정적 운영
노인 1000만시대. 노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등장하면서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거 환경 변화도 예상된다.
실버타운이 대표적이다.
총 6회에 걸쳐 실버타운의 특징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조은임 기자
/조은임 기자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더헤리티지너싱홈’에서 만난 송모(여·88세)씨. 3년 전 남편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후
그도
이곳에 들어왔다.
“남편이 간 뒤 세상이 싫었다”는 송 씨는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공예를 하면서 웃음을 되찾았다.
흘러가는 세월 만큼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6·25 전쟁과 사랑했던 남편에 대한 장면들은 또렷했다.
당시 얘기를 하며 눈물을 짓다, 성공한 세 아들 얘기를 하며 웃었다 했다.
그는 이곳 ‘더헤리티지너싱홈’을 “아주 좋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이곳처럼 깨끗한 데가 없어. 항상 곳곳을 청소해.”
서울에서 부산 방향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나갔던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봤을 유럽풍 건물. ‘고급 빌라단지인가’ 싶었을 테지만 이곳은
이른바 프리미엄 요양원이다.
과거 실버타운이었던 ‘더헤리티지’와 함께 운영됐었다가 지금은 ‘더헤리티지너싱홈’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요양시설로서의 인기는 과거보다 더해졌다.
자립과 거동이 가능한 고령층들이 가는 실버타운은 우후죽순 생기는 반면 요양원은 갈 만한 곳이 그리 많지가 않아서다.
‘더헤리티지너싱홈’ 관계자는 “요양사업을 하려고 하면 건물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서울 요양원의 공실률이 높은 건 서비스의 질이 갖춰진 곳이 드물다는 얘기”라고 했다.
/조은임 기자
‘더헤리티지너싱홈’에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60세로 나이 제한이 있는 실버타운과 다른 점이다.
평균연령은 87세이지만,
치매 증상을 나타내던 40대도 들어왔던 적이 있다.
이곳의 노인 80% 이상은 치매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등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다.
이 곳에서는 24시간 간호사가 대기 중이며, 1층에는 별도로 ‘서울헤리티지의원’이 운영되고 있다.
바로 옆의 보바스기념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과 연계돼 있다.
하지만 이곳에 입소자들은 대부분 서울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등 기존에 다니던 곳에서 진료를 받고자 한다.
‘더헤리티지너싱홈’은 이들에게 이송·동행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아 오는 ‘퍼블릭(요양원)’과 개인적으로 오는 ‘프라이빗(너싱홈)’으로 나눠서 운영된다.
퍼블릭 입소자는
76명, 프리이빗 59명으로, 총 135명이 있다.
현재 각각 100명 가량이 대기 중인 상황이다.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기다려야 입소가 가능하다.
이곳과 견줄 곳은 ‘삼성노블카운티너싱홈’ 정도로 제한적인 데 반해, 수요는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입소비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프라이빗의 경우 간병비를 포함 월 1200만원이다.
개인이 고용한 간병인이 1대 1로 24시간 돌보아준다.
2인실은 월 900만원을 낸다.
퍼블릭의 경우 모두 2인실로 본인 부담금이 350만원 수준이다.
‘더헤리티지너싱홈’ 관계자는 “실버타운에서 잘 생활을 하시다가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서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65세 이하인데도
뇌질환,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아온 사례도 꽤 된다”고 했다.
지난 12일 '더헤리티지너싱홈'의 재활치료실의 모습. 내부에는 산소치료실도 조성돼 있다.
/조은임 기자
‘더헤리티니너싱홈’의 시설은 고급스럽다.
건물은 2009년 삼성중공업이 시공했다.
외관과 내부 모두 유럽풍으로 꾸며져 화려한
분위기다.
대지면적 6573㎡에 지하 2층~지상 5층으로 지어졌다.
로비층과 1층에 위치한 사회복지프로그램실에서는 그림그리기와 색칠하기, 공예 등 입소자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매일 진행된다.
봄~가을에는 외부 공기를 느낄 수 있도록 야외테라스도 2실당 1곳에 배치했다.
또 이 곳의 재활치료실은 상당히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노인재활 전문인 보바스기념병원이 운영 중일 때부터 내려온 재활치료법을 사용 중이다.
옥상에는 하늘정원을 구성해 산책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헤리티지너싱홈’은 한 때 경매에 붙여지기도 하는 등 자금난이 있었지만 지금은 안정을 되찾았다.
종근당의 자산관리 기업
종근당산업이 지난해 5월 인수하면서다.
종근당은 2021년에 서울 강동구에 고급 요양원 ‘벨포레스트’를 세워 운영 중이다.
벨포레스트는 모두 1인실로 운영 중으로, 총 84실이다.
/조은임 기자
호감도 42.9%...‘별종 트럼프’ 식지 않는 인기 비결 세가지 [송의달 LIVE]
‘트럼프 현상’과 한국의 대응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前) 대통령은 46명의 미국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특이한 별종(別種)이다.
2016년 11월
71세에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그는 선출직 출마는 물론 어떠한 공직도 맡지 않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하루도 군 복무를 하지 않은 그는 미국NBC 방송의 ‘어프렌티스(Apprentice·견습생)’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1년 동안 진행했다.
높은 시청률로 출연료만 2억달러 넘게 받았다.
전 세계에 42개의 빌딩과 12개의 호텔, 17개의 골프장 등을 갖고 480여개 법인을 운영한 그는 4차례 파산(破産)했지만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협상으로 90억달러에 이르는 빚을 해결했다.
42세 때인 1987년
출간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28년동안 모두 19권의 저서를 냈다.
대통령 재임 중 40만달러의 연봉을 모두 기부한 그는 술·담배를 하지 않는다.
건배 조차 와인 대신 다이어트 콜라로 하고 있다.
그의 ‘파격’은 올해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만 최소 500만부 넘게 팔렸다.
그는 책의 맨 앞 표지에 대필(代筆) 작가(ghost writer)인 토니 슈워츠(Tony Schwartz)와 협업했음을 밝혀 놓고 있다.
트럼프는 "19권의 저서를 쓰면서 대필 작가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인들에게 읽기를 권하는 첫 번째 책으로 중국의 고전 <손자병법(The Art of War)>을 추천하고 있다.
/Amazon.com
사진은 프로그램 홍보물. 최종 우승자는 트럼프의 사업 중 하나를 경영할 견습생으로 특채 고용돼 25만달러 연봉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는 매회 탈락자에게 "넌 해고야(You're Fired!)"라고 말해 선풍적 인기를 모았고, 마지막회 우승자에겐 "너는 고용됐어(You're Hired)"라고 말했다.
◇초유의 ‘별종 정치인’ ...3년 만에 最高 호감도
트펌프는 성추문(性醜聞) 입막음 혐의와 국가 기밀문서 반출, 2021년 1·6 국회의사당 난입사태 배후 등 4건의 형사 사건으로 기소(起訴)돼 있다.
그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만 91건이다.
이 역시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있는 일이다.
그는 2023년 8월 24일 범죄인 인상 착의 확인 용도로 머그샷(mug shot) 촬영을 하는 수모도 겪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Fulton County) 구치소에서 20분 동안 수감 절차를 밟고 풀려난지 하루 만에 418만달러를 모았다.
트럼프 캠프 재선(再選) 운동 과정에서 24시간 기준 가장 많은 모금액이었다.
이틀 만에 710만달러(약94억원)를 후원금으로 모은 그는 구치소 출두라는 최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그의 헌정(憲政) 질서 파괴성 행동과 인종 차별적, 협박성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2024년 1월 9일 현재 미국민의 트럼프에 대한 호감도(42.9%)는 3년 만에 가장 높다.
불사조(不死鳥) 같은 트럼프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한국인들은 혹시 그에 대한 오해나 감정적 편견, 무지(無知)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Pew Research Center
◇①쇠락 위기감...‘강한 미국’ 회복의 적임자
벤자민 슈프만(Benjamin Schupmann) 예일대 교수는 트럼프 인기의 원천을 미국 정치·사회 구조 변화에서 찾는다. 1990년대 초부터 30년에
걸친 세계화(globalization)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어 소외된(left behind) 중하층 근로자들과 중산층의 입장을 트럼프가 가장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이 쓰는 거친 언어로 소통하는 트럼프는 세계화의 과실(果實)을 누려온 금융가·학자·관료 등 동부 기득권 엘리트들을 글로벌리스트(globalist)로 지칭하며 비난한다.
이들과
한통속이 되어 움직이는 워싱턴DC 정치인·고위 공무원들을 ‘워싱턴 늪(swamp)’이라며 “부패한 늪을 청소하라(Drain The Swamp!)”고 외친다.
많은 백인들은 이에 호응하고 있다.
2050년부터 백인이 미국 총인구의 절반 밑으로 떨어져 소수(少數)로 밀려나고 기독교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미국의 황금 시대가 저물고 미국이 쇠락하는데 불안감을 느끼는 백인 민족주의(White Nationalism)의 한 표출”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 부흥을 위한 강력한 대(對)중국 정책과 반(反)이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20년 넘게 미국 사회가 좌경화(左傾化)된 데 따른 경계 심리도 트럼프의 상승세를 부추키고 있다.
LGBTQ(동성애자·성 전환자 등 포함)로 불리는 성적(性的) 소수자와 흑인 등을 우대하는 일방적인 좌파 정책이
미국의 퇴행·타락을 부채질한다는 자각(自覺)이 일면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많은 미국인들은 좌파 이념·정책 득세에 염증을 내고 있다.
좌파와의 ‘문화 전쟁’을 이끌어
승리할 지도자로 트럼프가 뜨고 있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미국의 정체성을 바로잡고 ‘위대한 미국’을 회복시킬 적임자가 트럼프라는 얘기이다.
밑바닥 민심도 바뀌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 교육, 흑인 역사 교육 등을 공교육 과정에서 제외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 퇴출 운동을 벌여온 보수 성향 어머니 단체 ‘자유를 위한 엄마들(MFL·Moms For Liberty)’이 창립 3년 만에 미국 44개 주(州)에 13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게 이를 보여준다.
미국 CBS방송이 2024년 1월 7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을 넘는 이민자에게 더 강경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2023년 9월 조사(55%) 때보다 8%포인트 높은 63%였다.
CBS는 “원래 국경 문제를
걱정하던 공화당 지지자보다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파(無黨派·independent)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1일 종료된 '타이틀 42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입한 반(反)이민정책으로, 불법 이민자를 강제 추방할 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응답자의 절반 정도(48%)가 “장기적으로 이민자가 미국 사회를 더 나쁘게 만들 것”이라 답한 반면, “이민자 덕에 미국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22%)은 그 절반도 안 됐다.
이는 이민 반대 정책과 국경 강화를
주창하는 트럼프가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다는 방증이다.
◇②트럼프의 소통력·협상술·전략적 사고
더 중요한 요인은 트럼프의 개인기이다.
사안의 핵심을 꿰뚫고 이를 쉬운 ‘시민들의 언어(language of the people)로 포장해 대중과 소통하는 능력이 대표적이다.
그는 기성 미디어 매체 대신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SNS)로
대중들과 실시간((實時間) 소통하며 뉴스 사이클(cycle)을 지배하고 있다.
SNS에 올리는 단어 하나, 부호 하나, 미묘한 표현 하나에 따라 정치 생명과 국가이익이 휘청거리는 위험성을 감안하면, 트럼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최고수(最高手)급이다.
그는 철저한 준비와 청중 수준에 맞는 사례·단어
선택 같은 11가지 대중 연설 원칙을 세워 놓고 실천한다.
트럼프는 저서 <CEO 트럼프, 성공을 품다(TRUMP 101 : The Way to Success)>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일을 하든 간결하고 신속하고 곧장 요점을 찔러주라. 나는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빨리 정곡(正鵠)을 찔러 우위를 점한다.
나는 말하기 전에 이미 마음 속에 거래 내역을 다 그려놓고 있다.
” 경쟁자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체 그림을 파악하고 압축·정리하는 능력으로 상대를 압도한다는 말이다.
빌딩 입구와 내부는 황금색으로 돼 있다.
빌딩 안에는 실내 정원과 5층 높이의 인공 폭포도 있다.
1층부터 6층까지는 고급 브랜드 상점이, 그 위부터 19층까지는 사무실이다.
트럼프 본인이 거주하는 펜트하우스도 있다.
그의 다른 필살기(必殺技)는 거친 ‘파이트-백(Fight-Back·일명 되받아치기)’ 전술이다.
1990년대에 뉴욕시가 트럼프 타워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자, 트럼프는 뉴욕시를 상대로 6개의 소송을 냈다.
그는 비싼
소송비와 낮은 승소 확률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대하는 상대방에게는 철저히 반격한다’는 일념으로 밀어붙여 이겼다.
이런 특성은 정치인이 된 뒤에도 변함없다.
2016년 12월 초 트럼프가 중국 지도자 보다 먼저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과 통화를 한데 대해 중국 외교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 위반했다”고 항의하자, 트럼프는
즉각 “너희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사전에 미국과 협의했나?”고 되받아쳤다.
이는 미·중 수교 이후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같은 과거 대통령에게서는 볼 수 없는 강단있는 투사(鬪士)의 모습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은 마지막 4년째 나왔다"고 보도했다.
/WP
트럼프가 4년 집권 동안 3만 573개, 즉 하루 평균 21건의 ‘거짓 또는 잘못된 주장’을 한 것에 대해서는 ‘영리한 선전 공작(clever propaganda campaign)’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벤자민 슈프만 교수는 “트럼프는 의도적인
거짓말로 진실에 대한 기준을 흐리고 자신의 의도에 대한 상대방의 예측과 분석을 차단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2015년 저서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는 무엇을 할지 말하지 않고, 경고를 보내지 않으며, 예측 가능한 패턴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는 무슨 행동을 할지, 혹은 생각을 하는지 드러내고 싶지 않다.
나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는 게 좋다.
그래야
상대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 (<불구가 된 미국> 한국어판, 79쪽)
/amazon.com
그러면서 그는 “나에 대한 많은 비판자들은 기존 규칙을 따르고 예측할 수 있는 단계를 밟으며, 통념에 맞추려 노력하면서 온순하게 경기를 하느라 바쁘다.
나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나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패를 드러내는 것은 저지르지 말아야 하는 아주 멍청한 실수다”고 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주한미군 등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미군을 동원해 멕시코 마약 카르텔 공격 ▶바이든의 비리를 파헤치는 진짜 특별검사(a real special prosecutor) 임명 같은 그의 발언은 본심(本心)이기 보다 다른
진짜 목적을 이루려는 ‘계산된 공세’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집권 1기 4년 동안 엄포와 거짓말, 모순되고 상습적인 말 바꾸기 같은 그의 방식이 많이 노출된 만큼, 재집권할 경우 트럼프의 언행(言行)이 어떤 형태로든 진화(進化)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③의외로 실용적인 정책의 매력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미국내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까지 최근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는 현상에 대해 온라인 매체 ‘콤팩트(Compact)’의
매튜 슈미츠(Matthew Schmitz) 편집장은 이렇게 진단했다.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백인 우월주의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그의 강권주의(authoritarianism)에 굴복하거나 극우파의 생각을 수용해서도 아니다.
트럼프가 예측할 수 없는 종류의 온건이지만
실용주의자(a pragmatic if unpredictable kind of moderate)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외교와 무역, 헬스케어·낙태, 성전환(trans-gender) 같은 분야에서 진영 논리가 아닌 자신만의 중도(middle-of-the road) 노선을 택했다.
2019년 이란이 미군 드론을 격추하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튼 국가안보좌관은 미사일 보복 공격을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를 물리치고 낮은 수준의 대응으로 확전을 막는 신중함(prudence)을 보였다.
트럼프는 집권 4년 동안 새로운 전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왼쪽부터 저자 매기 해버먼, 피터 베이커·수잔 글래서, 조나던 마틴·알렉산더 번즈 가운데 피터 베이커의 부인인 수잔 글래서를 제외한 4명은 현직 뉴욕타임스(NYT) 기자로 백악관을 주로 취재하고 있다.
오바마케어(Obama care)를 비판한 트럼프는 정작 집권 후에 공화당과 민주당 안(案)을 배척하고 오바마케어의 장점을 결합한 정책을 관철시켰다.
폴 라이언(Paul Ryan) 연방하원의장을 비롯한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이에
반대해 트럼프와 다투었다.
무역 분야에서 트럼프는 공화당과 민주당 엘리트들이 선호하는 ‘자유시장 개방경제’ 접근을 폐기하고 보호주의로 일관했다.
트럼프의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고율(高率) 관세 부과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결정은 후임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계승했다.
이는 반대 진영마저 트럼프 정책의 합리적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사진 오른쪽부터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실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서 있다.
/조선일보DB
낙태와 성전환 문제에서도 트럼프는 중도에 가깝다.
임신 6주후 낙태 금지에 서명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 대해 트럼프는 “비타협적인 보수주의와 온라인 우파의 생각을 추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재자들을 전쟁 범죄자 또는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는 것도 반대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쟁 범죄자로 단죄(斷罪)하면 평화 협상이 불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아첨(flattery)과 공포(fear)를 적절히 섞어 구사함으로써 트럼프는 독재국가 최고 지도자들을 잘 통제해 러시아, 중동,
북한 문제를 모두 미국 의도대로 관리했다.
미국 유권자들로선 트럼프가 대통령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판단할만하다”고 말했다.
◇북한과 통큰 거래, 주한미군 철수할까?
많은 한국인들은 트럼프 재집권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용인이나 대북(對北) 경제 재재 완화, 주한미군 완전 철수 같은 사태를 우려한다.
실제로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여러 차례 철수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요구대로 방위비 분담금 등을 대폭 늘려주는 대신 핵 추진 잠수함, 핵무장 잠재력 강화 같은 양보를 받아내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는 연설 도중 19차례의 박수를 한국 국회의원들로부터 받았다.
/뉴시스
궁금한 것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진짜 속내’이다.
그 일단은 2017년 1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약 35분간
진행한 공식 연설에서 드러난다.
미국 대통령이 23년 만에 한 대한민국 국회 연설에서, 그는 과장이나 허풍, 위협적 언사(言辭)가 아닌 정돈되고 절제된 단어와 문장으로 한반도와 관련한 진솔한 견해를 밝혔다.
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북한은 감옥 국가(prison state)이다 ▶북한의 핵무기 추구는 헛된 꿈이다 ▶자유주의 세계 질서와 자유 대한민국 수호 의지는 확실하다 등으로 압축된다.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라는) 이 잔인한 독재 정권에서는 약 10만명이 정치범 수용소(Gulag)에서 고통받고,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고문·기아·강간·살인을 지속적으로 당한다.
북한은 이단적 종교집단(cult)처럼
통치되는 나라다.
김씨 정권은 국내의 완전한 실패로부터 (주민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 대외적 갈등을 촉발한다.
이들은 헛된 희망에 젖어 핵무기를 추구한다.
우리는 북한이 그 목표를 이루도록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
영국의 텔레그래프지 인터넷판은 2010년 5월 31일구글 어스를 이용해 '하늘에서 바라본 북한 김정일의 궁전과 감옥들(A bird's eye view of the prisons and palaces of kim Jong-il's North Korea)' 이란 제목으로 일련의 사진들을 게재했다.
/구글어스-연합뉴스
그는 이어서 밝혔다.
“우리(트럼프 정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우리는 공동의 안보, 우리가 공유하는 번영, 우리의 신성(神聖)한 자유를 방어할 것이다.
미국은 갈등이나 대립을 원하지 않지만 절대 도망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이 협박이나 공격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치열하게 싸우며 생명을 걸었던 땅(한반도)에서 역사상 최악의 잔혹(殘酷)이 반복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항상 강력하게 맞서야 한다.
”
트럼프의 연설 내용을 뜯어 보면 그가 최소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손쉽게 인정해주고 손잡거나 ▶혈맹(血盟)인 대한민국을 북한의 핵 무력 앞에 무방비로 방치하거나 ▶금전적인 이유로 주한미군을 일방 철수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트럼프는 2020년 8월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를 출범시킨 주인공이다.
그의 중국 견제와 태평양 방어 의지는 단호(斷乎)하고 적극적이다.
경기도 평택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외 주둔 미군 기지(基地)가 있다.
/뉴스1
◇‘트럼프 따라하기’...미국 엘리트들의 반성
선거를 10개월 넘게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의 당락(當落) 여부는 예단할 수 없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트럼프는 극혐(極嫌) 대상으로 지목될 정도로 인기가 없고, 그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해 전국적인 트럼프 낙선 운동이 벌어질 수 있다.
중도층과 무당파층이 트럼프에 언행에 반감(反感)을 표출하거나 주(州) 또는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의 선거 출마가 좌절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향후 행보와 무관하게 ‘트럼프 표’ 정책들은 미국의 새로운 정상(正常)이 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뉴욕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들은 같은 민주당인 오바마 행정부 보다는 트럼프 정부 정책과 공통된 면이 더 많다.
트럼프 정부에 등장한 ‘네오 포퓰리스트 원칙’(neo-populist doctrine)이 바이든 정부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고 했다.
/FT
자유 선거와 사법(司法) 과정 같은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고 적대감을 부추키며 정치 보복을 공언하는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들의 ‘식지 않는 인기’(enduring popularity)를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드온 라크먼(Gideon Rachman)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외교담당 수석칼럼니스트는 “트럼프 현상은 많은 미국인들이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며, 현상유지를 거부한다는 신호”라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의 부상(浮上)은 뒤늦었지만 미국 엘리트들의 자성(self-examination)을 촉발(觸發)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워크’(woke·깨어있다는 뜻으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주의) 사고(思考)에 대한 반발이 시작되는 것도 그렇다.
”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말을 기분 나쁘고 상스럽게 하며 거친 협상(hard bargaining)에 아주 숙달한 정치인이지만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깨거나 전체주의 독재자와 손잡을 인물은 아니다.
한국 정부는 그가 집권할 경우 펼쳐질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냉정하게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그잔과 휴대용 음료용기 등도 시판 중이다.
비즈니스 위크는 "트럼프가 뉴욕 부동산 시장을 정복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Business Week
※참고한 자료
Donald Trump, <The Art of the Deal, 거래의 기술(2016년)>, <TRUMP 101 : The Way to Success, CEO 트럼프 성공을 품다(2007)>, <Think like a Champion, 최선을 다한다 하지 말고 반드시 해내겠다 말하라(2010)>, <Crippled America :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 불구가 된 미국(2016)>
Newt Gingrich, <Understanding Trump>(2017), 金成隆一, <르포 트럼프 왕국 : 어째서 트럼프인가>(2017), 송의달, <세상을 바꾼 7인의 자기혁신노트>(2020), 안세영, <도널드 트럼프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2017), ChannelnewsAsia, Financial Times, New York Times, South China Morning Post, The Hill, trumpwhitehouse.archives.gov 등
간판·현수막… 집중력을 도둑질하는 도시
스마트폰 중독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인데
도시 곳곳 LED 광고, 비방 정치 현수막까지 너무 많아
인터넷 댓글 도배 느낌… 분노와 선동 대신 美를 보고파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우리는 한때 ‘간판 정비 사업’을 열심히 했다.
우리 도시가 아름답지 않은 이유가 간판의 무분별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종로 뒷골목의 어지러운 간판들을 들었다.
그런데 정작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 간판을 이국적이라고 좋아한다.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의 현란한 네온사인 간판을 보면 멋진 야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나의 미국인 친구들은 라스베이거스의 간판이 천박하다고 싫어한다.
이런 차이가 생겨나는 것은 모국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모국어로 되어 있는 간판은 읽을 수 있어서 정보가 된다.
반면에 읽어도 뜻을 잘 모르는 외국어 간판은 장식이다.
우리에게 국내의 간판들은 정보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간판은 정보 과잉 문제를 일으킨다.
반면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글 간판은 아름다운 아르누보 양식의 다채로운 장식이 된다.
정보가 지나치게 공급되면 우리는 피로를 느낀다.
우리 뇌는 자동적으로 정보를 프로세스하기 때문이다.
요한 하리가 쓴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 따르면, 우리는 스마트폰 때문에 쓸데없는 정보를 너무 많이 보게
된다고 한다.
많은 정보가 들어올수록 우리의 집중력은 떨어진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저자는 또 인간의 뇌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 태스킹’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컴퓨터가 멀티태스킹이 되다 보니 컴퓨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인간 뇌도 멀티태스킹이 될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한 하리의 책에 따르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은 우리 뇌가 이쪽 저쪽을 아주 빠르게 왕복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을 확인하면 1초에도 수십 번 뇌가 자동차 전면과 스마트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뇌는 일 한 가지에 오랫동안 몰두할 수 있는 집중력이 손상된다고 책은 경고한다.
지난 5년간 성인들의 주의력 결핍 장애(ADHD)는 5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주변의 많은 정보는 우리 뇌를 망가뜨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대도시에 사는 우리 국민은 여러 가지로 시달리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 고개를 들어도 수많은 정보를 쏟아내는 간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하나 더 늘어서 동영상 광고를 쏟아내는 LED
광고판이 너무 많다.
내가 주로 활동하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주변에는 지난 5년간 너무나 많은 동영상 간판이 들어섰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물체에 시선이 간다.
수백만 년 진화해오는 동안 외부에서 오는 변화를 빠르게 감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계속 움직이는 광고 영상은 스마트폰으로 손상된 나의 집중력을 더욱 손상하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나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
바로 사거리마다 걸린 상대 정당 비방 플래카드다.
이게 더 나쁘다.
왜냐하면 동영상 광고들은 아름다운 영상미라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비방하고 조롱하는
정치 플래카드는 기분을 나쁘게 한다.
정작 걸어놓은 사람들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원치 않는 부정적 감정을 느끼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나는 인터넷 기사 댓글을 읽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대부분 분노와 조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런 댓글은 내 주의력을 빼앗아 갈 뿐 아니라 내 감정까지도 조종한다.
길가의 정당 플래카드들을 보면 인터넷 댓글이 도시 전체를 도배한 느낌이다.
이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읽는 사람의 감정을 동요시켜 선동하려는 것이다.
정치의 핵심은 선동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이다.
그들의 선동이 도시 전체에 도배되는 것은 우리 일상을 방해하는 공해다.
이제 4월 총선이 다가온다.
이러한 선동 플래카드들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국민은 더욱 분노하고 갈라질 것이다.
제발 우리 일상을 당신의 분노로 방해하지 말라. 당신의 목적을 위해서 국민을
분열시키지 말라. 우리는 서로 간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
제발 이 도시에 분노의 정보 대신 아름다운 건축물이 넘쳐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