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이 차오르네…놀라운 K-초고층 건축 기술



[WEEKLY BIZ][순위로 보는 경제] 세계 7대 초고층 빌딩 중 3곳이 한국기업 시공

메르데카118타워와 부르즈할리파 전경. /삼성물산·로이터 연합뉴스

메르데카118타워와 부르즈할리파 전경. /삼성물산·로이터 연합뉴스

빽빽한 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마천루 꼭대기는 팍팍한 삶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대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듯,
초고층 빌딩에 올라서면 현실의 번민이 작은 먼지처럼 느껴진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할리파(828m)는 15년째 세계 초고층 빌딩 순위 1위를 지키는 건물이다.
163층 규모로 다른 마천루에 비해 100m 이상 높다.

2위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메르데카118타워(679m)다.
지난해 완공돼 최근 개관식을 가졌다.
1위와 2위 빌딩 모두 국내 건설업체인 삼성물산이 지었다.

국내 건설사들은 초고층 빌딩 시공 능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일반 건물보다 강도가 센 초고강도 콘트리트를 압축 펌프로 한 번에 510m 이상 쏘아올리는 고압 압송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력이 없으면 콘크리트를 최상부까지 올리지 못하고,
배관이 막혀 터져버린다고 한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3위는 중국 상하이타워(632m),
4위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마카로열클록타워(601m)다.
5위는 중국 선전에 위치한 핑안국제금융센터(599m)다.

롯데건설이 2016년 완공한 서울 잠실 롯데월드 타워는 123층,
높이 555m의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얼마 전까지 세계 초고층 빌딩 순위에서 5위를 지켰지만,
메르데카118타워의 등장으로 6위로 밀려났다.
세계 7대 초고층 빌딩 가운데 세 곳이 한국 건설사 시공으로 탄생한 셈이다.

“美·中갈등에 쪼개진 세계,
韓이 포기해선 안될 것은...

[WEEKLY BIZ]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국도 리쇼어링보단 교역 상대 확충해야

클레어 롬바르델리(Lombardell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무역에서 ‘세계화의 후퇴’라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코로나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전 세계 교역량이 잠깐 줄어드는 경우는 있었지만,
큰 틀에서 글로벌 무역의 성장 추이는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이란 글로벌 경제 양대 거인들의 힘겨루기로 세계 경제 분절화(fragmentation)란 파장이 생겼지만,
글로벌 무역은 꺾이지 않고 여전히 증가세란 것이다.

클레어 롬바르델리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OECD 제공

클레어 롬바르델리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OECD 제공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한국 고도성장의 동력(動力) 역시 ‘무역’이었다며 “한국도 공급망 안정을 위해 리쇼어링(제조 시설을 자국에 두는 것)이란 임기응변을 쓰는 것보다 교역 상대 확충이란 근본적 해법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G20(주요 20국) 재무 차관을 겸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영국 총리실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경제 관련 자문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자유무역 이어질 것

지정학적 갈등을 이유로 세계 경제 규모 1·2위인 미국과 중국의 상호 무역 의존도가 떨어지며 글로벌 무역의 ‘편 가르기’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부터 무역 관련 각국의 규제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상품 무역 증가세가 일부 둔화된 측면도 있다며 “미국이 중국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점점 더 적게 수입하는 패턴도 나타난다고 했다.
최근 유엔 무역개발 회의(UNCTAD)는 “2023년 3분기와 2021년 1분기를 비교하면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나라끼리 교역량은 6%가량 늘었는데,
국제정치적으로 불편한 사이인 경우 4% 이상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동맹이나 우방국 위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나타난 것이다.
UNCTAD는 “2023년 상품 무역 규모는 한 해 전과 비교해 2조달러가량 감소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도 “(지정학적 분절로) 교역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강화되는 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여파에도 자유무역이 꺾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글로벌 무역 규모 총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게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 예상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자료에 따르면,
세계 상품·서비스 교역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에는 22조달러로 2019년 대비 일부 후퇴했지만 2021년(27조3000억달러)과 2022년(31조달러)엔 모두 코로나 사태 이전 교역 규모를 뛰어넘었다.
그는 “모든 국가가 긴밀하게 연결된 현재와 같은 세계에서 무역을 제한하는 건 경제적 번영의 원천을 포기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리쇼어링도 임시방편

자유무역 신봉자인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나 대규모 감염병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분절’보다는 ‘자유무역’이 공급망 유지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특정 무역 파트너를 골라 제한하면 그간 누려온 자유무역 혜택의 일부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는 것 역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만능 해법이 아니란 게 그의 견해다.
그는 “리쇼어링 정책으로 자국 기업을 국내로 데려온다 해도 외부 충격 발생 시 흔들린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면서 “공급자를 다변화하는 것만이 무역 리스크를 줄이는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자유무역에 대한 믿음이 계속 옅어지는 건 우려되는 점이라고 했다.
WTO는 지난해 10월 2023년 글로벌 상품 무역이 전년 대비 0.8%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4월 전망(1.7% 성장)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무역 정책은 상전벽해(sea change)를 겪고 있다며 “2018년 이후 상품 교역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이어진 여파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한국도 6·25전쟁 이후 ‘무역의 힘’으로 지금 위치까지 올랐다면서 “한국은 물론 어떤 국가든 자유무역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지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고금리 등 위험 요소도

2024년 경제 전망과 관련,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선진국 경제가 ‘연착륙’하겠지만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우는 리스크들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고금리,
지정학적 리스크,
보호주의 등이 위험 요소로 꼽혔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 불길을 잡기 위해 올린 기준금리도 섣불리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인플레 불길을 되살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근본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는 당분간 실질금리가 플러스 수준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보호주의 무역정책 역시 ‘뇌관’으로 꼽힌다.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주요 무역 경로가 차단되는 등 글로벌 무역이 위축 수 있다고 말했다.

◇늙어가는 OECD 회원국,
고령화 부담 늘어가

OECD 회원국들은 장기적으로는 ‘고령화’ 충격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게 롬바르델리 이코노미스트의 조언이다.
그는 “사람들이 더 길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고령층 비율이 높아지는)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선진국들엔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노동인구 감소,
세수 감소,
연금·보건의료 체계 부담 증가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OECD 국가는 고령화와 관련한 재정 부담이 204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포인트 수준으로 추가 증가하고,
2060년까지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이미 공공 부채 증가,
고금리 대응,
기후변화 대응재원 마련과 같은 산적한 과제가 있어서,
고령화 대응은 건전 정부 재정 유지에 또 다른 난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노동 개혁으로 고용률을 높이고,
정년 연장 등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다며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고,
연금 수령액을 기대 수명에 연동해 조절하는 식의 연금 개혁도 필요하다고 했다.

“성실한 아시아 뜨고 게으른 유럽은 휴양지로 전락

[WEEKLY BIZ]
[Cover Story] 英 싱크탱크 CEBR 창립자 맥윌리엄스 인터뷰
“美·中·印 ‘글로벌 삼극 시대’ 10년내 온다

거인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구 대국에 국토 면적도 압도적으로 큰 나라들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다극화’ 시대로의 진입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20세기까지 세계 경제는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에,
부상(浮上)한 일본이 만든 질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경제권은 소련이 붕괴된 이듬해인 1992년 기준 세계 GDP의 75.3%를 차지했다.
영원히 견고할 것 같던 이 헤게모니에 첫 균열을 낸 건 중국이었다.
1991년 세계 GDP의 1.7%에 불과했던 중국 경제의 점유율은 2021년 거의 11배 수준인 18.4%까지 올라왔다.
인도는 2021년 식민 모국 영국의 경제 규모를 넘어서며 균열을 벌렸다.

앞으로 80년 가까이 남은 21세기 세계경제 지형은 어떻게 될까. WEEKLY BIZ는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 연구소(CEBR)의 창립자 더글러스 맥윌리엄스 부회장(전 회장)을 화상으로 만났다.
영국의 대표적인 경제 예측 전문가인 그는 IBM 수석 이코노미스트,
영국산업연맹 수석 경제 자문역을 지냈다.
테크 분야에도 조예가 깊어 영국의 디지털 기업에 대해 다룬 저서 ‘플랫 화이트 이코노미’가 아마존에서 경영 분야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맥윌리엄스 부회장은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
중국에 더해 인도가 G3로 등극하며 글로벌 경제의 ‘삼극(tripolar)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도 선전해 4년 뒤인 2028년 GDP 규모 9위까지 오른다고 CEBR은 내다봤다.
이번 세기 세계경제는 갈수록 아시아 중심으로 기울고,
유럽은 부 한 아시아인이 찾는 관광지로 전락할 것이란 혹독한 예견도 나왔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印, 8년 뒤 세계 3위로

글로벌 거인들의 순위는 엎치락뒤치락을 이어갈 전망이다.
CEBR은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2037년 미국을 추월하지만 20년 뒤 다시 미국에 재역전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 1위 대국 인도는 해마다 6%씩 성장하며 2032년쯤 GDP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기관에 따라 인도의 G3 진입은 이르면 3년 뒤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7년 인도가 일본과 독일을 모두 따라잡고 세계 경제 3강에 오를 것으로 본다.
기관별 예측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10년 내 미·중·인 삼극 체제가 개막한다는 얘기다.
CEBR은 더구나 2080년이면 인도가 미국과 중국을 모두 따돌리고 경제 규모 1위로 등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맥윌리엄스 부회장은 “이번 세기 말에는 인도 GDP가 미국보다 30%,
중국보다는 90%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도 경제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인도의 광활한 국토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중국·미국과 마찬가지로 인도처럼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들은 지역별로 쇠퇴하는 곳이 있더라도 다른 한쪽에서 부활하며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경제가 쇠퇴하고 있지만,
텍사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이나 영국같이 영토가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에선 이런 기회를 누리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인구도 무시할 수 없다.
1인당 GDP가 아닌 국가 전체 GDP 차원에서 인구 1위 인도는 몸집을 계속 불려나가기 유리하다.
인도는 노동력을 제공할 젊은 인구 비율도 높고,
고등교육 수준도 높은 편이다.
인도에선 숙련된 노동자들을 낮은 임금에 고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IMF보다는 인도의 G3 등극 시점을 다소 보수적으로 봤다.

“우리가 IMF에 비해 인도 경제를 조금 더 신중하게 보고 있는 것은 맞는다.
그러나 인도가 경제 초강대국으로 가는 경로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 기관 예측치를 보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세계 경제 GDP 순위는 등수별로 색깔이 다른 메달을 받는 올림픽과는 다르다.
미국,
중국,
인도가 ‘경제 대국’이란 위치에서 전 세계 경제 흐름을 좌우하게 된다는 게 중요하다.
이는 앞으로 미국이 두 거인이 위치한 아시아에서 어떤 것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中,
‘대만 침공’이란 도박 안 할 것

13일 대만에선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와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가 맞붙는다.
이번 선거는 미·중 대리전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다.
라이 후보는 친미 성향,
허우 후보는 친중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양안 관계에 긴장감이 감돌 가능성도 예견된다.
그럼에도 중국이 대만 침공과 같은 모험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맥윌리엄스 부회장은 내다봤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으로 본다.
우리 연구소가 계산하기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서방국가들 제재가 이어지며 중국 경제는 GDP의 15%가 증발하는 수준의 타격을 입을 것이다.
대만을 침공하면 국제정치 무대에서 중국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본다.
이러한 정치·경제적 손실을 감수할 만큼 중국 정부가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5년 전 베이징에서 파리까지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자동차경주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실크로드를 달리다(Driving the Silk Road)’란 제목의 책을 쓴 적이 있다.
당시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 생활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시진핑 주석이 원하는 건 ‘트로피’를 얻는 것이다.
덩샤오핑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제도)를 구상한 것처럼 대만 내부 상황을 급격히 바꾸지 않으면서도 대만과의 재결합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만한 정치적 협정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더글러스 맥윌리엄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 연구소(CEBR) 창립자

더글러스 맥윌리엄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 연구소(CEBR) 창립자

-부동산 문제가 중국 경제를 뒤흔들 ‘뇌관’으로 꼽힌다.

“이미 15년 전부터 중국 부동산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버블이 급격히 꺼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중국에는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집을 산 사람이나 차명으로 주택을 산 사람도 많다고 안다.
이에 주택 가격이 떨어져도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 같지 않다.
‘이 집은 내 소유’라고 밝히고 팔 수 없는 사람들은 가격이 내려도 손실을 감수하고 팔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중국 정부 규제로 돈줄이 마른)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들 부실은 결국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겠지만 이 외엔 해법이 없다.

-중국이 이번 세기 중반 미국에 경제 1위 자리를 다시 내줄 것으로 본 이유는.

“인구 감소가 결국 중국 경제 발목을 잡을 것이다.
2037년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시점까지는 인구 감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50~2060년 이후에는 인구 감소 여파가 중국 GDP에 영향을 미치고 중국 경제도 쪼그라들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는 기간은 2037년쯤부터 2050~2060년까지 20년 안팎이란 뜻이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美 디폴트 일어나면 세계 GDP 10% 소실 충격

-최근 미국 경제는 GDP 1위를 내주지 않을 만큼 탄탄해 보인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고,
미국 연방정부는 상환 조건을 살짝 어긴 적은 있지만 채무불이행에 이른 적도 없다.
여전히 자산 시장에서 미국 국채를 대체할 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절대 부채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재정지출을 줄이는 재정 건전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지출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거나 특정 국가의 정치적인 불안정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외면하는 이른바 ‘매수자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역사적으로 글로벌 초강대국이 채무 상환에 실패한 적은 없지만,
만약 이러한 재앙이 현실화하면 세계 GDP의 10% 정도가 날아가는 수준의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미·중·인 등 글로벌 경제의 삼극 체제는 어떤 모습일까.

“미국 중심 일극 체제나 미·중 양극 체제에 비해 불안정할 수 있다.
확실한 건 글로벌 경제 파워가 세 곳으로 분산되니,
한 나라가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다른 나라에 강요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인도처럼 새롭게 경제적 초강대국에 오르는 나라는 이점도 많겠지만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 것이다.
초강대국이 된다면 성숙한 태도와 다른 국가를 배려하는 이타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나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도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으로 이해한다.
미국조차도 최근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삼극 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韓, 2028~2038년 GDP 9위 예상

맥윌리엄스 부회장이 이끄는 CEBR 연구진은 한국이 2028년 캐나다,
이탈리아,
멕시코,
러시아를 밀어내고 세계 GDP 순위 9위에 오른 뒤 적어도 2038년까지는 이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영국에서 한국 브랜드 전기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한국에는 ‘강남 스타일’ 외에도 자랑거리가 많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한국 경제가 이제 추락할 일만 남았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나는 한국 경제가 여전히 위로 더 올라갈 동력이 많다고 본다.
두 가지 정도 요인이 있다.
첫째는 기술력이다.
전기차 등 분야 외에 반도체나 배터리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우수하다.
서비스 산업 영역에서도 한국은 성장 중이다.
둘째는 성실성이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 시간 문제는 개선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면 성실한 근로 문화와 숙련된 노동력이 한국 경제를 현재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도 분명하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한국 경제 성적을 그리스에 이어 2위로 평가한 것과 관련) 한국은 인플레이션 대응도 선방했다고 본다.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물가 상승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한국은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초기 확산 방지나 백신 접종 등의 대응도 양호한 편이었고,
이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한국의 낮은 출산율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당분간 한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15년 후부터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여파가 경제 성장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일본처럼 정년 연장이나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민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유럽처럼 급격하게 이민 빗장을 풀면 사회 통합이 저해되는 등 ‘사회적 비용’도 치를 수 있다.
그러나 이민을 꾸준히 받으면 단기적으로는 노동력 부족에 대응할 수 있고,
장기적으론 더 다양한 인재와 사회적 아이디어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고령화에 따라 연금 지급 개시 시점을 더 늦추는 등 연금 개혁도 해나가야 하는 게 한국의 과제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아시아의 시간이 온다

맥윌리엄스 부회장은 가난 탈출을 위해 노력해 온 아시아 국가의 저력에 주목한다.
옥스퍼드대에서 석사 논문 주제로 ‘동남아시아 산업화’를 다룰 정도로 아시아 경제 이해도가 높은 그는 “아시아 주요국들은 근면 성실하게 일하고 항상 더 개선해보려는 문화가 있다며 “반면 굶주림의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은 유럽에선 조금만 살만하면 현재 상황에 안주하려는 이른바 ‘게으름’ 문화가 있어 경제력이 뒷걸음친다고 해석했다.

-아시아 국가 중 특히 주목하는 국가들은 어떤 나라들인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에 주목한다.
기본적으로 인구 규모가 큰 나라들이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니켈을 비롯한 자원이 풍부하다.
베트남은 생산 기지로서 입지를 완전히 굳힌 상태다.
방글라데시 역시 섬유 산업 외에 다른 제조업으로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최근 유럽 경제가 후퇴하는 이유는 무엇으로 보나.

“쉽게 말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다.
노동 시간은 너무 줄였고,
휴일은 너무 늘렸다.
조기 은퇴를 원하는 사람도 많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보다는 현재의 성과 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분위기도 강하다.
규제도 문제다.
첨단 산업 분야 규제가 많은 편이라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게 만든다.
유럽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적은 것도 도전하지 않는 분위기와 꽉 막힌 규제 탓이다.
나는 유럽연합(EU)이 2026년에 도입하려는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도 결국 보호무역을 위한 관세라고 여긴다.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공포의 바다.
..미사일 쏟아지는데 그들은 왜 홍해로 향하나

[WEEKLY BIZ] 해운사들 “우리는 고객 요청받은 택시일 뿐

 

예멘의 이슬람 반군 후티의 헬기가 지난달 20일 홍해에서 운항 중이던 자동차 운반선(PCTC) '갤럭시리더'호 위로 날고 있다.<BR> 후티는 이날 갤럭시리더호를 나포했다.<BR> /로이터 연합뉴스

예멘의 이슬람 반군 후티의 헬기가 지난달 20일 홍해에서 운항 중이던 자동차 운반선(PCTC) '갤럭시리더'호 위로 날고 있다.
후티는 이날 갤럭시리더호를 나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투박한 장화처럼 생긴 아라비아반도 남서쪽 끝,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Bab el-Mandeb) 해협은 아랍어로 ‘눈물의 관문’이란 뜻이다.
수많은 항구가 연이어지는 폭 29km 해협엔 고대부터 해적이 판치고 물살도 거세 그만큼 목숨을 잃는 뱃사람이 많은 위험한 뱃길이었다.

이 눈물의 관문에 또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친(親)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지난해 말부터 홍해를 지나는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전체 상품 무역량의 12%를 차지하는 이 좁은 바다에 격랑이 일면서 세계 주요 해운사들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우회를 택했고,
중소 해운사들은 필사의 눈치 작전을 벌이며 홍해로 계속 배를 띄우는 모험을 감행 중이다.
노르웨이 해운사 프런트라인의 바스타드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NYT)에 “해운사는 대형 석유 회사나 무역 회사 등 고객사들 요청에 따라 움직이는 ‘택시’에 불과하다며 “한번 항해가 시작되면 선장이나 회사가 항로를 바꾸기 쉽지 않다고 했다.
물류 불안이 이어지며 경제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EEKLY BIZ가 이 위험한 바다를 해부했다.

◇선박부터 해저 케이블까지

지난 2일 예멘 모카에서 남서쪽으로 약 24km 떨어진 항구에서 세 차례 폭발음이 울렸다.
예멘 일대를 장악한 예멘 후티 반군이 민간 선박을 향해 발사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 영국 화물선 갤럭시리더호를 나포하고 선원 25명을 구금한 데 이어,
12월엔 유니티 익스플로러(바하마),
넘버나인(파나마),
스트린다(노르웨이) 등 민간 선박에도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최근엔 후티 반군이 선박에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집중 매설된 해저 광케이블을 타깃으로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이 해협에 집중 매설된 해저 케이블이 절단되면 인터넷 장애가 발생하는 등 대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알자지라 등 외신은 다만 “예멘 외무부는 이러한 해저 통신 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1월 12일 예멘 사나에서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미국과 영국의 후티 반군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BR> /이터 연합뉴스

1월 12일 예멘 사나에서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미국과 영국의 후티 반군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터 연합뉴스

그렇다면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긴장을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흐야 사레아 후티 반군 대변인은 비디오 성명에서 “가자 지구가 필요한 식량과 의약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국적을 불문하고 이스라엘 항구로 향하는 홍해의 모든 선박이 우리 군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해상 공격의 명분이란 얘기다.
해상 공격 배후엔 이란이 있다는 의심도 여전하다.
지난달 아드리엔 왓슨 미국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이 해상 공격에 깊이 연관돼 있다.
이란의 지원이 없다면 후티 반군은 선박을 추적하고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이 해상 공격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속뜻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후티 반군은 이슬람권은 물론 예멘 내에서도 소수 종파인 시아파이고,
시아파 중에서도 소수 분파인 자이드파다.
이에 반(反)이스라엘 여론을 등에 업고 존재감을 높이고 중동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꾀했다는 해석이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시간의 마법’에 홍해 못 떠나는 해운사들

긴장이 높아지며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은 일찌감치 뱃길이 짧은 홍해와 수에즈운하 운항을 포기했다.
세계 2위 해운 업체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지난달 15일부터 홍해 항행을 중단했다가 2주 만에 재개하기도 했으나,
재개 직후인 지난달 31일 컨테이너선 ‘머스크 항저우호’가 후티 반군에게 공격당한 뒤 홍해 운항을 다시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중소 해운사 중엔 여전히 홍해 운항이란 모험을 강행하는 곳도 적잖다.
홍해 물길이 만드는 ‘시간의 마법’이란 유혹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다.
홍해 항로를 포기하고 아프리카를 돌아가면 뱃길이 9000km 이상 길어지고,
이동 기간이 최소 7일가량 더 든다.
선박당 40만~70만달러에 이르는 수에즈운하 통행료를 아끼더라도,
늘어난 보험료·기름값 등 때문에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르웨이 해운사 프런트라인 측은 NYT에 “만약 그럴 능력만 있다면 우리도 홍해를 통한 운송은 피할 것이라며 “그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고객사의 요청,
홍해 항로의 가성비 등 뱃머리를 틀기 어려운 이유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물가 상승 등 경제적 후폭풍 우려

홍해 운송 악재에 이미 해상 운임은 급등세다.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8일 1032.21에서 같은 달 22일 1254.99로 222.78포인트(21.6%) 올랐고,
이달 5일엔 1896.65로 12월 8일 대비 864.44포인트(83.7%) 올랐다.
해운사 OL-USA의 앨런 배이어 최고경영자(CEO)는 “해상 화물 운임의 갑작스러운 상승을 고려하면,
1분기에도 이러한 높은 운송 비용이 공급망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은 지난 2021~2022년 공급망 대란 속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조만간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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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가까스로 인플레이션 불길을 잡았던 각국 정부도 물류발(發) 물가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홍해 항로 이용 차질로 세계 경제가 또 다른 위기의 폭풍에 직면했다고 했다.
다만 홍해발 물류 리스크가 글로벌 물가를 직접적으로 자극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적잖다.
팬데믹 때와 달리 지금은 글로벌 생산망에 차질이 크지 않고,
화물 운임도 팬데믹 당시보단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홍해발 물류 리스크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항로 우회 등으로 운송 기간이 늘고 운임도 들썩이지만,
아직 수출입 물동량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한 달 동안 홍해를 항행한 우리나라 선박은 총 35척으로,
모두 무사히 통과했다.
해수부는 “지난달 21일 우리나라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위해 해운 업계에 우회 운항을 권고했다면서 “계약상 운송 기간을 맞춰야 하는 등 부득이 홍해를 운항하는 선박은 24시간 추적·관찰하고 유사시 즉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로봇 인해전술’

[WEEKLY BIZ][Cover Story] 14억 인구에도 제조인력 부족...전세계 산업용 로봇 절반이 중국行

그래픽=김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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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국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의 공장’이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넘쳐나는 인구에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해외 기업들을 끌어모았다.
기업들은 중국으로 앞다퉈 생산 기지를 옮겼고,
아이들 장난감부터 최첨단 스마트폰 부품까지 ‘메이드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전 세계에 뿌려졌다.

그런데 14억 인구의 중국에서 최근 로봇이 사람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전 세계에 설치되는 산업용 로봇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설치될 정도로 ‘로봇 인해전술’이 펼쳐지고 있고,
제조업 자동화 수준을 평가하는 ‘로봇 밀도’(직원 1만명당 로봇 대수)도 로봇 대국으로 통하던 일본을 지난해 이미 넘어섰을 것이란 예상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 주석이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중국 산업 현장이 ‘노동 집약’에서 ‘로봇 집약’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중국은 세계 최대 로봇 시장

중국의 산업용 로봇 설치 증가세는 폭발적이다.
최근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과반이 중국에 설치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중국에 총 29만258대의 산업용 로봇이 설치됐다.
이는 같은 해 전 세계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55만3052대)의 약 52%에 이른다.
설치 대수를 기준으로 2위인 일본(5만413대)의 5.8배,
3위 미국(3만9576대)의 7.3배 수준에 이르는 수치다.

산업 현장마다 로봇 도입을 서두르면서 중국의 산업용 로봇 가동 대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아이리서치(iResearch)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용 로봇 대수는 2017년 50만대에서 2022년 136만대로 5년 만에 2.7배 수준이 됐다.
인민일보 등 현지 매체는 “현재 중국에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 대수는 150만대 이상으로,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 대수는 내년엔 200만대를 돌파해 208만대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중국에선 로봇 숫자만 많아지는 게 아니라 로봇의 질(質)도 좋아지고 있다.
과거 물건 운반과 같은 단순 작업에 주로 투입됐던 로봇들은 최근 배터리 부품 조립 등 높은 정확도를 요구하는 분야에도 활용되고 있다.
왕훙(王洪)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국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산업용 로봇은 빠른 속도와 높은 정확도를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사용될 만큼 발전하고 있다며 “특히 친환경 자동차,
리튬 배터리,
태양광과 같은 신흥 산업에서 로봇 활용이 늘고 있다고 했다.

설치되는 로봇이 많아지며 중국의 로봇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중국전자학회(CIE)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4억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의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142억달러를 기록했고,
오는 2024년에는 251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20% 넘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2017~2024년 사이 전 세계 로봇 시장이 2.5배 커지는 동안 중국은 3.9배 성장할 정도로 성장세가 빠르다는 게 중국전자학회 분석이다.

◇선진국 뛰어넘는 ‘로봇 강국’이 목표

중국은 이미 세계 최다 산업용 로봇 보유국이지만,
로봇 대수를 넘어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목표다.
지난해 1월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17개 부처는 2025년까지 자국 내 ‘로봇 밀도’를 2020년의 2배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로봇+’ 계획을 발표했다.
로봇 업계는 직원 1만명당 로봇 대수를 뜻하는 로봇 밀도를 기준으로 국가별 제조업 자동화 수준을 평가하는데,
중국은 이 로봇 밀도를 2020년 1만명당 250대 수준에서 내년도에는 1만명당 50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세운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전격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의 로봇 밀도 순위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중국의 로봇 밀도는 미국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중국이 2021년 한 해 동안에만 24만3300대의 산업용 로봇을 새롭게 투입하며 2021년 기준 로봇 밀도는 322대를 기록,
전년도 9위(246대)에서 5위로 네 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반면 로봇 밀도가 1만명당 274명에 그친 미국은 전년도 7위에서 9위로 밀려났다.
마리나 빌 국제로봇연맹 회장은 연맹 홈페이지에서 “중국이 로봇을 통한 자동화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로봇 밀도가 빠르게 올랐으며,
여전히 기회가 많다고 밝혔다.
중국의 로봇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셈이다.

2022년도 중국의 로봇 밀도는 1만명당 392대까지 오르며 4위인 일본(397대)의 턱밑까지 쫓아왔고,
최근의 빠른 성장세를 감안하면 지난해엔 로봇 강국인 일본을 이미 추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1위 한국(1012대),
2위 싱가포르(730대)와의 격차는 있지만,
중국의 전체 제조업 종사자 수가 3800만명(도시 기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로봇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평가다.

◇중국이 ‘로봇 대전환’에 나서는 까닭

그렇다면 14억이나 되는 인구 대국 중국은 왜 산업용 로봇 확충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급격한 인구통계학적 도전에 직면하면서 ‘로봇 수퍼파워’가 되려는 사명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도 한국처럼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면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로봇을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2020년 9억8900만명에서 2023년 9억6300만명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노동 참여율(생산 가능 인구 중 경제 활동 인구의 비율)도 같은 기간 68.4%에서 65.2%로 쪼그라든다.
이 같은 노동력 감소는 이미 중국 노동시장에서 인건비 상승으로 반영되고 있다.
중국 동오증권은 “2012년부터 중국의 근로자 임금 증가율이 기업 소득 증가율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2013년부터 중국의 20~59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꺾이기 시작했다며 “인구 고령화로 인건비가 증가해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현상이 불가피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할 사람이 귀해진 건 제조업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농부의 평균 연령은 50대에 이르고,
청년들은 농촌에 자리 잡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중국은 식량 안보에 집착하고 있고,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엔 관심이 없어 로봇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요양원에만 약 810만명의 노인이 있는데,
이들을 돌볼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처럼 다양한 업종의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하며,
중국에서는 로봇이 대안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사회의 문제로 떠오르는 청년들의 ‘탕핑(躺平) 문화’도 기업들이 로봇 도입을 서두르는 데 한몫하고 있다.
‘평평하게 눕는다’는 뜻의 탕핑은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구직과 같은 힘든 일은 포기하고 편하게 살려고만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중국 청년들은 대학 졸업장을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도시 생활을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간 모습을 공유하며 탕핑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 청년들이 구직,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부모의 집에 얹혀살며 ‘전업 자녀’를 자처하는 현상을 주목하는 외신 보도들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청두에 사는 장모(23)씨는 최근 BBC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 졸업한 동기 32명 중 3분의 1 정도만 정규직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며 “엄밀히 말하면 일자리는 많지만 기대치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못 찾은 청년들은 무기력에 빠지고,
산업 현장에선 당장 일할 사람이 부족해 로봇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로봇 자국산 비율,
7년 만 두 배로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여전히 일본의 야스카와전기나 화낙,
스위스의 ABB 같은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 로봇 시장에서도 외국 브랜드 파워가 여전히 센 편이다.
중국 전청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일본 업체 화낙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5.3%를 기록하며 1위였다.
이어 일본의 야스카와전기와 스위스 ABB가 각각 점유율 8.2%씩을 기록했고,
중국 가전업체의 자회사가 된 독일의 쿠카도 7.9%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은 세계 최대 로봇 시장인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완성된 로봇을 중국 제조 업체들에 파는 식으로 중국 로봇 산업의 태동기부터 영향력을 키워왔다.
뒤늦게 로봇 산업에 뛰어든 중국 토종 업체 에스툰(5.9%)과 이노밴스(5.2%)는 각각 점유율 6,
7위에 머물러 있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하지만 중국의 산업용 로봇 자국산 비율이 빠르게 오르며 해외 기업들과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MIR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용 로봇 국산화 비율은 2015년 17.5%에서 2022년 35.7%로 7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중국 매체들은 2022년 에스툰의 매출액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전년 대비 28.5%와 36.3%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고 전했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이처럼 중국 토종 제조사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제조업의 기술 고도화 수요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 때 공급망 위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로 외국 브랜드가 제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때 그 빈틈을 중국 로봇 제조사가 빠르게 메웠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다만 자동차 조립이나 고속·고정밀 작업에 쓰이는 ‘6축 로봇’(6개 관절을 가진 로봇) ‘스카라 로봇’(수평다관절 로봇) 등의 중국 국산화율은 각각 17%와 31%로 아직 낮은 편이다.
로봇이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기반하중)를 올리면서도 움직임까지 자연스러운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기술력은 아직 글로벌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 사이 격차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휴머노이드 로봇 바람까지

중국은 사람의 외모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인간 두뇌처럼 사고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에 접목되며 의료,
교육,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쓰임새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휴머노이드 로봇의 혁신 및 발전을 위한 지도 의견’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 주도로 오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완성품을 글로벌 선두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대량 생산까지 하겠다는 게 발표의 주요 골자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2~3개 기업과 다수의 전문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2~3개의 로봇 클러스터까지 조성해 2027년에는 자국 내에서 안정적인 로봇 생산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산업정보기 부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스마트폰,
친환경 자동차에 이어 (인간 생활을 바꿔놓을) 파괴적 제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발맞춰 민간 기업들도 ‘로봇 왕국’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 중이다.
중국의 스타트업인 푸리에 인텔리전스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GR-1′의 대량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 로봇은 높이 1.65m,
무게 55kg으로 보행 최대 속도는 시속 5km에 이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푸리에 인텔리전스는 올해 중 휴머노이드 로봇 500대를 단거리 물품 배송,
보안 점검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단순한 업무로 시작한 뒤 추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운전기사,
요리사,
소방관 등 다양한 직업과 업무를 맡기는 게 목표다.

한 로봇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저출산·고령화와 노동 인구 감소 현상이 벌어지며 제조업에서부터 서비스업,
의료 분야 등 산업 전반에 로봇 대중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향후 4년간 연평균 50%씩 성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오는 만큼,
로봇과 AI 등에서 필수 기술력을 선점하는 국가가 향후 ‘로봇 시대’를 주도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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