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게 더 작게…‘드론 한방’에 중동 판세 흔들

지난해 4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정박 중인 터키 상륙함에 탑재된 무인 전투기 바이락타르 옆에 해군 병사가 서 있다.<BR> AP 연합뉴스

지난해 4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정박 중인 터키 상륙함에 탑재된 무인 전투기 바이락타르 옆에 해군 병사가 서 있다.
AP 연합뉴스

평화롭게만 느껴지던 지난해 10월7일 새벽 6시30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둘러싼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 쪽으로 로켓 5천여발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이어 약 1500명의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분리장벽을 넘어 이스라엘 국경 지대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알아크사 홍수’라는 작전명 아래 수행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었다.

이 공격의 최선봉을 맡은 것은 ‘가난한 이들의 무기’라 불려온 저가형 ‘공격 드론’이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도발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제압하기 위해 만든 최첨단 방벽 ‘스마트 펜스’의 원격통제 무기 시스템(RCWS)은 작은 드론이 떨어뜨린 소형 폭발물에 무용지물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의 (스마트 펜스) 감시초소를 향한 취미용 드론의 공습으로 시작됐다”고 짚었다.

지난 28일 요르단 내 미군기지를 습격해 미군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격을 실행한 것도 날개 너비 2.5m짜리 이란산 샤헤드 드론이었다.
이날 친이란 이슬람 무장세력인 카타이브 헤즈볼라(KH)로 추정되는 이들이 요르단-시리아 국경의 미군 전초기지 ‘타워22’를 겨냥해 자살 드론을 투입했다.
이 공격으로 가자 전쟁 개전 이후 처음 미군 사망자가 나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드시 응징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드론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이 다시 드론으로 확전될 기로에 놓이게 된 셈이다.

2000년대 초부터 세계 곳곳에선 주로 미국이 운용하는 ‘프레더터’나 ‘리퍼’ 등 전투기 수준의 고급 드론이 활약해 왔다.
이에 맞서 2010년대 접어들며 중국·이란(샤헤드 136)·튀르키예(바이락타르 TB2)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 등 무장 세력이 비행체에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저가형 소형 드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란은 2021년 미사일을 탑재한 군용 드론을 제작한 데 이어 이듬해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2022년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 무기들의 군사적 효용성이 입증되며,
향후 전쟁의 모습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았다.

소형 공격 드론의 가장 큰 특징은 비교적 싼 값에 아군 병력엔 아무런 피해 없이 적에게 가까이 다가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점이다.
나아가 밀집된 시가전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정밀한 공중 지원도 가능하다.
시도 때도 없이,
때로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쉽게 적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무기를 이슬람 무장세력 등도 적극 활용하게 되면서 중동에 배치된 미군의 피해가 커지고 전선과 후방의 구분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처음으로 현실화된 ‘드론의 전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소형 공격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영내 깊숙한 곳에 위치한 모스크바를 타격하고 있다.
범유럽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ECFR)는 나아가 “우크라이나군이 (2022년 4월) 침몰시킨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함의 방어망을 교란하는 데도 (튀르키예의) 티비2(TB2) 드론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우크라이나가 매달 1만여대의 드론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군 역시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도시 파괴,
댐 붕괴,
탱크·병력·병참시설 공격 등을 손쉽게 수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인터넷 매체 ‘유로마이단 프레스’는 지난해 11월 현재 “우크라이나의 1인칭 시점(FPV) 드론 생산량이 매달 5만대인 반면,
러시아는 30만대에 이른다”며 “이런 생산 능력 격차는 드론 제조 기술자와 정찰·전투용 무인항공기(UAV) 운용에 필요한 엔지니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수행하려면 매달 20만대의 전투용 드론이 필요하다며 이는 연간 포탄 수요량과 맞먹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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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시가전이 진행 중인 가자 전쟁에선 드론이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이스라엘군은 이전부터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1982년 1차 레바논 전쟁에서 대공 미사일 사격을 유도하고,
적 미사일 기지를 찾아내는 데 드론을 활용했다.
1989년에는 세계 첫 공격용 드론을 개발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지난 30년간 군용 드론의 국제 수출 물량 60%가 이스라엘에서 이뤄졌다고 추산한다.

이번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은 건물과 지하터널에서 사물을 인식해 충돌을 피하는 동시에 150g짜리 소형 폭발물을 장착한 채 잠긴 문을 폭파하고 스스로 위험을 탐지해 파손을 피하는 드론 ‘익스텐더’를 쓰고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드론 제작자들은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또 다른 대형 드론 ‘울버린’이 익스텐더의 10배 넘는 폭탄을 탑재하고,
인명 구조를 위한 ‘투과형 탐지 레이더’,
물체를 집어 올리는 ‘집게발’까지 갖췄다”며 “이 모델들이 모두 현재 가자 전쟁에 투입돼 있다”고 말했다.

드론을 활용한 손쉬운 전투가 가능해지며 인명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세계적 과학잡지인 ‘엠아이티(MIT·매사추세츠공대)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군의 ‘프레더터’ 같은 전투기 수준의 고급 드론이 ‘드론 전쟁’을 지배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저가형 모델이 군사작전의 주류가 됐다”며 “드론의 전술적 이점은 분명하지만 전세계 민간인에게는 더 끔찍한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우크라이나 전쟁,
홍해의 후티 반군 공격에서 보듯 드론은 전쟁을 더 빠르고,
값싸게,
스마트하게 만든다”며 “저렴해진 드론의 활용성이 커지며 대규모 군대와 소규모 군대 간의 차이가 줄어들고 전쟁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바이든 대 트럼프' 싸움에 등장한 '테일러 스위프트' 논쟁

올해 미국 대선의 뜨거운 인물로 떠오른 테일러 스위프트. photo 뉴시스

올해 미국 대선의 뜨거운 인물로 떠오른 테일러 스위프트. photo 뉴시스

트럼프 지지자들이 "아무 것도 하지말고 그냥 노래나 불러라"며 경계하는 가수가 있다.
바로 테일러 스위프트다.
스위프트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팝스타다.
타임지가 지난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사람이다.
선정 이유는 이랬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분열된 세계에 남은 마지막 단일 문화다.
"

스위프트는 올해 34세지만 어린 나이부터 활동했기 때문에 이미 데뷔 17년차 가수가 됐다.
실적은 어마어마하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앨범 판매량이 총 2억장이 넘는다.
발매한 1~10집 중 실패한 사례가 없다.
10대 때는 미국 국민여동생 느낌이었다면 20대 이후부터는 싱어송라이터로 글로벌 인지도를 얻었다.
모든 곡을 혼자,
혹은 공동으로 작업해 왔으니 재능도 탁월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이유가 비교 대상이 종종 되곤 했다.
비슷한 궤적을 밟아 와서다.

'스위프트'와 '노믹스'를 합성한 '스위프트노믹스'라는 단어까지 생길 정도로 스위프트는 경제적 효과를 몰고 다닌다.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는 도시마다 찾아온 관객들 때문에 그 지역 교통 및 숙박,
음식업 등이 호황을 누리며 일시적으로 경제 부양을 일으키면서 생긴 말이다.
스위프트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20개의 도시에서 총 53회 공연을 했는데 공연수익만 10억 달러(약 1조 3350억원)를 돌파하며 기록을 세웠다.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지지 선언한 적 있어

스위프트의 영향력이 정치로 이동하면 어떻게 될까. 그 효과는 증명된 바 있다.
스위프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억790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9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링크한 유권자 등록사이트 'Vote.org'에 트래픽이 몰리며 유권자 등록자가 급증한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선거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
Vote.org 측에서는 2024년 미국 대선 전에 유권자를 늘리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는데 여기에 스위프트가 동참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새로 등록한 유권자 수가 3만5000여명에 달했다.
2020년 미국 하원의원 선거 이후 최대 규모였는데 특히 젊은 유권자 참여가 크게 늘었다.

뉴욕타임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 캠프에서 스위프트를 공략 대상으로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선거에서 트위프트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조바이든 2020'이라고 적힌 쿠키를 구운 사진을 올리며 지지 선언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지지율 반등이 필요한 바이든 캠프 입장에서는 스위프트라는 원군이 한 번 더 간절한 상황이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제발 노래나 불러라"며 트위프트에게 정치적 선언을 하지말 것을 요구 중이다.
'롤링스톤즈'에 따르면 트럼프 쪽 인사들은 수개월 전부터 트위프프트의 '바이든 지지선언'에 관해 논의해왔다.
이 매체는 트럼프 측근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는 아무리 인기 많은 연예인들이 지지해도 바이든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자신이 스위프트보다 인기가 더 많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미 소셜미디어에는 스위프트 관련 음모론도 확산됐다.
잘 알려진 음모론 중 하나는 스위프트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팬을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있는 국방부의 스파이라는 주장이다.
 

비만치료제 ‘만병통치약’ 되나…치매·파킨슨병에도 효과 기대

염증 완화 효과,
뇌에도 작용하는 듯
노보노디스크,
임상시험 2건 진행중

비만치료제의 염증 완화 효과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도 먹혀드는지 알아보는 임상시험이 진행중이다.<BR> 픽사베이

비만치료제의 염증 완화 효과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도 먹혀드는지 알아보는 임상시험이 진행중이다.
픽사베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비만치료제가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로 불리는 이 약물이 간,
신장,
심장 등 다양한 장기에 발생한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에 근거한 판단이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불러 식욕을 억제하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특히 이 약물의 염증 완화 효과가 뇌에도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현재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오젬픽(당뇨병 치료제)과 위고비(비만 치료제)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마운자로(당뇨병 치료제)와 젭바운드(비만치료제)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미국 제약업체 일라이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의 주성분이다.

네이처는 ‘셀 메타볼리즘’,
‘약학 연구’(Pharmacological Research) 등 국제학술지에 발표되거나 언급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금까지 확인된 비만치료제 약물의 염증 완화 효과를 소개했다.
지난달 ‘셀 메타볼리즘’에 발표된 논문의 공동저자인 캐나다 토론토대 다니엘 드러커 교수(내분비학)는 네이처에 “이 약물이 어쩌면 기존 약물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가 판매하고 있는 비만치료제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가 판매하고 있는 비만치료제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거의 모든 장기에서 염증 감소 효과

네이처에 따르면 2021년 공개학술지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에 발표된 한 동물 실험에서는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라는 이름의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지방간이 있는 쥐의 간 염증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2015년 간학연구)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관찰됐다.

또 생쥐를 대상으로 한 다른 실험에서는 리라글루타이드가 신장과 심장에서의 항염증 효과 가능성이 확인됐다.
GLP-1 자체도 비만 및 당뇨병 질환을 앓고 있는 쥐의 지방 조직에서 염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러커 교수는 “그동안의 동물과 인간 연구를 통해 볼 때,
GLP-1은 거의 모든 장기 조직에서 염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약물이 유발하는 체중과 혈당 감소는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약물은 체중 감소가 가시화하기 전에 항염증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항염증 효과를 내는 별도의 기제가 작용한다는 걸 시사한다.

드러커 교수팀은 GLP-1 수용체가 면역세포에는 부족하지만 뇌에는 풍부하다는 점에 그 단서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생쥐에게 전신 염증을 유도한 뒤,
GLP-1 약물을 여러번 투여했다.
그러자 생쥐의 염증 상태가 호전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이나 약물을 이용해 생쥐의 뇌에서 GLP-1 수용체를 차단하자 GLP-1 약물은 염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나이겔 그레이그 박사(약리학)는 네이처에 “이는 적어도 생쥐에서는 GLP-1 수용체를 통해 항염증 효과가 직접 나타나며,
이는 뇌에 의해 매개된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뇌에 전달되는 약물의 양은 매우 적었다.
그럼에도 뇌에서 항염증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현미경으로 본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녹색). 위키미디어 코먼스

현미경으로 본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녹색). 위키미디어 코먼스

“상상할 수 없는 영역까지 적용 범위 확대”

이런 항염증 효과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두 질환은 모두 현재 치료법으로는 효과적 치료가 어려운 신경계의 염증을 특징으로 한다.
또 알츠하이머병의 베타 아밀로이드,
파킨슨병의 알파 시누클레인 같은 병리적 단백질은 뇌의 특정 수용체와 상호작용해 염증을 유발한다.

그레이그 박사는 그러나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뇌의 염증을 억제해 뉴런이 계속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쓸 수 있는지 알아보는 2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비만치료제는 파킨슨병 환자에게도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몇년 전 임상시험을 통해 엑세나타이드(exenatide)라는 GLP-1 수용체 작용제가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능력을 높여주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현재 더 많은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연말까지 임상시험을 완료할 계획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GLP-1 약물에 특별히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 약물의 적용 범위가 더 넓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레이그 박사는 네이처에 “염증 성분이 있는 질환은 매우 많다”며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경우 이러한 질환에 대해 이런 약물을 써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비만치료제는 심장질환자의 심부전 증상을 완화시키고 심장마비 및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확인됐다.
또 비만과 당뇨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와인과 담배에 대한 갈망이 줄어든다는 보고에 따라 약물 중독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해 말 비만치료제를 2023년 최고의 과학 성과로 선정하면서 “비만치료제가 애초엔 상상할 수 없었던 영역으로 약물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기술 발달,
가짜 뉴스 확산의 독일까 약일까

1894년 미국 삽화가 프레드릭 버 오퍼가 그린 일러스트 일부분. 허위 뉴스,<BR> 날조한 뉴스,<BR> 값싼 센세이션 등 다양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나르는 군상들을 표현했다.<BR> 위키미디어 코먼스

1894년 미국 삽화가 프레드릭 버 오퍼가 그린 일러스트 일부분. 허위 뉴스,
날조한 뉴스,
값싼 센세이션 등 다양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나르는 군상들을 표현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김민형 | 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

올해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내다보며 많은 사람이 가짜 뉴스의 위험을 다시금 거론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짜 뉴스가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 2016년 미국 대선 때쯤이었다.
당시 선거에 영향을 줄 만한 뉴스의 확산을 도모하는 웹사이트들이 대거 증가하면서,
두 후보 클린턴과 트럼프에 관한 해괴한 소식이 나날이 증가했고 실제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이 특히 트럼프 반대파 사이에 퍼졌다.
이런 분위기를 배경으로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매체에서 가짜 뉴스 대응책을 체계적으로 강구하기도 했다.
2020년 대선에서는 선거 부정의 풍문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돌면서 트럼프가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이들이 미국 의사당으로 쳐들어가는 기이한 사건도 있었다.
올해도 이런 위험에 대비가 제대로 되었는가 많은 언론인이 묻고 있다.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가짜 뉴스가 상당히 오래된 현상이라고 지적하는 역사학자들도 많다.
가령 유럽에서 계몽주의 시대였던 1755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약 1만2천명이 죽는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하늘의 벌,
성모 마리아의 발현 등 종교적인 가짜 뉴스들이 널리 퍼졌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제이콥 솔 교수는 이 사건이 사상가 볼테르가 유명한 반종교적인 풍자 소설 ‘캉디드’를 쓴 동기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몇년 전 뉴욕대학 조슈아 터커와 공저자들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의하면,
가짜 뉴스의 확산은 사회적인 염려에 비해서 흔하지 않다.
이 논문은 문제가 됐던 2016년 미국 선거운동 기간 페이스북에 나타난 가짜 뉴스 공유현황을 통계 조사했는데,
가짜 뉴스를 하나라도 공유한 사람은 표본의 약 8%,
세개 이상 공유한 사람은 2%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뉴스에 가장 민감한 세대가 노년층이라는 사실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조사에서 65살 이상 노년 사용자들이 가짜 뉴스를 공유할 확률은 18~29살 젊은이보다 3~4배 컸다.
그런 현상을 설명하는 한가지 가설은 젊은 계층일수록 인터넷 사용에 익숙해 어떤 뉴스든 여러 사이트와 관점을 비교 검증하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즉,
가짜 뉴스 확산에 노년층의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이 한몫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럽에서 인쇄기술의 발전은 15세기 이후 허위 정보의 확산을 급격히 촉진하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의 보편화도 가지고 왔다.
또 인쇄매체를 이용한 풍문의 남발이 객관적인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19세기 말부터 현대적인 형태의 근거 기반 신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솔 교수는 지적한다.

당시처럼 현재의 기술 문명도 허위 사실 배포의 도구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와 싸울 수 있는 정밀한 도구들도 대거 제공하고,
진실한 정보에 대한 의식을 전체적으로 높여 준다는 것이 이런 연구가 제시하는 중요한 가능성이다.

기술 문명의 긍정적인 파급 효과는 교육과 학문에서 특히 뚜렷하다.
학문적 자원의 공유가 쉬워진 것도 중요한 발전이지만 일상적인 담론의 수준도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
가령 나 자신이 수학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발견하는 점은 20세기 이전 학자들의 연구가 대체로 객관적인 근거와 연결이 잘 안된다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유명한 학자라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발언을 하면 곧 탄로 나기 때문에 만사에 더 조심스러워진다는 인상이다.
즉,
‘학문적인 가짜 뉴스’를 제어하기 쉬워졌다는 이야기다.

물론 가짜 뉴스가 정확히 무엇인지 규명하기 어렵다.
언어는 세상 현상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할뿐더러 정치적 대치 관계에 있는 두 그룹이 서로에 대한 뉴스의 참/거짓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현재 가자전쟁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서도 확인된다.
결국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 가운데서도 사회 구성원들의 관점 차이에 대한 끊임 없는 배려와 소통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바이든,팝스타 스위프트에 'SOS'…트럼프는 '소송 리스크'에 부심

 

이치동 기자

 

[앵커]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적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지원사격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소송 비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치동 기자입니다.

[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테일러 스위프트를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착각해 이름을 잘못 말합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비욘세의) 르네상스 투어나 브리트니의 투어 티켓을 구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할 수 있죠. (콘서트 하는) 브라질 날씨가 좀 덥죠."

지난해 11월,
자신의 81번째 생일날 백악관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행사에서 실수한 건데,
'고령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겹치면서 체면을 구겼습니다.

이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10월 스위프트의 투어 콘서트에 직접 가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대선을 9개월 앞두고 스위프트를 공식적인 우군으로 만들어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제기된 안 중 하나입니다.

실현되면,
선거 자금 모금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2억7천900만 명.

작년 9월 스위프트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 젊은 층에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자,
곧바로 3만5천 명이 명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스위프트는 2020년 대선 때 바이든을 지지했고,
낙태 문제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스위프트가 나서더라도 몰락하는 바이든을 구할 수는 없을 거라고 비꼬았습니다.

각종 민사·형사상 소송전 속에 정치적 탄압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선거 자금을 끌어모은 트럼프는 이제 소송비용으로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작년에 정치활동위원회를 통해 모금한 선거자금 중 총 5천만 달러,
우리 돈 약 665억 원을 소송 비용으로 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법 리스크가 자금 리스크로 전이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연합뉴스 이치동입니다.
(lcd@yna.co.kr)

'세계적인 팝스타' 스위프트는 트럼프의 적?…"미 대선 변수 될 수도"

[앵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한 번 공연을 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날 만큼 인기인데,
최근 미국 정치권에까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스위프트의 합성 사진이 퍼진 걸 놓고 백악관이 직접 나서 우려의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스위프트를 보호하라'.
주말 사이 온라인상에서는 이 해시태그가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엑스를 중심으로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사진이 퍼지면서입니다.
엑스는 뒤늦게 이미지를 삭제하고 검색을 금지시켰지만,
이미 수천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최고 인기 가수인 스위프트마저 희생양이 되면서 강력한 규제의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백악관도 직접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미 백악관 대변인  : 매우 경악스럽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젊은 유권자 움직이는 스위프트>
지난해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에서만 3억 명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빅 스피커'입니다.
"'나이스 걸'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는다"던 스위프트가 공개적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2018년부터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미스 아메리카나' (2018) : 저는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설 필요가 있어요.]
당시 자신의 출신지인 테네시주에 출마한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가 성 평등 임금과 여성 폭력 방지법 재승인을 반대하자,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겁니다.
선거 결과를 바꾸진 못했지만,
젊은 세대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파했습니다.
['온리 디 영' 테일러 스위프트(2018) : 오직 다음 세대만이,오직 다음 세대만이 이끌어나갈 수 있어.]

<트럼프 적,바이든 아닌 스위프트?>
스위프트는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트럼프는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불을 지폈다"고 비판하면서,
"당신을 투표로 내쫓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스위프트는 이번 대선에서도 바이든 편에 선 듯싶습니다.
바이든 캠프가 '온리 디 영' 노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일찌감치 허가해 줬습니다.
바이든이 최근 부각시킨 '낙태권' 이슈도 그동안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해온 스위프트의 신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공교롭게도 스위프트는 대선 직전인 오는 10월에 콘서트 일정을 몰아놨습니다.
'온리 디 영'을 엔딩곡으로 선택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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