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행복감' 느끼는 이유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새해를 맞으면 설렘도 크지만 또 한 살 더 먹었다는 데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나이가 들어가고 노화가 찾아오는 것을 달가워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소식이라면 적어도 ‘행복’에 있어서는 나이를 먹는 일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의외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높은 행복도를 보고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특히 미혼 여성들의 경우 40대를 넘어가며 행복도가 가파르게 상승하여 20대에 비해 50%나 높은 행복도를 보이는 현상이 보고된 바 있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는 가진 것도 없고 늘 불안하기만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불안이 없어진다고 내일이 오늘보다 더 행복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한국의 경우 노인 빈곤율이 심각하게 높다는 문제가 존재함에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행복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최근 미국에서 25-95세 사이의 약 2000명을 대상으로 10년 간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우선 나이가 들면 별로 즐거울 게 없다는 생각과 달리 긍정적 정서는 20~50 대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이후 다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의 경우 오히려 긍정적 정서를 점점 더 ‘쉽게’ 느끼게 된 것같다.
어렸을 때는 평소하기 어려운 특별한 것을 하고 남들이 가보지 않은 특별한 곳을 가야만 재미있고 의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 자신을 더 자세히 알게 되고 나와 잘 맞는 사람과 환경을 더 잘 파악하고 나니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지금은 아무런 유난스러움 없이도 공원에 홀로 앉아서 책을 읽거나, 새로운 산책로를 발견하거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다는 감각을 느끼고 있다.

한 십년 전만 해도 남들은 다 유럽 배낭여행을 가고 핫플레이스들을 가는데 나만 안 갈 수는 없다는 FOMO (fear of missing out, 나만 좋은 경험을 놓치는 것 같다는 두려움)에 휘둘리며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다들 하니까 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에 시달리고 막상 해보니 별 거 없다는 실망감이나 공허함에 흔히 시달렸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게 별로 없다는 감각을 느꼈던 것 같다.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 없이도 순전히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재미란 별 게 아니며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어렸을 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많은 재미를 느끼고 있다.

연구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항상 슬프다’거나 ‘어떤 것도 나를 즐겁게 해주지 못한다’는 생각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부정적 정서 또한 대체로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정서상태가 “평온”해진다는 것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자기 자신을 검열하고,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팍팍한 기준을 들이미는 일들이 줄어드는 반면 자기 자신과 함께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무엇이 내 행복에 있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분별하는 능력도 더 좋아지고 의미 없는 것들보다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추구하는 지혜 또한 늘어날 것 같다.

또한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작은 일에도 크게 상처받거나 쉽게 좌절하는 일이 조금 덜 일어나기도 한다.
경험을 통해 이 정도의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님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을 극복해왔던 경험이 많을수록 사람은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인식은 흔히 부정적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경제력이나 건강 등이 걱정될 수 있지만 그것이 나이듦의 전부는 아니니까. 흔히 발달은 어렸을 때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변화와 시기에 따른 과업을 거치며 계속해서 발달해 간다.
내일은, 내년에는 또 어떤 내가 되어 있을지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으로 새로운 시간을 맞이해보자.

거만한 자세, 자신감 높여준다

구직자가 모처럼 원하던 회사의 최종면접을 목전에 두고 잔뜩 긴장해 자신감을 잃었다면 어찌해야 할까. 이럴 때는 두 다리를 책상에 올리고 두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낀 채 의자를 뒤로 젖히고 다소 거만하게 앉아 있는 것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사회심리학자 에이미 커디 교수는 심리과학저널 최신호에 “내 학생들은 자세를 바꾼 결과 취직 면접이나 회의, 대인관계 등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고 알려왔다”며 여성 26명 등 42명의 피실험자에게 이른바 ‘권력형(high power)’ 자세와 ‘수동적(low power)’ 자세를 1분씩 취하도록 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권력형 자세는 책상에 두 발을 올리고 의자에 몸을 젖혀 앉거나 두 팔을 넓게 펴고 탁자를 짚고 서서 좌중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자세. 수동형 자세는 두 손을 모아 허벅지 위에 놓거나 두 다리를 모으고 앉는 자세다.
실험 결과 권력형 자세를 취한 쪽은 남성 호르몬 수치가 올라갔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는 줄었다.
전지성 동아일보 기자 verso@donga.com

6명중 1명꼴 앓는 마음의 감기 ‘우울증’ 치료땐 90% 완치… 자신감 가져야

[동아일보]

■ 우울증 예방-치료 어떻게

우울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정신과 질환으로 ‘마음의 감기’로 불린다.
고대 이집트 유물에도 관련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질환이기도 하다.
살아가며 심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남성은 5∼12%, 여성은 10∼25%다.
6명 중 1명꼴이다.
여성의 경우 생리, 임신, 출산, 폐경 등 호르몬이 갑작스럽게 변하는 경우가 많아 우울증에 더 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강박적이거나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매사에 자신을 높은 기대수준에 비춰 판단하고, 결과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자신감을 잃어버리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유전적인 원인이나 내분비호르몬 이상과 같은 신체적인 요소도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
뇌에서 분비하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는 것도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 우울증 예방과 치료, 생활태도 개선부터
우울증은 일단 발병하면 상당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발병하기 전 미리 우울증을 유발하는 습관이나 태도를 고치는 게 좋다.
우선 자신의 성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강박관념을 갖고 자신이나 주위 사람을 대하고 있다면 고치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이런 사람들은 작은 일이라도 실수를 하면 그때마다 자신에게 실망해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기 쉽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도 스스로 칭찬하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
계절적인 요인도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
주로 가을이나 겨울에 질환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햇볕을 쬐는 일조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루 한 시간 정도 햇볕을 쬐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담배나 커피, 콜라, 녹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수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이나 담배를 줄인 후 우울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한두 가지 갖는 것도 좋다.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면 우울증에 노출될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다.
주변에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감정을 깊이 이해해 줘야 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안 좋은 일은 모두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마음이 상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도록 감싸주는 게 좋다.
주의할 점은 환자가 싫어하거나 능력에 벅찬 것을 무리하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리한 요구는 좌절감을 줘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환자를 다그치거나 좌절시키는 말도 삼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우울증 증상을 보일 때 가능한 한 빨리 의사에게 진료받을 것을 권유해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자살에 대해 얘기하면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줘야 한다.

○ 우울증은 신속하게 치료받아야
우울증은 한번 걸리면 수면, 식사, 사고방식,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길게는 수년간 증상이 계속된다.
재발이 잘되기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못 받으면 장기간 고통을 받거나 심하면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울증은 정신과 질환 중 가장 치료가 잘되는 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적절히 치료를 받으면 환자 10명 중 9명은 완전히 회복한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이 잘된다는 단점도 있다.
치료를 받으면 성급하게 중단해선 안 된다.
치료를 받다 중단하면 1년 안에 3명 중 1명이 재발한다.
또 치료가 시작된 후 3개월 이전에 성급히 약을 끊으면 재발하기 더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를 받지 않은 우울증 환자는 약 15%가 자살을 시도한다는 조사도 있다.
우울증 치료는 어떻게 할까.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대표적인 정신치료로는 자기 자신과 주위 환경,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이나 사회성 기술 등을 익히는 치료도 있다.
약물치료로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물질을 공급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의 우울증 치료약은 이전 약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도 줄어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우울증이 심하면 입원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자살 시도를 했다거나
△식욕, 의욕이 심하게 저하돼 신체가 매우 쇠약해졌거나
△불면증이 심하거나
△환청이나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입원치료가 좋다.된 경우에는 입원치료가 좋다.
입원치료는 약물에 대한 반응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고, 비교적 집중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치료효과에 대해서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울증은 하루아침에 치료되지 않는다.
시간을 갖고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어느새 전과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도움말=정한용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샘물 동아일보 기자 evey@donga.com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란?

사랑해서 죽였다?

“사랑해서 그랬다”는 변명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랬다’에는 심한 집착과 구속,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거나 염산을 붓는 일, 심지어 살해하는 행위까지 포함되곤 한다.
사랑한 나머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우발적’ 범행을 했다며 함께 끄덕여 주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랑과 폭력,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이 둘을 꽤 자연스럽게 연결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연인 관계에서의 폭력은 정말 우발적일까?

GIB 제공

GIB 제공

연인 관계 또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IPV)이란 연인, 가족관계에서 일어나는 언어적, 비언어적, 정서적, 물리적 폭력을 일컫는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매우 흔해서 미국의 경우 이성애자 커플 여섯 중 하나가 매년 적어도 한 번 이상의 폭력을 겪는다는 보고가 있었다.

또 다른 조사(UMHS, 2014)에서는 미국에서만 한해 데이트/가정폭력으로 인해 약 32만 명의 여성이 병원을 찾았고 약 1200명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2012년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만 집계했을 때,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으로부터 살해당한 여성이 최소 120명, 살인미수는 최소 49건이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 2013).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으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관계적 폭력의 근원: 강압과 통제

흔히 폭력이라고 하면 신체적 폭력을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 있어서핵심은 ‘강압(coercion)과 통제’다 (Johnson & Ferraro, 2000).

GIB 제공

GIB 제공

강압은 타겟이 되는 사람의 의사와 상관 없이 ‘순종’을 조건으로, 순종했을 때에는 보상을 주지만 순종하지 않았을 때에는 나쁜 대가를 치르게 하는 힘으로 정의된다 (Raven, 1992). “네가 XX하지 않겠다면 폭력을 휘두르겠어 / 부모님이나 아이, 애완동물 등 네게 소중한 무엇무엇을 해치겠어 / 나체사진이나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서 사회생활 못 하게 만들겠어” 등이 한 예다.

그럼에도 여전히 피해자가 순종하거나 순종하지 않을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피해자에게 ‘본인이 선택한 거 아니냐’ 또는 ‘좋아서 한 거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학자들은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상당한 대가를 치를 위험이 존재하고 사실상 굴종을 강요받는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선택은 온전히 본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 아님을 강조한다.
야근을 하고 회식에 참석하고 학창시절에 순순히 기합을 받은 것이 온전히 자발적인 행위이며 사실 ‘즐겼다’고 보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질 수 밖에 없는 게임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가해자들의 요구의 다수가 상당히 두루뭉실하고 자의적이라는 점이다.
‘나 말고 다른 남자는 생각도 하지마’라는 요구를 하면서 남성 택배기사나 경비원에게 인사라도 하면 꼬리친 거라고 주장하며 집을 부순다던지, ‘나를 화나게 하지마’라는 요구를 하면서 작은 것에도 일일이 화를 내는 등이 한 가지 예다.

마치 피해자가 행동을 잘 하면 폭력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이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애초에 피해자가 어떻게 해도 절대 만족시킬 수 없는, 오로지 가해자만 계속해서 승리하는 게임인 것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피해자에게는 폭력 발생에 대한 통제권이 없으며 모든 것은 가해자에게 달려있다고 이야기 한다 (Dutton & Goodman, 2005). 피해자 탓을 하는 것은 폭력을 계속 사용하기 위한 정당화일 뿐 폭력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가해자의 존재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공들인 덫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연구자 Mary Ann Dutton에 의하면 의하면 많은 IPV 가해자들이 폭력을 손쉽게 사용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교묘한 방법으로 피해자의 행동을 통제한다고 한다 (Dutton & Goodman, 2005).

GIB 제공

GIB 제공

1.진정성 있는 협박

첫 번째는 진정성 있는 협박이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지 않으면 너와 네 주변 사람을 이렇게 저렇게 해코지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이야기해서 자신의 협박이 장난이 아님을 주입시키고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

가해자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저지른 과거가 있다면 협박에 더 큰 진정성이 실리게 된다.
협박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로는 돈, 직장, 아이, 신체적 상해 등이 있다.
아이가 생기기라도 하면 아이에게 해를 입히겠다는 협박을 하고 이런 협박이 꽤 효과적이어서 ‘임신과 출산’이 가정폭력의 한 가지 위험요소가 되기도 한다 (Stith et al., 2004).

2.약점 잡기

두번째는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아이’가 좋은 협박의 요소이자 약점이 되곤 한다.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여성에게는 ‘내가 아님 누가 너랑 살아주냐’ 등의 후려치기를 통해 피해 여성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하고 현 상태에 안주하게 만든다 (Smith, 2008).

약점을 일부러 만드는 경우도 있다.
빚을 지게 만들거나 직장을 그만두게 해서 피해자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게 만든다.
심한 경우 범죄 경력을 만들어서 아무데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게 고립시킨다고 한다.
다년간의 정서적, 신체적 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갖게 만들어서 도망칠 기운을 상실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Bargai et al., 2007; Golding, 1999).

3.저항 수단 차단

세번째는 저항 수단을 차단하는 것이다.
돈, 이동 수단(차), 사회적 지지, 건강한 몸, 용기와 자신감 등 독립적이고 건강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을 차단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을 잘 만나지 못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시켜 도움을 받을 가능성을 차단시킨다 (Bonomi et al., 2006). 누가 너 따위를 좋아하냐는 등의 지속적인 모욕으로 사람들을 찾아 나설 용기를 잃게 만들기도 한다.

4.의존 관계 형성

네 번째는 의존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폭력을 휘두른 다음 날에 장미꽃을 사다 바치며 다 널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는 이야기를 하며 며칠 잘 해주고 폭력을 휘두르고 또 며칠 잘해주고 폭력을 휘두르는 싸이클이다.
피해자에게 모든 것이 본인 하기에 달렸다는 가짜 통제감을 주고 ‘내가 잘못해서 그래. 사실은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야’ 같은 자책 및환상을 동시에 갖게 만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번 폭력이 발생하면, 일단 선을 한 번 넘은 것이기 때문에 그 다음은 훨씬 쉽게 폭력을 행사하게 될 뿐, ‘다시는 안 그러겠지. 내가 잘 하면 괜찮겠지’같은 예상은 어긋나기 쉽다고 한다.
폭력은 처음 발생했다고 해도 그간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을 통해 치밀하게 폭력을 휘둘러도 될만한 무대를 설치해왔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눈치챘을 때엔 이미 잘 만들어진 덫에 먹이감으로 놓여진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5.끊임없는 감시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관심을 빙자한 ‘감시’가 있다.
끊임없이 전화해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피해자가 사사건건 자신의 행적을 보고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있는 경우 ‘오늘 엄마 어디 갔어? 누구를 만났니?’라고 물어 감시망을 확대하기도 한다고.

가해자의 일반적인 특징으로는 높은 성차별의식과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 관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추구하는 권력욕과, 자신은 사실 대단한 사람이어서 더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하고 파트너가 항상 자신의 ‘기’를 살려줘야한다는 비뚤어진 자기애, 다른 데에서는 참더라도 연인과 배우자 앞에서만큼은 화를 참지 않는 것 등이 있었다 (Finkel & Eckhardt, 2013).

데이트/가정 폭력 역시 오랫동안 발달시켜온 잘못된 정신상태 + 피해자를 통제, 감시하려는 치밀한 노력의 발현인 경우가 많으며 ‘한 순간의 잘못’, ‘우발적’ 등의 변명은 해선 안 되며 통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용인하는 정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백한 폭력을 ‘사랑 싸움’이라거나 ‘둘 만의 일’, ‘집안 일’ 등으로 포장하며 폭력이 아닌 것처럼 보는 사회에서 그렇지 않은 사회에 비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Kaufman Kantor et al., 1994).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IPV 역시 사회에서 용인하지 않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범죄임을 시사하는 결과다.

폭력을 행사하기 위한 덫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작은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아래 체크리스트를 살펴보자 (UC Davis Health).

당신이 :

- 파트너가 종종 두렵게 느껴진다.

- 나는 파트너에게 나쁜 대접을 받아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

- 내가 이상한 사람인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파트너가:

- 당신에게 모욕을 주거나 고함을 친 적이 있다.

- 비판적이고 자신감을 꺾는다.

- 자신의 공격적인 행동이 내 탓이라고 이야기한다.

- 나를 같은 한 사람이라기보다 소유물, 성적 도구로 여긴다.

- 나나 내 주위 사람들을 다치게 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다.

- 원치 않은 성관계를 요구한 적이 있다.

- 물건을 잘 부순다.

- 의심과 질투심이 많다.

- 내가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날지를 통제하려 든다.

-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다.

GIB 제공

GIB 제공

‘자살하겠다고 협박’해서 상대로부터 특정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 또한 폭력에 해당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부분이 흥미롭다.
특정 행동을 하게끔 상대의 심리 상태를 조작하는 행위 전반이 강압과 폭력에 해당된다는 것. 힘을 쓰는 폭력만 폭력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의심이 간다면 한국 여성의 전화 (02-2263-6464~5)나 여성긴급전화(1366)에 문의해보도록 하자.

‘아몰랑’에 숨겨진 인간 심리 4가지

대세가 된 신조어 과학적으로 파헤치기

요즘 인터넷에서 자주 보게 되는 용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몰랑’인데요. 이 말은 ‘아, 나도 모르겠어’라는 의미입니다.
생각하기 귀찮으니 그냥 마음대로 하겠다는 뜻도 있어 비논리적이거나 무책임함을 꼬집을 때 쓰이죠. 본래 특정 커뮤니티에서 여성비하 코드로 생겨난 말이지만 이제는 인터넷 곳곳에서 장난처럼, 때로는 풍자적으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아몰랑’ 속에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적 양상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몰랑’이 내포하는 정신세계를 과학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아몰랑’

karosieben(pixabay) 제공

karosieben(pixabay) 제공

‘아몰랑’이란 말뜻그대로“모르겠다”고 거짓말하는 경우부터 봅시다.
독일 심리학자 루이스 윌리엄 슈테른은 거짓말에 대해 ‘남을 속여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 허위의 발언’으로 정의한 바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답하기 난처하거나 귀찮을 때 종종 모르쇠로 거짓 응대를 하곤하는데요. 정치인들의 청문회에서 자주볼 수 있는장면이죠.물론 평범한 사람도 일상에서 자주 거짓말을 합니다.
대부분 소소한 거짓말이나 의도적인 생략, 과장, 왜곡, 회피를 할 때입니다.

지난해 방영된드라마 ‘피노키오’에서는거짓말을 할 때마다딸꾹질을 하는 여주인공이 등장한 적이 있죠.드라마에서는 피노키오 증후군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실제로도 거짓말을 할 때 우리 몸은 평소와달라집니다.
‘얼굴 움직임 해독법(FACS·Facial Action Coding System)’을 만든 폴 에크먼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누구나 미세한 표정 변화가 생긴다고 합니다.
시선을 회피하거나 손동작이 감소할 수도 있죠. 체온이나 동공 크기의 변화도 나타납니다.
최근 범죄수사에서는 거짓말을 할 때 뇌의 특징을 보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특정 순간 뇌 혈관 속의 산소량 변화를 측정해 거짓말을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거짓말 잘하는 비결>, 과학동아 2015년 4월호<거짓말이 진실을 말하기보다 더 어려워>, 동아사이언스 2007년 04월 17일자

◇ 밀려오는 스트레스로‘아몰랑’

GIB 제공

GIB 제공

당장 쉬고 싶은데 집안일은 산더미일 때, 퇴근시간을 앞둔시간에 상사가 이일 저일 떠넘길 때,여러분은 ‘아몰랑’을 외치고 싶지 않은가요? 이런 의미로‘아몰랑’이 튀어나온다면 바로 그 때가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입니다.
우리 몸은 외부환경이 변해도 체온이나 혈당, pH, 호르몬분비등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요.이를 항상성이라고 합니다.
강력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우리 몸은 항상성을 회복하고자 스트레스 반응을 보입니다.

그 반응은 ‘편도체’에서 시작됩니다.
공포심이나 불쾌한 감정을 만드는 뇌 부위입니다.
이곳에서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를 거쳐 ‘글루코코티코이드’의 분비가 촉진되는데요. 이 스트레스 호르몬은 체내의면역 기능을떨어뜨리는 역할을합니다.
또편도체는 대뇌 전전두엽 쪽으로도 신호를 보내며 영향을 끼치는데요. 정보를 판단하고 새로운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부위입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상황에서는 잘못된 사고나 판단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약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험 직전 ‘벼락치기’를 할 수 있는 건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에피네프린’이 증가해 뇌에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이죠. 권투 같은 격투기 경기에서도 이 호르몬 덕분에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한 연구결과에서는 스트레스를 적극 해결하려는 집단이 회피하려는 집단보다 스트레스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트레스는 피하기보다 맞닥뜨려서 해소하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죠.

<스트레스는 나의 힘>, 과학동아 2007년 8월호

◇ 불안에 대한 반사 반응

날카로운 물체를 밟았을 때 자신도 모르게 재빨리 발을 들어 올리는 건 몸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본능적인‘회피반사’입니다.
‘아몰랑’ 또한 불안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정신적 반사 작용으로도볼 수 있지 않을까요?본래 불안은 위험에 대비하려는 정상적인 정서 반응입니다.
하지만 제어가 힘들 만큼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불안장애’로 진단합니다.
환자는 심한 스트레스로 두통, 복통 등 각종 증상과 함께 1/3은 우울증까지 시달리는데요.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건뇌 속에서 불안이 어떤 메커니즘으로생겨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불안감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쥐 실험 장면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불안감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쥐 실험 장면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하지만 최근 불안감을 조절하는 뇌 속 부위가 밝혀지기 시작했는데요. 쥐의 뇌에는 불안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진 ‘분계선조침대핵(BNST, Bed Nucleus of the Stria Terminalis)’이란 부위가 있습니다.
실험에서 BNST의 안쪽 타원핵을 자극할 경우 쥐는 불안해했지만, 타원핵 바깥 부분을 자극하니까 불안감이 줄어들었다고합니다.
마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처럼 불안감을 가속시키거나 줄어들도록 하는 셈인데요. 이 두 부분의 균형이 불안의 정도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불안장애 증상, ‘비정상적ㆍ병적’인 불안 및 공포…종류는?>, 동아닷컴 2015년 05월 14일자<현대인의 불안감 ‘조절 장소’ 찾았다>, 동아사이언스 2013년 03월 22일자

◇ 수줍거나 뻔뻔하거나

GIB 제공

GIB 제공

혹시 말하기가 수줍고 부끄러워서, 대인관계가 어려워서 회피하고 싶은 ‘아몰랑’도 있지 않을까요? 겸손의 미덕으로 수줍어하는 정도면 괜찮겠지만 심할 경우 인간관계에서 분명히 어려운 상황이 생길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내 아이가 수줍어해서 경쟁에 밀릴까봐 초조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연구결과 부모가 수줍어하는 성격이면 아이도 수줍어하는 경향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엄마의 사회성이 떨어지면 아이의 사회성도 떨어졌죠. 또 아빠의 통제가 강할수록 수줍어하는 아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줍음이 병적인 단계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진다면 ‘사회공포증’이나 ‘회피성 인격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회공포증은 사회생활을 두려워해 항상 긴장상태로 불안감을 느끼는 불안장애입니다.
이 경우는 잘못된 관념을 찾아내 합리적인 사고로 바꿔서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인지행동치료를 실시합니다.
한편 회피성 인격장애는 수줍음의 극단으로 모든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깁니다.
비난과 거절, 인정을 못 받는 상황이 두려워 꼭 해야 할 일도 하지 않는 특성을 보입니다.

끝으로 수줍음과는 반대로 매우 당당하고 뻔뻔하게 상대방을 외면하는 ‘아몰랑’도 있을 듯합니다.
이는 ‘자기애적 인격장애’에 해당합니다.
다른 사람의 느낌을 알려고 하지 않아주변 사람들이오만하다거나 건방지다고 얘기하는 경우입니다.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무한한 성공, 권력, 미(美)와 같은 공상에 몰두하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인격장애는 생물학적 원인이 아닌 한 약물 치료가 힘들기 때문에 심리치료나 인지치료를 더 많이 활용한다고 합니다.

칭찬을 받을 때 불편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칭찬을 받는 걸 어색하고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칭찬을 받으면 기쁜 동시에 뭔가 부끄럽고 어색해서 “아이고 아니에요.”를 연발하거나 도망가고싶어지는 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칭찬에 마냥 기뻐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뭘까?

GIB 제공

GIB 제공

최근 실험사회심리학지(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실린 David Kille 등의 연구(Kille et al., 2017)에 의하면 칭찬을 잘 못 받아버릇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대체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사람들이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저런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거나, 칭찬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부담을 느끼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자신은 객관적으로 그 칭찬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deservedness)과 칭찬을 통해 내비쳐지는 ‘기대’와 ‘평가’에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칭찬에 마냥 기뻐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의 무거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바라보는 자신의 내용과 일치하는 피드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것이 부정적인 내용이더라도 말이다.
자기 입증(self-verification)이라고도 불리는 현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 지적능력, 장단점 등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에게 더 큰 호감을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Swann & Brooks, 2012).

한 가지 이유는 상대가 자신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스스로가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경우 좀 더 스스럼 없이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는 굉장히 내향적인 편인데(적어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데) 상대는 내가 매우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기대할 경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해야겠다는 압박감을 갖게 된다.

GIB 제공

GIB 제공

‘저 사람은 매우 똑똑하대. 매우 재밌는 사람이래’ 등 기대의 내용이 더 올라가고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의 괴리가 커질수록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야한다는 압박감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지능’같이(얘, 정말 똑똑하구나) 사람의 전반적 속성에 대한 칭찬일수록 보다 많은 행동들이 평가 범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실수나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람의 속성보다 특정 ‘행동’에 초점을 맞춘 칭찬이 권장되곤 한다(Dweck et al., 2004).

나의 경험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상대방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전혀 다른 엉뚱한 이야기를 할 경우, 저 사람은 나를 잘 모르고 있다거나 상대의 태도가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일례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다 잘 될 거라거나 너라면 잘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경우 되려 힘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내가 지금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고 있는 내 삶의 내용이 부정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 나의 인생은 오직 나만이 체험할 수 있는 것인데 여기에 남들이 그렇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그래 지금 너가 힘들구나. 참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구나’라고 내 삶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에 부합하는 이야기에 훨씬 더 큰 힘을 얻는 현상이 나타난다(Marigold et al., 2014).

나라는 사람 전반 VS. 나의 한 가지 행동

하지만 내 행동과 큰 괴리가 없거나 상대방의 호의에서 나온 칭찬의 경우 잘 받고 기뻐하면 좋을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연구자들은 전반적인 속성 VS. 행동 중 칭찬을 받을 때 주목하는 초점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Kille과 동료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사람들에게 달성하고 싶은 목표(예, 건강해지기)를 하나 떠올리게 하고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How) 하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예, 운동을 열심히 한다,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다)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고,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그 목표를 이루고 싶은 이유(Why)에 대해 생각하도록 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단어를 주고 그 단어의 하위 카테고리를 생각하도록 했고(예, 음료수 – 참이슬, 콜라, 오렌지 주스)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단어의 상위 카테고리를 생각해보도록 했다(예, 음료수 – 마실 것, 먹을 것).

그 결과 구체적이고 자잘한 행동 양식이나 사례들을 떠올린 그룹의 사람들이 보다 추상적인 생각을 한 그룹의 사람들에 비해 이후 칭찬을 더 기쁘게 잘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인 사고방식 또는 시야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이다.

GIB 제공

GIB 제공

이러한 현상에 대해 Kille은 칭찬을 추상적인 레벨에서 나라는 사람 전반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기보다 나의 작고 구체적인 행동에 한정시켜 받아들일 때, 칭찬을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반적 속성에 대한 칭찬일수록 더 부담스러운 것과 같은 이치다.
누군가 칭찬을 할 때 지금 저 사람이 나의 인간 됨됨이를 평가하고 있다기보다 나의 이러저러한 행동을 기쁘게 받아줬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

참고로 나의 ‘단점’이나 ‘잘못’에 대한 해석 또한 마찬가지다.
단점을 지적받았거나 스스로 깨달았을 때 이것을 나라는 사람 전반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훨씬 방어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잘못을 자신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더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적응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발견들이 있었다(Tangney et al., 2005).

결국 모든 것을 ‘나’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하고 마는 자기중심성 및 확대해석이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상대는 단순한 호의에서, 우리 관계를 소중히 생각해서, 나의 사소한 행동에 기분이 좋아져서, 아니면 그냥 오늘 날씨가 좋아서 등 여러 이유로 하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지나치게 자신에게포커스를 맞춰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부분이다.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