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도 서러운데…“생물학적 노화 촉진 확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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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이나 직장 등에서 받는 각종 차별이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NYU) 글로벌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은 사람에 대한 차별을 분자수준의 변화와 연결하여 노화 관련 질병 사망 격차의 근본 원인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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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U 글로벌 공중보건대학 사회행동과학과 교수로 의학 저널 ‘두뇌 행동 및 면역-건강’(Brain Behavior & Immunity-Health)에 실린 논문의 수석 저자인 아돌포 쿠에바스 교수는 “차별을 경험하는 것은 노화 과정을 앞당기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질병과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되며 건강 격차를 조장할 수 있다라고 NYU가 9일(현지시각)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인종, 성별, 체중, 장애 등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심장병, 고혈압, 우울증 등 다양한 건강 문제에 걸릴 위험이 높다.
이러한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정확한 생물학적 요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이 만성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차별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이 노화의 생물학적 과정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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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노화 사이의 연관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쿠에바스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스트레스와 노화 과정의 생물학적 영향을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지표인 DNA 메틸화의 세 가지 척도를 살펴봤다.
혈액 샘플과 설문조사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미국의 중년(MIDUS) 연구의 일환으로 미국 성인 약 2000명으로부터 수집했다.

참가자들에겐 일상, 주요, 직장 세 가지 형태의 차별에 관한 경험에 대해 질문했다.
일상적 차별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사소한 무례함을 의미하며, 주요 차별은 심각하고 강렬한 차별 사례(예를 들면 경찰관으로부터 신체적 위협을 받는 경우)에 초점을 맞췄다.
직장 내 차별에는 부당한 관행, 직업적 기회 박탈, 신분에 따른 처분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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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차별이 생물학적 노화 촉진과 관련이 있으며, 차별을 더 많이 경험한 사람들은 차별을 덜 경험한 사람들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더 빨리 노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상적이고 중대한 차별은 일관되게 생물학적 노화와 관련이 있는 반면, 직장 내 차별에 노출되는 것도 노화 촉진과 관련이 있었지만 그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 심각했다.

심층 분석 결과 흡연과 체질량 지수라는 두 가지 건강 요인이 차별과 노화 사이의 연관성의 약 절반을 설명했으며, 이는 코르티솔 증가와 수면 부족 등 차별에 대한 다른 스트레스 반응이 노화 촉진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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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에바스 교수는 “건강 행동이 이러한 격차를 부분적으로 설명하지만,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요인과 생물학적 노화를 연결하는 다양한 과정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차별과 생물학적 노화 촉진 사이의 연관성은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흑인 연구 참가자들은 더 많은 차별을 경험했으며 생물학적 나이가 더 많고 생물학적 노화도 더 빨리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쿠에바스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는 건강한 노화를 지원하고 건강 형평성을 증진하기 위해 모든 형태의 차별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라고 덧붙였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AI 전문 미래학자’ 마틴 포드AI 발전이 일자리 불평등 키울 것… 정교해진 딥페이크로 민주주의 위협사무직부터 AI發 일자리 타격 올 듯… 적절한 규제-대비책 마련땐 미래 낙관


유재동 부장 사진

유재동 부장

경제부

미국 뉴욕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모두 전해드립니다.

미래학자 마틴 포드는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AI의 위협을 방관만 하면 인류의 미래는 비관적일 것이라며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BR> 포드는 이달 30일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강연한다.<BR> 마틴 포드 제공

미래학자 마틴 포드는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AI의 위협을 방관만 하면 인류의 미래는 비관적일 것이라며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드는 이달 30일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강연한다.
마틴 포드 제공

《“저는 기본적으로 인공지능(AI) 시대를 낙관합니다.
다만 우리가 미래에 적절히 대비했을 때에 한해서죠.
저명한 AI 전문가이자 미래학자인 마틴 포드(61)는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 극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인류에 긍정적으로 전개될 수도 있지만, 자칫 디스토피아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만일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만 한다면 앞으로 미래는 비관적이라며 “사람들이 일자리를 빼앗긴 채 가상의 세계에만 의존하는 세상도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다고 했다.
포드는 “AI의 활용 범위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함께 AI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는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베스트셀러 ‘로봇의 부상’, ‘AI 마인드’, ‘로봇의 지배’의 저자인 포드는 전 세계에서 AI 분야 전문 강연자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대학 때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을 설립해 운영한 경험도 있다.
또 이달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AI, The Coming Disruption’(AI, 다가오는 혼란)을 주제로 강연한다.
포드는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딥페이크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AI가 민주주의와 선거제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AI 기술이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가 민간인 살상에 쓰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수년간 AI 발전 속도는 예상했던 수준인가.

“생각보다 빠르다.
대형언어모델(LLM)이나 챗GPT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지금 AI 시스템은 인간보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우월하다.

―AI 시대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나.
“AI는 전기(electricity)와 같아질 것이다.
그만큼 어디에서나 존재하게 된다.
전기의 발명이 그랬던 것처럼 AI도 우리의 삶, 문화, 경제 등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다.
일단 긍정적인 것은 AI가 과학기술의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의학의 영역에서 질병 치료와 생명 연장 기술에 돌파구가 될 것이고, 빈곤 퇴치와 기후변화 대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포드는 “AI로 인해 새로운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변화가 생기고 앞으로 더 혁신적인 제품이 나와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며 “이런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AI가 전기처럼 쓰인다면, 앞으로 인류가 지나치게 AI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며 “챗GPT 때문에 벌써 학생들이 글 쓰는 법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했다.

―AI 같은 신기술은 모두에게 공평한 혜택을 줄까.
“아닐 것이다.
AI는 일자리 시장에서 불평등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어떤 일자리는 AI가 업무에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어떤 일자리는 AI가 당신을 대체해 버릴 수도 있다.
가령, 과학자들에게는 AI가 연구를 돕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그러나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선 지금도 많은 로봇과 키오스크가 직원들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물류창고나 공장 또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사무직도 마찬가지다.
결국 일반 노동자들보다는 부자들이 AI 기술로 더욱 혜택을 입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는 이를 보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산직과 사무직 중 어느 쪽이 더 타격을 입을까.
“아까 AI가 전기와 같이 어디에나 영향을 준다고 했듯이, 일자리에 미치는 충격도 둘 다 마찬가지다.
둘 중 어디가 먼저 충격을 입을지를 굳이 말한다면 사무직이다.
블루칼라를 대체할 로봇들은 더 만들기 어렵고 비싸기 때문이다.
블루칼라 중에서도 전기 기사나 배관공 같은 숙련 노동자들은 가장 안전한 직종이다.

―사무직 중 가장 AI에 취약한 직종은 무엇인가.
“컴퓨터 앞에서 일상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모든 직종이 해당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계산 업무를 하거나 대출을 집행하는 금융 분야다.
기자들의 업무도 이미 자동화되는 추세다.
포드는 “그러나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의 양상이 어떤 일은 완전히 사라지고 어떤 일은 온전히 살아남는 형태는 아닐 것이라며 “일자리의 개념이 다시 정의(redefined)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드는 ‘세 사람이 같은 일을 하고 있었는데 AI의 등장으로 일이 줄어서 직원 수가 한두 명으로 감소한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때 남은 한두 명은 이전과 같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업무의 범위와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고 이로 인해 기업도 새로운 일을 하는 직원을 다시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이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될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창의성은 이미 갖고 있는 것 같다.
또 AI가 감정을 복제하거나 조작하는 것도 하게 될 것이다.
AI가 우리의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도 향상됐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구입하게 만들거나, 범죄자가 사람들의 돈을 빼앗는 데도 AI가 활용될 수 있다.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AI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많다.
“물론이다.
가령 선거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어떤 후보가 인종차별적 발언 같은 최악의 말을 하는 장면이 딥페이크 음성파일에 담겨서 유포되는 걸 상상해 보라.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하기 어렵다.
그런 딥페이크는 정치인들의 실제 영상과 음성을 통해 알고리즘이 학습을 거듭할수록 훨씬 더 정교해질 수 있다.
요즘은 동영상 하나가 퍼졌을 때 충격파가 엄청나다.
단적으로 조지 플로이드 영상 하나로 미국 사회가 엄청난 혼란을 겪지 않았나. 그런 영상을 가령 중국의 정보기관 같은 데서 미국 사회의 불안을 자극하기 위해 가짜로 만들어서 뿌린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 일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AI가 악용될 여지는 충분하다.

―AI의 무기화 우려를 어떻게 보나.
“정말 현실적인 우려다.
모든 주요국의 군대는 이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AI를 활용할 수 있다면 실제 전쟁터에서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뉴스에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해 금융거래를 수행하는 알고리즘이 있다면 인간 트레이더들은 거의 경쟁이 안 될 것이다.
유엔 차원에서 이런 자율무기 개발을 금지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항상 수포로 돌아갔다.
미국 러시아 등 주요국이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도 매우 우려된다.
이들이 AI 드론을 민간인 공격에 활용한다면 매우 끔찍한 시나리오다.

―AI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일론 머스크는 AI 기술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하자고도 제안했는데 나는 그것에는 반대한다.
다만 AI의 적용 부문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
지금도 의학 또는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는 규제가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규제가 많지 않다.
또 다른 과제는 AI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에 대처하는 것이다.
AI로 인해 밀려나는 근로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AI 기술이 강력해질수록 이들이 겪는 충격은 훨씬 더 심해질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의 권리가 박탈될 것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는데, 그 재원은 누가 댈 수 있나.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세금이다.
AI 발전으로 기업들의 인건비 지출이 줄어든다면 남아도는 돈을 세금으로 거둬서 재원으로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복지의 차원이 아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더 적은 직원으로 제품을 만들 수는 있어도, 그것을 사줄 수 있는 소비자들, 즉 근로자들의 소득이 충분치 않다면 기업은 제품을 판매할 수 없을 것이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단지 음식과 주거를 제공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수요를 창출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나눠 주자는 것도 아니다.
모두에게 먹고살 만큼은 주되, 공부를 하거나 재교육을 받는 등 생산적인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더 많이 주는 인센티브를 병행하자는 것이다.

―AI 시대에는 어떤 산업이 각광받게 될까.

“아까 말했듯이 AI는 전기와 같아서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다.
물론 당장은 AI와 연관된 기술 산업들이 잘나가겠지만 기본적으로 제조업, 물류, 소매 등 모든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다.
고령화가 심각한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AI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I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나.
“낙관한다.
다만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합리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만일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하기만 한다면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다.
최근 저서에서 영화를 이용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하나는 스타트렉 같은 낙관적 시나리오, 다른 하나는 매트릭스 같은 비관적 시나리오다.
매트릭스처럼 AI가 인간을 노예화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스러운 세상은 앞으로 얼마든지 올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
사람들이 돈을 벌거나 일자리를 갖기 어렵고 현실 세계에서 유리된 채 가상의 세계에서 생활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은 앞으로도 충분히 그려 볼 수 있다.

마틴 포드(61)

△미래학자 겸 작가△미국 미시간대 컴퓨터공학과△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개 발 회사 설립△‘로봇의 부상’, ‘AI 마인드’ (사진), ‘로봇의 지배’ 저자

유재동 경제부장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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