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3명만 뉴스 믿어…한국인, 언론 신뢰도 하위권”

국제 일반

“10명 중 3명만 뉴스 믿어…한국인, 언론 신뢰도 하위권”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2024 디지털 뉴스 보고서’ 발간
팬데믹·전쟁 등에 지친 세계인, ‘뉴스 선택적 회피’ 경향 커져

TV와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접하는 뉴스 대부분이 ‘사실’이라고 믿는 한국인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간한 ‘2024 디지털 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언론 신뢰도는 31%로 집계됐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올해 1∼2월 세계 47개 국가 및 지역에서 성인 9만4천94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국에서는 ‘거의 항상 거의 모든 뉴스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1%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는 조사대상 47개 국가 및 지역 가운데 38위에 해당하며, 아시아·태평양 11개 국가·지역 중에선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전년도에 비해선 3%포인트 높고 2016년(22%)보다는 9%포인트가량 언론 신뢰도가 제고된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경기둔화로 한국 언론의 (재정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뉴스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 심화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20∼40대 인구는 TV와 신문 등 기성 매체는 물론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모든 플랫폼에서 뉴스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남·북미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의 47개 조사대상 국가 및 지역의 언론 신뢰도 평균치는 40%에 그쳤다.

대부분의 뉴스를 신뢰한다고 말한 응답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핀란드(69%)였고, 가장 낮은 국가는 그리스(23%)와 헝가리(23%)였다.

보고서는 “신뢰점수가 낮은 국가 가운데 미국(32%), 아르헨티나(30%), 프랑스(31%) 등은 높은 수준의 양극화(polarization)와 정치·문화와 관련한 분열적 논쟁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보기 싫은 뉴스를 보지 않는 ‘선택적으로 회피'(selective news avoidance) 경향 역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였다.

보고서는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경우가 ‘종종 혹은 자주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전년도보다 3%포인트 많은 39%로 집계됐고, 이는 2017년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런 현상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등 부정적 사건들에 대한 뉴스가 많았던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설명됐다.

과도한 정보에 따른 뉴스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39%로 지난 2019년(28%)보다 크게 늘었고, 이런 경향은 남성(34%)보다 여성(43%)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에선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소비하는 뉴스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응답자의 66%가 조사 전 한 주 사이 뉴스가 담긴 짧은 형식의 영상물을 시청한 적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 일부 국가에서는 뉴스를 소비하는 주요 채널로 떠올랐다.
| AP/연합

이런 영상물 대부분(72%)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됐고, 이를 제작한 언론사 웹사이트에서 봤다는 비율은 22%에 그쳤다.

온라인상의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응답자는 전체의 59%로 전년도보다 3%포인트 늘었다.
특히 올해 주요 선거가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미국 응답자들은 각각 81%와 72%가 이를 우려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2012년부터 매년 발간돼 온 디지털 뉴스 리포트는 세계 주요 국가 국민들의 디지털 뉴스 이용과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를 수록해왔다.

국토부, 국내 첫 ‘완전 무인 자율주행 승용차’ 일반도로 주행 허용

임시운행허가…단계적 검증 후 완전 무인주행허용

국토교통부는 12일 무인 자율주행 기술개발 활성화를 위해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개발한 무인자율주행차의 일반 도로 임시 운행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임시운행허가 제도는 자동차관리법 제27조에 따라 등록하지 않은 자동차의 일시적인 도로 운행을 허가하는 제도다.

정부는 해당 제도에 의해 자율주행차의 시험·연구 및 기술개발 목적의 도로 운행을 허가한다.

앞서 운행 허가를 받은 자율차는 시험운전자가 운전석에 탑승한 형태의 차량, 최고 시속이 10km 이하인 극저속 차량, 청소차를 비롯한 특수목적형 자율차 등이었다.

이번에는 국내 최초로 승용 무인 자율주행차가 임시운행허가를 받았다.
국산 SUV 차량에 자율주행시스템, 라이다 센서 등을 부착해 개발한 차량으로 최고 시속은 50km다.

해당 차량은 비상 자동제동, 최고속도 제한 등 안전 기능과 차량 내·외부 비상정지 버튼 등을 탑재하고 있다.
자율차 맞춤형 시험·연구 시설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 전용 실험 도시인 경기 화성시에서 도심 내 무인 자율주행을 위한 안전요건 확인도 모두 마쳤다.

아울러 자율주행차의 철저한 안전관리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자율차 운행 가능 영역 내 단계적 검증 절차를 도입한다.



완전 무인 자율주행을 위한 시험·심사 절차 | 국토교통부

1단계 시험자율주행은 시험운전자가 운전석에 착석한 상태로 실시하고 2단계에서는 시험운전자가 조수석에 착석하는 대신 비상조치를 위한 원격관제·제어 또는 차량 외부 관리인원 배치 등의 조건이 부여된다.

무인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시험 자율주행 중의 사고 발생 여부, 제어권 전환빈도 등 운행 실적과 무인 자율주행요건 최종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이번 임시운행허가 차량이 검증 절차를 한 번에 통과할 경우 이르면 올해 4분기 초 무인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무인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이후 기업들의 무인 자율주행 실증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무인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세부 기준을 연내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호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정책과장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자율주행차 437대가 임시운영허가를 취득해 기술·서비스를 실증했는데, 이번 무인 자율주행 실증이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정부는 자유로운 무인 자율주행 실증환경 조성과 국민 안전 확보라는 두 가지의 과제를 조화로이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현재 해외 무인 자율주행차 운행은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가능하다.

[북 리뷰] 연결된 고통…의학이 다루지 못한 아픈 몸의 인류학

“고통과 통증은 오직 개인적인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그가 속한 문화와 사회와 역사의 층위 위에서 상연(相連) 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 내과 전문의이자 의료인류학 연구자 이기병이 쓴 ‘연결된 고통’의 한 구절이다.

이기병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교수는 2011~2014년까지 3년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외노의원)에서 근무했다.
대학병원에서 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곧바로 내과 전문의 면허증을 취득한 그는 외노의원에서 10개 문화권 국가의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언어, 문화의 장벽을 실감했다.
‘연결된 고통’은 외노의원에서 만났던 환자들과 씨름하며 겪었던 희로애락을 담은 책이다.

책에는 “갑상선 호르몬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추가 갑상선 검사를 받겠다”고 고집부리는 조선족 여성,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심장 질환에 시달리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네팔 남성,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 치료를 거부하는 가나 청년, ‘옴(진드기)’을 진단받고도 ‘쉼터’에서의 집단생활을 포기하지 못하는 조선족 남성 7명, 요통과 변비로 인해 실신하는 태국 남성 등 다양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교수는 책을 통해 의학이라는 단일 카테고리로 설명할 수 없는 아픈 몸들을 인류학적 시각에서 해석하고 복기했다.

지난 6월 유튜브 채널 ‘씨리얼’과의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대한민국은 이미 인구 절벽에 직면했다.
우리는 당장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조선족 간병사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먹는 쌀이나 채소를 생산하려면 외국인 노동자가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정부는 올해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 인력을 전년보다 73%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교수는 사회 구성원을 고통받는 정도에 따라 상, 중, 하 세 등급으로 나눠서 설명했다.
하위 그룹은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전략적 기동성이 없기 때문에 고통으로부터 탈피할 수 없다.
이 교수가 외노의원에서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부류에 해당한다.

반면 상위 그룹은 고통의 구조에서 벗어난 사람들로, 사회적 고통에 관심이 없으며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다.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중간층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은 수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연대해서 상부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 교수는 “나처럼 중간에 있는 사람이 감수성을 개발하고 밑바닥에 눌려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이 구조적인 고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천과 동력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2004년 개원한 외노의원은 2017년 폐원돼 역사로 남았다.
‘연결된 고통’은 외노의원과 그곳을 다녀간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유일한 기록물이 됐다.

이 교수는 “이 책은 가리봉동의 좁다란 진료실 안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들을 복기한 것에 불과하지만, 한 사람이 오는 것은 한 세상이 오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내게 다녀갔던 외국인 노동자 신분의 환자들, 그들은 이 땅에 살며 고통을 견디던 우리 역사의 일부다.
이 기록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거대한 고통의 일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거나 적으나마 해석의 여지를 늘려주었기를 소망한다.
누군가가 그 고통에 개입하거나 고통을 완화시키기에 수월하기를, 또 다른 누군가의 문화적,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고통이 잠시나마 줄어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한편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는 건강 보험료 이슈에 대해 이 교수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이 쓴 금액(지급액)은 220억 원이었고 납부액은 2조2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약 89%(1조8천억원) 흑자의 동력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 ‘연결된 고통’ 표지. | 예스24.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