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압승, 윤 대통령이 받은 세 번째 경고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등장한 김 여사‘개 사과’ 정무감각으로 한동훈 당선 기여이젠 윤 대통령 부부가 한계 인정해야제2부속실 설치해 국민 신뢰 회복하길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BR>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동훈 압승의 팔 할은 김건희 여사의 힘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초반, 김 여사는 디올백 수수 사과에 관해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선수로 등장했다.
경선 막판인 20일엔 검찰총장 패싱 ‘여왕 조사’를 받은 것이 드러나 무더운 여름 다수 국민을 더 열받게 했다.
당 대표를 뽑는 ARS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21∼22일 진행되는 걸 김 여사가 알고도 그 전날 나선 것이라면, 대선 캠프 시절 ‘개 사과’를 연상케 하는 정무감각이다.
이 나라가 ‘검사 위에 여사’의 나라란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들고나왔던 공정과 상식은 정녕 개나 주라는 건가?민심은 윤 대통령에게 이미 두 번의 경고를 보냈다.
작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4·10총선 때 회초리를 들었으면 대통령은 아픈 척이라도 해야 했다.
윤 대통령이 달라지기는커녕 이번엔 김 여사까지 한동훈의 당 대표 당선을 막으려 드니 마침내 당심마저 돌아선 것이다.
대통령도 아닌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실을, 대한민국을 지켜온 보수 집권당을, 심지어 국법과 국민을 우롱하는 것까지 봐줬다간 저 불안하고 불길한 거야 대표한테 나라가 넘어갈 듯싶었던 거다.
한동훈의 당 대표 당선은 윤 대통령이 받은 세 번째 경고장이다.
양남당(서울 강남·영남)에 꼰대정당이던 국힘의 당심(62.69%)도 민심(63.46%)과 동률이 됐다.
한동훈만이 국힘 내에선 유일하게 김 여사에게 “No” 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장 시절 김 여사가 보냈던 문자에 읽씹(읽고 답장 안 보냄)한 게 그 증거다.
검찰 출신 윤 대통령의 한계를 모르지 않으면서 또 검찰 출신 당 대표가 나온 것도 신군부 출신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처럼 서로가 외려 잘 알기에 획기적 변화로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 믿고 싶다.
대통령 부부는 완패했다.
이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달라져야 한다.
당선 직후 한동훈은 김 여사의 비공개 검찰 조사를 놓고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렇게 민심과 동떨어진 채 V1V2 심기만 챙기는 인사가 대통령실 고위직에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그러니 윤 대통령의 ‘격노’와 김 여사의 ‘개입’에 국가 에너지가 소모되고 민생은 도탄에 빠지는 것이다.
2년 10개월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
한동훈은 대표 수락 연설에서 국민이 명령한 변화로 민심에 대한 반응을 첫손에 꼽았다.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 설치를 최우선 처리하기 바란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도 좋고, 당정협의도 좋고, ‘약속 대련’이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도 좋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눈에는 사소한 문제일지 몰라도 국민의 눈에는 그렇지 않다.
입만 열면 ‘법치’를 강조하는 검찰 출신 대통령이 자기 부인은 ‘법 위’에 두어선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다.
제2부속실은 단순히 김 여사의 일정과 업무를 보좌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실 업무 계통을 명확히 함으로써 대통령 부인이 국정과 인사와 당무와 이해관계에 관여하는 일이 없음을 명명백백히 하는 조직이다.
김 여사 문제부터 처리해야 윤 대통령 지지율이 움직이고 그 힘으로 개혁과 정책을 성공시켜 정권 재창출의 희망도 살릴 수 있다.

1987년 전두환 각본-노태우 연출 6·29선언은 ‘나를 밟고 넘어가라’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통 큰 가슴과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차별화 전략이 있어 가능했다.
윤 대통령은 원팀과 운명공동체를 강조했지만 지금처럼 무능한 대통령실, ‘개 사과’ 수준의 정무감각에 국힘과 한동훈이 원팀 돼 운명을 같이하자고 요구한다면 민심도 민생도 되찾기 어렵다.
안타깝지만 이젠 윤 대통령이 한계를 인정할 때다.
어쩌면 한동훈은 노태우의 길을 갈지 모른다.
물론 그는 총선 때 제2의 6·29선언을 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가슴통과 한동훈의 전략은 그때 그 사람들만 못했고 국힘은 정권 재창출은커녕 당의 화합도 불안한 상태다.
그럼에도 지금으로선 윤 대통령의 ‘검찰 통치’ ‘여사 정치’를 제어하고 거야 대표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검찰과 대통령을 잘 아는 한동훈뿐이라는 기대가 있다.
영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연초 “노태우 대통령은 (전두환을) 백담사까지만 보냈기 때문에 본인도 나중에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역사 바로 세우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민심을 먼저 생각하라는 일침이었다.

한동훈과 이재명, 쿵푸팬더의 공통점

[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지난 3월1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BR>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지난 3월1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3.01.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1. 퀴즈 하나. 다음은 누구의 이야기일까."젊은 시절 큰 고난을 겪는다.
먼 곳으로 떠나 방황하다 조력자를 만난다.
거듭 절명의 위기를 맞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한층 성숙하고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거의 모든 영웅이 이런 이야기 구조를 따른다.
영화 '듄'의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 '본 아이덴티디'의 제이슨 본,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매트릭스'의 네오가 그렇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안나와 '쿵푸팬더'의 포도 마찬가지다.
이밖에도 이런 도식을 따르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엔 주인공 혼자 악당들을 압도하는 이른바 '먼치킨' 유형도 있고, 영화 '어벤져스' 같은 '팀워크' 유형도 있다.
'슈렉'처럼 설정을 살짝 비튼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영웅물이라면 대체로 이런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3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에 영화 '쿵푸팬더4 홍보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BR>   '쿵푸팬더4'는 1편 465만 4266명, 2편 506만 4796명, 3편 398만 4814명의 관객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3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에 영화 '쿵푸팬더4 홍보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쿵푸팬더4'는 1편 465만 4266명, 2편 506만 4796명, 3편 398만 4814명의 관객 수를 동원하며 ‘겨울왕국’ 시리즈 외 국내 최고 흥행 에니메이션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쿵푸팬더'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오는 4월 10일 개봉한다.
2024.3.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2. 영웅서사의 도식은 할리우드나 월트디즈니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웅서사의 틀은 대부분 비슷하다.
전세계 고대 신화나 전설 속 영웅 이야기들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인류 최초의 영웅서사로 알려진 게 고대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시 서사시'다.
기원전 2750년쯤 메소포타미아 지역 우루크의 왕이었던 길가메시의 이야기다.
반복된 고난과 귀환이란 영웅서사의 원형 가운데 하나다.
그리스 신화,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도 이런 공식을 따른다.
심지어 예수와 마호메트의 인생도 다르지 않다.
고행을 떠난 석가모니와 천하를 주유한 공자 역시 크게 보면 마찬가지다.
이런 이야기에 매혹되고, 이런 인물을 숭배하는 게 인류 공통의 형질임을 말해주는 걸까.전세계의 수많은 영웅 이야기들을 모아 하나의 규칙을 찾아낸 게 미국의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다.
그는 일반적 영웅서사의 17단계를 정리했다.
1949년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 소개됐는데, 분량상 여기서 나열하기엔 너무 길다.
대신 할리우드의 스토리 컨설턴트인 크리스토퍼 보글러가 간추린 영웅서사의 12단계를 소개한다.

△일상세계
△모험으로의 부름
△부름의 거절
△조언자의 만남
△첫번째 관문의 통과
△시험, 아군, 적군
△가장 깊숙한 동굴로의 접근
△고된 시련
△보상
△귀환
△부활
△영구적 귀환.크게 보면 상황, 갈등, 결말의 3막 구조다.
대부분의 어드벤처 영화가 이런 공식을 따른다.
특히 스타워즈와 쿵푸팬더는 정확히 이 구조대로 만들어졌다.

(도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9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랄에 있는 트럼프 골프 클럽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고 있다.<BR> 2024.07.10  ⓒ AFP=뉴스1  C

(도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9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랄에 있는 트럼프 골프 클럽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고 있다.
2024.07.1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도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3. 영웅은 신화나 영화, 만화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대권 주자급의 정치인들도 일종의 영웅이다.
적어도 지지자들의 눈엔 그렇게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에게 그는 '구세주'와 다름 없다.
유색인종과 중국, 음모론자들이 말하는 '그림자 정부'로부터 자신들을 구원해줄 '메시아'다.
중국 탓에 공장이 망해 일자리를 잃고, 중남미 이민자에 밀려 취업도 못하는 저소득 백인들에게 트럼프의 말은 복음이다.
지난 대선에 패해 4년간 야인으로서 온갖 재판을 받고, 최근 총격 사건까지 겪으면서 트럼프의 영웅서사는 비로소 완성됐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모두 전형적인 영웅서사를 쌓아왔다.
소년공 출신의 이 전 대표는 구속 위기에, 암살 위험까지 넘겼다.
한 전 위원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거듭된 좌천, 현직 대통령과의 갈등, 총선 패배에 따른 자진사퇴 등의 수난을 겪었다.
출신 배경과 정치 성향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모두 강력한 팬덤을 지닌 각 진영의 압도적 대권주자가 된 건 이런 영웅서사 덕분이다.
영웅서사의 마지막 단계는 '영구적 귀환'이다.
두 사람 모두 운명의 종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엔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인간 욕망의 결정체인 정치, 그 영웅들의 서사시는 대한민국에 해피엔딩을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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