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사랑이 가장 강렬"…뇌에서 '사랑의 강도' 찾는다

사람들은 부모와 자식,<BR> 연인과 자연 등 다양한 맥락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BR>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람들은 부모와 자식,
연인과 자연 등 다양한 맥락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람들은 성적 호감을 느끼는 대상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
반려동물과 자연에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핀란드 연구팀이 다양한 사랑을 느낄 때 뇌의 활성화 정도를 관찰하고 부모의 '자식 사랑'이 가장 강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파르티리 린네 핀란드 알토대 신경과학 및 의공학부 교수팀이 6가지 맥락의 사랑에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26일 국제학술지 '대뇌 피질(Cerebral Cortex)'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식,
연인,
친구,
낯선 사람,
반려동물,
자연에 대한 사랑을 다룬 짧은 이야기를 전문 배우의 연기를 통해 들려줬다.
참가자들이 생각하는 동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측정해 버스 창밖을 바라보거나 양치질할 때의 뇌 활동과 비교했다.

예를 들어 자식과 '사랑하는 관계'에 있다고 대답한 55명의 부모에게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들려줬다.
'갓 태어난 아이를 처음 봅니다.
아기는 부드럽고 건강하며 인생 최고의 경이로움을 선사합니다.
당신은 그 아이에게 사랑을 느낍니다'와 같은 문장이다.

다양한 유형의 사랑이 뇌의 여러 영역을 어떻게 밝히는지에 대한 통계적 평균을 나타낸 그림. Parttyli Rinne/Aalto University 제공

다양한 유형의 사랑이 뇌의 여러 영역을 어떻게 밝히는지에 대한 통계적 평균을 나타낸 그림. Parttyli Rinne/Aalto University 제공

실험 결과 자식에 대한 사랑이 뇌 활동을 가장 강렬하게 일으켰다.
연인과의 사랑이 뒤를 이었다.
린네 교수는 "부모가 자식에게 느끼는 사랑에서는 다른 유형과 달리 뇌 선조체(corpus striatum)의 보상 시스템 깊은 곳에서 활성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선조체는 대뇌피질의 정보를 받아 보상,
자기 조절이나 운동에 관여하는 중요한 뇌 영역이다.

뇌 활동은 대상과의 친밀감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났다.
낯선 사람에 대해 느끼는 사랑은 친밀한 사이에서 나타난 사랑보다 뇌가 덜 활성화됐다.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사랑과 관련된 뇌 영역은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고 활성 강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자연에 대한 사랑을 느낄 때는 뇌에서 보상 체계,
시각 영역이 활성화됐지만 '사회적 영역'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나아가 연구팀은 뇌 활동을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지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예를 들어 반려묘와 교감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에서 사회성 영역이 더 활성화된 것이다.

린네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사랑에 대한 구체적인 신체 경험과 통제 가능성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사랑의 신경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사랑·의식·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논의와 애착 장애,
우울증 등 정신 건강 개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식 없는 줄 알았던 식물인간, 외부 지시 모두 알아들어

미국 매스제네럴브리검(MGB)

무의식 환자가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무의식 환자가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기존뇌 검사에서 의식 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뇌손상 환자 중 상당수가사실은 외부 자극을 감지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식을 완전히 잃은 것으로 생각됐던 식물인간도 외부 지시에 따른 뇌 반응이 감지된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부속 병원들로 구성된 의료연구기관매스제네럴브리검(MGB) 소속연구팀은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과뇌파검사(EEG) 반응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무의식 환자들이 특정한 지시에 반복적인 반응을 보인 것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간단한 지시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뇌손상 환자 241명을 대상으로 fMRI,
뇌파 검사또는 두 가지 검사를 모두 실시했다.
참가자들은"손을 벌렸다가 오므리는상상을 해보라"는 지시를 들은 후 15~30초 후에 "손을 벌렸다가오므리는상상을 그만하라"는 지시를 들었다.
fMRI와 뇌파 반응을 분석한 결과참가자의 25%에 달하는 60명이 몇 분에 걸쳐 이 지시를반복적으로 따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일명 '숨겨진 의식'이라고 불리는 인지적운동해리(Cognitive-motor dissociation)라 한다.
의사소통 행동 평가에서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언어를 이해하고 지시를 기억하며 주의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것이다.

연구를 이끈 옐레나 보디엔 하버드대 부속 메사추세츠종합병원 신경과 교수는"이러한 결과는 외부로 나타나지 않는 인지 능력을 어떻게 활용해 의사소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과학적 논의를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혼수 상태,
식물인간 상태 또는 최소한의 의식 상태 등 의식 장애 환자의 인지적운동해리를 입증한 첫 번째 연구는 약 20년 전 처음 발표됐다.
이후 이뤄진 연구를 통해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는 듯한 환자 중 약 15~20%에서 이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25% 또는 그 이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지 능력의 작은 차이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는 임상치료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디엔 교수는“환자의 인지적운동해리를감지하지 못하면 생명 유지 장치의 조기 중단,
인식 징후를 놓치거나 집중 재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한계에 대해검사가 표준화되지 않아 각 연구 기관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환자를 검사한 탓에 데이터 편차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보디엔 교수는"이 분야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도구를 검증하고 반응이 없는 환자를 체계적이고 실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접근법을 개발해검사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포함해 신체를 활용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기대했다.
메사추세츠 병원 산하 다른 연구진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여러 유형의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연구 중이다.
있다.
이날 NEJM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루게릭병과 중증 구음 장애를 가진 40대 남성이 BCI 장치를 활용해 머릿속에 떠올린 말을 화면의 텍스트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

건강한 사람도 '식사 처방' 받는 초개인화 시대

건강한 사람도 다이어트 등을 목적으로 개인맞춤식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BR> Mikhail Seleznev/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건강한 사람도 다이어트 등을 목적으로 개인맞춤식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Mikhail Seleznev/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편집자주]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비자의 지식수준은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인간 수명까지 늘어나면서 건강을 개선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개인 맞춤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자원 낭비는 줄이고 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 산업도 주목됩니다.
식품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조리 및 외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도 각광받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 모든 것을 현실화하는 ‘푸드테크’를 유형별로 살펴보고 푸드테크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국이 푸드테크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혜안을 모색해 봅니다.

개인의 관심사,
취향,
성격,
행동 등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는 초개인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식사도 개인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이 결합해 개인의 건강,
입맛 등을 반영한 음식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개인의 유전 정보,
건강 상태 및 병력,
음식 선호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을 ‘개인맞춤식단’이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배달음식이 일상이 된 것처럼 인구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젠개인맞춤식단이 일상화하고 있다.

홍지연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태국 리서치기관인 크롱타이 컴파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개인 맞춤형 식품시장 규모는 연평균 12% 성장해 2025년에는 약 968억2000만 달러(약13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인맞춤식단,
질병 위험 낮추고 스트레스도 줄이고

노인을 위한 고령친화식품이나 환자를 위한 메디푸드,
운동선수를 위한 식품 등 특정 소비자 그룹을 위한 식단뿐 아니라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개인을 위한 영양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다이어트를 진행 중이거나 근육 만들기를 한다면 이에 맞는 식단을 설계할 수 있다.

특정 식재료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카페인에 예민하거나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등 개별 특성을고려하고 음식에 대한 기호까지 더하면 개인만을 위한 레시피가 탄생한다.

박재호 한국식품연구원 맞춤형식이연구단 단장은 “건강한 사람도 개인의 생활습관,
식습관,
유전체 특성,
장내미생물 특성,
생리대사 특성에 따른 개인 맞춤 식이를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며 “질병 발생 위험을 낮추거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건강한 상태로 만드는 데 개인맞춤식단이 도움이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뇌 건강과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홍 교수는 ”바른 영양소 섭취는 뇌 건강과 직결된다“며 ”맞춤형 식단을 통해 뇌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면 스트레스 감소,
집중력 향상,
기분 개선 등 정신 건강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맞춤식단을 짜려면 식품에 대한 정보는 물론 개인 정보 또한 필요하다.
식단 설계를 위해 필요한 개인 정보로는 체중·신장·나이·성별 등 기본 신체 정보,
체지방량·근육량·체질량지수·기초대사율 등 체성분,
건강 상태 및 병력,
알레르기 및 글루텐 불내증 등 식이 제한,
유전 정보,
식습관 및 식사 패턴,
식품 기호,
수면·운동 등 생활습관,
개인의 영향 목표,
스트레스성 폭식 등 정서적 특성 등이 있다.

박 단장은 “건강 관리를 위한 개인맞춤식단은 인체,
유전,
단백체,
대사체,
화학적 정보,
개인건강 및 섭취식이 정보,
생활패턴,
신체활동 등을 바탕으로 현재의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판단해 구성한다”며 “여기에 개인의 기호를 고려하면 즐기면서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운동선수나 근력 강화를 시도하는 사람도 개인에 최적화된 식단이 도움이 된다.<BR> PeopleImages/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운동선수나 근력 강화를 시도하는 사람도 개인에 최적화된 식단이 도움이 된다.
PeopleImages/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개인화’ 기술 + ‘식단’ 기술 통한 맞춤형식단 설계

식단 설계를 위해서는 푸드테크 기술도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 사항이나 데이터 분석 기술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보장하면서‘개인화’와 ‘식단’이라는 두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기술이다.

개인화 관련 기술은 개인의 건강 및 영양 상태,
음식 기호도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기술이다.
홍 교수는 “건강검진 데이터,
인바디,
웨어러블 데이터를 연동하고 유전자 분석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필요한 섭취 영양소와 예방이 필요한 질병을 판단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이 선호하는 맛,
식감,
향미 등 음식의 관능적인 취향과 시간,
장소,
때에 맞는 맞춤 추천도 개인화 관련 기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식단 관련 기술의 경우비대면으로 식단을 자동 생성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홍 교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임상영양사 등 전문가와 대면하는 방식은 전문적인 식단수립이 가능하지만 대면해야 한다는 불편함이나 높은 비용이 한계”라며 “질환이 있거나 강력한 다이어트를 원할 땐 대면 상담이 적합하지만 편의성과 저렴한 비용 등을 고려할 땐 AI 영양사와 같은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비대면 자동화 기술과 서비스들은 설문 및 문진,
취향 분석을 기반으로 목적에 맞는 식단을 자동 생성한다.

앞으로 개인맞춤식단은 식품산업과 헬스케어산업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식품연 맞춤식이연구단은 ‘맞춤형 식이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7000명 이상의 장내미생물 정보,
식이 정보,
혈액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 바이오헬스데이터 연구센터는 푸드테크기업인 팜킷과 함께 AI 자동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손쉽게 간편식 등을 추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식품제조업체인 네슬레는 체중을 조절 중인 소비자들의 DNA를 연구해 건강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는 제품을 출시했고 일본 기업인캔이트는 식품 라벨을 스캔하면 알레르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개인별로 각기 다른 식사 서비스를 제공받는 초개인화시대를 선도하려면 한국 역시개인맞춤식단 푸드테크 분야의 기술적 도전과 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나의 일부'가 된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외로움의 실제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꽤 다르다.
예를 들어 친구가 많고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람이 외롭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 관계의 '양'은 외로움과 큰 상관이 없다.

이보다는 관계의 '질'이 더 중요해서 한 두 명일지라도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또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
외로움을 '사회적 배고픔'이라고 보는 시선에 따르면 적어도 우리가 존재론적인 수준에서 갈구하는 관계란 서로 깊이 '이해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최근 애밀리 오거 캐나다 맥길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서로 이해하는 관계는 우리의 외로움을 충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내가 나를 정의할 때 사용하는 요소 '나의 일부'가 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가상의 연인 제인과 마이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마이크가 제인에게 항상 따뜻하고 상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제인의 목표들과 깊은 두려움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높은 이해,
낮은 따뜻함),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마이크가 제인의 목표와 두려움들을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따뜻하고 상냥한 모습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낮은 이해,
높은 따뜻함). 그런 뒤제인에게 마이크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 같냐고 물었다.

그 결과 마이크가 항상 따뜻하지는 않아도 제인을 정말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룹의 사람들이 반대로 마이크가 항상 따뜻하지만 제인을 잘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룹의 사람들보다 마이크와의 관계가 제인에게매우 소중하고 중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친밀한 관계라면 따뜻함과 이해가 모두 있어야겠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이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실제 연인 및 친구들을 대상으로 연인 또는 친구가 자신을 다른 사람들보다 잘 이해하고 있거나 잘 못 이해하고 있다고 여기게 만들고 해당 관계가 자신이라는 사람을 얼마나 잘 말해주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친구나 연인이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고 여긴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관계를 자신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생각해보면 영혼의 동반자 같은 친구나 연인의 특징이란 성격이나 자라온 배경이 같다는 것보다도 다른 점이 많지만 대화가 잘 되고 웃음코드가 비슷하다는 사소한 요소들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대화가 잘 되고 코드가 비슷하다는 것이 상호 이해의 전제 조건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나온 곳은 다르더라도 바라보는 곳이 같고 생각이나 감정은 달라도 대화가 잘 돼서 얼마든지 다른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고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을 이 사람도 재미있어 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나의 이해자인 것은 아닐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무엇보다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위안이 되기도 한다.
어떤 관계든지 항상 감정적으로 뜨겁고 좋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상대방을 향해 한 쪽 귀를 열고 있는 한 얼마든지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관계는 오랜 친구로 수렴한다는 것이 이런 현상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누군가가 나의 세상을 정의할 수 있고 반대로 내가 타인의 세상을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외로움을 해소해야 하는 이유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지표를 하나 꼽아보라고 한다면 단연 '외로움'이다.
외로움이 각종 건강과 관련된 지표들,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과 적은 수면,
심혈관 질환 등에 걸릴 확률과 비교적 나쁜 예외로움과 자살률 간의 관계는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공포증 등과 관계 없이 유효했다.

외로움은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
고칼로리 선호,
폭식,
적은 운동량,
높은 스트레스,
나쁜 스트레스 대처법과 관련을 보이며 '노화'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외로움에 의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자살 또한 외로움이 목숨을 앗아가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소데르튼대의 연구자 앤드루 스티클리는 7403명의 가구를 아우르는 대규모 조사에서 자살과 관련된 행동 지표에 있어서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적게는 세 배에서(살면서 적어도 한 번 자살 시도를 함) 많게는 17배까지(지난 일년 동안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음) 높은 위험도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외로움과 자살률 간의 관계는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공포증 등과 관계 없이 유효했다.

외로운 사람들이 적지 않고 관계보다 그 외적인 요소 특히 물질적인 요소에서 행복을 찾는 한국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행복도는 유독 낮으면서 자살율은 유독 높다는 특징 또한 일부는 외로움과 외로움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는 것,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양질의 인간관계와 사회적 지지망이 부족한 것에서 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외로우면 혼자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하는 식으로 외로움을 해소하고 있다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외로움은 근본적으로 양질의 관계에 대한 배고픔인만큼 다른 요소로 덮으려는 시도는 잠깐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많을 필요는 없지만 단 한 명이라도 진정한 친구라고 부를 만한 서로 아끼고 신뢰하는 관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배고픔이 음식을 먹는 행동을 유발하듯 사회적 배고픔인 외로움 역시 사회적 관계를 탐색하는 행동을 일으켜야 하지만 외로움이 오래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람에 대해 불신을 쌓게 되어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외로움을 먼저 해소하는 개입이 필요하다.

외로움이 오래된 경우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술,
도박,
약물 중독 등에 빠져드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도 외로움 해소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지나친 물질주의 또한 한편으로는 부가 사회적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나름 외로운 사람들의 사회적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겠으나 이 역시 그 자체로 양질의 관계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양질의 식습관이나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 사회에 단순히 동기가 부족하거나(별로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나) 자기통제력이 부족한 경우가 아니라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하는 게 싫어서 등의 이유로 이들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 공공보건의 측면에서도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발히 하는 것이 중요할지 모른다.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