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평판이 많은 지원자, 덜컥 채용하고보니…

긍정적인 평판이 많은 지원자, 덜컥 채용하고보니…

#OO님은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OO님은 늘 싹싹하고 웃는 모습 이라 좋았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항상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시는 것 같습니다.

지원자 A는 7명에게 평판을 받았는데, 평소 모습이나 성향에 관한 긍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하나같이 인품에 대한 칭찬으로 가득했다.

평판에서 인성 검증이 완료되었다고 생각해 면접에서는 인성에 관한 질문을 준비하지 않았다.
주니어 채용이었기 때문에 평판에서는 경험과 스킬보다는 역량과 인성을 주로 확인했고, 채용을 결정했다.
하지만, A는 수습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OO님은 본인의 역량에 비해 겸손한 편입니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격려와 칭찬은 OO님을 춤추게 합니다.
OO님은 섬세한 편으로, 세심하게 신경 써 준다면 성과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원자 B는 평판을 보고 ‘역량 대비 겸손한 사람’으로 해석하고, 면접 때 평판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면접 내내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는데, ‘우리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용 후 함께 일해보니 겸손보다는 자존감이 낮은 것처럼 느껴졌다.
업무적 피드백에 대해서는 ‘본인을 싫어해 공격했다’고 받아들여 자주 상처받고 우는 경우가 많았다.

지원자 A와 B 모두 평판 조회까지 했지만 결과는 채용 실패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답은 두 지원자 모두 채용 과정에서 평판 해석과 활용 측면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원자 A의 평판은 업무보다 인성과 외적인 이미지, 즉 보여지는 부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런 평판의 경우, 함께 업무를 하는 유관자보다는 친분이 있었거나, 좋은 평판을 이야기해줄 동료를 찾았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평판의 출처와 내용이 실제 업무 능력을 반영하는지 확인이 필요했으나, 면접 시 생략되었다.
또한, ‘착한 아이 증후군’처럼 좋은 인상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는지, 대인관계에서 불안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편인지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프로세스나 면접 시 질문이 없었던 부분도 아쉽다.

지원자 B는 어떤가. B의 평판을 해석할 때, 긍정적인 표현에만 집중했고 이면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평판을 제공한 사람과 지원자의 관계 파악, 평판이 작성된 때의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나 팀의 문제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면접에서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는 절차도 생략되었다.

위 두 사례는 ‘확증 편향’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평판을 해석하는 사람의 신념이나 기대에 부합하는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지원자 A와 B의 첫인상이 긍정적이었거나, 혹은 평판을 확인할 때 본인이 지원자들에게 기대한 부분에 대한 정보만 중요하게 체크한 것이다.
이후 면접에서 추가적인 질의가 없었고, 평판에 대한 지원자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사례는 레퍼런스 체크를 진행하는 많은 회사가 경험하는 시행착오이기도 하다.
평판조회를 하고 결과를 해석할 때에는 꼭 체크해봐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번째, 평판 작성자(레퍼리·referee)와 지원자의 업무적 관계를 확인하고, 작성된 시점과 출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번째, 평판 내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부정적 혹은 긍정적 패턴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숨은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수집된 평판은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정보’로 인식해야 한다.
평판 내용을 바탕으로 지원자에게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부분을 사전에 정리해 면접 질문을 정하고, 평판에서 확인한 강점과 개선이 필요한 점을 우리 회사의 일하는 방법과 조직문화에 대입하여,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면접에서 검증해 나가야 한다.

채용에 평판을 처음 활용한다면, 평판을 읽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전보다는 촘촘한 지원자 검증을 한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에 국한되기보다는 평판을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평판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해석하고 활용함에 있어, 신뢰성을 높이고 채용 과정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로 작용될 것이다.

천지현 스펙터 인사팀장

연차휴가 제도의 본질은 휴식일까, 돈일까

연차휴가 제도의 본질은 휴식일까, 돈일까

'7말 8초' 여름휴가 피크타임은 지나갔지만 달력을 보면서 돌아오는 추석이나 10월의 연휴에 연차를 사용하여 여행이나 휴식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직장인, 자영업자를 불문하고 대다수의 국민이 휴가를 가지만 직장인, 즉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의 휴가는 ‘유급휴가’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제정 시부터 연차유급휴가 제도를 최저 근로조건의 하나로 정하고 있고, 그 취지는 일정기간 출근한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임금의 삭감 없이 유급으로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휴가제도가 반드시 근로자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적정한 휴식은 근로자 개인의 노동력 향상과 기업 전체의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는 1년 이상 계속근로를 하고 전년도에 80% 이상 출근하여야 취득할 수 있고(제60조 제1항),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한다(제60조 제2항). 연차휴가는 휴가 부여와 동시에 휴가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임금은 계속 지급하는 것이 본질이므로, 휴식을 청구할 권리인 연차휴가권과 돈을 청구할 권리인 연차휴가수당청구권으로 구성된다.
판례는 양자의 관계에 대하여,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차휴가권을 취득하여야 하지만, 일단 연차휴가권을 취득한 후 그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하더라도, 근로자는 남은 연차휴가일수 전부에 상응하는 연차휴가수당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차휴가수당청구권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연차휴가권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는 연차휴가수당이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차휴가수당청구권은 연차휴가권의 발생을 전제로 하므로, 연차휴가수당청구와 관련하여 연차휴가권의 발생시기가 문제된다.
판례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다48297 판결). 만약 근로자가 2024년 12월 31일 정년퇴직을 한다면 2024년에 제공한 근로의 대가로서의 연차휴가권은 2025년 1월 1일 발생하는데, 근로관계는 202년 12월 31일 이미 종료하였으므로, 해당 근로자에게 퇴직한 당해 연도의 연차휴가권은 발생하지 않고, 그에 따라 연차휴가수당청구권도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연차휴가일수가 문제되었다.
기존에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15일), 제2항(11일)이 함께 적용된다고 보아 총 26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판례는 위와 같은 법리에 더하여 연차휴가 제도의 목적, 최대 25일의 휴가를 부여받을 수 있는 장기근속 근로자와의 형평 등을 고려하여 1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연차휴가일수는 11일이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27100 판결). 정년퇴직이나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당연 퇴직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이유로, 실제 사용할 수도 없는 연차휴가가 새롭게 발생한다고 보아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연차휴가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일련의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연차휴가의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년을 초과하되 2년 이하의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의 연차휴가일수는 어떨까. 이에 대해 판례는, 최초 1년 동안의 근로제공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에 따른 11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하고, 최초 1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에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른 15일의 연차휴가까지 발생함으로써 최대 연차휴가일수는 총 26일이 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2. 9. 7. 2022다245429 판결). 확립된 판례에 따르면, 근무 1년차에 대한 대가로서의 연차휴가가 2년차 근로일 첫날에 이미 발생하였다면, 근무 2년차가 총 1년에 미달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2년차에 사용 가능한, 즉 1년차 근로의 보상으로 이미 발생한 연차휴가가 부여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위 판례는 이러한 견지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1년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 연차휴가일수가 11일인데, 1년을 근속하고 하루만 더 일하고 퇴직하는 경우에는 연차휴가일수가 26일이 되므로, 이러한 연차휴가일수 산정이 불합리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 연차휴가 제도를 근속기간에 비례하여 정산하는 방법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어떠한 법적 근거가 없는 이상 실질적으로 연차휴가 사용이 가능한 일수만큼의 연차휴가수당청구권이 비례적으로 발생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연차 유급휴가는 근로자들의 일·생활 양립은 물론 휴식을 보장하면서 실근로시간 단축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이고, 그 본질은 ‘돈’이 아닌 ‘휴식’이다.
우리나라의 연차휴가 제도는 조금씩 내용이 변경되어 왔으나, 아직까지 연차유급휴가 사용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휴식권의 보장이 아닌 금전보상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었다.
연차휴가 제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도 중요하지만, 연차휴가의 본질은 휴식 보장이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는 노사의 인식도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연차휴가 제도의 합리적인 운영과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연차휴가의 활성화 방안을 기대해 본다.

박은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직장내 괴롭힘, '허위신고'와 '부적절신고'는 다르다

한경 CHO Insight조상욱 변호사의 '오피스빌런 리포트'

직장내 괴롭힘, '허위신고'와 '부적절신고'는 다르다

최근 모 그룹 인사담당자 대상 직장 내 괴롭힘 교육 과정에 강사로 참여하는 기회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늘어나는 이유와 대응방안에 대한 인사담당자들의 분임토론 결과 발표를 듣는 기회가 있었다.

괴롭힘 신고 증가, 인지 감수성 제고가 주원인
우선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보니, 표현은 달라도 거의 모든 분임조 발표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원인이 몇 가지 있었다.
① 불합리에 대한 감수성 증가, ② 신고에 대한 거부감 감소, ③ 무분별한 신고 증가 (일단 신고하거나 신고자 보호조치를 악용하기 위해 신고하는 경우 많아짐), ④ 기성-MZ세대 갈등 증폭 등이다.

이들 원인은 모두 수긍이 가는 한편으로, 지적된 원인을 몰아서 보니 흥미로운 패턴이 보인다.
우선 당연히 있을 법한 “소속 기업에서 사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고 정도도 심해지고 있다”는 정도의 업무 환경 악화를 지적하는 부분이 없다.
모든 원인은 기업 구성원의 직장 내 괴롭힘을 바라보는 주관적 인식, 태도 변화와 관련이 있었다.

이런 패턴은 우리 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증가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좋은 시사점을 준다.
신고 증가 현상은 △기업 구성원들의 인지 감수성이 변화·제고된 현실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고 △기업 업무 환경의 악화는 많은 기업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거나, 기껏해야 부차적 원인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기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쏟아지고, 지난 7월 법 시행 5주년을 전후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특집 기사, 방송도 많았다.
자살 등 피해자의 극심한 고통, 제도 미비, 운영상 어려움에 대한 통계, 비난, 문제제기도 여기저기에서 접할 수 있다.
이런 비관적 기조의 정보를 계속 접하다 보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기업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착시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정작 기업 현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빈도나 양상 면에서 오히려 개선된 경우가 악화된 경우에 비해 더 많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실태보고서'에 의하면 근로자 1000명과 인사노무 담당자 485명은 제도 도입 후 3년간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감소'(23.7%)했거나 '변화가 없다'(65.2%)고 답했는데, 이는 '증가했다'(11.3%)는 답보다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최근에도 직장갑질 119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 정도가 5년전 제도 도입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교육에 참여한 인사담당자 한 분과 이야기해 보니, 그 참석자도 자신의 직장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는 느끼지 않고, 내부 토론할 때 다른 인사담당자들도 그런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앞서 직장 내 괴롭힘 보도 등이 넘쳐나는 현상은 직장 내 괴롭힘의 빈도나 강도의 증가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제고된 인지 감수성을 매개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니 신고되는 행위의 범위나 신고 수가 증가하고, 제도와 운영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또 그만큼 피해자가 실제 느끼는 고통이나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사회 전반의 관심과 반향도 큰 것이다.

기업은 '대응 감수성' 제고에 나서야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기업은 앞으로 기업 업무 환경이 개선된 정도에 비례하여 신고가 줄어들지 않거나, 심지어 늘어나기까지 하는 모순적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미묘한 따돌림, 공사 구별이 흐릿한 질책, 근거가 애매한 업무 배제나 낮은 평가처럼 △폭언, 막말과 같은 과거의 전형적 괴롭힘에 비해 경미한 갈등이지만 △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결과 구성원이 종전에 못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그 갈등을 참지 않고 신고하는 경향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기업 대책은 경미한 갈등 문제 발생을 선제적으로 최대한 줄이는 것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컨대 법이 요구한 기준보다 더 높은 사내 행동 기준을 세워서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고, 절차 운영 과정에서도 피해자 면담, 보호조치, 2차 가해 방지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걸 구성원들의 인지 감수성 제고에 대응하여 기업의 대응 감수성 제고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기업이 구성원들의 비상식적 수준의 인지 감수성까지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당연히 적정한 한계는 두어야 한다.
단 구성원 중 상당수가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갈등을 무심코 가볍게 보거나, 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선언하면 충분히 할 바를 다했다는 식의 안이한 자세는 지양되어야 한다.

과도한 신고? 전체적·장기적으로 관리해야
두 번째 발표 주제는 신고 증가 대응방안이었는데, 신고 증가 원인과 마찬가지로 역시 다양한 대응방안이 제시되었다.
△부서장 인식 개선 교육 (직원 갈등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제도 취지에 대한 교육 (무분별한 신고는 동료의 마음을 다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객관적 판단과 원칙적 처리(성과/직급을 고려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거나 조치가 미비한 경우가 없어야 한다) 등이다.

위 대응 방안에서는 문제 발생 단계와 문제 개선 주체가 다양하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발생 시간 순으로 △부서장은 갈등 발생 초기에 그 갈등을 세심하게 대응해야 하고 △신고인은 부적절한 신고를 자제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의 인사 및 법무 담당자는 사실에 기반한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 개선은 전사적·장기적 과제일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아쉽게도 지름길이 없다.
상당 기간에 걸쳐 기업과 그 구성원의 인식·제도 운영 수준을 모두 한 단계 높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 관행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기업은 어느 한 단계, 어느 한 당사자 문제만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그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대응하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
이는 좋은 의도와 달리 제도 개선을 늦추거나 오히려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고인의 허위 신고를 근절하는 문제를 보자. 2024년 4월 발표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1만 28건의 괴롭힘 신고가 있었다.
2022년 8961건 대비 12%나 증가한 숫자다.
그런데 그 중 상당수 신고(2884건. 약 29%)는 ‘법 위반 없음’으로 종결되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힘든 사정까지 신고가 이루어지는 일이 잦은 현실을 보여주는데, 이와 연결해 허위 신고(날조 신고)를 그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그 신고자에 대한 강력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주된 이유를 허위 신고로 돌리는 진단은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허위 신고는 현실에 분명히 있고 강력 대응하여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는 신고는 허위 신고라기보다는 부적절한 신고, 즉, 과장이나 과민, 착각에서 비롯되는 신고라고 판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부적절한 신고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운영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부득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위 발표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제도 취지 교육과 구성원 인식 수준 개선을 통해 대부분 해소하고, 여기서 걸러지지 않는 문제는 사실에 기반한 엄정한 판단으로 인사담당자가 해결해야 한다.

이 점을 간과하여 부적절한 신고를 허위 신고로 인식하고 신고자에 과도한 대응을 하면 기업 진정성을 의심받고, 정당한 신고 의지까지 위축되고, 불필요한 분쟁으로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직원과 갈등을 대하는 부서장 태도 문제의 해결책도 마찬가지다.
경미한 갈등이 원인이 된 신고 중에는 부서장의 일회성 질책이 문제된 경우도 많다.
이와 관련 우선 부서장은 인지 감수성이 제고된 현실을 고려해 공개적·감정적 질책, 인신 공격을 한다고 오해받지 않도록 항상 유의해야 하고, 기업도 부서장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엄중 대응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업무 과정에서 적절한 질책 수위는 맥락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특히 예민함이 도가 지나쳐 과민 반응하거나 보직 전환 등 부정한 의도를 가진 신고인들도 많고, 부서장의 질책 배경에는 근태불량 등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신고가 있을 때마다 쉽게 부서장 잘못으로 돌리면 책임성 있는 부서 운영에 지장을 주고, 보신주의 내지 냉소주의가 팽배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 문제 역시 신고인 인식 수준의 개선과 인사와 법무 담당자의 사실에 기반한 엄정한 판단으로 해결해야 한다.

오늘보다 내일은 더 나은 문제로 고민을
결국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증가의 원인과 그 대응 방안은 간단하지 않다.
원인으로는 주원인인 인지 감수성 제고 외에도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대응은 기업의 대응 감수성 제고와 함께 여러 단계에서 여러 주체에 의하여 점진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이런 고차 방정식 성격을 가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증가 문제는 단기간에 만족스럽게 해결되거나, 최종 해결되는 일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
과도한 신고에 대응하려는 기업은 오늘보다 내일은 더 수준 높은 문제를 고민하겠다는 관점에서 하나 하나씩 꾸준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조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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