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교수 "비만은 질병. GLP-1으로 살도빼고 치료 가능"

(출처 : 김현우교수/디자인: 김현지)

[빅인터뷰] 한국 대사질환 전문가, KAIST 생명과학과 김현우 교수

혁신적인 비만치료 GLP-1 약물, 본격적으로 대중화 가능할까

GLP-1, 근감소 외 부작용 매우 적어 안정적 치료제로 인정

"치료 쉽고 효과 좋아, 쉽게 살 뺄 수 있는 길 열리는 것" 라이프 스타일 확실히 바뀔 것


혁신적인 비만치료제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약물이 본격적으로 대중화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뜨겁다.
기대 수명이 늘며 웰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헬스케어 부문의 상품 수요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비만 인구가 많은 미국 시장의 관심은 특히 뜨겁다.
미국 성인 인구의 약 10~11%가 당뇨 환자로 추정된다.
약 3400~3700만명 정도가 진단받은 당뇨병 환자다.
아직 당뇨를 진단받지 않았지만 가능성 있는 예비 당뇨 환자들이 약 8800만명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당뇨병은 미국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만성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인의 경우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보다 연간 의료비용 약 9600달러(약 1317만원)를 추가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약 2배 높은 비용을 지출하는 셈. 여기에 인슐린 비용, 혈당 측정기, 정기 검진 등을 추가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미국에서는 당뇨병 관리 비용에만 연간 약 3270억달러(약 448조 6767억원)를 지출한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약 37% 증가한 수치다.
또 은퇴자를 위한 보험인 메디케어 수혜자의 약 25%가 당뇨병 환자다.
따라서 당뇨병 관련 질환은 메디케어의 가장 큰 지출로 GLP-1 약물에 대한 수요 역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GLP-1 혁명을 가능케 한 것은 AI와 빅데이터 덕분이다.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과정을 대폭 단축했다.
특히 벤처 캐피탈과 대형 제약사들의 투자 증가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과 연구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다.
약효와 안정성, 시장 규모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과 리테일 분야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KAIST 생명과학과 김현우 교수로부터 GLP-1 혁명의 실체와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출처 : Shutterstock)

Q. 체중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GLP-1를 처방하고, 운동 및 식이요법을 병행하도록 돕는 종합 솔루션이 시장에 많이 등장했다.
GLP-1의 확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연구자들도 GLP-1에 대한 기대가 크다.
승인도 났고 의사들도 쓴다.
내분비학회나 의사들 분위기를 봐도 이건 "트렌드로 가겠다"고 확신한다.

GLP-1이 각광받는 가장 큰 요인은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다.
4개월간 실험하고 트래킹한 결과 부작용이 아주 적다.
대표적인 다이어트 약들은 우울증을 동반하는데 GLP-1은 그런 것이 없다.

또한 GLP-1은 글루카곤 관련된 연구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연구 부산물이다 보니 이미 '리셉터(Receptor)'로 알려져 있다.
리셉터는 '수용체'를 말한다.
수용체는 생물학적 시스템에서 외부 신호를 인식하고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단백질 구조로, 신호를 인식하고 이를 세포 내부 신호로 변화하는 분자 센서 역할을 한다.
이 자체가 아주 큰 강점이다.

Q. GLP-1이 확산되는 요인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약의 부작용이 매우 적다.
비만이나 당뇨는 다른 병들의 신약 개발 접근법과 다르다.
예를 들어, 암 같은 경우는 약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감안하고 사용한다.
생명을 1-2년만 늘려도 성공으로 친다.
그런데 이쪽 분야는 그렇지 않다.

비만/당뇨병 약의 가장 큰 특징은 가끔씩 생기는 위험한 부작용이다.
이 때문에 약이 상용화가 안됐다.
의학적 임상실험을 하면서 10만 명 중에 한두 명이라도 갑자기 돌아가시거나 아니면 어떤 특이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약은 상용화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대사 쪽 약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대사 분야 사람들도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사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분위기였다.
그런데 GLP-1이 나왔다.
GLP-1이 인슐린 조절도 하고 뇌에 가서 이제 식욕 억제까지 같이 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부작용이 없는 거다.
이 약이 각광을 받고 FDA 승인이 난 이유는 다른 약에 비해 부작용이 그렇게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GLP-1은 수용체 효능약이다.
이것이 중요하다.
당뇨병 치료제는 다양한 작용을 나타내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인크레틴 호르몬 유사체다.
인크레틴 호르몬은 음식 섭취 후 분비돼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혈당을 떨어뜨린다.
GLP-1이 바로 인크레틴 호르몬 중 하나로, 포도당 농도 의존적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혈당을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GLP-1의 장점은 저혈당 부작용이 적고 직접 뇌의 식욕 중추를 억제하여 식욕을 낮춰 체중감소 효과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음식물이 위에서 배출되는 것을 지연시켜 소장에서 탄수화물의 흡수를 느리게 만들어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는다.

당뇨약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멜포민(Melformin)은 100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는 약이다.
수많은 이제 대사 질환 연구자들이 그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확하게 모른다.
이 약이 어떤 단백질과 바인딩에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논문들은 좀 있지만 이게 컨펌이 되지 않았는데 효과는 좋으니까 그냥 계속 준다.
또 500mg, 1000mg 이런 식으로 많이 먹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GLP-1은 주사제니까 간단하다.

Q. 실제 GLP-1 투약 환자들의 인식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 양상, 그리고 약효 지속성 등이 궁금하다.
비만도나 건강 수준에 따라 차이가 클까?

주사제로 투약하는데 사람마다, 상태에 따라 효과는 다르다.
확실한 것은 초반부터 효과가 있다.
투약하면 당뇨병 환자는 글루코스 레벨이 일단 줄어든다.
포만감을 느끼게 해준다.
인슐린을 장에서 좀 더 분비시킨다.
현재로서는 요요 현상을 막으려면 이것도 고지혈증 약처럼 평생 먹어야 한다.

GLP-1도 지금은 괜찮다고 하지만 먹다보면 내성이 생길텐데 평생 이 몸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 약을 계속 꾸준하게 먹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도즈(dose)를 그 반응에 맞춰 조절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5년 단위로 봤을 때는 좀 더 올려 먹어야 한다든지 그럴 수 있다.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GLP-1은 시상하부에 가서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살 빠지게 해주는 원리다.
하지만 에너지 대사(지방 분해)가 늘지는 않았다.
최소한 지금까지 확인된 바는 없다.

메타볼리즘이나 비만 연구는 사실 에너지 열발산을 증가시키느냐, 아니면 덜먹게하느냐 두 가지에 대한 것이다.
뇌를 건드리는 약은 우울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쓰지 못했고. 위를 자르는 경우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었다.
GLP-1은 흥미롭게도 소화기관의 호르몬처럼 배부르다는 느낌을 줘서 먹지 못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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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GLP-1 치료의 단점, 부작용은 없는지?

미국에 이어 한국도 도입해 결국 승인을 낼 수 있던 이유 중에 하나는 큰 문제가 없었으니까 내는 것 같다.
지금 보면 그동안 약에 비해서 부작용이 현저하게 낮다.

2012~13년 경부터 많이 사용되고 있는 고지혈증 약 '스타틴(Statin)'의 경우도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살이 쪘을 때 조절해 줘서 많이 처방되고 있는 약이다.
그런데 이 약의 부작용으로 근육이 간지러운 것이 있다.

명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하시는 경우도 있다.
그에 비하면 GLP-1의 부작용은 약간의 저혈당증이나 가벼운 무기력증 정도로 나타나고 있는데 매우 미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다이어트 약들을 보면, 호르몬을 건드리면서 우울증이 오는데 GLP-1은 그렇지 않다.
부작용이 약간의 무기력증 정도다.
약간의 구토감이나 어지러움이 있을 수 있는데 다른 부작용에 비하면 정말 미미하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 근감소가 있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 많은 유형인 '마른 비만' 인구에도 적용이 가능할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운동과 식이를 병행하면서 하는게 맞다.
근감소증이 온다면 운동을 해서 상쇄를 해줘야한다.
내분비나 내과에서 처방한다면 운동 테라피가 같이 들어가야 한다.
개인 컨디션에 맞게 운동 처방을 줘야한다.
같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고 라이프스타일도 맞춰가는 식이다.
라이프 스타일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Q. 앞으로 GLP-1, 그리고 이와 연관된 솔루션들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바꿀 것으로 예상하나?

선진국일수록 먹을 것 걱정이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잘 사느냐"가 웰빙의 가장 큰 이슈다.
그 중 하나는 "어떻게 보이냐"인데 그 중 하나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다.
그러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메타볼리즘 레벨 내에서 잘 지내면 되지만 '사회적 쉐입'을 원하니까.

쉽게 접근해서 쉽게 살 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 확실히 바뀔 것이다.
하지만, 비만 정도에 따라 처방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운동 처방까지 같이 해야 한다.
몸에 넣는 것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한다.
오용해서 미용으로 쓰면 안된다.
따라서 컨트롤 하에 단계적으로 확산해 가야 한다.

(출처 : Shutterstock)

Q. GLP-1 대중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눈에 띄는 점은 GLP-1의 부작용인 근감소에 대한 연구에 회사들이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뜨거운 감자다.

대중화를 확신한다.
하지만 '제한적 대중화'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5년 내 효과가 분명하다면 시장에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또 비만에 대한 개념이 바뀔 수 있다.
곡물 위주로 먹다 보니 생기는 마른 비만 같은 경우에 대한 적용도 더 연구해야 한다.

다이어트 업계에서도 관심이 많겠지만 GLP-1은 '다이어트 보조제'가 아니라 약이다.
기본적으로 GLP-1은 단백질이라 먹어서 섭취한다면 배에서 다 녹기 때문에 호르몬 전달이 불가능하다.
다만 관련 호르몬을 장에서 많이 분비하도록 마이크로바이옴을 자극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

무엇보다 GLP-1은 호르몬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도스로 사람에 따라 정확하게 처방해야한다.
'오젬픽 페이스' 결국 속도가 맞지 않아 생기는 것이다.
인슐린도 잘못하면 저혈당이 와서 쓰러질 수 있다.
그래서 각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정확한 양을 타임 프레임에 맞춰 처방해야 한다.

따라서 마치 비타민처럼 확산되기는 어렵다.
다만 어떤 균이나 특정 균이 만들어낸 물질이 장을 자극해서 GLP-1을 좀 더 만들어내게 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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