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신약에 두번 우는 환자들…구호로만 '보장성 강화' 안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김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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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희귀질환 치료기회 확대 심포지엄 열려…"한국, 신약 지출 비중 OECD 최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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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 중소기업 임원으로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이모(55)씨는 3년 전 갑자기 냉장고 문을 열기도 어려울 정도로 손가락 끝이 아프고, 계단 오르기가 버거울 정도로 숨이 차거나 목소리가 잘 안 나오지 않았다.

동네 피부과와 이비인후과를 전전하던 이씨는 대학병원을 찾은 끝에 '쇼그렌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쇼그렌증후군은 희귀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면역세포가 관절, 피부, 소화기, 호흡기 등 전신을 침범하면서 근육통이나 만성 소화장애, 기관지염 등 다양한 신체 이상을 일으킨다.
이씨는 염증이 폐까지 침투해 진행성 폐섬유증까지 같이 생긴 경우였다,

이씨는 호흡기 증상이 심한 날에는 숨이 안 쉬어져 산소 호흡기를 단 채로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했다.
마른기침이 끊이지 않았고 투병 이후 체중도 15kg이나 빠졌다.

이런 이씨에게 주치의는 26%가량 남아있는 폐 기능에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오페브'라는 신약 복용을 권고했다.
올해 2월부터 이 약을 먹은 후 이씨는 다행히 폐 기능 저하가 늦춰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약이 비급여여서 이대로라면 매달 150만~300만원 정도가 드는 약값을 평생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씨는 "아내는 기약 없는 간호와 약값 부담으로 눈물만 흘리고 있다"며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한 폐 기능의 특징상 약 복용을 중단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오페브 급여화에 힘써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최은진 연구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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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사는 김모(61)씨는 10년 전 갑자기 가슴이 쥐어짜는 듯 아프고 어지러워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이라는 질환을 진단받았다.
처음엔 '심장이 두꺼워지는 병' 정도로 이해했지만, 이때부터 고통의 나날이 시작됐다.

참을 수 없는 가슴 통증은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몰려와 밤에 누울 때까지 계속됐고, 이 고통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어 수면제를 달고 살아야 했다.

더욱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탓에 주변인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심리적 고립감도 커져만 갔고, 결국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심장이 더 두꺼워지면서 증상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다.

이때 주치의로부터 '캄지오스'라는 신약을 소개받았다.
비급여라서 월 200만원이 넘는 약값이 큰 부담이었지만, 이 약을 먹고 난 후 1주일이 지나자 십 년 동안 괴롭혔던 증상들이 사라졌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몸도 훨씬 가벼워지고 예전에는 할 수 없던 일들이 가능해지면서 김씨에게는 그동안 포기했던 등산과 자전거 타기를 아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생겼다.

그러나 김씨 역시 고액의 약값을 평생 부담할 수 있을지가 큰 걱정이다.

김씨는 "나처럼 이 약을 만나 삶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에는 한 달 월급에 달하는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다"며 "캄지오스가 하루빨리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서 이 병을 앓고 있는 모든 환자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KAMJ)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 이주영 의원이 11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는 이씨와 김씨처럼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됐다.

정부가 거액의 약값 부담으로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희귀질환의 보장성 강화에 적극 나서달라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전문가들도 환자들의 이런 호소에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유승래 교수 제공]

[유승래 교수 제공]

유승래 동덕여대 약대 교수는 이날 '신약의 치료군별 약품비 지출현황' 발표를 통해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 이후 등재된 신약의 최근 6년간 지출 비중이 총약품비 대비 13.5%로,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26개 국가 중 최저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07~2022년 국내에 276개의 신약이 등재된 것과 달리, 같은 기간 OECD 국가에서 약품비 지출내용이 확인되는 신약은 639개에 달해 차이가 컸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지속해서 삶의 질을 악화하고 질병 부담을 초래하는 질환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 면제와 위험 부담제 대상 추가 등의 조치를 통해 신약을 적기에 도입하고, 비급여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며 "특히 주요국들과 비교해 환자 부담이 큰 질환은 혁신 신약의 급여화를 포함한 치료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약에 대한 급여화가 늦어지면서 국내에서 유독 신약 출시가 지연되는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진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부회장(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주요 국가의 약제 도입 현황을 보면 한국에서만 급여가 되지 않는 약제들이 많아지면서 신약이 뒤늦게 출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런 패싱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강보험재정 지출구조 개선과 환자 치료 지원 확대 등 정부와 산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 중증·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현주소'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희귀질환에 대한 정부의 의료비 지원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아직 개선되어야 할 정책적 수요가 존재한다"며 "희귀질환자의 다양한 상황과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계획과 사회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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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신약에 두번 우는 환자들…구호로만 '보장성 강화' 안돼"

"고가 신약에 두번 우는 환자들…구호로만 '보장성 강화' 안돼"

▲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

중소기업 임원으로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이 모(55)씨는 3년 전 갑자기 냉장고 문을 열기도 어려울 정도로 손가락 끝이 아프고, 계단 오르기가 버거울 정도로 숨이 차거나 목소리가 잘 안 나오지 않았습니다.
동네 피부과와 이비인후과를 전전하던 이 씨는 대학병원을 찾은 끝에 '쇼그렌증후군'을 진단받았습니다.
쇼그렌증후군은 희귀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면역세포가 관절, 피부, 소화기, 호흡기 등 전신을 침범하면서 근육통이나 만성 소화장애, 기관지염 등 다양한 신체 이상을 일으킵니다.
이 씨는 염증이 폐까지 침투해 진행성 폐섬유증까지 같이 생긴 경우였습니다.
이 씨는 호흡기 증상이 심한 날에는 숨이 안 쉬어져 산소 호흡기를 단 채로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했습니다.
마른기침이 끊이지 않았고 투병 이후 체중도 15kg이나 빠졌습니다.
이런 이 씨에게 주치의는 26%가량 남아있는 폐 기능에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오페브'라는 신약 복용을 권고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 이 약을 먹은 후 이 씨는 다행히 폐 기능 저하가 늦춰지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약이 비급여여서 이대로라면 매달 150만~300만 원 정도가 드는 약값을 평생 부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씨는 "아내는 기약 없는 간호와 약값 부담으로 눈물만 흘리고 있다"며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한 폐 기능의 특징상 약 복용을 중단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오페브 급여화에 힘써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김 모(61)씨는 10년 전 갑자기 가슴이 쥐어짜는 듯 아프고 어지러워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이라는 질환을 진단받았습니다.
처음엔 '심장이 두꺼워지는 병' 정도로 이해했지만, 이때부터 고통의 나날이 시작됐습니다.
참을 수 없는 가슴 통증은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몰려와 밤에 누울 때까지 계속됐고, 이 고통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어 수면제를 달고 살아야 했습니다.
더욱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탓에 주변인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심리적 고립감도 커져만 갔고, 결국 우울증까지 앓게 됐습니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심장이 더 두꺼워지면서 증상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습니다.
이때 주치의로부터 '캄지오스'라는 신약을 소개받았습니다.
비급여라서 월 200만 원이 넘는 약값이 큰 부담이었지만, 이 약을 먹고 난 후 1주일이 지나자 십 년 동안 괴롭혔던 증상들이 사라졌다는 게 김 씨의 설명입니다.
몸도 훨씬 가벼워지고 예전에는 할 수 없던 일들이 가능해지면서 김 씨에게는 그동안 포기했던 등산과 자전거 타기를 아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김 씨 역시 고액의 약값을 평생 부담할 수 있을지가 큰 걱정입니다.
김 씨는 "나처럼 이 약을 만나 삶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에는 한 달 월급에 달하는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다"며 "캄지오스가 하루빨리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서 이 병을 앓고 있는 모든 환자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KAMJ)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 이주영 의원이 11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는 이 씨와 김 씨처럼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됐습니다.
정부가 거액의 약값 부담으로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희귀질환의 보장성 강화에 적극 나서달라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입니다.
전문가들도 환자들의 이런 호소에 공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유승래 동덕여대 약대 교수는 이날 '신약의 치료군별 약품비 지출현황' 발표를 통해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 이후 등재된 신약의 최근 6년간 지출 비중이 총약품비 대비 13.5%로,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26개 국가 중 최저 수준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2007~2022년 국내에 276개의 신약이 등재된 것과 달리, 같은 기간 OECD 국가에서 약품비 지출내용이 확인되는 신약은 639개에 달해 차이가 컸다고 평가했습니다.
유 교수는 "지속해서 삶의 질을 악화하고 질병 부담을 초래하는 질환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 면제와 위험 부담제 대상 추가 등의 조치를 통해 신약을 적기에 도입하고, 비급여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며 "특히 주요국들과 비교해 환자 부담이 큰 질환은 혁신 신약의 급여화를 포함한 치료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약에 대한 급여화가 늦어지면서 국내에서 유독 신약 출시가 지연되는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진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부회장(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주요 국가의 약제 도입 현황을 보면 한국에서만 급여가 되지 않는 약제들이 많아지면서 신약이 뒤늦게 출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런 패싱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강보험재정 지출구조 개선과 환자 치료 지원 확대 등 정부와 산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 중증·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현주소'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희귀질환에 대한 정부의 의료비 지원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아직 개선되어야 할 정책적 수요가 존재한다"며 "희귀질환자의 다양한 상황과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계획과 사회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사진=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연합뉴스)

“부작용 대안도 없는 희귀질환자···미등재 의약품 처방 지원 시급”

고가급여 항목 확대 편중···형평성 제고 기반 확대 필요
유일한 치료제 직장인 월급 수준···건보 미적용에 ‘암담’
“신약 지출 꼴찌···치료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 반영돼야”

  • 기자명이승준 기자

 

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BR> [사진=이승준 기자]

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희귀질환자들이 국내에서 허용되는 의약품의 부작용이 심해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진단과 함께 미등재 희귀의약품 처방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한국 중증·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현주소’로 발제한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이 같이 밝혔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정한 질환으로 질병관리청장이 공고한 질환이다.
국내 유병 인구가 200명 이하인 경우에는 ‘극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최 연구위원은 희귀질환의 특성으로 ‘진단의 어려움에 따른 시간 소요’를 꼽았다.
그는 “발병 후 회복이 어렵고 장기적 치료와 관리를 필요로 한다”며 “의료비 지원이 강화됐으나 지속적 미충족 요구가 발생하며, 자원에 제한돼 의료접근성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의약품 사용의 문제점으로 ‘접근성’을 지목하며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국내 허용되는 의약품도 부작용이 심해도 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외국에서 허가받아 판매 중인 신약도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어 의약품의 선택지가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물리적으로 구매하러 가기에는 너무 멀며, 효과적인 의약품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며 “환우회를 통해 새로운 약이 있다는 정보를 듣는 정도에 그칠 뿐이며, 필요한 약도 마약류로 지정돼 수입조차 할 수 없어 가족과 공단·의료기관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결방안으로는 ‘급여화 확대를 통한 형평성 제고’를 제시했다.
최 연구위원은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자 중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자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고가급여 항목 확대로 편중이 심화된바 많은 대상자에게 필요 혜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 현장. [사진=이승준 기자]

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 현장. [사진=이승준 기자]

환자들 사이에서도 급여화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간질성 폐질환을 가졌다고 소개한 이동욱씨는 “올해 폐기능이 계속 떨어지자 주치의가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오페브’를 권했다”면서도 “오페브는 용량에 따라 월 150~300만원의 약값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혈액암협회에서 시행하는 환자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일부 환급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큰 부담이고, 개수 제한이 있어 평생 지원받을 수도 없다”며 “아내는 기약 없는 간호와 약값 부담으로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희귀질환자의 현실을 전했다.

오페브의 급여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폐 기능은 손상 후 회복이 불가하므로 오페브 급여화는 생명과 직결된 아주 중대한 문제”라며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의료보험료를 납부해 왔는데 정작 도움이 절실할 때 급여화가 안 되는 현실이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10년간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을 앓아 온 김갑배씨도 “기존에 나와 있는 약을 먹어봤는데도 증상에 큰 차도는 없었다”며 “그러다 지난해부터 심장이 더 두꺼워지면서 증상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으며,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러던 중 주치의가 ‘캄지오스’라는 신약이 나왔다고 알려줬는데 비급여라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월 2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다”며 “복용 후 일주일 만에 증상이 사라졌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들은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진 캄지오스가 아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들 사이에서는 비용 때문에 치료를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며 “캄지오스가 하루빨리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다른 환자들도 정상적인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BR> [사진=이승준 기자]

11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환자의 신약 접근성과 건보재정 효율화를 위한 신약의 치료군별 약품비 지출 현황 분석’을 주제로 발표한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재정분석에 신약 접근성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선별급여제도, 위험분담제 및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 등을 언급했다.

유 교수는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 질환 등 질병부담 상황을 파악하고, 치료군 단위 약품비 분석을 통해 질병부담이 높은 치료군에서의 국내외 신약 지출현황 비교가 필요하다”며 “선별급여제도 확대, 위험분담제 및 경제성평가 면제 제도 확대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도 중증·난치질환에 대한 비급여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암·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과 환자 1인당 중증·고액진료비 질환의 보장률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치료제 적기 도입을 통해 중증·난치질환에 대한 비급여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급여화에 치료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가 반영돼야 한다고도 봤다.
그는 “주요국들과의 신약 지출비중의 격차를 감안해 환자 질병부담이 큰 질환은 혁신신약의 급여화를 포함한 치료보장성 강화 우선순위의 반영이 필요하다”며 “경제성평가 면제 등 제도 확산도 요구된다”고 꼽았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의 신약 지출 비중이 낮다고도 지적했다.
유 교수는 “외국의 총 약품비 대비 신약 지출 비중과 비교해 A8 국가 평균은 38%, OECD 국가 평균은 33.9%인 반면 우리나라는 10% 중반에 불과했다”며 “OECD 26개국 중에서도 비중이 가장 낮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등재된 신약 약제수도 267개로 글로벌 시판돼 OECD 국가에 약품비 지출내역이 확인되는 신약 약제수 639개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각 질환별 진료별 필요도와 환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세부효능군 및 약물계열의 신약 확보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심근병증 신약 '캄지오스', 급여 마지막 관문 돌입

 

복지부, 건보공단에 약가협상 명령

최초 oHCM 치료옵션 등재 여부 주목

[데일리팜=어윤호 기자] 폐색성비대성심근병증 신약 '캄지오스'가 보험급여 등재를 향한 마지막 관문에 돌입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한국BMS제약의 폐색성비대성심근병증(oHCM, 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치료제 캄지오스(마바캄텐)에 대한 약가협상 명령을 내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단계에서부터 재논의 판정 등 어려움을 겪었던 캄지오스가 급여 등재를 이룰수 있을지 지켜 볼 부분이다.
캄지오스는 경제성평가소위원회 통과 후 예상보다 빠르게 약평위에 상정됐지만 한번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 약은 폐색성비대성심근병증의 발생 원인인 심장 마이오신과 액틴의 과도한 교차결합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유일한 치료제다.
마이오신을 액틴으로부터 분리시켜 과도하게 수축했던 심장 근육을 이완시켜, 비대해진 좌심실 구조와 좌심실 유출로 폐색을 개선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폐색성비대성심근병증은 오랜 시간 치료제가 전무해 오프라벨 약제로 증상관리가 이뤄져 왔다.

실제 캄지오스의 등장으로 지난해 유럽심장학회(ESC)는 9년 만에 가이드라인은 업데이트했다.
과거 HCM 가이드라인은 개별 기관에서 보고된 소규모 관찰 데이터, 후향적 분석 결과 또는 전문가 합의 의견(consensus opinion) 정도의 근거만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캄지오스가 상황을 완전히 바꿨다.
대규모 3상 무작위대조시험(RCT) 임상 연구 2건에서 캄지오스의 유의한 효과를 확인하면서 ESC 가이드라인에서 캄지오스는 치료옵션 중 최초로 가장 높은 근거 수준인 A로 권고됐다.
현재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에서도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3상 근거를 바탕으로 캄지오스는 미국 FDA서 획기적의약품지정(BTD)로 지정·허가됐다.
이 같은 요소들을 살펴보면 캄지오스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혁신신약 기준인 ▲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 ▲생존기간의 상당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개선이 입증된 경우 ▲식약처 GIFT(우선심사 대상 지정)-미국 FDA 획기적의약품지정(BTD)-유럽 EMA 신속심사(PRIME)로 허가된 경우 등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캄지오스는 3상 EXPLORER-HCM 연구를 통해 유효성을 확인했다.
해당 임상에서 캄지오스는 1차평가변수인 환자 증상(NYHA 등급)과 운동능력(최고산소섭취량, pVO2) 위약 대비 두 배 이상 개선했다.
이중 캄지오스 투약군의 20%는 NYHA 등급과 pVO2 개선을 모두 달성했다.
운동 후 좌심실 유출로 폐색 지표도 4배 이상 감소했다.
캄지오스 치료를 받은 10명 중 7명은 수술을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지표가 개선됐으며, 30주간 일관된 효과를 유지했다.

희귀질환 보장성 강화에도…희귀질환자들 "돈 없으면 죽는다는 말 실감"

  • 기자명김경원 기자

의학바이오기자협회, '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심포지엄 개최

정부가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정책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신약이 있어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희귀질환환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신약 약가를 다른 나라 대비 너무 낮게 책정하면서 희귀질환 신약 도입이 국내늦어지는데다 건강보험 급여 문턱마저높아 신약이 도입돼도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치료받기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폐가 점점 굳어지는 희귀질환인 진행성 폐섬유증을 앓는이동욱 씨는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_보장성 강화, 정부 정책 그 이후' 주제 2024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심포지엄에서 진행성 폐섬유증 신약오페브(성분명닌테다닙)가국내 도입돼있지만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돈 없으면 죽는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정책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신약이 있어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BR> 정부가 신약 약가를 다른 나라 대비 너무 낮게 책정하면서
희귀질환 신약 도입이 국내 늦어지는데다 건강보험 급여 문턱마저 높아 신약이 도입돼도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치료받기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BR> 사진 출처=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유튜브 채널 캡쳐

정부가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정책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신약이 있어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희귀질환환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신약 약가를 다른 나라 대비 너무 낮게 책정하면서 희귀질환 신약 도입이 국내늦어지는데다 건강보험 급여 문턱마저높아 신약이 도입돼도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치료받기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유튜브 채널 캡쳐

오페브는 한 달 약값만 150만~300만원에 드는, 국내 유일의진행성 폐섬유증 신약이다.
이동욱 씨는 "올해 초폐기능이 계속 떨어져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이를피하기 위해 오페브를 올해 2월부터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폐기능 악화가 늦춰졌다.
오페브는살기 위해먹지 않을 수 없는 약"이라며 "평생 성실하게 건강보험비를 납부해왔는데, 절실한 도움이 필요할 때 정작 필요한 약이 급여가 안 된다"고 현실을 짚었다.

50~60대 경제적 기반이 있는 희귀질환 환우는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경제력을 동원해 비급여 신약을 써볼 수있다.
하지만이들도 결국 신약의 급여가 늦어지면 메디컬푸어로 전락한다.
또 가난하거나 젊은 희귀질환 환자들은 비급여 신약을 써보지 못한 채 큰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이날 심장이 두꺼워지는 희귀질환을 앓는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김갑배 씨는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계단도 오를 수 없을만큼 악화돼 지난해부터 자신은 비급여 신약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를 복용하고 있지만, 다른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들은 그렇지 못한 현실을 지적했다.

김갑배 씨는"1주일 정도 캄지오스를 먹은 뒤계단도 마음대로 올라다니고 흉통도 사라졌다.
현재 캄지오스를 통해 정상적인 삶을 되찾았다"며 "한 달에 한 번 검사받고 약을 타는데, 병원에 젊은 환자들이너무 많다.
자식 같은 사람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이 약이 빨리 급여가 돼 젊은 사람들도 먹을 수 있어서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고, 직장생활을무리 없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캄지오스의 조속한 급여를 촉구했다.

이날심포지엄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들의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비급여 처방이 반복되는 약은 꼭 필요한 약"이라며 "비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처방이 늘어나는 약은 매년 국가가 적극적으로 (급여를)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김 교수는 각희귀질환전문가 집단을 적극 활용해 신약을 꼭 써야 하는 환자를 좁히는 것도 대안이라고제안했다.

이에 대한 국내 사례도 있다.
김진석 교수에 따르면,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에1년에 3~4억원이 드는 신약 솔리리스에 대한 보험 급여 기준을 처음 만들 때의료 전문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함께 논의하면서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모든 PNH환자가 솔리리스를 쓰지만국내에서는 그 중 3분의 1의 환자만 쓰고 있고, 현재 PNH 치료에 있어서 국내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헬스케어 혁신부 최인화 전무는희귀질환자의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해 국내 약제비 지출 구조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고 짚었다.
경증질환에 대한 쓸데 없는 약제비 급여를 줄여희귀중증질환자의 신약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최 전무는 "희귀질환 신약에 대한경제성평가생략제도와 (시범사업 중인) 허가-급여 평가 연계제도의 전면 확대가 필요하며, 중증희귀질환 민간협의체를 마련해 어디든 가서 호소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상황을 정기적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이중규 국장은 "올해 2월 발표한제2차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은필수의료 쪽을 강화하는데 방점을 뒀지만, 희귀질환에 대한 신약 보장성 강화가 반영돼 있다"며"의사집단행동 이후 집중하던 데서 흩어지다 보니 세밀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경제성평가생략제도나허가-급여 평가 연계제도 등 담당과와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점검해보고, 의료현장에서 요구하는 부분은 잘 반영하겠다.
또 민간협의체는 정기적으로 분기나 반기마다 할 수 있게 해보겠다"고 답했다.

"한국에만 급여 안 되는 약제 많아… 중증·희귀질환 신약 접근성 개선 필요"

정준엽 기자

11명의 사람들이 모여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을 1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김길원 회장은 "지난2월 정부가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중증·희귀질환에 대한 신약 접근성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많은 질환과 치료제가 건강보험 등재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을 공동 주최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낮은 치료 접근성으로 인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의약품 사용 개선 등 환자 중심의 제도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희귀질환, 보장성 강화 중요… 빠른 급여 적용 필요하다는 환자 의견까지
첫 번째 연사로 나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은진 연구위원은 '한국 중증·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현주소'를 주제로 희귀질환의 보장성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희귀질환에 대한 정부의 의료비 지원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아직 개선돼야 할 정책적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은진 연구위원은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요구도가 높지만, 의료진과 환자 모두 조기에 필요한 정보와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희귀의약품의 공급과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과성을 확보할 근거 마련의 기반 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희귀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직접 투병기와 신약 치료의 절실함을 전했다.
진행성 폐섬유증(계속해서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을 앓고 있는 이동욱(가명)씨의 경우 올해 초 폐기능이 계속 떨어지자 주치의로부터 베링거인겔하임의 진행성 폐섬유증 신약 '오페브(성분명 닌테다닙)' 치료를 권고받아 복용을 시작했고, 다행히 효과가 좋아 폐기능 저하가 늦춰졌다.
그러나 해당 신약은 비급여 약제로 월 150~300만 원의 약값이 든다.
이씨는 "평생 의료 보험료를 납부해 왔는데 절실한 도움이 필요할 때 급여화가 안 되고 있는 현실에 절망했다"며 "진행성 폐섬유증은 생존 기간이 짧아 환자들에게 시간이 없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김갑배씨는 주치의의 권유로 BMS의 신약 '캄지오스' 치료를 시작했고, 치료 일주일 만에 상태가 좋아졌다.
김씨는 "신약을 통해 다시 평온한 일상을 살 수 있게 됐는데,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신약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비급여로 월 2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신약이 하루빨리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만 급여 안 되는 약제 많아… 신약 접근성 개선 필요
두 번째 연사로는 이진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부회장이 나섰다.
이 부회장은 취재를 통해 접한 여러 환자 사례를 통해 국내 신약 접근성 현황을 살펴보고, 소위 '코리아 패싱'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신약 출시 지연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1000억 넘게 판매되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국내의 낮은 약가가 미국의 약가 책정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국내에서는 허가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며, 아스트라제네카의 항당뇨제 포시가는 최근 한국 철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A8국가(약가 참조 국가)의 약제 도입 현황을 보면 한국에서만 급여가 되지 않는 약제들이 많다"며 "정부에서도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정책 및 제도를 마련해 왔지만 아직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건강보험재정 지출구조 개선과 환자 치료 지원 확대 등 정부와 산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동덕여대 약학대학 유승래 교수는 건강보험재정 연구결과를 통해 신약의 치료군별 약품비 지출 현황 분석을 공유했다.
유승래 교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 이후 등재된 신약의 최근 6년간 지출비중은 총 약품비 대비 13.5%로, 조사된 OECD 26개 국가 중 최저 수준이었다"며 "질병부담이 높은 질환군에 대한 국내의 신약 지출 비중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러한 질환군에서의 신약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성 평가 생략 제도, 환자 참여 제도 등 개선 필요한 부분 많아"
2부 패널 토론에서는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국장,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헬스케어 혁신부 전무,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KAPO) 이사,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권선미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의료학술이사(중앙일보 헬스미디어 기자) 등이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중증·희귀질환자들의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재정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는 급여 적정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은영 이사는 "의약품 급여 결정 과정에서 환자 참여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급여 적정성을 평가하는 전문가의 목소리와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목소리는 서로 달라 협의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RPIA 최인화 전무는 "중증·희귀질환 신약 급여 등재의 사실상 유일한 경로였던 경제성 평가 생략 제도의 축소는 환자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크게 우려된다"며 "약가 제도를 급하게 바꾸기보다는 중증희귀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민간 협의체 구성을 신속히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대조군 설정, 경제성 평가 면제 여부 등을 전문가 집단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현행처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계속 논의하거나, 단순히 환자 수 같이 숫자를 가지고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국장은 "중증 희귀질환에 관한 이슈들을 어느 정도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민들의 실제 체감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보건복지부가 세밀하게 신경 쓰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들도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향후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나 환자 참여 제도 등과 관련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꾸준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신약 덕에 일상 되찾았지만… “약값 매달 200만원” 눈물

중증·희귀질환자들, 국회서 신약 신속 급여화 호소건보 재정서 신약 지출 비중, OECD 최저 수준“약제비 지출 구조 혁신 필요”

신약.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출처=Unsplash

“주치의 권유로 신약(캄지오스) 치료를 시작했고 불과 1주일 만에 그토록 꿈꿔 온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신약을 통해 다시 평온한 일상을 살 수 있게 됐는데, 비급여인 신약 치료를 받으려면 매달 200만원 넘는 약값을 부담해야 합니다.
더욱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많은 이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김갑배씨·61)“신약(오페브) 치료로 폐기능 저하가 늦춰졌습니다.
하지만 해당 신약은 비급여 약제로, 월 150만~300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평생 건강보험료를 내 왔는데 정작 절실히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못 받는 현실에 절망했습니다.
이 병은 생존 기간이 짧아 우리 환자들에게 시간이 없다는 점을 부디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진행성 폐섬유증 환자 이동욱씨·55)두 사람은 11일 국회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신약 치료의 절실함을 이렇게 호소했다.
김갑배씨를 10년 이상 괴롭혀온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질환 특성상 수시로 찾아오는 가슴 통증과 어지럼증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젊은 나이에 돌연사의 위험이 커 늘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동욱씨가 앓는 진행성 폐섬유증은 폐가 계속해서 딱딱하게 굳어지는 병으로, 증상이 심하면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숨을 쉴 수 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

이들은 신약 사용으로 자신의 삶을 옭아맸던 질병의 고통을 덜고 치료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됐지만, 비급여로 인한 경제적 부담의 장벽 앞에서 좌절의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은 이들에게 필요한 신약 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 개최됐다.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중증·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현주소’ 주제 발표를 통해 상대적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희귀질환의 보장성 강화 필요성을 공유했다.
희귀질환에 대한 정부의 의료비 지원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아직 개선돼야 할 정책적 수요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연구위원은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요구도가 높지만 의료진과 환자 모두 조기에 필요한 정보와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희귀의약품 공급과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효과성을 확보할 근거 마련의 기반 조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의학바이오기자협회 이진한 부회장은 ‘언론이 바라본 신약 접근성’을 주제로 그간 취재를 통해 접한 환자 사례 및 산업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한국의 신약 출시 지연 등 일명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A8 국가(신약 약가 결정을 위한 가격 참조 8개국)의 약제 도입 현황을 보면 한국에서만 급여가 되지 않는 약제들이 많다.
정부에서도 환자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정책 및 제도를 마련해 왔지만 아직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건강보험재정 지출 구조 개선과 환자 치료 지원 확대 등 정부와 산업계의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래 동덕여대 약대 교수는 ‘건강보험재정 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신약의 치료군별 약품비 지출 현황 분석을 공개했다.
유 교수는 “2007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 이후 등재된 신약의 최근 6년간 지출 비중은 총 약품비 대비 13.5%로, 조사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중 최저 수준이었다”며 “뿐만 아니라 질병 부담이 높은 질환군에 대한 국내 신약의 지출 비중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특히 이런 질환군에서의 신약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국회서 열린 '외면받는 중증 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 발표 내용 중 일부. 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이어진 패널 토론에선 환자단체, 제약업계, 정부 관계자 등 전문가들이 중증·희귀질환자들의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 재정 개선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헬스케어혁신부 전무는 산업계에서 바라보는 혁신 신약 치료 접근성 제고의 어려움과 신속한 환자 중심 치료 환경 및 제도 개선 방안을 짚었다.

최 전무는 “정부의 다양한 정책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증·희귀질환자들의 혁신적인 신약 접근성이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 정부 정책 논의는 신약 접근성 및 보장성 개선에 관한 내용 보다는 대부분 사후관리 강화와 규제에 대한 논의만 주로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건전 약제비 재정 관리 및 지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혁신(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전무는 “정부가 혁신 신약 보장성 강화를 위해 쏟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6년간 한국의 신약에 대한 건보 지출 비중은 총 약제비의 13.5%로 26개 OECD국가 대비 최저 수준이며 같은 기간 희귀의약품 지출의 경우도 총 약제비 대비 약 2.5%로, 해외 주요 국가 A8 지출 규모와 비교하면 약 15~20% 수준으로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에서 중증·희귀질환 약제비 지출이 과연 균형적이고 적절한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증·희귀질환 신약 접근성 개선을 위해 현재 시행 중인 경제성 평가 생략제도와 한국형 패스트트랙(허가-급여 심사-약가 협상 병행) 시범 사업의 전면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최 전무는 “현재 중증·희귀질환 급여 등재를 위한 유일한 급여 창구였던 경제성 평가 생략 제도가 축소될 위기에 있고 지난해 도입돼 시행 중인 ‘1차 신속심사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소아용 희귀질환 신약 2개 중 1개(재발성 불능성 소아 신경모세포종 치료제 ‘콰지바’)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요청한 과도한 위험분담 조건으로 인해 비급여 결정을 받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의지가 규제 개선보다 강화가 아닌지 우려가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외면받는 중증 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에 참석한 인사들.

아울러 중증·희귀질환 보장성 강화 정부 계획을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신약 치료 보장성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최 전무는 “현재 정부와 소통 채널이 부족하다.
오늘 같은 국회 토론회나 환자들의 국회 청원 활동,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슈가 제기되는 방식은 정부기관 뿐 아니라 기업, 의료 기관, 환자, 국회 등 모든 이해 당사자에 부담이 되는 것 같다”면서 “이 문제를 보다 건설적으로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신속히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혁신신약 제도 진입 '탄력의 가치'

[데일리팜=황병우 기자] 현재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혁신신약'이다.
다국적제약사는 물론 국내기업의 자체 개발 신약이 늘고 있어 적절한 신약의 가치의 인정을 얼마나 인정해 줄 것인지에 관한 관심이 높다.
범위를 좁혀보자면 당장 혁신신약에 대한 정부의 기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도 있다.
바로 ICER(비용효과비)다.
지난달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 심의를 토대로 개정한 '신약 등 협상 대상 약제의 세부 평가 기준'을 공개했다.
개정안에는 여러 내용이 담겼지만, 그중 ICER 임계값 탄력 평가 약제 기준'이 신설이 주목받았다.
주요 내용은 ICER 임계값을 탄력적으로 평가할 기준 중 '신약의 혁신성'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ICER 임계값에 대해 '명시적인 임계값을 사용하지 않으며, 질병의 위중도, 사회적 질병부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혁신성 등을 고려한 기존 심의 결과를 참고하여 탄력적으로 평가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여기에 ▲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 ▲생존기간 연장 등 최종 결과지표에서 현저한 임상적 개선이 인정 가능한 경우 ▲약사법 제35조의4제2항에 해당되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속심사로 허가된 신약 또는 이에 준하는 약제로 위원회에서 인정한 경우로, 3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할 때 신약의 혁신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당장 혁신신약으로 BMS의 치료제 캄지오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트로델비, 아스텔라스의 파드셉 등이 신약 급여 등재를 노리고 있으며, GSK의 젬퍼리 등이 급여기준 확대에 도전하고 있다.
급여 등재 논의는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간 해당 치료제들이 ICER 즉, 비용효과의 허들도 존재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업계가 기대하고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
핵심은 탄력(flexibility) 범위다.
정확한 ICER 값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 고려돼야 하지만 벌써부터 탄력 범위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시각차가 크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이제 제도가 개선된 시점에서 평가를 내리기는 시기상조다.
다만 'flexibility'라는 단어가 탄력성이라는 뜻 외에도 융통성, 유연성 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혁신신약만큼은 천장이 닫히지 않은 유연한 사고를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혁신신약의 기준이 또는(or)이 아닌 그리고(and)의 관점으로 허들이 높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ICER의 탄력적인 평가는 고무줄과 같이 늘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줄어들 수 있는 것처럼 일괄적 기준이 아닌 업계가 수용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제약사가 각 치료제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가치'를 얼마나 일정할지는 약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동안 평행선을 달려오던 ICER에 대한 논의에 작은 소통의 다리가 만들어졌다.
그동안 해당 논의는 사례의 싸움이기도 했다.
각자의 입장에 맞는 해외 등의 사례를 통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의 약가를 중동 등 해외에서 참고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 지속적으로 들려온다.
이 때문에 코리아패싱의 가능성도 늘 언급되고 있다.
혁신신약의 가치인정 역시 이러한 상황에 발맞춘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변화가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 '어떤' 나라가 '어떻게' 하는가의 사례의 논의 이외에도 한국이 '제1의 선례'가 되는 선도적인 논의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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