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질문 다섯 가지

김영헌 필진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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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경영자 또는 리더로서 자신의 역할과 관련 어떤 질문을 스스로 품고 있는가? 우리가 품고 있는 질문이 곧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질문은 무엇일까?시대를 앞서가는 철학과 탁월한 통찰력으로 전 세계 수많은 비즈니스맨의 멘토이자, 경영의 선구자로서 기업의 본질과 경영관리 방법을 체계화함으로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다음과 같은 최고의 질문을 제시했다.
이 질문은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 단체에도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질문은 자가진단 프로세스로 첫째, 우리의 미션은 무엇인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둘째,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셋째, 우리의 고객가치는 무엇인가? 그들은 무엇을 가치있게 생각하는가? 넷째, 우리의 결과는 무엇인가? 어떤 결과가 필요하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섯째,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필자가 경영대학원 <경영과 코칭 리더십> 수업시 조직의 임원 등 리더들과 나눈 이야기에 인사이트가 있어 소개한다.
대기업 지점장 A는 자가진단 과정이 리더십의 첫 번째 행동 요건이라고 하면서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방향을 선명하게 재설정하고, 초첨을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점장으로서 우리 지점 만의 핵심 미션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실천계획을 세우며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것을 지점의 아이덴티티(Identity)로 삼고 싶습니다.
최근 회사의 이슈 중 하나인 윤리 경영도 강조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가치는 조직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선언문’으로 만들어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조직 구성원의 멘토로서, 컨설턴트로서 또 코치로서 자리매김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중견 기업 임원인 B는 이렇게 말했다.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은 단순한 질문이 아닙니다.
5개의 질문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고와 실천의 조화가 필요한 재즈음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피터 드러커 최고의 질문을 통해 자신의 문화 콘텐츠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통찰력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눈을 감고도 저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의(正義)의 여신, 그 능력과 같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성과 이성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리더의 모습이 진정 자신에게 필요한 모습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조직의 미래를 그리는 질문, 즉 우리 회사는 5년, 10년 후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가를 통해 명확하고 영감을 주는 비전을 제시하겠습니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전략은 무엇인가를 통해 경쟁 우위 확보, 수익성 향상, 고객만족 증대 등을 이루어 나가겠습니다.
또한 기존의 사고방식에 도전하는 질문, 즉 현재 우리가 하는 방식이 정말 최선인가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만들어 가겠습니다어린이집 원장인 C는 처음에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지원금도 나오니 안정적인 수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자신이 하는 일의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터 드러커 최고의 질문을 받고 자신의 경영 마인드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반성했다.
기업은 사명, 고객과 고객의 가치, 결과와 계획의 깊은 통찰이 있을 때 위대한 기업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피터 드러커는 제일 먼저 사명을 물었습니다.
저는 이 질문을 통해 어린이집 핵심 가치를 탐구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고, 전인적인 성장을 도와주는 것 입니다.
그리고 어린이 및 그들의 부모인 고객에게 전문성, 안정성, 맞춤성 그리고 따뜻한 인간관계라는 네가지 가치를 통해 차별화해 나가겠습니다 그는 막연히 고객을 늘리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경영의 본질을 이해하고 핵심가치를 결과로 실현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조직의 경영자 또는 리더로서 상기 세가지 사례에서 어떤 것을 느끼게 되는가? 조직이 처해있는 상황이 각기 다르므로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리더 스스로 어떻게 답하며, 조직 구성원들과 어떤 방법으로 공유하고 실천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의 다섯 가지 질문은 우리의 미션은 무엇인가에서 출발한다.
존재 이유가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는 미션은 항상 짧고 명료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티셔츠를 입는 것만큼 쉬워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 리더들의 개인적인 미션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싶다.
“조직의 리더로서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위대한 질문은 조직의 성장 발전에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한 방향으로 정렬하라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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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중심의 문화애자일 조직을 기억할 것입니다.
애자일 조직에서는 민첩하고 신속한 결정과 실행을 강조합니다.
일을 할때 기획도 중시하지만, 속도와 스피드를 기반으로 한 실행을 중시합니다.
사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 앞선 전략과 과제를 만들고 실행으로 이끄는 기업이 강한 기업이었습니다.
많은 CEO가 실행을 강조했습니다.
시를 내리면, 임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예, 알았습니다" 답하고 즉시 실행해야 했습니다.
故 
정주영 회장의 “해보기나 했어", 포스코 박태준 회장의 “우향우 정신", 군대 모든 소대장이 강조하는 “전진 앞으로"가 대표적 모습입니다.
빨리 빨리 문화가 조직 내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습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심사숙고를 하면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로 비아냥거렸습니다.
우리나라의 1960년~1980년대는 이런 빠른 실행력이 돋보이는 시대였습니다.
일본 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가진 것 없이 헐벗은 나라였습니다.
1960년대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잘 살아보자'는 전 국민의 열정이 세계 최하위권 국가에서 무역 10위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절박한 실행력이 한 몫을 합니다.
이제는 방향성이다중앙에 무거운 짐이 있고, 짐은 긴 끈으로 6마리의 말에 묶여 양 쪽에서 끌려고 서 있습니다.
마부가 말들에게 채찍을 가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양 쪽의 6마리 말들이 놀라 힘껏 달리지만, 팽팽한 힘겨루기로 결국 지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을까요?한 쪽의 말을 다른 쪽으로 옮겨 한 방향 정렬을 한 후 속도를 내라고 하면 됩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입사원도 
한 방향 정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과 한 방향 정렬을 해야 하나요? 회사와 한 방향 정렬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회사의 무엇과 한 방향 정렬을 해야 하냐? 물으면 묵묵부답입니다.
 
회사의 미션, 비전, 전략, 중점 과제, 핵심가치와 자신이 수행하는 일과 한 방향 정렬을 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직속 상사의 철학과 원칙, 전략과 중점 과제와 본인의 일과의 한 방향 정렬입니다.
직속 상사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이 나와 다르면 매우 힘들게 됩니다.
직속 상사가 하고자 하는 방향이나 전략, 중점 과제에 대해 최소 1주일에 한번은 의견을 나눠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방안이 아무리 옳아도 직속 상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직책자라면, 자신의 상사와 최소한 지향하는 바가 같아야 합니다.
부단히 만남을 통해 공감해야 합니다.
어떻게 방향성을 유지하고 성과에 기여하게 할 것인가?A회사를 방문했습니다.
사무실 벽마다 회사의 가치체계를 액자로 붙여놨습니다.
개개인이 사용하는 PC의 바탕화면은 전부 가치 체계입니다.
액자의 내용에는 미션, 비전, 전략과 중점과제, 핵심가치가 하나의 큰 틀 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원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핵심가치와 그 의미를 적어 보라고 했습니다.
한 명도 정확하게 적는 사람이 없습니다.
회사가 한 방향 정렬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꿈과 열정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꿈은 미션, 비전, 전략과 중점 과제입니다.
물론 회사의 꿈과 개인의 꿈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됨을 인지하고 내재화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달성하기 위해 더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열정은 일의 성과를 창출하게 합니다.
회사의 가치체계를 액자로 만들어 붙여 놓으면 무엇합니까? 직원들의 마음 속에는 그 가치체계가 존재하지 않아 자신의 일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부단한 소통과 내재화 작업을 통해 실천하게 해야 합니다.
CEO의 반복된 강조, 교육과 여러 홍보의 내재화 노력, 필요하다면 평가와 승진 등 제도적 연계를 통해 전 임직원이 가치체계를 내재화 하고 업무에 반영하여 그 추구하는 바를 달성해야 합니다.
B회사가 내재화와 체질화 방안으로 추진하는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실천 사례를 만들어 전 임직원에게 공유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둘째, 실천인을 선정해 회사의 소영웅으로 만들고 칭찬합니다.
 
셋째, ‘Value day’라는 날을 정해 1주일에 한번 회사의 가치체계에 대한 팀별 토론을 진행하고, 회사 차원의 행사를 진행합니다.
방향성을 통일하여 전 직원을 한 방향 정렬하게 하는 방안은 매우 많습니다.
 
전문가, 검색, 책을 통해 쉽게 그 방안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 전 임직원은 한 방향 정렬되어 있다고 알려진 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실천이 어렵습니다.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의 역설

정성호 한국재정정보원 선임연구위원

[기고]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의 역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 두 개념은 동일하지 않다.
인구소멸은 국가 전체의 인구 감소, 특히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의 자연 감소를 의미하며 지방소멸은 특정 지역의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경제적 쇠퇴를 뜻한다.
인구소멸이 지방소멸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 둘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각각의 문제에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소멸의 주요 원인으로 20대 젊은 층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도시나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지방에서 젊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경제가 쇠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대학이 문을 닫거나 주요 기업이 철수하면서 그 지역의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지역 내에 양질의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해 인구 유출을 막는 게 필수적이다.
현재 정부는 인구소멸과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 방식은 지역별 특성과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일률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잃게 됐다.
중앙집권적 접근은 문제 해결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매년 1조원씩 10년간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넘어,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조세와 같은 다양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의 핵심 인프라인 대학과 지역 산업 간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글로컬 대학’은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역 특성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학 자체의 과감한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이 단순히 교육과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 기업과 협력해 실질적인 창업 지원과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과감히 변화해야 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지역 간 경쟁을 부추기고 단기성 사업을 추진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방소멸대응기금보다는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른 재원을 획기적으로 개편해 인구소멸 문제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각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받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구 유출을 막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지방소멸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협력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탈리아 와인과 한식 '찰떡궁합'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한경에세이] 이탈리아 와인과 한식 '찰떡궁합'

한국에 와서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와인에 대한 높은 대중적 관심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와인을 머나먼 지역에서 만든, 이국적인 음료 정도로 여길 것으로 생각했다.
당연히 와인의 인지도도 낮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한국 사람의 와인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게다가 어디서든 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
종류는 조금 제한적이지만 말이다.
특히 이탈리아 와인은, 최근 10년 동안 이탈리아 와인 수입 규모가 세 배나 늘어난 데 비해서는 셀렉션이 다양하지 못한 편이다.
한국에는 다른 지역에서 만든 와인과 이탈리아 와인의 차별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탈리아에는 ‘오크통이 작을수록 좋은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이 짧은 문장에 이탈리아 와인 양조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탈리아 와인은 대량 생산을 지양하고, 가문 대대로 물려받은 양조법을 고수하고, 품질과 디테일에 집중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컨비비앨리티(conviviality)’ 즉 와인을 통해 만들어지는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다.
독자들은 아마도 이탈리아가 세계 최다 와인 포도 품종 재배국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2000가지 이상의 포도 품종을 재배하며, 이 중 700가지는 이탈리아 토속 품종이다.
게다가 정부가 보증하는 원산지 통제 보증 등급인 DOC와 DOCG 등급을 받은 와인이 400개가 넘는다.
이탈리아의 다양한 포도 품종은 재배 지역과 연관성이 매우 깊다.
와인을 홍보할 때 와인이 생산된 지역과 그 지역 특산물을 함께 알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역 음식에 지역 와인을 곁들이는 것을 최고 페어링으로 생각한다.
지역의 다양한 특징이 담긴 특별한 조화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토스카나 대표 와인인 ‘키안티 클라시코’만큼 피렌체식 티본스테이크에 잘 어울리는 와인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한경 독자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은 비밀이 하나 있다.
이탈리아 와인이 한식과도 찰떡궁합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한식과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한 페어링을 시도해 봤는데, 그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과일향이 살아 있는 산죠베제 품종 와인은 달콤한 양념의 불고기와 잘 어울린다.
비 오는 날 막걸리 대신 기분 좋은 산미와 허브 향이 특징인 베네토 지역 토속 품종 가르가네가로 만든 화이트와인을 한번 마셔보시라.한식과 이탈리아 와인의 조합이 궁금하다면 ‘비바일비노!’ 행사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10월 13일까지 서울과 부산의 38개 레스토랑과 와인바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600개 이상의 다양한 이탈리아 와인과 한식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
자 그럼 우리 모두 함께 건배!

윤석열 정부 무릎 꿇리면 의사들이 승리한 것인가

"감히 우리를 건드려…"가장 많이 배우고 많이 버는직역의 기득권 사수 투쟁미래 위한 구조개혁에 큰 부담생명존중 직업윤리 저버리고도돈·명예·존경 모두 얻으려 하나조일훈 논설실장

[조일훈 칼럼] 윤석열 정부 무릎 꿇리면 의사들이 승리한 것인가

의료 파행 앞에서 윤석열 정부는 고립무원이다.
응급실 등의 의료 차질 장기화에 따른 국민적 불안과 피로감이 증폭되면서다.
언론이나 여야 정치권도 점차 정부의 미숙함과 무모함을 탓하는 분위기다.
의사들은 대통령 사과와 장·차관 경질을 요구하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제 여야정 협의체까지 만들어 제발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고 온 사회가 촉구하고 나선 마당이니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윤 정부에 남은 것은 이미 입시전형이 시작돼 되돌릴 수 없는 1500여 명 규모의 내년도 증원뿐이다.
필수·지방의료와 전공의 지원 확대, 의료 소송 부담 완화 등 의료계 요구사항은 모조리 들어줬다.
2026학년도 증원도 ‘원점 재검토’라고 물러섰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대화 조건으로 내년도 증원마저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을 넘어 면허 발급 사무를 자신들에게 넘기라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의사 집단의 저항은 생각 이상으로 교묘하고 강력했다.
민노총처럼 대규모 조직 동원이나 세 과시를 하지도 않았다.
직역의 모든 구성원들이 마치 사전 모의를 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공의가 먼저 의료현장을 떠나자 학생들이 수업 거부를 하고 교수들이 그런 제자들을 감쌌다.
의료계 지도부에 탁월한 활동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각자 알아서 국민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를 효과적으로 타격하고 압박했다.
정부 권능이 아무리 세더라도 이렇게 개인화된 움직임 하나하나를 제어하거나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공의들의 이탈이나 대학가의 집단 유급 사태는 충분히 자해적이었다.
본인들 경력에 최소 1년의 공백이나 진로 변경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었다.
내년 초로 예정된 의사면허시험 응시율이 10% 남짓에 그친 것은 더 충격적이다.
자신이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윤 정부는 용서할 수 없다는 보복심리의 발로가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
이 대목이 일반적 노동쟁의나 파업과 다른 지점이다.
근로자들의 사업장 이탈은 한계가 있다.
소득 감소나 일자리 불안에 따른 생계 우려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다르다.
의사는 여전히 모자라고 지방엔 고액 연봉을 약속하는 곳이 널려 있다.
1년쯤 늦어진다고 미래 보장된 삶의 질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변호사는 노력과 능력에 따라 소득 편차가 천양지차지만, 의사들 소득은 그렇지 않다.
지난 30년 가까이 의사 공급을 꽁꽁 묶어둔 덕분이다.
의료개혁을 하겠다는 정부가 증원 문제를 놓고 당사자들과의 협상에 내몰린 것은 뼈아픈 실착이다.
당연히 대통령에게도 지휘 책임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의사들이 챙기는 전리품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가장 많이 배우고, 가장 잘사는 직역의 밥그릇 투쟁이 먹힌다는 것은 구조개혁에 저항하는 모든 기득권 세력의 발호를 조장할 게 분명하다.
앞서 우버와 타다를 물리친 택시기사들이 그랬고 로톡과 돌봄교실을 거부하는 변호사와 교사들도 눈을 부릅뜨고 있다.
연금 혜택 삭감에 반대하는 중장년층은 또 어떡할 텐가.의사 집단의 승리는 역설적으로 그들의 패배이기도 하다.
존경받아 마땅한 직업윤리와 수련적 가치가 허망하게 무너졌다.
묵묵히 의료현장을 지킨 의사들의 분투와 헌신도 거친 탁류에 떠내려갔다.
전공의들은 장차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우려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환자들 곁을 떠났다.
교수와 학생은 증원에 따른 교육의 질 악화를 떠들면서도 막상 수업과 시험은 거부했다.
그러고선 돈 잘 벌고 존경도 받고, 수틀리면 몽니도 부릴 수 있는 지위를 꿈꾼다.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무릎을 꿇으라고 한다.
스스로 괴물이 되어 희생양을 제물로 바치라고 요구한다.
실로 나라 꼴이 우습게 됐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떠올려 본다.
국민 세금으로 원하는 보수를 아예 약정해줄 테니 의사 증원에 반대하지 말아달라….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장인 밀턴 프리드먼이 1970년대 사사건건 행정당국의 면허발급을 방해한 미국의사협회(AMA)를 향해 던진 조롱이기도 하다.
그들의 비뚤어진 특권의식과 직업윤리를 바로잡으려면 마땅히 지불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고통도, 갈등도 없는 유토피아는 없다

폴 블룸 예일대 교수 《스위트 스폿》"부족함 없이 환락만 누리면 행복할까인간은 '고통의 의미' 알 때 행복 느껴"

[CEO의 서재] 고통도, 갈등도 없는 유토피아는 없다

이른바 유토피아라고 한다.
아무런 부족함도 고통도 갈등도 없는, 오직 지복(至福)으로만 가득한 세계가 있을까? 상상이기는 하지만, 오감에 쾌락을 안겨주는 가상현실 체험기계가 발달해서 만인의 행복을 의무화하는 국가가 국민에게 평생토록 이 기계에 접속해 있으라고 명령한다면 따를 것인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나날을 아무런 부족함 없이 여유와 환락을 누리면서 살 수만 있다면 과연 행복할까?
미국 예일대 심리학 교수인 폴 블룸은 《스위트 스폿(The Sweet Spot)》에서 단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고통이야말로 인간 행복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어디서나 겪을 수밖에 없는 중노동, 부상, 질병, 핍박, 파산, 싸움, 이별과 그로부터 오는 온갖 심신의 고통, 분노, 좌절, 슬픔. 어쨌든 한결같이 피하고 싶은 것들이다.
맞다.
하지만 이를 나쁜 것이라고 무조건 부정하기 전에 이 모든 고통이 지니는 의미를 이해하고 그 긍정적 효과를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CEO의 서재] 고통도, 갈등도 없는 유토피아는 없다

고통과 행복감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다닐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상보 현상이다.
제러미 벤담과 한계효용학파 이후 경제학자들은 효용주의 내지 쾌락주의의 틀로 이 모든 행동을 설명한다.
하지만 그들이 행복 일변도를 말하는 것은 아니며, 이면에 반드시 고통이라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른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금언이 이를 표현한다.
그러나 이 고통은 어디까지나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고통이어야만 한다.
사람들이 미래의 효용을 얻기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고통스런 불가마에 기꺼이 들어가는 이유는 몇 분 뒤에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갇혀서 나올 기약이 없게 되는 끔찍한 일은 말할 것도 없고, 더 나아가 다수가 겪는 비선택적 고통으로서 몰살, 기근, 전쟁 같은 상황에 이르는 일은 어쨌든 피해야 할 것이다.
대신에 우리가 허용해야 할 것은 선택적 고통(chosen sufferings)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선택적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도록 이끄는 동기는 고통에 대한 보상으로서 효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순수한 도덕, 그리고 삶의 의미와 목적이라는 동기도 개입한다.
부모가 그 힘든 고통을 감내하면서 자식을 키우는 일,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일, 오지에서 험난을 무릅쓰고 봉사하는 전문가들, 연구자나 예술가가 남들이 별로 알아주지도 않는 힘겨운 작업에 매진하는 일. 여기에 경제적 보상에 대한 기대나 진화생물학의 번식 동기 같은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유토피아가 정말로 온다면 그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지루한 세계에 불과할 것이다.
지루하다는 것은 진정한 즐거움도, 삶의 의미도, 도덕도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루함은 정신을 각성시키지도 삶의 의미를 부각시키지도 못한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오직 힘겨움과 고통이 뒷받침되는 삶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언제나 만인이 행복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외치지만 사실 그런 세상은 올 수가 없고 와서도 안 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은 모피어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매트릭스는 애초에 아무런 고통도 없고 행복만으로 가득한 완벽한 인간 세상을 만들려고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이야말로 대재앙이 되고 말았다.
인간은 원래 비참과 고통을 통해 현실을 정의하도록 되어 있는 존재다.
완벽한 세상이란 인간의 뇌가 이따금씩 일으키는 꿈에 불과하다.
고통이 충분히 허용되는 사회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혁신과 개선이 바로 이런 상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처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소한 사회적 고통 비용을 단박에 없애겠다고 성급한 법 제정, 처벌, 보조금 등으로 막으려 한다면 예상치 않은 끔찍한 지옥을 맞이할 가능성이 더 크다.
어느 정도까지는 그냥 당사자들이 감내하도록 놓아두는 게 낫다.
그때 사람들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그 앞에 또 다른 새로운 길들이 하나씩 열릴 것이니 말이다.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오염된 시민사회, 고장난 담론시장

또 하나의 '후쿠시마 괴담' 탄생과학·이성이 '떼'에 굴복한 격자정기능 상실한 시민사회 자화상학계·언론이 가짜 뉴스 방치·조장법리 무시한 상법개정도 같은 맥락나쁜 정치 막아낼 집단지성 절실백광엽 논설위원

[백광엽 칼럼] 오염된 시민사회, 고장난 담론시장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가 괴담 목록에 추가될 조짐이다.
‘방류 7개월 뒤 제주 앞바다부터 망가질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이 극성이었지만 남해는 1년이 지나도록 푸르다.
동해 쪽빛도 변함없다.
해양 생태계 붕괴를 외치던 선동가들은 실없는 변명에 급급하다.
“5년 뒤, 10년 뒤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른다고.무한 반복되는 괴담은 고장 난 한국 담론시장의 현주소다.
일본 방류에 극렬 반대하는 전문가는 극소수다.
핵의학 등을 제외한 정통 원자력학계에선 S모 서울대 명예교수가 거의 유일할 정도다.
“학계 왕따가 됐다는 S교수의 말처럼 대부분의 전문가는 ‘방류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고 평가한다.
“1L든 10L든 직접 마실 수 있다는 전문가도 여럿이다.
그런데도 S교수의 ‘나 홀로 견해’가 다수설처럼 회자됐다.
적잖은 언론이 그에게 수없이 마이크를 내주며 학계를 과잉대표하도록 유도한 탓이다.
환경운동가,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전문가연하며 가짜뉴스를 쏟아내 힘을 보탰다.
후쿠시마 괴담은 떼의 위세에 과학·이성이 무력하게 굴복한 부끄러운 사건이다.
나아가 견고한 시민사회 부재의 방증이기도 하다.
그람시에 따르면 국가는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두 바퀴로 굴러간다.
시민사회는 학교·종교·언론·사회단체 같은 다양한 시민결사체의 집합이다.
정치사회의 주인공은 정당, 시민사회의 주역은 지식인이다.
한국에서 정치사회의 타락은 상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0여 년 핵연구자인 영국 옥스퍼드대 석학을 “돌팔이 과학자로 낙인찍은 장면에서 적나라하다.
정치사회가 부패하면 시민사회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책임감·균형감으로 정치사회를 견제할 의무가 시민사회 주축인 지식인에게 부여된다.
하지만 한국 시민사회는 자발적 복종으로 내달렸다.
오늘 한국이 당면한 문제의 상당 부분은 자정 기능을 상실한 시민사회로 말미암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광우병 사태 등이 대표 사례다.
FTA 반대 시위는 좌파적 대안에 경도된 한 줌 진보경제학자들이 불붙였다.
독재자 차베스를 상찬하던 한 공영방송 PD도 편향적 다큐멘터리로 기름을 끼얹었다.
광우병 사태의 구조도 판박이다.
W교수 등 몇몇 정파적 학자,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으로 다큐멘터리를 조작한 작가·PD, 생계형 시민운동가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도덕 불감 시민사회와 작동 불능 담론시장은 서민 삶을 직격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드라이브가 잘 보여준다.
홍장표 부경대 교수가 주창한 소주성은 “북한에나 어울릴 법한 정책(김병연 서울대 교수)이라며 경제학자 절대다수가 반대한 탁상공론이다.
하지만 ‘주머니가 두둑해질 것’이라는 시민단체들의 선동이 가세하자 어엿한 담론의 지위를 획득했다.
5년 실험의 결과는 예고된 참패였다.
성장과 분배 모두 곤두박질쳤다.
게으른 시민사회, 고장 난 담론시장은 새 먹잇감을 헌납했다.
경제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법개정이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안이다.
최초 주창자인 L모 경북대 교수를 제외하면 이 주장에 찬성하는 법학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액주주가 지분 이상의 권리를 행사하고, 이사는 주주 눈치 보느라 결정장애에 빠질 개연성이 높아서다.
이런 사정 탓에 관련 세미나가 열릴 때 ‘찬성 토론석’에 앉을 정통 법학자를 한 명도 구하지 못해 모두 경영학자나 증권맨으로 채우는 일이 일상적이다.
명색이 한국 대표 법학자단체인 상사법학회가 내일(5일) 개최하는 ‘상법개정 특별세미나’에서도 같은 장면이 예상된다.
상법개정을 지상과제로 천명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비공개로 주요 대학 법학 교수들을 접촉하며 설득에 한창이다.
1500만 개미투자자의 열광적 호응을 의식한 행보다.
포퓰리즘에 대한 후각이 남다른 야당의 발걸음은 더 잽싸다.
한두 달 새 네 명의 의원이 경쟁하듯 상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상법 개정을 넘어 소액주주에게 포괄적 우대권을 부여하는 특혜성 입법도 가시화됐다.
만개한 플랫폼 시대는 진실을 ‘제작’해 군림하려는 선동가들에게 최적의 환경이다.
이들의 그릇된 욕망을 저지하는 일이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부여된 소명이다.
시민사회의 대오각성이 없다면 괴담의 무한 반복과 나쁜 정치의 무한 폭주는 예정된 미래다.

낭만이라는 악의 씨앗

르포 문학 걸작 '카탈로니아 찬가'사회주의의 환상과 위선을 고발낭만적 세계관이 잉태한 것은'가짜 혁명'과 수다한 '전체주의'낭만을 사실보다 우선하면위선자와 노예의 득세로 이어져이응준 시인·소설가

[이응준의 시선] 낭만이라는 악의 씨앗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과 함께 세계 3대 르포문학의 하나인 <카탈로니아 찬가>는 스페인내전 종전 한 해 전인 1938년 4월 25일 발행됐다.
작가 조지 오웰은 종군기자로서, 공화파 민병대로서 체험한 스페인내전을 이 책에 썼다.
스페인내전은 복잡한 성격과 혼란한 구성을 지닌 전쟁이었다.
만약 인류가 거기서 뭔가를 제대로 배웠다면 제2차 세계대전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거기서 뭔가를 제대로 배운 오웰 같은 사람이 극소수라는 게 인류의 비극이었다.
이 비극은 표면적으로는 1991년 12월 26일 소련이 68년11개월26일 만에 망하기까지 지속됐고 내면적으로는 2024년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는 프랑코 군부 세력과 싸우는 공화파 안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러 좌익 분파들이 뒤섞여 있었다.
POUM(통합마르크스주의노동자당) 소속 오웰이 <카탈로니아 찬가> 초반에서 회고하는 ‘혁명가들의 해방구’는 마치 공산주의적 이상이 ‘낭만적으로’ 실현된 모습이다.
그러나 이 환상은 소련의 꼭두각시인 스탈린주의자들이 다른 사회주의자들을 감금, 고문, 학살하면서 박살이 난다.
와중에 목에 총상을 입은 오웰은 천신만고 끝에 프랑스로 탈출한다.
이게 전형적인 ‘공포소설의 플롯’이어서 씁쓸한 까닭은, 이렇게라도 진실을 깨닫고 마약 같은 미망(迷妄)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럴 때 ‘뽀록난’ 이념 속에서 대부분의 인간은 살인자와 위선자와 노예로 남게 되는데, 사실 이 세 부류들은 예나 지금이나 한 몸이다.
영국으로 귀환한 오웰은 정치를 몰랐다고 고백하고, 이 고백은 모든 혁명은 타락한다는 고발로 업그레이드된다.
스페인내전의 승리자는 프랑코만이 아니었다.
뛰어난 정치꾼이자 타락한 혁명가 스탈린은 6·25전쟁으로 미국과 자유세계 동맹들을 한반도로 끌어들여 힘을 소진시키고 그사이 동유럽 등지를 장악했듯 스페인 공화파 내부의 온갖 반소주의(反蘇主義) 세력들을 척결해버렸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직전까지 800부 정도 팔렸고, 1950년 1월 21일 오웰이 사망한 뒤인 1951년 재판을 찍을 때까지도 초판 1500부가 전부 소진되지 못했더랬다.
이런 책을 작가 조지 오웰은 죽기 직전까지 기를 쓰고 수정하며 재판을 내려 했다고 한다.
왜였을까? 자신의 이데올로기가 사회주의가 아니라 ‘낭만주의’였다는 것을 자각하는 과정의 기록이어서가 아니었을까?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전쟁의 모든 선전물, 악다구니와 거짓말과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이러한 <카탈로니아 찬가>의 한 대목은 스페인내전에 대해 ‘낭만적’ 개소리들을 지껄이는 언론과 지식인들을 향한 환멸임과 동시에 1991년 12월 26일에까지도 소련을 찬양하고 심지어는 2024년 오늘에도 여전히 인간의 내부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짜 혁명과 온갖 전체주의에 대한 예언이기도 하다.
좌익 파시즘을 고발한 오웰이었지만, 그는 죽는 그 순간까지 사회주의자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의 사회주의는 양심적, ‘소년적(낭만적)’ 사회주의였기 때문이다.
하이에크처럼 좌익 전체주의를 해체하는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의 이론과 이치를 장착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짓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작가 조지 오웰은 자신을 홀렸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인간의 감성 안에서 악의 씨앗 노릇을 할 ‘혁명가들의 해방구’ 같은 ‘낭만’을 극복했다.
<카탈로니아 찬가>가 없었다면 <동물농장>과 <1984>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낭만스러운 것들’을 정의롭다고 믿고 허깨비를 실체로 여겨 밀어붙이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조종하는 스탈린 같은 악마가 너무 많다.
낭만이 팩트보다 득세하는 사회의 인간은 살인자 같은 위선자와 노예가 된다.
세계 3대 르포문학에서 <세계를 뒤흔든 열흘> <중국의 붉은 별>은 삭제돼야 한다.
‘낭만으로 포장된 거짓’이기 때문이다.
소련에는 <동물농장>이, 북한에는 <1984>가, 지금 남한에는 <카탈로니아 찬가>가 어울린다.

의사 수급,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봐야

저소득 국가, 의사 부족 갈수록 심각해져의사 '국제적 이동' 고려해 수급 추계해야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권용진의 의료와 사회] 의사 수급,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봐야

의사 수 추계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인구 고령화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사 단체는 과도한 인력 증가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같은 갈등은 국내 의료 수요를 기준으로 한 의사 수 추계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더 복잡하고 국제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의사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이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의사 대부분은 고소득 국가에 집중돼 있다.
반면 아프리카와 동지중해 지역 등 저소득 국가는 심각한 의사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선진국이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의료 인력을 양성할 경우 세계적인 의료 불균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폴란드와 루마니아 같은 동유럽 국가의 많은 의사가 더 나은 급여와 근무 조건을 찾아 서유럽으로 이주하면서 자국 내 의료 인력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동유럽 환자들은 긴 대기 시간과 낮은 의료 서비스 질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의사 인력의 국제적 이동이 한 국가의 보건 시스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서 글로벌 보건 문제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 수급 계획이 단순히 국내 수요에만 맞춰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차원의 필요를 고려한 의사 수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단순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넘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국내 의료 서비스 질을 향상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다.
한국은 과거 미국 미네소타대와 협력해 서울대의 의학 교육과 병원 운영 체계를 크게 개선한 경험이 있다.
6·25전쟁 직후 1950년대에 이뤄진 이 협력은 오늘날 한국 의료 인프라의 근간이 됐다.
이제는 세계에 보답할 때다.
구체적으로 저소득 국가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로 교육할 수 있는 의과대학을 신설하거나, 수도권 의과대학에서 저소득 국가 학생을 위한 전형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은 졸업 후 자국으로 돌아가 의료 활동에 종사하도록 장학금을 지원하고, 자국에서의 의무 근무를 전제로 한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사 수급 추계를 할 때 의사들의 국제적 이동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 양성된 의사가 모두 국내에 남아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의사 수급 계획은 단순히 숫자 계산을 넘어 의사들의 이동성, 국제적 역할, 그리고 글로벌 헬스케어에 대한 기여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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