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습니다. 한국에서의 반응만 보면 오징어게임 이상으로 오래가고 있는데요. 이미 미라클레터에서 '경험경제'라는 주제로 '흑백요리사'를 다뤘지만, 저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자기계발이라는 주제로 한번 흑백요리사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오늘 미라클레터는 여러가지 주제가 뒤섞인 '비빔레터'입니다.
- 흑백요리사가 여전히 화제인 이유
- 유튜브는 퍼스널리티의 전쟁터
- 스타트업의 퍼스널리티
- 캐릭터, 스토리, 그리고
- 모닝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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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안에 우승자가 있을까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여전히 화제인 이유 흑백요리사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화제성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저 같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흑백요리사는 요리보다는 요리사 개인과 그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에 주목하게 됩니다. 특히, 흑수저 요리사들의 경우 ‘이름’이 아니라 ‘별명’으로 불리는데요. 저에게는 ‘이름’을 가진 백수저 요리사들보다는 ‘별명’으로 불리는 흑수저 요리사들이 더 애정이 갔습니다. 별명에는 각 요리사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개성이 담겨져 있으니까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한분한분 설명드려보면요!
나폴리맛피아 : 나폴리에서 이탈리안 요리를 배웠습니다. 두팔에 문신을 했지만 요리밖에 모르는 남자입니다. 요리하는 돌아이 : 염색한 머리, 불량해보이는 태도, 하지만 알고보면 순한 분입니다. 트리플스타 : 안경이 어울리는 흰 얼굴, 차분한 말투, 바쁜 와중에도 주변을 청결하게 정리하는 깔끔한 남성입니다. 이모카세 1호점 : 시장에서 요리주점을 합니다. 동네 이모님 같은 외모이지만 헤메코를 받고나서는 배우로 변신하셨습니다. 철가방 요리사 : 철가방부터 시작한 중식 요리사. 팀에서 한명을 탈락시켜야하는 상황에서 스스로가 손들고 나가는 착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중식여신 : 여신 외모의 중식요리사입니다. 중식대가인 여경래 셰프와 부녀지간 같은 케미를 보입니다. |
비하인드 영상으로 조회수 200만회 찍기 <넷플릭스> 요리에는 셰프의 인격이 담겨져있다 백수저 요리사들 중에서도 강력한 매력을 보였던 분들도 있습니다.
최현석 : 이미 방송활동으로 유명한 분이셨는데 엄청난 자신감과 리더십으로 존재감을 보입니다. 하지만 알리오올리오에 마늘을 빼먹으면서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냅니다. 에드워드 리 : 이미 미국에서 유명한 재미교포 셰프입니다. 재미교포로 자신의 정체성을 한식에 대한 사랑으로 보여주기 위해 경연에 참여합니다. 최강록 : 10년전 다른 요리경연 프로그램 우승자로 어늘한 말투와 이에 대비되는 뛰어난 요리실력이라는 강력한 ‘캐릭터’를 갖고있습니다. ‘~을 곁들인’이라는 밈을 만든 장본인 입니다.
흑백요리사는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각 요리사들의 개성과 스토리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방송중에는 유튜브에 편집본(클립)이 올라와 인기를 끌었고, 최종 우승자가 공개된 후에는 방송과 유명 유튜브 채널에 출연자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도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계속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흑백요리사에 등장한 분들이 나온 콘텐츠 들은 적게는 10만에서 많게는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흑백요리사는 요리에 대한 저의 생각도 바꿔 놓았는데요. 파인다이닝은 ‘있어빌리티’때문에 간다는 저의 편견이 깨지고, 파인 다이닝에는 '셰프와 그가 만든 요리에 담겨있는 스토리'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흑백요리사는 ‘인생요리’ ‘이름을 건 요리’라는 식으로 요리사들이 자신의 개인 스토리를 담은 요리를 하도록 했는데요. 하나하나 요리사들의 인생이 담긴 요리를 보면서 이것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료 하나하나와 세세한 요리방법에도 모두 요리사의 의도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런 점에서 1인당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싼 요리라도 기꺼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매력적인 퍼스널리티를 구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챗GPT> 유튜브는 퍼스널리티의 전쟁터 제가 실리콘밸리 특파원을 온 이후 유튜브를 1년 이상 하고 있는 것 알고 계시죠? 유튜브는 채널의 성공을 위해서 인간적인 매력이 아주 중요한 플랫폼입니다. 방송국이나 엔터테인먼트 회사처럼 강력한 IP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이라면 개인의 스토리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인간적 매력을 어필을 해야 구독자도 늘어나고 조회수도 올라갑니다.
과거에 우리가 이런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대상은 대개 연예인이었습니다. 가수, 배우, 코미디언 같이 TV와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었죠. 하지만 일반인이 주인공인 리얼리티쇼가 쏟아지고, 평범한 사람들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성공을 거두면서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도 인간적인 매력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마치 흑백요리사의 셰프님들 처럼요. 요리하는 돌아이 셰프는 요즘 지하철을 타면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식당에 찾아가면 언제든 만날 수 있었던 요리사님이, 어느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셀럽'이 되어버린 거죠. 기술과 플랫폼의 발달로 한 사람이 가진 매력이 사회적인 대면을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볼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달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변화를 보고 우리는 ‘퍼스널리티’의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퍼스널리티란 우리말로 ‘성격’으로 번역이 되는데요, 16가지 MBTI도 이런 ‘퍼스널리티’의 일종이라고 해요. 하지만 저는 퍼스널리티를 어떤 사람의 외모, 목소리, 말하는 방법, 생각의 구조, 성격, 버릇, 개인사, 평판을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정의해보려고 하는데요. 우리는 이 퍼스널리티를 통해 이 사람에게 ‘호감’을 갖기도 하고 ‘혐오’의 감정을 갖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이 사람과 물질적 세계에서 직접 만나야 이 사람의 퍼스널리티를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들의 퍼스널리티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흑백요리사의 셰프님들처럼요.
그리고 평범한 직장인, 혹은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플랫폼에서 ‘퍼스널리티’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어떤 컨퍼런스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했던 내용, 사람들 앞에서 대중강연을 했던 것들이 유튜브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마치 저의 유튜브 출연 영상이 쌓이고 있는 것처럼요. |
윤준우 기사식당 대표님 인터뷰 <Klab> K푸드에 담긴 스토리 NYC 스타트업 서밋에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뉴욕의 유명한 식당 대표님들도 오셨는데요. 그중 ‘기사식당’의 공동 창업자 중 한명인 윤준우 기사식당 대표님의 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사식당은 한국의 1980년대 기사식당을 그대로 뉴욕 한복판에 옮겨 놓은 것으로 큰 화제를 모은 곳이죠.
윤 대표님은 10살 때 가족들과 아틀란타로 이민을 와서 남부음식과 한국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자랐다고 해요. 그래서 뉴욕에 올라와서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만든 식당이 한식과 남부식이 섞인 ‘씨애즈인찰리(C as in Charlie). 그 다음으로 낸 식당이 기사식당인데요. 윤 대표님은 이민을 오기 전 아버지와 한국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것이 지금도 추억으로 남아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한국에 갈때마다 기사식당을 운영하던 사장님들이 은퇴하시고, 젊은사람들은 이런 기사식당이 아니라 이탈리아 음식이나 파인다이닝 매장만 열려고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해요. 그래서 기사식당을 세계 요식업의 중심인 뉴욕에서 성공시킨다면 다음 세대도 '기사식당'을 멋있다고 생각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기사식당을 열게 되셨다고 합니다.
뉴욕 기사식당의 사진과 메뉴를 보고 저는 ‘기발하다’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앞으로 저는 기사식당을 보면서 1.5세대 이민자의 모국에 대한 애정을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흑백요리사에서 에드워드 리 셰프의 스토리가 우리에게 가장 감동을 줬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드워드 리 셰프님의 한식에 대한 짝사랑때문이죠. 그는 비록 미국인이지만 한식을 누구보다 사랑하죠. 그 절절한 짝사랑이 한국인인 저의 심금을 울립니다. 그의 어눌한 한국말, 교포스러운 외모 마저도 ‘에드워드 리’리는 ‘퍼스널리티’가 가진 매력을 구성하고 있어요. 결국 시청자는 ‘이균’이라는 그의 한국적 정체성마저 사랑하게 되어버립니다.
퍼스널리티가 가진 매력은 상대에 더해서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을 거쳐(검색), 그와 함께 하고싶다는 참여(engagement)의 욕구를 자극하죠. 당장 저만해도 에드워드 리 셰프님의 식당을 가고싶다는 충동을 느끼고 있는데요. 많은 유튜버나 스트리머가 퍼스널리티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퍼스널리티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힘입니다. |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나의 퍼스널리티가 되기도 합니다 <여가네 채널> |
퍼스널리티가 매력적이라고 성공하거나,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창업자의 퍼스널리티와 스타트업의 성공은 무관해요. 매력적인 퍼스널리티의 사람은 유튜버가 되는 것이 사실 맞습니다.
하지만 퍼스널리티가 지금의 사람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죠. 사람들이 유튜버나 스트리머를 하고 싶어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퍼스널리티로 사랑받고 싶어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을 조직에 녹아들게 할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개인차원에서도 퍼스널리티가 된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창업자 혹은 CEO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퍼스널리티'로 사람들의 이목과 평가를 받게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피할 수 없다면 내 자신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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