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노인, 침대에 휠체어에 ‘강박’…묶인 채 맞아 숨지기도

 


요양원 노인, 침대에 휠체어에 ‘강박’…묶인 채 맞아 숨지기도

[요양원 강박①] 노인의 날…요양원 인권침해 사례

기자고경태,김도성

1월13일 새벽 4시40분께 충남 계룡시 ㄱ요양원에서 85살 김아무개씨가 침대난간에 끈으로 묶인 휠체어를 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BR> 시시티브이 갈무리

1월13일 새벽 4시40분께 충남 계룡시 ㄱ요양원에서 85살 김아무개씨가 침대난간에 끈으로 묶인 휠체어를 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10월2일은 노인의 날이다.
우리나라 65살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올해 기준 약 19%로 내년이면 초고령화 사회(20% 이상)로 진입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돌봄이 필요하다.
가족의 직접 돌봄이 한계에 다다를 때 노인들은 요양원으로 간다.
여생의 끝자락, 마지막으로 머무는 요양원에서 노인들은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자해·타해 위험 등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노인들의 몸을 휠체어에 묶는 과도한 신체억제가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올해 7월 기준 우리나라 65살 이상 인구의 9.8%(97만8865명)는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1~4급 판정을 받았다.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겨레는 노인의 날을 맞이해, 요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 사례를 조명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노인들의 존엄한 삶을 위해서다.

하루 11시간 휠체어에 묶여

새벽 불 꺼진 방에서 휠체어에 앉은 노인이 안간힘을 쓴다.
쉼 없이 몸을 흔들어보지만 휠체어는 요지부동이다.
노인의 몸은 휠체어에 묶였고, 휠체어는 침대 난간에 묶였다.

충남 계룡시 ㄱ요양원 6인실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이 전하는 지난 1월13일 새벽 4시40분대의 풍경이다.
한겨레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영상을 보면, 치매를 앓는 85살 여성 김아무개씨는 침대에서 나와 밖으로 기어가려다 요양보호사에게 제지당한 뒤 50분 동안 휠체어에 묶였다.
‘휠체어 강박’은 휠체어에 앉힌 뒤 몸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와이(Y) 자형 끈으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어둠 속에서 김씨가 250회 이상 몸을 들썩거리는 동안, 불을 켜고 들어온 요양보호사는 무심히 옆을 지나쳐 갔다.
같은 방 노인이 다가와 신체억제대와 침대에 연결된 끈을 풀어준 뒤에야 몸을 누일 수 있었다.

요양원 쪽에서 제출한 폐회로텔레비전 녹화 기간(1월5~14일) 동안 김씨는 하루에 짧게는 1시간40분, 길게는 11시간까지 모두 47시간10분 동안 휠체어에 묶여 있었다.
김씨는 2021년부터 3년 동안 이곳에서 머물렀다.
요양원이 제출한 10일치의 녹화 기록은 그가 요양원에 있었던 시간 중 극히 일부인 셈이다.
12일에는 요양보호사가 아닌 같은 방 노인이 김씨의 휠체어를 침대에 묶는다.
‘휠체어 강박’이 요양원 내에 만연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다.

계룡시 ㄱ요양원에서 침대에 사지가 강박된 89살 노인.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 들어온 사진이다.<BR>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제공

계룡시 ㄱ요양원에서 침대에 사지가 강박된 89살 노인.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 들어온 사진이다.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제공

요양원 내 강박은 노인복지법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근거 규정이 없다.
보건복지부 행정규칙의 일종인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에 △노인 또는 기관 종사자들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은 때 △노인 자신이나 가족에게 이 사실을 통지하여 동의를 받을 때 △노인의 심신 상태, 신체적 제한을 가한 시간, 신체적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는 사유 등을 급여 제공 기록지에 자세히 기재·관리할 때 등의 예외 기준이 있을 뿐이다.

ㄱ요양원 쪽은 자·타해 위험을 들어 김씨에 대한 강박을 정당화했다.
김아무개(56) 원장은 한겨레에 “(김씨) 그분은 수면장애와 이상행동이 심했다.
요양원 안에서 (남의 것을) 다 당신 물건이라고 가져가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노인들끼리 서로 밀치면서 낙상할 위험도 있었다며 “보호자 동의도 받았다.
노인학대나 인권침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의 아들은 한겨레에 “사전에 동의해준 적 없고, (학대 신고 이후) 나중에 식사할 때나 주무실 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억제를 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충남노보)은 지난 5월 이 사건이 ‘신체적 학대 및 방임 학대’라고 판정하고 ㄱ요양원 원장과 요양보호사 2명을 노인복지법 위반과 업무상 중과실 치상죄, 학대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충남노보는 충남도가 지정한 전문기관으로 노인학대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며, 보건복지부와 시·도지사가 지정한 39곳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충남노보는 고발장에서 “(다른 사람의 옷을 가져간다면) 세심한 보살핌과 돌봄으로 해결할 것이지 휠체어에 신체를 결박하고, 나아가 그 휠체어를 침상에 결박해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바, 도저히 정당화할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ㄱ요양원의 경우 ‘휠체어 강박’과 ‘사지 강박’을 포함한 노인 10명의 학대 피해가 신고됐다.
김씨 휠체어 강박 건은 충남노보가 우선 고발한 사건이지만 9개월이 지나도록 경찰은 아직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그동안 요양원 학대 사건에서 원장이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강박 상태에서 폭행당하고 피 묻은 거즈 문 채…

강박은 심각한 경우 사망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충남 공주시의 ㄴ요양원에선 민아무개(89)씨가 침대에 손을 묶인 상태에서 같은 방의 노인 김아무개(82)씨에게 폭행당해 숨졌다.
폐회로텔레비전을 보면, 지난 3월25일 오후 3시17분께 입소한 민씨의 침상에는 즉시 안전바와 식탁이 설치됐다.
민씨는 침상에서 내려오려다가 안전바와 식탁에 막혀 내려오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다가 포기하는 모습도 보인다.
비극은 26일 저녁 7시30분, 침대 옆 협탁에 있던 과자 봉지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과자를 봉지에 담기 위해 민씨가 침대에서 어렵사리 내려가자, 요양보호사 2명이 들어와 민씨를 침상으로 옮긴 뒤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이때 양쪽 손도 침대에 묶는다.
‘강박’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민씨가 계속 침대에서 뒤척이자 잠을 자려던 옆 침상의 김아무개씨가 다가가 민씨의 얼굴을 14차례 가격한다.
밤 9시18분께였다.

공주시 ㄴ요양원에서 입소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89살 민아무개씨가 두 손이 묶여 있는 동안 같은 방 노인 김아무개(82)씨에게 폭행을 당하자 뒤늦게 요양보호사가 황급히 다가가고 있다.<BR> 시시티브이 갈무리

공주시 ㄴ요양원에서 입소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89살 민아무개씨가 두 손이 묶여 있는 동안 같은 방 노인 김아무개(82)씨에게 폭행을 당하자 뒤늦게 요양보호사가 황급히 다가가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민씨는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고 항혈전제를 복용 중이었다.
입술에서 터진 피가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요양보호사는 손목 끈을 풀어주지 않고 피가 나는 입술 위에 거즈를 올린 채 나갔고, 민씨가 손으로 거즈를 치우자 다시 손목을 더 단단히 묶었다.
민씨는 피에 젖은 거즈를 입에 물고 헛구역질을 하다가 11시29분, 자정이 되기 전 숨을 거뒀다.
민씨의 딸은 한겨레에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셨지만 인지능력은 있었다.
함께 사는 어머니가 남편 대소변을 감당하기 힘들어 요양원에 모셨는데 단 하루 만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공주경찰서는 지난 6월2일 가해 노인 김씨를 폭행치상, ㄴ요양원 원장과 요양보호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가해 노인이 폭행으로 상해를 입혔지만 요양원 쪽에서 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사건을 송치받은 대전지검은 한겨레에 “아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주시는 지난 7월 이 요양원에 대해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내렸으나 요양원 쪽이 불복해 충청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3월26일 밤 9시46분경 공주의 ㄴ요양원에서 두 손이 묶인 89살 노인 민아무개씨가 같은 방에 있던 노인에게 폭행을 당한 뒤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 입에 올린 거즈를 손으로 치웠다는 이유로 요양보호사가 손을 더 단단히 묶고 있다.<BR> 시시티브이 갈무리

3월26일 밤 9시46분경 공주의 ㄴ요양원에서 두 손이 묶인 89살 노인 민아무개씨가 같은 방에 있던 노인에게 폭행을 당한 뒤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 입에 올린 거즈를 손으로 치웠다는 이유로 요양보호사가 손을 더 단단히 묶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3월27일 새벽 1시23분 공주시 ㄴ요양원에서 89살 민아무개씨가 두 손이 묶인 채 같은 방 노인에게 폭행당한 뒤 숨지자 구조대원들이 응급조처를 하고 있다.<BR> 시시티브이 갈무리

3월27일 새벽 1시23분 공주시 ㄴ요양원에서 89살 민아무개씨가 두 손이 묶인 채 같은 방 노인에게 폭행당한 뒤 숨지자 구조대원들이 응급조처를 하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1일 한겨레에 “요양원에서의 노인에 대한 강박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관행적으로 격리·강박이 이뤄지고 있다며 “누구나 나이가 들면 요양원에 가게 되는 사회에서 요양원 내 인권침해 문제는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요양원의 격리·강박 금지를 명시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이번주 발의한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29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BR>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29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글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영상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요양원 강박, 왜 요양보호사만 처벌하나

[요양원 강박③] 법원 판례로 본 노인 학대

기자고경태 

한겨레는 10월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작성한 계룡시와 공주시 요양원의 노인학대 사례판정서를 중심으로 요양원 내에서 어떻게 강박이 이루어지고 왜 문제인지를 살펴보았다.
폐회로텔레비전(시시티브이)에 담긴 강박의 순간들을 보며 그것이 정말 자타해 위험을 막기 위해 불가피했는지, 돌봄인지 학대인지를 따져보았다.
전문가에게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들었다.

요양원 강박은 초고령화 사회의 민감한 인권 이슈다.
우리나라는 실제 내년부터 전체 인구 중 65살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올해 7월 기준 65살 이상 인구의 9.8%가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요양등급 1~4급 판정을 받았다.
숫자로는 97만8865명이다.
편집자

노인복지법에서 ‘노인학대’는 8가지로 규정된다.
노인에 대한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이다.
휠체어 강박을 한 충남 계룡시 ㄱ요양원과 침대 강박을 해 다른 노인에게 폭행당해 숨지게 한 공주시 ㄴ요양원은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충남노보)으로부터 ‘신체적 학대 및 방임’ 판정을 받았다.
노인 학대는 법원으로 갈 경우엔 형법상 학대, 상해, 업무상 과실치사, 체포 및 감금죄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요양원 노인학대 사건에선 대부분 시설 책임자는 빠져나가고 요양보호사 등 실무자들은 가볍게 처벌받는다.
전문가들은 책임을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2018년 12월 의정부지법 형사1부는 노인복지법 위반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감금) 혐의로 1심에서 요양보호사인 피고인 3명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의 원심 양형이 부당하다며 낸 항소를 기각했다.
공소 사실을 보면, 피고인들은 요양원에서 피해자를 휠체어에 강제로 앉혀 움직이지 못하게 손·발을 끈으로 묶은 뒤 휠체어 채로 복도의 안전 바에 묶어두고, 방으로 끌고 간 뒤에는 재차 침대 끝에 휠체어를 묶었으며 침대에 눕힌 뒤에도 끈으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13시간 감금했다.
재판부는 “이런 행위는 위법한 폭행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시설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학대나 방임 피해를 입는 독거노인들의 공익소송을 지원해 온 사단법인 온율의 배광열 변호사는 한겨레에 “노인학대 사건에서 시설장이나 운영법인에 대한 제재가 너무 약하다.
요양보호사한테만 책임을 지워 꼬리만 자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021년 8월 충남 보령시의 요양원에서 벌어진 ‘거즈 사망 사건’은 시설에 부과된 과징금이 취소되고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사례다.
간호조무사가 노인의 입안 상처 소독을 한 뒤 입에 거즈를 올려놓은 채 퇴근하는 바람에 노인의 기도가 막혀 숨졌고,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방임’에 해당하는 노인학대로 판정하고 이에 따른 행정조처를 충남도에 요구했다.
그 결과 과징금 6660만원이 부과됐지만 법정 다툼 끝에 취소됐다.
“기본적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간호조무사는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됐지만 약식기소돼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사단법인 온율의 배광열 변호사.

사단법인 온율의 배광열 변호사.

배광열 변호사는 “관리자인 시설장들의 감독의무 위반 여부를 너무 관대하게 보는 게 문제다.
인권교육이나 신체결박 금지 교육을 매일 또는 정기적으로 했다고 하고, ‘요양보호사들에게 (학대)하지 말랬는데도 한 거다’라고 하면 쉽게 책임을 벗는다고 했다.
‘무과실 책임주의’(과실 유무가 불확실해도 가해 사실이 있다면 책임을 지우는 것)처럼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오복경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은 “병원장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한다.
요양보호사들한테만 책임을 물을 거면, 앞으로 요양보호사하고 어르신하고 직접 요양보호 계약을 맺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요양원 내 신체억제에 대한 지역 노보 판정에 따른 행정처분 결과도 요양원을 둘러싼 관대한 현실의 단면이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노인요양시설 수(공동생활가정 제외)는 4525개였는데 신체억제대 등에 따른 업무정지를 당한 곳은 3개소 뿐이었다.
전체의 0.1%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신체억제대를 사용했다고 밝힌 요양원이 1755개소였을 만큼 강박 행위는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행정처분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배 변호사는 “이 통계는 지자체든 복지부든 요양원에서의 신체결박이 위법한 것이라는 의식 자체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짚다.

글·사진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어르신, 7시간 이상 휠체어에 묶여...일종의 체포·감금죄

[요양원 강박 ②]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오복경 관장 인터뷰

기자고경태

지난 1월12일 ㄱ요양원에서 85살 노인 김아무개씨가 휠체어에 묶여있는 동안 요양보호사가 청소를 하고 있다.<BR> 시시티브이 갈무리

지난 1월12일 ㄱ요양원에서 85살 노인 김아무개씨가 휠체어에 묶여있는 동안 요양보호사가 청소를 하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한겨레는 10월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작성한 계룡시와 공주시 요양원의 노인학대 사례판정서를 중심으로 요양원 내에서 어떻게 강박이 이루어지고 왜 문제인지를 살펴보았다.
폐회로텔레비전(시시티브이)에 담긴 강박의 순간들을 보며 그것이 정말 자·타해 위험을 막기 위해 불가피했는지, 돌봄인지 학대인지를 따져보았다.
전문가에게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들었다.

요양원 강박은 초고령화 사회의 민감한 인권 이슈다.
우리나라는 실제 내년부터 전체 인구 중 65살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올해 7월 기준 65살 이상 인구의 9.8%가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요양등급 1~4급 판정을 받았다.
숫자로는 97만8865명이다.

9월19일 충남 논산시 내동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사무실에서 오복경 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BR> 고경태 기자

9월19일 충남 논산시 내동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사무실에서 오복경 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치매 노인과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을 위해 정말 좋은 제도임이 틀림없어요. 그런 만큼 우리 사회 및 국가가 노인 학대와 신체억제에 대해 좀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입소자에게 장시간 휠체어 강박 등을 한 충남 계룡시 ㄱ요양원 등을 현장 조사한 뒤 고발한 오복경(56)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충남노보) 관장은 요양원 원장 출신이다.
2008~2014년 충남 논산에서 요양원을 운영했고 현재도 양로원을 둔 사회복지법인의 이사장이다.
요양원과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지만 노인학대 문제는 있는 그대로 들춰내 개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노인학대를 조사·판정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서 39곳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충남 논산시 내동 충남노보 사무실에서 오 관장을 만나 요양원 내 노인학대의 실태와 쟁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 관장은 “노인학대냐 아니냐 판정할 때는 입소 어르신을 중심에 놓고 보아야 한다며 “(충남 공주시) ㄴ요양원에서 침대에서 강박된 채로 폭행당해 숨진 사건은 누구나 충격적으로 느끼지만, 치매 노인 당사자를 지독하게 불행하게 만드는 ㄱ요양원의 장시간 휠체어 (이중) 강박 문제는 그만큼 충격적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휠체어 강박 문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판례가 많지 않을 것이다.
예전보다 노인을 직접 폭행하는 신체학대 유형은 많이 줄어드는데 견줘 휠체어 강박의 경우 노인학대가 되겠냐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장시간 휠체어에 어르신을 강박하는 사안은 요양시설에서 각별히 주의를 요해야 하는 기본권 중에서도 자유권 침해문제로 볼 수 있다.
2008년 일본 요양시설 견학을 갔다가 휠체어에 묶이는 체험을 한 적 있다.
30분도 안돼 움직일 수 없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체어 밑판이 늘어져 엉덩이가 빠질 것 같았던 기억이 있다.
‘휠체어 강박 및 이중구속’은 고령의 노인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휠체어 강박과 관련한 시시티브이를 어떻게 보았나.

“머릿속에 각인된 영상이 있다.
새벽 4시경 어르신이 기어나가자 휠체어에 태우고 들어와서 불 꺼진 방에 휠체어를 침대에 묶어놓고 나가버리는 장면이다.
그날 총 10시간 가까이 그리고, 다음 날에는 7시간 이상을 휠체어에 묶였는데, 하루종일 장시간 휠체어에 묶여 계시던 날 다음날에는 너무 지치셨는지 아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더라. 이건 노인복지법에서 보는 신체적 학대이며 형법상으로는 일종의 체포·감금죄라고 생각한다.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는 신체억제에 대한 근거가 없다

“저희는 ‘억제, 구속’이라고 쓰는데, 시설들은 ‘신체 보호’라고 한다.
‘억제’가 보호가 될 수는 없다.
장기요양급여 제공 기준 등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에 신체제한 금지 예외 기준이 있다지만, 장시간 휠체어 구속 및 이중구속 문제는 따로 기준을 만들 것도 없이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신체억제 기준을 만드는 건 면피를 위한 일일 뿐이다.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일본의 개호보험을 모델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원칙적으로 ‘신체억제 제로(0)’를 실천하며 요양시설 스스로가 노인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다.

―일부 요양원에서는 낙상사고 위험 등으로 인해 강박 등 신체억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침대에서 내려오다 낙상하면 큰일 나니까 묶어두겠다는 말에 모순이 있다.
원래 노인이 거동이 불안전해지면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조심을 하고자 하는 불안심리가 강해진다.
치매 노인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시설 입장에서는 책임 회피를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요양원마다 입소 때 보호자들에게 신체억제 동의서를 일률적으로 받기도 한다.
어르신이 왜 내려오려 하고 배회하려 하는지, 또 어떤 감정 때문에 불안해하는지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
낙상사고가 걱정되면 굳이 침대가 아닌 온돌방에 모실 수도 있다.
물론 어르신 눕히고 일으켜 세우고 하는 과정에서 요양보호사들의 근골격계 문제가 있을 거다.
어떻게든 대안을 먼저 생각해보자는 거다.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오복경 관장. 고경태 기자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오복경 관장. 고경태 기자

―ㄱ요양원에서는 ‘침대 강박’도 신고된 것으로 안다.

“요양보호사를 조사하며 왜 손발을 묶었냐고 했더니 ‘설사가 너무 심한데 발로 변을 여기저기 묻혀놔서 그랬다’고 했다.
설사가 너무 심하면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이 경우는 사례판정위원회에서 판정 불가로 결론 났다.
보호자가 사전 동의서를 써준 게 참작이 된 거 같다.

―조사 과정에서 요양보호사들 반응은 어땠나.

“처음 조사 진행할 때는 잘못을 인정했으나 이후 요양원이 변호사를 선임한 뒤로는 태도가 바뀌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조사과정에서 모욕을 당했다며 충남 인권센터에 탄원서를 냈고, 도에 감사 요청을 했다.
감사를 받았고, 인권센터 조사도 두 번 받았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일단 노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구금과 억제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는 시설마다 계약의가 포함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신체억제를 하게 해야 한다.
또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상 현행 2.5 대 1과 2.3 대 1(치매 전담)인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을 상향해야 한다.
야간에도 보호사 1명당 더 적은 노인을 돌볼 수 있도록 기준을 바꿔야 한다.
요양보호사도 사람이다.
여유가 없으면 거칠어진다.
지금은 형식적으로 돼 있는 요양보호사 인권교육도 내실화해야 하고, 요양원 평가 때 시시티브이 영상도 검증 항목에 넣어야 한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22년 5월 ‘노인요양시설 방문조사 결과에 따른 법령 및 제도 개선 권고’를 통해 “노인요양시설 입소자의 인권보장을 위해서는 외부 감시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복지법 제60조의4(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자의 의무) 제4항에 따라 장애인 거주시설에 인권지킴이단 구성을 의무화하는 것과 같이 노인복지법에도 노인요양시설 인권지킴이단 운영을 의무화하는 규정과 함께 낙상사고 예방 대책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시시티브이 영상 평가는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전국 요양시설이 3년에 한 번 보건복지부로부터 평가받는데, 신체억제의 경우 사전동의서 제출 여부 등 서류적 평가 뿐만 아니라 부득이 신체억제를 시행할 경우 실제로 2시간마다 돌봄제공 시행이 일치하는지를 시시티브이로 보고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거다.
마침 올해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요양원 시시티브이 설치가 의무화된 것으로 안다.
그래도 시시티브이 확보는 여전히 어렵다.
요양원에게 시시티브이는 양날의 칼이다.
학대가 아닌데도 보호자가 시설에 돈을 요구하는 억울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걸 영상으로 판정해 진실을 밝힐 수도 있다.
시시티브이로 학대 여부를 판정하지만, 요양원 보호도 되는 거다.

―신체억제를 절대 안 하는 시설도 있는지.

“전체 시설의 2/3가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어르신에게 신체억제를 하고 있다면, 1/3은 신체억제를 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안다.
절대 어르신을 묶지 않겠다며 원칙을 지키려는 분들이다.
논산의 쌘뽈요양원, 서울 관악구의 동명노인복지센터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1998년 후쿠오카의 한 요양병원 간호사의 노력으로 10개 요양병원이 ‘신체억제 폐지 후쿠오카 선언’이라는 것을 발표했고, 이후 요양원에서도 신체억제가 많이 사라진 것으로 안다.
신체억제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요양원은 정부가 나서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으로 장려하는 시책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노인이 있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노인인구를 볼 때 미래는 더 많은 치매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입소하여 자신의 마지막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 분들이 시설에 들어가서 보호받아야 하고 편안하게 노후를 누려야 한다.
존엄한 죽음은 마지막 인권이다.
이게 지켜지지 않는다면 정말 어르신들을 불행하게 하는 제도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화장실 끌고 가고 머리채 잡고…요양원 CCTV에 담긴 폭행 장면

경찰, 요양보호사 등 11명 불구속 입건

기자이승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 60대 여성이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천 강화경찰서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요양보호사 ㄱ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3월 인천 강화군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입소 중인 60대 여성 ㄴ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해당 요양원을 압수수색해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확보한 상태다.
해당 영상에는 ㄱ씨가 ㄴ씨를 화장실로 끌고 가거나 머리를 때리는 장면,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장면 등이 담겼다.
ㄴ씨는 경찰에 “텔레비전 채널을 돌렸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고 ㄱ씨 등을 고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피고소인이 많기 때문에 아직 모두 조사를 마치지 못했다며 “시시티브이 영상을 분석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요양원 노인, 침대에 휠체어에 ‘강박’…묶인 채 맞아 숨지기도

10월2일은 노인의 날이다. 우리나라 65살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올해 기준 약 19%로 내년이면 초고령화 사회(20% 이상)로 진입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돌봄이 필요하다. 가족의 직접 돌봄이 한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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