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 이쯤되면 남북 분단급…옆 테이블 앉는 것도 못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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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갈등, 이쯤되면 남북 분단급…옆 테이블 앉는 것도 못 견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일 한동훈 대표만 쏙빼고 추경호 원내대표와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해 만찬을 갖는다. 한 대표를 초청했지만 독대를 거부해 '맹탕 만찬' 혹평을 받은 지 8일 만이다. 다음주 개시될 국정감사와 '김건희 특검법' 대응 방안을 논의할 만찬에 한 대표가 빠진 건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여당 파트너는 추 원내대표 등 말 잘 듣는 친윤계뿐이란 의심을 짙게한다. 한 대표는 한 대표대로 대통령도 참석하는 행사 개시 30분전 불참을 통보하고 의료계와 만남을 가졌다. 이런 마당에 용산 비서관 직무대리 출신 김대남 한국보증기금 상임감사가 7월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좌파 유튜버(서울의 소리)와 접촉해 ‘한동훈 공격’을 사주한 듯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한동훈이) 대통령 되려고 (여론조사 예산을 놓고 횡령) 수작했다. (김)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잘 기획해 한동훈 치면 여사가 좋아할 거다"란 내용이다. 한 대표가 1일 SNS를 통해 "공기관 감사인 사람이 좌파 유튜버와 통화하며 저를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이를 공개 비판하면서 윤-한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사설들을 보면

윤-한 갈등을 다룬 2일자 사설들은 "이런 불협화음을 더 이상 참을 국민이 있겠나"며 여권을 맹공했다. 하지만 '한동훈 공격사주 녹취록 논란'을 놓고는 신문마다 입장 차를 보였다. "사주의 배후에 용산의 존재가 의심된다"며 대통령실을 공격하는 사설과 "여당 대표가 용산 출신 인사를 공개 비난한 건 볼썽 사납다"고 한 대표를 비판한 사설이 공존했다. 해당 논란의 진위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정권에 적대적인 좌파매체가 개입돼 '상황 판단'이 어려운 현실이 작용한 듯하다.

한국일보는 “이번엔 '한동훈 공격 사주', 선 넘은 여권 내분”에서 "여당 대표는 대통령과의 만남이 봉쇄되고, 공직기강의 상징인 대통령실에선 어처구니없는 일들만 이어지고 있다"며 "도대체 국민 인내심을 어디까지 시험할 건가"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한동훈 공격 사주' 논란 배후에 용산이 있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주장도 했다. "(좌파 유튜버는) 김대남과 통화 이틀 뒤 '한동훈 당비 횡령 의혹’을 단독보도했고, 이는 전당대회에서 친윤의 지원을 받던 원희룡 후보가 한동훈을 공격하는 데 활용됐다"며 "한 대표의 '사주'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었던 건 아닌 셈"이라고 한 것이다.

국민일보는 "힘 합쳐도 모자랄 판에 연일 불협화음 나오는 여권"에서 "재보궐 선거가 보름도 안 남았는데, 절박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라며 여권의 불협화음을 맹공했다. 이어 "하루빨리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독대해 직접 갈등을 풀어야 한다. 안 그럴 경우 심각한 민심 이반을 감안하면 여권 전체가 공멸로 치달을지 모른다"고 촉구했다. 사설은 '한동훈 공격 사주' 논란에 대해선 한국일보와 달리 ‘용산도, 한 대표도 다 문제' 라고 했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가 유튜브와 민감한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지만 여당 대표가 유튜브 내용을 근거로 여권 인사를 공개 비난하는 것도 안 좋게 보이긴 마찬가지"란 것이다.

동아일보는 "맹탕 만찬’ 8일 만에 ‘韓 뺀 용산 만찬’… 이젠 말도 안 섞겠단 건가"에서 "여권의 국정 주도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주요 요인이 윤-한의 불신과 소통 부재"라며 "이런 식의 감정싸움과 소통 부족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사태의 책임은 윤 대통령이 더 있다고 봤다. "야당과도 대화해야할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만남을 꺼린다면 되는 일이 있겠는가.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언짢아했다지만, 양자가 협력해야 할 책무는 거북한 개인감정을 넘어서는 일"이란 것이다. 사설은 '한동훈 공격 사주' 논란에 대해선 "친윤-친한 갈등은 더 번지고 있다"는 사실 기술에만 그쳤다.

옆 테이블 앉는 것도 못 참아…한기 넘어 '적의' 수준

어제(1일) 윤·한 갈등 증폭 징후를 보여준 뉴스는 두가지다. 우선 한동훈 대표가 30일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하기로 한 언론사 창간 기념 행사를 30여분 앞두고 돌연 불참을 통보하고 딴 데로 갔다는 뉴스다. 두번째 뉴스는 위에 소개한 용산 출신 공기관 감사의 '한동훈 공격 사주' 논란이다. 한 대표가 직접 SNS에서 이 문제를 공개비판하면서 뉴스의 덩치가 커졌다.

우선 '한동훈, 대통령 행사 돌연 불참' 뉴스부터 짚어본다. 한 대표는 30일 저녁 5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창간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행사 개시 30분전 기자들에게 ‘일정취소’ 공지를 냈다. 행사에선 윤 대통령이 축사를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한동훈 대표 측은 "촌각을 다투는 의료갈등 해결에 도움될 핵심 인사와 만남이 전격 성사돼 거기 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들 짐작하듯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게 여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신문사 측은 대통령이 앉을 메인 테이블 옆에 한동훈 등 여야 대표·정치인들이 앉을 테이블을 배치했다. (이게 대통령 참석 행사 관행이다) 그런데 행사 당일 용산에서 "그렇게 테이블이 배치되면 대통령은 못 가신다"는 얘기가 전해졌다는 것이다. 신문사 측은 부랴부랴 메인테이블과 한동훈 대표가 앉을 테이블 사이에 테이블을 추가해 기업인들이 앉도록 하고, 행사 직전 한 대표 측에 "테이블 위치가 바뀌게됐다"며 양해의 뜻을 구했다고 한다. 이를 들은 한 대표는 즉각 참석을 취소하고 다른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용산의 뜻은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은 물론 옆 테이블에 앉는 것도 싫다는 것"이라며 "옆 테이블에 앉으면 악수나 인사를 해야하고, 사진도 함께 찍힐 수 있는 상황이 되니까 아예 멀찍이 떨어져있는 게 좋다는 거다. 행사 30여분전 그 얘기를 들은 한 대표는 '그럼 안 가겠다'며 참석을 취소하고, 이를 기자들에 알린 것"이라고 했다. 윤·한 갈등의 수위가 이 정도다.

이어 '공격 사주'을 짚어본다. 한 대표 공격을 좌파 유튜브에 '사주'했다는 김대남씨의 '정체'가 논란의 핵심이다. 그가 용산, 그중에서도 김건희 여사와 가까워, 여사의 지시나 묵인 하에 좌파 유튜버에 한동훈 공격을 '사주'한 것 아니냐는 것이 한동훈 대표 측의 의심이다.

그러나 다수의 여권 인사들은 "김 여사는 김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행정관을 지내긴 했지만 수백명 직원중 한명일 뿐 김 여사는 이름도 몰랐다는 거다. 그가 좌파 유튜버에 흘린 '한동훈 횡령 의혹'( 비대위원장 시절 총선 여론조사 예산에 자신의 이미지 여론조사 비용을 포함시켰다는 것)도 여권내에선 많이 알려진 얘기로 고급 정보가 아니며, 김씨가 7.26 전당대회 당시 도운 후보가 나경원 의원인 점도 '김건희 측근'으로 보기 어려운 근거로 지목된다. 정말 김 여사와 친했다면 '찐윤' 원희룡 후보를 도왔을 것 아니냐는 거다. 결국 김씨의 통화는 용산보다는 자신이 도운 나경원 후보의 당선을 위한 '언론 플레이'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김씨가 공기관 감사 자리를 받은 것도 용산보다는 같은 강원도 출신인 권성동 의원이나 강승규 의원(김씨의 대통령실 재직 시절 상관) 등의 추천에 힘입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엄연히 대통령실 출신 공기관 감사인 김씨가 용산에 적대적인 매체에 여권내 의혹을 흘리고, '반한' 원희룡 후보가 해당 보도를 받아 한동훈을 공격했으니 용산은 그 자체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기강해이에다 부적절한 전당대회 개입 논란을 자초한 것 아닌가.

이 모든 문제는 정권의 두 축인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남북처럼 갈라져 앙앙불락하고있는 현실이 근원이다. 이 갈등이 해결은커녕 점점 증폭될 조짐이 뚜렷하기에 국민의 속은 타들어갈 뿐이다. '이재명 법정최고형 구형'뉴스로도 윤·한 갈등에 쏠린 민심의 피로와 분노를 상쇄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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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사설
"힘 합쳐도 모자랄 판에 연일 불협화음 나오는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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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퇴장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조선일보 정우상 칼럼] “한동훈은 尹대통령의 보완재인가, 대체재인가”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후배 검사였던 한동훈 대표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보충해주는 '보완재'로 여겼고 지금도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데, 한 대표가 여당 수장이 되면서 명품백 논란이나 의료 사태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자 '대체재'가 되려하는 것 아니냐며 분노하고 있다고 분석한 칼럼. 여당 대표는 대통령의 보완재가 될 수 없고 때로는 갈등도 감수해야하는 자리임을 대통령은 인정하고, 수시로 만나고 전화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극장' 보다 '김건희 극장'이 흥행 대세인 현실을 꼬집은 칼럼 말미가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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