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서실장을 '뜨내기'로 여기는 무서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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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비서실장을 '뜨내기'로 여기는 무서운 아이들

10월 8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와 김 여사의 대화에 관한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용산 '김건희 여사 라인'의 실체가 언론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통령 비서실을 따돌리고 국정과 인사에 개입해온 의혹을 받아온 김 여사 주변 비서들의 실명이 공개된 것이다. 박근혜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을 연상시키는 이들의 네이밍은 '십상시'다.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으로 좌파 유튜버에 여당 대표 공격을 '사주'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김대남 전 SGI서울보증 감사위원은 4월 총선 뒤 한 인터넷 매체 기자에게 "김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을 갖고 쥐었다 폈다 하며 시켜 먹는다”고 말했다.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여사하고 딱 네트워킹이 됐다"며 김 여사 측근 용산 참모 4명의 실명을 댔다. 4.10 총선에 당선됐다는 강모, 조모씨와 '강원도 동해의 황 회장 아들'이라는 황모 씨, 송파에 도전했던 김모 씨다. 30~ 40대로 2년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대통령 내외를 보좌한 이들이다. .김대남씨는 "이들은 (자신들의 상관인) 수석을 빼버리고 (국정을) 쥐었다 폈다했다. (용산에서)나이 많은 사람은 다 그냥 얼굴마담”이라고도 했다.

김 여사와 친한 선거브로커가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명태균’ 의혹도 심각하지만, 김대남씨의 이런 폭로는 김 여사 측근 행정관·비서관들이 비서실장·수석 등 지휘권 가진 상관들을 무력화하고 국정 전반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 심각성이 한층 더하다.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건희 특검’을 불 붙일 특급 게이트로 발전할 우려가 높다.

사설들을 보면

한국일보는 "명태균 '탄핵 협박', 김대남 '여사 십상시'...참담하다"에서 "김대남이 거론한 ‘김건희 젊은 십상시’에 따르면 김 여사는 어린애들을 쥐었다 폈다(하며) 시켜먹는다. (어린애들은) 40대이고 박근혜 정부 때 있던 애들이라고 한다"며 "참담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는 한동훈 후보 공격 여론작업을 위해 대통령실이 보수단체를 불러들였다고도 했다"며"떠돌던 풍문이 중계방송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십상시 같은 4인방' '여사와 네트워킹' 넋두리로 치부하기엔…" 에서 "김대남씨는 (기자와의 대화 공개로 파문이 확산되자) '중요한 역할에 있지도 않다가 치기 어리게 넋두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넋두리로 치부하기엔 내용이 구체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명까지 거론하며 십상시 같은 4인방, 여사와 딱 네트워킹 운운하는 걸 들은 국민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용산은 김대남씨의 문제적 발언마다 침묵하거나 평가절하했다. 이만한 육성이 나온 마당에 설명 없이 넘어갈 수는 없게 됐다"고 촉구했다.

중앙일보도 "한 달이면 탄핵? 검찰은 '명태균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에서 "김대남 녹취록도 어이가 없다. 그는 '용산에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 김 여사가 어린애들을 갖고 쥐었다 폈다 하며 시켜먹는다'고 했다"며 "좌파 매체에다 서슴없이 영부인 험담을 하는 인사가 어떻게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게 된 건가. 결국은 다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메시지보다 메신저를 공격하는 기조지만 그런 메신저를 채용해 쓴 대통령이 문제의 근원이라 지적한 점에선 다른 사설들과 궤를 같이한다.

십상시의 정체

김대남씨는 언론의 관점에서 신뢰감 높은 인물은 아니지만 대통령실에 1년반 근무했던 그의 ‘십상시’ 전언은 용산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음양으로 들어온 내용과 상당부분 부합된다. "넋두리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동아일보 사설이 설득력 있는 이유다. '김 여사 십상시'들의 공통점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등 비서실 공식라인을 '뜨내기들'로 폄하하고, 자신들은 '대통령 내외와 운명을 같이할 순장조'로 여긴다는 것이다. 대선 캠프에서 대통령 내외와 '생사를 같이 한 사이'라는 자부심(?)으로 뭉친 이들은 여사의 신임을 바탕으로 국정과 인사에 숱한 개입 의혹을 빚어왔다. 일개 행정관이나 비서관이 수석을 건너뛰고 대통령에게 직보하거나, 비서관이 수석급 고위 간부의 동태를 감시해 최상부에 '보고'한다는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총선 직후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이 보도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보도는 비서실 공식라인이 아니라 김 여사와 가까운 언론인 출신 비서관들이 ‘간보기’용으로 흘린 것이란 게 정설이다. 김대남씨의 ‘십상시’ 전언은 이런 소문이나 사례들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러니 '명태균 논란' 와중임에도 9일 조간들이 김대남씨의 '폭로'를 비중있게 다루며 사설로 비판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십상시'들의 성(姓)만 공개됐지만 이름까지 알려지는 날이 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여사 문제' 방치하는 대통령의 심리는 '사랑'?

문제는 언론이 ‘십상시’에 대해 비판만 할 뿐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대개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와 대외 활동 자제 약속 및 제2부속실의 신속한 설치 등을 제언하는데, 그걸로는 턱도 없다는 게 여권 안팎의 중론이다. 김 여사와 측근들의 국정 개입을 대통령이 방치하는데, 제2부속실 만든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거다. 요즘 국민의힘 사람들에게 "김 여사 문제 왜 손 놓고 있나"고 물으면 열에 아홉이 "대통령의 여사 '사랑'이 워낙 지극하시다"면서 한숨만 쉰다. '여사 문제'를 거론하는 순간 역정을 내며 대화를 중단하는 대통령의 심리는 '사랑' 아니고선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언론이 볼때는 '빗나간 사랑'인데 아직까지 그렇게 대놓고 쓰는 언론은 없다. 대통령 임기가 반 이상 남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십상시'의 전횡 논란이 격화될수록 언론의 논조도 직설적으로 변할 것이 분명하다. 시간은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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