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침대 정리하면 건강을 해칩니다

아침 침대 정리는 집먼지 진드기에게 최적의 번식 조건을 만들어줌으로써 오히려 건강을 해체는 행위가 된다.<BR> 픽사베이

아침 침대 정리는 집먼지 진드기에게 최적의 번식 조건을 만들어줌으로써 오히려 건강을 해체는 행위가 된다.
픽사베이

프랑스 건강전문지 ‘톱 상테 최근 기사서 지적

“집먼지 진드기의 최적 번식 조건 만들어줘
‘이불 한쪽에 밀어두고, 세탁 자주 할 것 조언

김보근기자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를 말끔히 정리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크게 해치는 일이다.

프랑스 건강전문지 ‘톱 상테가 최근 기사로 지적한 내용이다.
‘상테는 프랑스어로 ‘건강을 뜻한다.

잠을 자고 일어나 흩어진 이불과 베개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은 깔끔함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 깔끔한 습관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게 기사의 요지다.

이유는 집먼지진드기 때문이다.
진드기는 곤충이 아닌 거미의 친척으로, 8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
이 중 집먼지진드기는 주로 집 안의 먼지가 많은 곳에 숨어 있다가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을 먹고 번식한다.
크기도 0.4㎜, 너비 0.25~0.32㎜로 작아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집먼지진드기에게는 아침에 이불을 덮어놓은 침대가 번식의 최적 조건이 된다.<BR> 한겨레 자료사진

집먼지진드기에게는 아침에 이불을 덮어놓은 침대가 번식의 최적 조건이 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에 반해 야생진드기는 크기도 2㎜에 이르고, 40도가 넘는 원인 불명의 고열에다 구토, 설사, 복통 등을 일으키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전염시킨다.
치사율이 거의 20%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만 해도 10여명이 SFTS로 목숨을 잃었다.
야생진드기는 습도가 높고 녹음이 우거진 곳을 좋아해 나무나 풀 등에 서식한다.
이 때문에 밭, 야산, 농사, 벌목 작업 등 야외 활동을 할 때 물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집먼지진드기는 SFTS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번식을 많이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집안에 집먼지진드기가 늘어나면 마른 기침을 계속하거나, 피부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눈이 건조하고 가렵고, 심하면 숨쉬기도 어려워진다.

여기서 문제는 집먼지진드기는 25℃ 정도의 온도와 80% 정도의 상대습도에서 번식이 가장 잘 된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를 가지런히 정돈해놓으면 침대 안이 이런 상태가 된다.
그러므로 아침에 침대를 정돈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집먼지진드기 번식의 최적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집먼지진드기는 70℃ 이상이나 -17℃ 이하에서는 살 수 없다.
또 상대습도가 6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에 번식을 못하고 상대습도가 40~50% 이하가 되면 1일 이내에 사멸된다.

만일 잠에서 깨어났을 때 시트를 옆으로 치운 뒤 그대로 방치한다고 하자. 조금 모양은 어수선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 상대습도를 낮추어 건조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집먼지진드기가 번식하는 것을 일정 정도 막을 수 있다.

‘톱 상태는 “파트너가 있든 없든 침대에서는 절대 혼자 자는 게 아니다며 “평균적인 매트리스에는 1천만 개가 넘는 집먼지진드기가 있고, 2년 된 베개의 경우 무게의 10%가 집먼지 진드기와 배설물이라고 설명했다.
‘톱 상태는 이어 “잠을 자면 땀을 흘리게 된다며 “이런 상태에서 침대를 잘 정돈하면 습기가 모두 가두어져 집먼지진드기가 파티를 벌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이불을 한두 시간 동안 벗겨 놓으면 습기가 마르면서 생존할 수 있는 진드기의 수가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톱 상태는 집먼지진드기를 없애는 최선의 방법은 세탁을 자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먼지진드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시트와 베갯잇은 적어도 2주에 한 번 세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매일 방을 환기시키는 것도 집먼지 진드기의 확산을 막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애완동물을 가급적 침대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양심적이면 치매에 걸릴 확률 낮다…2만명 연구 결과

미국 대표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최신 연구서 밝혀
“낮은 심리 스트레스, 원활한 사회활동이 보호 작용
다양한 취미활동도 치매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 줘

김보근기자 

자신이 비양심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할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BR> 픽사베이

자신이 비양심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할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당신은 스스로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랜드연구소가 최근 펴낸 치매 관련 연구 보고서의 결론이다.

65살 이상 인구가 5,800만 명에 이르는 미국의 경우 치매의 조기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이 연령대의 개인 중 약 16%만이 인지 평가를 받는다.
비교적 낮은 수치다.
인지평가를 받는 비율을 더 높여서 더 많은 치매 발병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국민건강을 높이고 의료비도 절약할 수 있다.
더욱이 치매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지평가를 받게 한다면 국민건강과 의료비 절약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더 효율적으로 잡을 수 있다.
이는 인구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랜드연구소는 이에 따라 치매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예측 인자를 발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미국의 대표 설문조사인 ‘건강 및 은퇴 연구에서 인지 및 치매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는 약 20,000명의 미국 노인과 그 가구를 대상으로 1992년부터 진행중인 연구 관련 데이터다.

랜드연구소는 이 데이터 속의 181개의 잠재적 위험 요인을 검토한 결과, 모두 11개의 위험 요소가 치매 발병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덜 양심적으로 살았다는 자기 인식이다.
랜드연구소는 덜 양심적으로 살았다는 자기 인식이 강할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왜 그럴까?

의학 연구자들은 무엇보다 자기가 양심적으로 살았다고 인식할수록 심리적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활동반경도 넓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양심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양심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염증과 함께 해마 위축 등 뇌 구조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다.

양심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또 사회적으로 강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다.
이런 활발한 사회적 활동은 인지 저하를 예방하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한다.

랜드연구소는 또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취미활동에 대한 참여도가 높을 때도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랜드연구소는 이밖에도 9가지 신체적·유전적 특징과 행동 습관이 치매와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요인들은 아래와 같다.

△ 신체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 뇌졸중을 경험한 경우.

△ 치매 발병과 관련한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경우.

△ 60살이 되었는데도 ‘민간 건강 보험 플랜이 없는 경우.

△ 일한 적이 없거나 일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경우.

△ 60살에 당뇨병이 있거나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인 경우.

△ 술을 과도하게 마시는 경우.

△ 절대 운동하지 않는 경우.

△ 다양한 신체 검사에서 악력, 보행 속도 및 균형 능력 등이 낮게 나타난 경우.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매일 커피 마시면 건강수명 1.8년 늘어난다, 장단점 다 따져봤다

포루투갈 중부 코임브라 대학교 연구진의 최근 연구 결과
커피 성분인 ‘클로로겐산의 항산화 작용이 세포 노화 늦춰

김보근기자 

커피가 건강수명을 1.8년 늘린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BR> 픽사베이

커피가 건강수명을 1.8년 늘린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매일 커피를 마시면 건강수명이 1.8년 늘어난다.

포루투갈 중부 코임브라 대학교 연구진의 최근 연구 결과다.
커피는 세계적으로 매일 20억 잔 정도가 소비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다.
코임브라대학 연구진은 “정기적으로 커피를 마시면 평균 1.8년의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리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커피에는 리보플라빈(비타민B2)과 판토텐산(비타민B5), 망가니즈, 칼륨, 마그네슘, 니아신 등의 영양소가 들어 있다.
또 항산화성분인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특히 폴리페놀 성분 중 하나인 클로로겐산은 암 촉진 단백질의 결합을 방해한다.
이에 따라 커피를 마시면 암 예방과 함께 제2형 당뇨병(인슐린 분비능력은 일부 남아 있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여 발생하는 당뇨병), 대사 증후군, 간 질환, 비만과 같은 질병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들이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커피가 주는 단점도 여럿 있다.
예를 들어, 편두통 유발 요인인 불안의 증가, 수면 방해, 위장 문제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포르투갈 코임브라 대학교 연구진은 커피가 사람의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조사한 50개 이상의 이전 연구 결과를 분석해서 이런 장점과 단점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정기적으로 커피를 마시면 평균 1.8년의 건강 수명을 더하게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임브라 대학교 의과대학의 로드리고 쿠냐 교수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질병이 많고 삶의 질이 나빠진다면 세계 인구의 고령화는 큰 함정이 될 수 있다며 “따라서 기대수명을 늘리는 것보다는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수명은 신체적, 정신적 이상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활동하지 못하는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수명을 말한다.
한국 통계청의 2020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현재 83.5살이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73.1살로 10년 정도 짧다.

쿠냐는 커피가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커피에 포함된 성분들이 노화 과정과 관련된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쳐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커피에 함유된 클로로겐산의 경우 체내 세포가 화학적으로 악화되는 것을 늦추고, 유해한 자극에 노출된 뒤 세포 회복이 더 빨리 가능하도록 하는 항산화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카페인 또한 세포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쿠냐 교수는 “누가 커피 섭취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지, 어떤 종류의 커피와 어떤 패턴의 커피 섭취가 최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이해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연구가 네슬레 등 커피업계 기업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인 ‘커피과학정보연구소(ISIC)의 자금 지원을 받아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태평양 신경과학 연구소의 ‘노인인지 건강책임자인 스콧 카이저는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가 특히 건강수명 연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다면서 “연구가 기존 문헌을 검토한 것이어서 큰 편향은 없겠지만, 이 작업이 커피 산업에서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술자리 잦은 연말, 심장은 박자를 잃는다?

윤은숙기자 

심방세동은 심장의 상부 심방이 불규칙적으로 떨리는 부정맥의 일종이다.<BR> 정상적인 심장은 규칙적으로 수축해 혈액을 순환시키지만,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며 혈액 순환이 방해받는다.<BR> 게티이미지뱅크

심방세동은 심장의 상부 심방이 불규칙적으로 떨리는 부정맥의 일종이다.
정상적인 심장은 규칙적으로 수축해 혈액을 순환시키지만,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며 혈액 순환이 방해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송년회 등 잦은 술자리로 심혈관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특히, 추운 날씨와 과도한 음주는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AF)이라는 부정맥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상부 심방이 불규칙적으로 떨리는 부정맥의 일종이다.
정상적인 심장은 규칙적으로 수축해 혈액을 순환시키지만,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며 혈액 순환이 방해받는다.
이로 인해 뇌졸중, 심부전, 심장마비 등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주요 증상은 두근거림, 어지러움, 호흡곤란, 피로감 등이 있지만, 증상이 없거나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국내 심방세동 유병률은 2013년 1.1%에서 2022년 2.2%로 증가했으며, 이는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추운 겨울과 음주, 심방세동의 위험 높여

겨울철 심방세동의 위험은 낮은 기온과 음주로 더욱 증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0℃ 하강할 때마다 심방세동 발생률이 20% 증가한다.
추운 날씨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에 부담을 줘 부정맥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음주도 주요 위험 요인이다.
하루 한 잔의 음주만으로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6% 증가하며, 과음은 심장 구조에 변화를 일으켜 심방세동을 유발할 수 있다.
연말 모임과 송년회에서 과도한 음주가 반복되면 심장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대인 고려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겨울철 음주가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고혈압, 당뇨, 심부전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음주를 자제하고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기저질환과 심방세동의 연관성

심방세동은 고혈압, 당뇨, 신부전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높다.
부정맥학회가 발간한 ‘한국 심방세동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2년 심방세동 환자의 80.5%가 고혈압을, 31.5%가 당뇨를, 27.6%가 심부전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심방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해 심방세동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당뇨병은 심혈관계에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가하며 염증 반응과 대사 이상을 유발한다.
신부전 환자는 전해질 불균형과 체액 과다로 인해 심장 전기 신호의 안정성이 떨어져 부정맥 위험이 증가한다.

증상이 있다면 조기 검진 필수

심방세동은 초기 증상을 간과하기 쉽지만,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60세 이상이거나 고혈압·당뇨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 연 1회 심전도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심방세동의 증상은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호흡곤란, 피로감 등이 대표적이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더라도 이를 방치하면 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방과 치료,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

심방세동 예방은 생활습관 개선에서 시작된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은 심혈관 건강을 증진시키고, 금주·금연은 위험을 줄인다.
고혈압·당뇨·비만 같은 기저질환은 정기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와 전극도자절제술 등이 있다.
약물로 심박수를 조절하거나 정상 리듬으로 복원할 수 있으며, 시술은 약물 효과가 부족하거나 심한 증상이 있는 경우 사용된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운동으로 뛰는 심장이 더 크고 똑똑한 뇌를 만든다

세계적 뇌 과학자 웬디 스즈키 한국 언론 최초 단독 인터뷰
유산소 운동, 해마 통해 ‘새 뇌세포 키워
10분 산책, 불안·우울 크게 낮추고
‘2~3분 눈 감고 깊은 호흡도 큰 도움
외로움은 뇌 건강 적…사회 유대 중요

윤은숙기자 

미국 뉴욕대학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 웬디 스즈키는 세계적인 강연 플랫폼 테드(TED) 무대에서 뇌와 운동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며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BR> 테드 동영상 캡처

미국 뉴욕대학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 웬디 스즈키는 세계적인 강연 플랫폼 테드(TED) 무대에서 뇌와 운동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며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테드 동영상 캡처

“운동은 그저 몸을 건강하게 하는 활동이 아니에요. 뇌를 변화시키고, 삶을 변화시킵니다.

미국 뉴욕대학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 웬디 스즈키는 세계적인 강연 플랫폼 테드(TED) 무대에서 이 한마디로 전세계를 사로잡았다.
2017년 당시 영상은 조회수 3200만 회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즈키는 과학적 근거와 자신의 경험을 결합해 운동이 어떻게 뇌의 학습, 기억력, 그리고 기분을 개선하는지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알기 쉽게 대중에게 설명했다.

이 강연은 자신의 연구와 삶에서 겪은 깊은 고민과 변화의 결과를 담은 것이기도 했다.
뇌 가소성에 대한 연구로 촉망받던 시기였지만, 뉴욕대학에서 종신 재직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의 그의 삶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스트레스와 고립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번아웃에 빠졌던 상황에서 페루로 떠난 여행은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가 운동과 정신건강의 연결고리에 주목하게 했다.
그 후 스즈키는 신경과학과 심리학을 결합해 운동이 뇌에 미치는 변혁적인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스즈키의 저서는 국내에서도 ‘당신의 불안은 죄가 없다와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라는 이름으로 출간돼 있다.

신경과학자, 저자, 강연자로 활발히 활동하며 뇌 건강을 위한 실질적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 웬디 스즈키 교수를 건강한겨레가 국내 언론 최초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았다.

웬디 스즈키 미국 뉴욕대학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는 자신도 경험을 통해 뇌와 운동의 중요한 상관관계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BR> 사진은 건강한겨레와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는 스즈키 교수.

웬디 스즈키 미국 뉴욕대학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는 자신도 경험을 통해 뇌와 운동의 중요한 상관관계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은 건강한겨레와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는 스즈키 교수.

-한국은 자살률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저서에서 ‘불안을 피하지 말고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우리는 모두 불안하다.
우선 이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지나친 불안은 우리의 정신건강을 갉아먹기는 하지만, 정상 범위의 불안은 우리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불안이 없었다면 아마 인류는 재해나 위험한 상황을 제대로 감지하지도 못하고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이처럼 불안이 우리를 보호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관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다른 많은 이들처럼 돈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그럼 왜 나는 돈에 대해서 불안해할까? 내가 찾은 답은 내가 안정적인 삶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관점을 바꾸면 나는 돈 때문에 불안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이처럼 불안이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을 때 불안은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변화할 수 있다.

-책과 강연에서 불안을 낮추고 뇌건강과 정신건강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운동을 추천해왔다.
그렇지만 스트레스가 많고 이미 무기력해진 상황에서는 운동도 쉬운 것은 아니다.

“헬스장에 가서 1시간이나 그 이상 움직이는 것만이 운동은 아니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10분 걷는 것만으로도 불안과 우울 수준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 전이나 후에 10분 정도를 더 걷는 것도 좋다.
극심한 우울증의 경우에는 침대나 소파에서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약물치료 등이 먼저다.

웬디 스즈키가 추천하는 뇌 건강 5원칙.

웬디 스즈키가 추천하는 뇌 건강 5원칙.

-기억력과 뇌 건강을 개선하는 팁도 궁금하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부분에 관심이 높아진다.

“기억력을 개선하는 방법은 15살이든 55살이든 비슷하다.
기억을 담당하는 곳은 ‘해마다.
해마의 크기는 나이가 들면서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다행인 것은 해마는 새로운 뇌세포를 생성할 수 있는 두 개의 뇌 영역 중 하나라는 점이다.
심박수를 높이는 유산소 운동은 해마에 성장 인자를 방출하여 새로운 뇌세포를 성장하게 한다.
소파에 앉아 온종일 비디오게임을 하는 사람보다 밖에 나가서 뛴 사람은 훨씬 더 크고 건강한 해마를 갖게 될 것이다.

더불어 전반적인 뇌 건강을 위해서는 다섯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명상과 마음 챙김, 사회적 연결, 균형 잡힌 식단이다.
몸에 좋은 것은 뇌에도 좋다.

-나머지는 익숙하지만 사회적 연결은 아직 낯선 것 같다.

“연구에 따르면 고립은 뇌건강과 정신건강 모두에 악영향을 미친다.
외로움이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실제로 뇌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요소라는 의미다.
한국 사회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개인의 성취가 중시되는 환경에서는 이런 사회적 유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의 깊은 대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자. 아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 친구와의 짧은 전화 통화, 동료와 점심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사회적 상호작용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한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디지털 중독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정보를 무제한으로 제공하지만, 동시에 집중력과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
스마트폰과 SNS를 사용할 때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에 노출된다.
이로 인해 뇌가 과부하 상태가 되고 결국 만성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정 정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것이 좋다.
SNS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SNS는 비교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강화할 수 있다.
나 자신도 가끔 SNS에서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보고 초조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의식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실제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정신건강에 관련해 조언해준다면?

“한국 청소년들은 학업 스트레스와 경쟁 압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다.
성적이나 성취가 전부가 아니라 자신의 정신건강과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명상, 운동, 글쓰기, 혹은 단순히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
이런 활동은 뇌를 회복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뇌 과학 분야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미국에서 가장 큰 사립대학의 학장으로서 연구하고 있는 것은 연결과 소속감이 뇌건강과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중요성이다.
외로움이라는 이름의 전염병은 우울증 수치 증가와 불안 수치 증가로 이어진다.
내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게임을 하고 공부하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소속감을 얻는 것이 학업성취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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