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어떻게 취재하게 된 거야? 지난해 여름쯤 한겨레 선배 기자가 경찰과 약속이 있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 출근 부대를 보낸다더라’는 이야기를 했대. 경찰 내부에서 전해 들었다면서. 그 얘기를 듣고 내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현장 취재를 며칠 했는데, 정황을 잡기가 힘들더라고.
️아…. 바로 확인된 게 아니구나. 그런데? 그러다 내 지인의 지인이 대통령 출·퇴근길 경호에 투입된 경찰이라는 걸 알게 됐고, 구체적인 ‘가짜 출근’ 정황을 전해 듣게 됐어. 그 얘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한 거야.
️뭐부터 했어? 가장 중요한 건 대통령 관저 진입로 앞에서 ‘뻗치기’하면서 대통령 출근 차량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였어.
️뻗치기? 그냥 계속 기다리는 거야. 관저에서 차량이 나오면 그게 대통령실로 들어가는지도 확인해야 했어. 그래서 나와 선배 기자가 관저랑 대통령실 쪽 카페 같은 곳에서 죽치고 앉아서 차가 나올 때까지 종일 기다렸지.
️하루 종일? 응. 그런데 차가 순식간에 지나가다 보니까, 잠깐 한눈을 팔거나 화장실 갔다 온 사이에 놓칠 수도 있었어. 그래서 내가 출근하기 전에 집에서 대통령 출근길 길목마다 있는 실시간 도로 CCTV를 녹화해두고, 퇴근하고 가서 매일 확인하는 작업을 또 했어.
️CCTV를 녹화한다니? 경찰청 도시교통정보센터(UTIC) 누리집에서 누구나 실시간으로 서울 주요 도로 상황을 CCTV로 볼 수 있거든. 거기서 대통령 출근 경로를 비추는 CCTV 몇 개를 골라서 ‘화면 녹화’를 한 거야.
️‘얼마 동안 뻗쳐보자’ 정해놓고 시작했어? 아니. 내부 전언들을 듣긴 했지만, 현장 취재는 완전히 맨땅에 헤딩이었지. 기간을 딱 정했다기보단 진짜 출근과 가짜 출근일 때 어떻게 경찰 분위기가 바뀌는지 그런 모든 정황들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했어. 그리고는 가짜 출근이 확실한 날이 이틀 이상 모일 때까지 취재를 계속했어. 그게 한 달 정도 된 거고.
️한 달이나 관저 인근에 있었다니…. 경찰들이 뭐하냐고 안 물어봤어? 관저 앞은 조금이라도 누가 서성이거나 수상해 보이면 경찰이 “뭐 찾으시냐” “어떤 거 하러 오셨냐”고 묻거든. 취재 초기엔 정황 취재를 위해서 주변을 계속 돌아다녔기 때문에 나도 그런 질문을 들었어. 그럴 땐 괜히 버스 기다리는 척, 만나기로 한 사람이 안 오는 척, 길 잃은 척 다양하게 연기를 했던 것 같아.
️연기까지? 응. 내 얼굴 못 알아보게 어느 날은 안경 쓰고, 어느 날은 안 쓰고, 그러기도 했어. 카페에서 뻗치기할 때도 경찰이 들어오면 괜히 노트북으로 축구나 영화 켜 놓고 보는 척하기도 했어.
️그러다 결국 가짜 출근을 확인한 거고? 차가 나올 때마다 면밀히 관찰했어. 가짜 출근 행렬 때는 경찰들 긴장도가 눈에 띄게 낮아. 그 행렬이 지나가는데도 잡담을 한다든가, 딴 데를 본다든가. 그런데 ‘진짜’가 지나가면 훨씬 경찰 긴장도가 높아. 지나가는 사람 검문도 하고, 주차된 차 안에 누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CCTV 움직임도 달랐어.
️어떻게? 위장 출근일 땐 CCTV가 평소와 다름 없어. 근데 진짜일 경우 대부분 그 행렬을 따라가면서 고개를 돌리고 확대하고 하면서 비추더라고. 경찰청에서 관리하는 CCTV거든. 차이가 분명했어.
️경찰은 그걸 ‘위장 제대’라고 불렀다며? 그게 무슨 말이야? 위장한 제대, 행렬이란 뜻이지. 실제로 경호 기법 중에 주요 인물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 빈 차를 보내는 기법이 있대.
️아, 경호 기법으로? 응. 근데 만약 진짜로 그럴 목적으로 위장 제대를 보냈다면 1)매일 보내든지 2)현장 경찰들에게 위장 제대와 진짜 제대가 나가는 시간을 (대략적으로라도) 공유하든지 3)두 제대 사이에 시간 차가 크게 나지 않든지 해야 하는데, 진짜 출근과 가짜 출근 행렬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
️어땠는데? 경찰은 정확히 대통령이 언제 나오는지 전달을 못 받는 모양이야. 그래서 일단 아침 9시까지 기다리다 대통령이 안 나오면 가짜 출근 행렬을 먼저 보내고, 그다음 또 계속 기다리다가 대통령을 보내는 식이더라고. 언제 나올지 모르니 ‘무한 대기'를 하는 거지. 전반적인 대통령 출퇴근 관리는 대통령경호처가 한 것 같고.
️취재하다가 경찰에 입건됐다며. 무슨 일이야? 지난해 11월11일 생긴 일이야. 내가 전체적인 걸 보려고, 한남동 일대가 잘 내려다보이는 빌딩을 찾았는데, 옥상이 열려 있더라고. 휴대전화 화면을 망원경처럼 확대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그때가 딱 오전 9시 가짜 출근 행렬이 나올 때였나 봐. 밑에서 경찰들이 나를 보고 잡으러 온 거지.
️헉. 옥상으로? 아니. 내가 1층에 내려가니 경찰관 15명 정도가 기다리고 있더라고. 용산경찰서 안보팀, 형사팀, 그리고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를 책임지는 202경비단까지.
️그래서? 신분증 보여주고, 가방도 뒤지고, 휴대전화 사진첩 휴지통까지 보여달라고 했어. “군인이나 경찰 행렬을 찍는 건 불법이다”라는 거짓말도 하고. 빌딩 1층에서 계속 조사 아닌 조사를 받았는데, 나중엔 용산경찰서 형사과장까지 직접 왔어. 나한테 이렇게 말하더라.
️뭐라고? “김 기자 거길 왜 올라갔어? 관저 쪽 찍으면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이야.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어. 뭐 기자놀이, 영웅놀이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는데…. 김 기자 이러면 나중에 결혼도 못 해.”
️참 나, 결혼이랑 취재랑 무슨 상관이야? 뭐, ‘빨간 줄’(전과) 생기면 니 미래에 지장이 갈 거라는 식으로 얘기한 거지. 사실 그 건물에선 관저가 전혀 보이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