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못볼 ‘가짜출근길’ 직관기

 


주간뉴스레터 184호 | 2025. 1. 16
이미행복벗은 이럴 때 있지 않아? 아침에 눈 떴는데 날씨도 춥고 몸이 천근만근이야. 출근하기 싫어. 술 먹은 다음 날엔 더더욱. 이럴 때 누군가 나 대신 출근한 척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난 점심 먹고 느긋하게 나가고 말이야. 완전 ‘개꿀’이겠지?

다들 상상만 하잖아. 그런데, 실천에 옮긴 사람이 있대. 어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 오전 9시에 관저에서 대통령실로 빈 차를 보내서 출근한 척한 거야. 진짜 출근은? 오전 10시나, 낮 1시에 하고.

‘AM 9시 일 시작‘은 국룰이잖아. 대통령도 예외 없지. 공무원 규정에도 나와 있고. 근데 지각을 감추려고 가짜 출근부대를 먼저 보냈다? 진짜 상상초월이지?


체포도 된 마당에 가짜 출근이 뭔 대수냐고? 내란 같은 심각한 범죄야 당연히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근무태만도 보통 문제는 아니거든. 내란 사태 뒤 증거와 증언이 나오고 있기도. 도넛몬🍩이 이번 주 가짜 출근을 기록하기로 한 이유!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한 달간 ‘뻗치기‘한 기자가 들여주는 ‘맨땅 헤딩‘ 후기도 스펙타클하니, 끝까지 읽어줘. 가자, 용산으로!🚙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다: 대통령의 ‘위장 출근’
  2. 한 번 물어봤다: 취재하다 경찰서 간 썰
  3.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환경 뉴스픽
  4.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연합뉴스
📂대통령의 ‘위장 출근’

9시에 가고, 1시에 또 가고
  • 윤석열 대통령의 위장 출근을 확인하기 위해 출근 상황을 체크한 건 지난해 11월6일부터 12월6일까지, 한 달 동안이야. 세 번의 위장 출근이 포착됐어.
  • 먼저 11월25일 오전 9시1분, 승용차 3대·승합차 5대·경찰 오토바이를 포함한 대규모 행렬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빠져나가는 게 목격됐어. 5분 뒤인 9시6분 용산동 대통령실💡에 들어갔고. 빠르게 지날 수 있게 도로 신호가 통제됐어. 대통령 출근길처럼 보였지.
  • 그런데 같은 날 오전 10시1분에도 관저에서 검정 승용차 3대·승합차 3대가 또! 빠져나갔어. 도로 신호는 또! 통제됐고, 5분 뒤 대통령실로 또! 들어갔어. 
  • 11월29일엔 1차와 2차 출근 행렬 간격이 컸어. 일단 오전 9시2분에 윤 대통령이 출근한 거 같았는데, 점심 이후인 오후 1시9분 출근이 한 차례 더 이뤄졌어.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3일에도 마찬가지. 오전 8시52분 출근 행렬이 지나갔는데, 50분 뒤에 또 지나갔어.

무전에 남은 흔적
  • 이상한 움직임은 기록에도 남아있어. 대통령 출·퇴근 교통 통제를 담당하는 건 서울청 교통순찰대거든? 이들에겐 서로 무전전화를 주고받는 녹취록이 있는데, 국회가 제출하라고 하면 선택적으로 제공해. 대통령이 오고간 시간대는 보안을 이유로 비공개.
  • 국회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3일 윤 대통령 이동 동선을 확인하려고 무전 녹취록을 내라고 했는데, 오전 8시39분~8시58분, 오전 9시24분~9시53분 녹취는 쏙 빼고 줬어. 윤 대통령 관련 무전이라면서. 그건 무슨 뜻이다? 윤 대통령 출근 행렬이 두 차례 이동했단 거지. 눈으로 본 움직임과 정확히 일치해.

‘이번엔 위장 제대입니다’  
  • 경찰은 ‘가짜 출근’을 미리 알았던 거 같아. 가짜로 보이는 행렬이 지나갈 때 관저 인근 경찰은 도로를 주시하지 않고 잡담을 했어. 빈 차니까, 긴장하지 않은 거지. 경찰들끼리는 이 상황을 ‘위장 제대💡’라는 음어💡로 불렀대.
  • 대통령이 진짜로 탔을 때는? 확연히 달랐어. 교통 신호를 조작하는 표준 교통신호제어기💡 뚜껑을 열고 도로 통제를 위해 대기했어. 버스가 인근 정류장에 서자 “저 버스 빨리 보내!” 하면서 이동을 요청했고. 앞서 보이지 않던 사복 경찰들도 투입. 관저 방향으로 걷는 행인을 검문하기 시작했어.
  • 진짜출근 뒤 대통령실 인근 경찰들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서로 인사하며 경계를 풀었고 상당수가 철수했어. 물론 가짜출근 때는 안 그랬고.
  • 경찰청 교통정보 CCTV 움직임도 달랐어. ‘가짜’ 때와 달리 ‘진짜’ 땐 관저 입구로 촬영 방향을 바꾸고 확대했어. 차량 출발 뒤엔 따라 이동하거나 각도를 바꾸고.
  💡  하이라이트
관저: 정부가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이 살도록 마련한 집
대통령실: 서울 용산구 용산동 대통령 집무실과 청사. 윤 대통령 때부터 서울 종로구의 청와대 대신 사용됨
제대: 배열, 배치된 하나의 부대
음어: 통신 보안을 위한 암호 용어
교통신호제어기: 경찰이 필요에 따라 교통 신호를 통제할 때 쓰는 기기
  경찰청 도시교통정보센터 CCTV 영상에 찍힌 대통령 차량 행렬
괜히 이사해서
  • 윤 대통령은 왜 ‘위장 출근’을 했을까? 잦은 지각을 들키지 않고 싶었던 듯. 차량 움직임이 확인된 18일 중 윤 대통령이 오전 9시 이전 출근한 날은 딱 2번밖에 되지 않았어. 오전 9시에 근무를 시작한다는 공무원 복무규정을 어긴거지. 헌법에 대통령은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규정돼 있는 데도.
  • 2022년 5월 취임 당시 윤 대통령이 ‘출·퇴근 대통령’을 하겠다고 안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 다른 대통령들은 관저와 집무공간이 붙어있는 청와대에서 지냈는데, 윤 대통령은 용산동 집무실에서 일하고 한남동 관저에서 자겠다고 했거든. 그러니 출·퇴근 동선이 다 드러날 수밖에. 
  • 취임 첫해 8월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땐 윤 대통령이 집무공간이 아닌 자택에서 전화 지시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어. 자택 인근 도로가 침수돼 이동하기 어려웠다면서.

    다른 대통령은?
    • 청와대 시절엔 관저에서 집무실로 가려면, 몇백 미터만 가면 됐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전 8시 전에 관저를 나서 집무실에 갔다고 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오전 7시쯤 관저에서 현안 보고를 받고 오전 8~9시 사이 집무실로 출근. 
    • 물론, 청와대 시절이라고 출근 문제가 없었던 건 아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때 집무실에 정상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러 논란이 됐지.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일부 헌법재판관은 이에 대해 “지나치게 불성실했다”고 강조함.

    교통체증(+고통) 유발자
    •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규칙한 출근에 불만이 컸다고 해. 대통령이 언제 출근할지 몰라 ‘무한 대기’ 하다보니 건강이 나빠지고, 업무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대. 보도 뒤 기자에게 이런 메일을 보내기도.
    • “현직 경찰관입니다. 대통령 출·퇴근 경호에 투입됐는데, 빈 차로 출근하는 대통령을 볼 때마다 심한 분노가 올라왔습니다. 저희는 대통령 출퇴근 경호 때문에 새벽 일찍 모이고, 밤늦게까지 대기하면서 건강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한여름엔 땀을 비 오듯 쏟아내고, 장마철엔 비에 젖은 채로 기본 1시간 반을 대기합니다. 한겨울엔 발가락이 끊어질 것 같고요.”
    • 시민들 속 터지는 건 말할 것도 없지. 관저 앞 한남대로는 서울시민뿐 아니라 경기도민의 주요 출·퇴근 구간이야. 관저 인근 순천향대학병원 정류장에는 경기 성남·용인·수원의 직장인을 태운 광역버스💡가 줄지어 정차해.
    • 이런 곳에 관저가 들어서고 출근 시간 교통 통제가 이뤄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지만, 그러려니 해왔어. 대통령이 일하러 가는 거니까! 그런데 지각을 숨기기 위한 ‘공갈’이 있었다? 빈 차인데 통제했다? 당연히 열 받지.😡
      💡  하이라이트
    탄핵: 대통령·국무 위원·법관 등을 국회에서 소추하여 해임하거나 처벌하는 일
    광역버스: 서울과 수도권 주요 도시를 연결해 운행하는 버스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처음에 어떻게 취재하게 된 거야?

    💬지난해 여름쯤 한겨레 선배 기자가 경찰과 약속이 있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 출근 부대를 보낸다더라’는 이야기를 했대. 경찰 내부에서 전해 들었다면서. 그 얘기를 듣고 내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현장 취재를 며칠 했는데, 정황을 잡기가 힘들더라고.


    🎙️️아…. 바로 확인된 게 아니구나. 그런데?

    💬그러다 내 지인의 지인이 대통령 출·퇴근길 경호에 투입된 경찰이라는 걸 알게 됐고, 구체적인 ‘가짜 출근’ 정황을 전해 듣게 됐어. 그 얘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한 거야.


    🎙️️뭐부터 했어?

    💬가장 중요한 건 대통령 관저 진입로 앞에서 ‘뻗치기’하면서 대통령 출근 차량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였어.


    🎙️️뻗치기?

    💬그냥 계속 기다리는 거야. 관저에서 차량이 나오면 그게 대통령실로 들어가는지도 확인해야 했어. 그래서 나와 선배 기자가 관저랑 대통령실 쪽 카페 같은 곳에서 죽치고 앉아서 차가 나올 때까지 종일 기다렸지.


    🎙️️하루 종일? 

    💬응. 그런데 차가 순식간에 지나가다 보니까, 잠깐 한눈을 팔거나 화장실 갔다 온 사이에 놓칠 수도 있었어. 그래서 내가 출근하기 전에 집에서 대통령 출근길 길목마다 있는 실시간 도로 CCTV를 녹화해두고, 퇴근하고 가서 매일 확인하는 작업을 또 했어.


    🎙️️CCTV를 녹화한다니?

    💬경찰청 도시교통정보센터(UTIC) 누리집에서 누구나 실시간으로 서울 주요 도로 상황을 CCTV로 볼 수 있거든. 거기서 대통령 출근 경로를 비추는 CCTV 몇 개를 골라서 ‘화면 녹화’를 한 거야.


    🎙️️‘얼마 동안 뻗쳐보자’ 정해놓고 시작했어?

    💬아니. 내부 전언들을 듣긴 했지만, 현장 취재는 완전히 맨땅에 헤딩이었지. 기간을 딱 정했다기보단 진짜 출근과 가짜 출근일 때 어떻게 경찰 분위기가 바뀌는지 그런 모든 정황들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했어. 그리고는 가짜 출근이 확실한 날이 이틀 이상 모일 때까지 취재를 계속했어. 그게 한 달 정도 된 거고.


    🎙️️한 달이나 관저 인근에 있었다니…. 경찰들이 뭐하냐고 안 물어봤어?

    💬관저 앞은 조금이라도 누가 서성이거나 수상해 보이면 경찰이 “뭐 찾으시냐” “어떤 거 하러 오셨냐”고 묻거든. 취재 초기엔 정황 취재를 위해서 주변을 계속 돌아다녔기 때문에 나도 그런 질문을 들었어. 그럴 땐 괜히 버스 기다리는 척, 만나기로 한 사람이 안 오는 척, 길 잃은 척 다양하게 연기를 했던 것 같아.


    🎙️️연기까지?

    💬응. 내 얼굴 못 알아보게 어느 날은 안경 쓰고, 어느 날은 안 쓰고, 그러기도 했어. 카페에서 뻗치기할 때도 경찰이 들어오면 괜히 노트북으로 축구나 영화 켜 놓고 보는 척하기도 했어.


    🎙️️그러다 결국 가짜 출근을 확인한 거고? 

    💬차가 나올 때마다 면밀히 관찰했어. 가짜 출근 행렬 때는 경찰들 긴장도가 눈에 띄게 낮아. 그 행렬이 지나가는데도 잡담을 한다든가, 딴 데를 본다든가. 그런데 ‘진짜’가 지나가면 훨씬 경찰 긴장도가 높아. 지나가는 사람 검문도 하고, 주차된 차 안에 누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CCTV 움직임도 달랐어.


    🎙️️어떻게?

    💬위장 출근일 땐 CCTV가 평소와 다름 없어. 근데 진짜일 경우 대부분 그 행렬을 따라가면서 고개를 돌리고 확대하고 하면서 비추더라고. 경찰청에서 관리하는 CCTV거든. 차이가 분명했어.


    🎙️️경찰은 그걸 ‘위장 제대’라고 불렀다며? 그게 무슨 말이야?

    💬위장한 제대, 행렬이란 뜻이지. 실제로 경호 기법 중에 주요 인물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 빈 차를 보내는 기법이 있대.


    🎙️️아, 경호 기법으로?

    💬응. 근데 만약 진짜로 그럴 목적으로 위장 제대를 보냈다면 1)매일 보내든지 2)현장 경찰들에게 위장 제대와 진짜 제대가 나가는 시간을 (대략적으로라도) 공유하든지 3)두 제대 사이에 시간 차가 크게 나지 않든지 해야 하는데, 진짜 출근과 가짜 출근 행렬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


    🎙️️어땠는데?

    💬경찰은 정확히 대통령이 언제 나오는지 전달을 못 받는 모양이야. 그래서 일단 아침 9시까지 기다리다 대통령이 안 나오면 가짜 출근 행렬을 먼저 보내고, 그다음 또 계속 기다리다가 대통령을 보내는 식이더라고. 언제 나올지 모르니 ‘무한 대기'를 하는 거지. 전반적인 대통령 출퇴근 관리는 대통령경호처가 한 것 같고.


    🎙️️취재하다가 경찰에 입건됐다며. 무슨 일이야?

    💬지난해 11월11일 생긴 일이야. 내가 전체적인 걸 보려고, 한남동 일대가 잘 내려다보이는 빌딩을 찾았는데, 옥상이 열려 있더라고. 휴대전화 화면을 망원경처럼 확대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그때가 딱 오전 9시 가짜 출근 행렬이 나올 때였나 봐. 밑에서 경찰들이 나를 보고 잡으러 온 거지.


    🎙️️헉. 옥상으로?

    💬아니. 내가 1층에 내려가니 경찰관 15명 정도가 기다리고 있더라고. 용산경찰서 안보팀, 형사팀, 그리고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를 책임지는 202경비단까지.


    🎙️️그래서?

    💬신분증 보여주고, 가방도 뒤지고, 휴대전화 사진첩 휴지통까지 보여달라고 했어.  “군인이나 경찰 행렬을 찍는 건 불법이다”라는 거짓말도 하고. 빌딩 1층에서 계속 조사 아닌 조사를 받았는데, 나중엔 용산경찰서 형사과장까지 직접 왔어. 나한테 이렇게 말하더라.


    🎙️️뭐라고?

    💬“김 기자 거길 왜 올라갔어? 관저 쪽 찍으면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이야.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어. 뭐 기자놀이, 영웅놀이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는데…. 김 기자 이러면 나중에 결혼도 못 해.”


    🎙️️참 나, 결혼이랑 취재랑 무슨 상관이야?

    💬뭐, ‘빨간 줄’(전과) 생기면 니 미래에 지장이 갈 거라는 식으로 얘기한 거지. 사실 그 건물에선 관저가 전혀 보이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15일 서울 용산구 관저 인근 한남대로에 줄지어 서있는 경찰버스. 연합뉴스

    🎙️️당황했겠다.

    💬응.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엄청 무섭고 긴장됐는데, 당황하지 않은 척, 여유 있는 척하느라 그날 에너지를 다 쓴 거 같아. 2주쯤 뒤에, 회사가 선임한 변호사하고 용산경찰서 강력팀에서 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어. 그때 형사가 또 문제적 발언을 하더라고.


    🎙️️또 뭐라고?

    💬“(옥상에 있던 걸 걸린) 이 사건 뒤 대통령실 주변에 있지 않았어요? 11월 25일에 기자님을 이촌역(대통령실 남문) 주변에서 봤다는 얘기가 있어요.” 관저랑 대통령실은 멀리 떨어져 있는데, 경호에 투입된 현장 경찰 모두가 내 얼굴을 외우고 있다는 거잖아.


    🎙️기자 사진을 뿌려서 서로 돌려본 건가?

    💬소름이 돋더라고. 그 자리에서 강하게 항의했어. “언론인 사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랬더니 형사도 아무 말 못 하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어? 

    💬조사 다음 날인 11월28일에 경찰이 서울서부지검으로 사건을 송치했어. 실제 혐의는 (앞서 형사과장 등이 언급한) 군인이나 관저 촬영 이런 것도 아니었어. ‘건조물침입’이었어. 그 건물 건물주가 문제 삼는 걸 원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그럼 지금은, 검찰 단계야? 

    💬검찰이 사건을 접수한 날은 12월2일인데, 그 다음 날 계엄이 터졌어. 그 뒤로 검찰에서 연락 한 번 안 왔어. 공식적으로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야.


    🎙️️윤 대통령은 대체 왜 가짜출근까지 했을까? 여러 사람 힘들게 하면서.

    💬윤 대통령의 지각 출근은 당선 직후부터 논란이 많이 됐었어.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고. 2023년엔 지각 출근 생중계를 하던 유튜브 채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접속 차단’ 조치를 당하기도 했거든. 이렇다 보니 아예 시민들의 눈을 속이려고 가짜 출근 부대를 운영했던 거라는 생각이 들어.


    🎙️️황당하네, 정말. 기사가 나가고 시민들 반응은?

    💬엄청났지. 관저 앞 한남대로는 교통의 요충지잖아. 서울 시내와 강남을 잇는 길이고. 그런 길을 몇 번씩 신호 통제를 해가며 출근했고 심지어 가짜로도 했다니, 화가 나지.


    🎙️️진짜 출근인 줄 알고 다들 불편을 감수했을 텐데 말이야.

    💬그렇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앞에서 매일 아침 경기도의사회·의대학부모연합이 의대 증원 문제로 시위를 해 왔거든. 그들이 제보를 해줬어. 아침에 대통령 출근할 때 경찰들이 대통령이 시위 펼침막을 못 보게 가리고, 시위를 탄압한다고. 근데 그중 몇 번은 ‘가짜 출근’이었을 거 아니야. 얼마나 어이가 없었겠어.


    🎙️️그걸 밝혀냈으니 뿌듯했겠다.

    💬응.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에, 국회 앞 시위에서 ‘최저시급 받는 나도 정시출근하는데 너는 맨날 지각 출근하냐’는 손팻말을 봤는데 엄청 뿌듯했어.(웃음)


    🎙️️경찰 반응은?

    💬기사 나가고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들 반응이 엄청 올라왔어. 대체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야. “나도 3년간 저기서 일했는데 그동안 말 못해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이런 반응들. 나한테 경찰관들 메일도 여럿 왔어. ‘이런 보도를 해 줘서 감사하다’ ‘같은 경찰로서 이런 일을 몰라 부끄럽다’ 등.


    🎙️️기사가 나가기 전에 계엄이 터진 거지?

    💬맞아. 사실 기사를 더 일찍 낼 수도 있었어. 근데 워낙 중대한 기사다 보니 사소한 실수나 오류라도 대통령실 쪽에서 문제 삼으면 기사 자체가 부정당할까 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데, 계엄이 터진 거야. 처음엔 기사를 내도 계엄 이슈에 다 묻힐까 봐, 그동안 헛수고를 한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 것도 있었어.


    🎙️️도움? 어떻게?

    💬원래 현장 경찰에게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 근데 계엄 이후에 혼자 대기하고 있는 경찰한테 내가 접근하니까 ‘가짜 출근 맞다, 진짜 나올 때까지 이렇게 무한 대기한다’ 순순히 말하더라고. 아마 계엄이 아니었으면 그런 말을 쉽게 안 해줬을 거 같아.


    🎙️️심지어 계엄 선포 당일에도 가짜 출근 행렬이 있었잖아.

    💬맞아. 계엄 당일도 가짜 출근 부대를 활용했다는 게 드러나는 바람에 오히려 기사에 파급력이 더 컸던 거 같아.


    🎙️️애초 집무실과 관저를 옮긴 거부터 잘못이었을까?

    💬응. 그렇게 무리하게 청와대에서 나오면서 큰 혈세를 낭비했고, 그간 출·퇴근길에 수많은 경찰관이 동원됐잖아. 윤 대통령은 공권력 동원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거 같아. 이번 계엄 때도 대부분의 군인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국회에 투입됐잖아.


    🎙️️맞아. 그랬지.

    💬자신이 가진 권한을 함부로 휘두르고,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은 이들이 피해를 봤고. 이 ‘가짜 출근’도 그 한 단면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해.

      🖐️  하이파이브
    1. ‘가짜 출근’은 관저와 대통령실 앞에서 한 달간 뻗치기를 해서 확인했어.
    2. 긴 시간을 취재하다 보니 경찰들 눈에 포착될까 봐 연기나 변장을 하기도.
    3. 취재 중간에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어. 지금은 검찰 조사 단계야.
    4. 기사 나가고 경찰들이 ‘터질 게 터졌다’, ‘밝혀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어.
    5. 공권력 동원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윤 대통령을 잘 보여준 사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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