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제철 음식'이 뭐길래…요즘 편의점이 살아남는 법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소개된 해외 디저트가 국내 편의점에 발 빠르게 출시되는 흐름을 보여요.
지난 1월엔 ‘수건 케이크(마오진젠·毛巾卷)’로 불리는 중국 디저트가 난리였죠. 수건을 돌돌 말아놓은 듯한 이색적인 모양에, 얇은 크레이프 안에 크림을 가득 채운 케이크인데요,
지난 1월 초 CU에서 첫선을 보인 수건 케이크 2종은 포켓CU(앱)에서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 4일 만에 전량 동났어요.

SNS에서 화제가 된 중국 디저트 '수건케이크'가 실제 편의점에 출시된 모습. CU

지난해 여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어요.
카다이프(중동식 얇은 국수면)와 피스타치오 크림이 들어간 ‘두바이 초콜릿’이 그 주인공입니다.
바삭바삭한 식감을 가진 이 초콜릿은 틱톡에서 한 인플루언서의 ASMR(소리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로 입소문을 탄 이후, 숏폼 먹방 콘텐트가 우후죽순 쏟아지더니 국내 주요 편의점들이 앞다퉈 제품 출시 경쟁을 벌였어요.
앱을 통한 사전예약 없이는 물건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배 이상 웃돈을 얹어 거래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두바이 초콜릿은 물론이고 수건 케이크까지 편의점에서 자취를 슬며시 감췄답니다.
떴다 하면 빠르게 출시되지만, 사라지는 속도도 따라가기 어려운 편의점 먹거리의 특성 때문이겠죠. 오늘 비크닉은 디저트 트렌드를 주도하는 요즘 편의점 업계 속사정을 들려드릴게요.


요즘 사람들, 편의점서 재미 찾는 이유

Z세대가 열광하는 ‘SNS 인기 음식’을 알려면 편의점에 가보라는 말이 있어요.
셀 수 없이 많은 종류가 쏟아져 ‘편디족(편의점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죠. ‘2024 편의점 쇼퍼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비교적 낮은 가격대에 다양한 경험과 재미를 제공하는 편의점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는 전년 대비 5%포인트 올랐어요.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더 재밌고, 트렌디하고, 이색적인 디저트를 찾고 있어요.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23년 전국 만 19세~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편의점 이용 경험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66.8%가 편의점에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상품이 많다고 답했어요.

아랍에미리트의 유명 인플루언서가 틱톡에 올린 '두바이 초콜릿' ASMR 영상. 틱톡 캡처

해당 설문에서 응답자 중 66.5%는 ‘편의점에서만 파는 경험을 사기 위해 일부러 특정 편의점을 방문했다’고 했는데요.
편의점의 이색·재미 상품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콘텐트가 SNS에 늘어난 점만 봐도 이런 결과가 납득되는 대목입니다.
‘펀슈머(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와 ‘도파밍(도파민 수집)’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될 정도로 화제성과 경험, 그리고 콘텐트가 중요해진 시대니까요.

이에 더해 편의점은 근거리 소비를 추구하는 이들의 힘을 받아 ‘셀링 파워’를 키우고 있어요.
디저트를 구매하는 수요가 편의점에 몰리면 당연히 각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카테고리를 넓히고 제품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겠죠.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가 편의점 디저트 시장 성장을 돕고 있어요.
올해 BGF리테일이 편의점 내 SNS 이슈 아이템의 매출 비중을 연령대별로 살펴본 결과, 가장 바이럴이 많이 되는 제품 출시 초기에는 20대·10대·30대 순으로 나타났어요.


편의점마다 흥행 사례도 제각각...비결 살펴보니

편의점 CU가 지난해 편의점업계 최초로 상품화에 나선 '두바이 초콜릿' . CU

비크닉이 지난 1월 주요 편의점 3사에 의뢰, 각 편의점의 흥행 사례를 분석해봤어요.
CU는 화제의 두바이 초콜릿과 수건 케이크를 업계 최초로 선보인 덕에 각종 SNS에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고 전국적 품귀현상을 일으켰어요.
CU 담당 MD는 국내에서 두바이 초콜릿이 이슈가 되기 6개월 전부터 글로벌 인플루언서의 틱톡을 통해 트렌드를 파악, 국내 협력사와 함께 주재료인 한국식 건면으로 상품을 만들어 전국 점포에 발 빠르게 출시했대요.
지난해 CU 디저트 카테고리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7.2%인데, 매출 견인한 게 200억 원어치 이상이 팔린 두바이 초콜릿일 정도래요.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화제가 된 '밤티라미수'가 실제 출시된 모습. CU

CU는 또 지난해 10월 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등장한 밤 티라미수가 SNS에서 이슈가 되자, 즉각 해당 셰프와 공식 제휴를 맺고 레시피 논의에 돌입해 방송 공개 일주일 만에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CU에 따르면 밤 티라미수컵은 예약 판매 9일간 매일 1~2만개 수량이 평균 20분 만에 완판됐어요.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스웨디시 젤리'가 실제 편의점에 출시되자 또 한 번 흥행에 성공했다.
유튜브 캡처

이에 질세라 GS25도 10~20대가 열광하는 SNS 인기 음식을 발 빠르게 상품화했어요.
GS25는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11월 말 국내 한 유명 틱톡커가 이른바 ‘스웨덴 캔디’로 소개해 화제가 된 스웨디시 젤리를 꼽았는데요.
기존 젤리와는 다른 꾸덕꾸덕한 식감과 마시멜로와 껌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질감 덕에 ASMR 콘텐트로 소비 심리를 자극한 디저트에요.
해당 상품은 출시 직후 젤리 카테고리 최단 기간 누적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했어요.

세븐일레븐이 SNS에서 '일본 쇼핑리스트'로 화제를 모은 '저지우유푸딩'을 직소싱했다.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유독 3사 중 해외 인기 제품 직소싱 전략이 눈에 띕니다.
대표 상품으로 꼽힌 디저트는 국내 여행객 사이 일본 필수 쇼핑 리스트에 여럿 오른 제품이자, 현지 편의점 푸딩 순위 1위를 차지한 ‘저지우유푸딩’입니다.
지난달 21일 국내 최초로 전국 점포에 도입, 현재 3회차 물량까지 총 15만여개를 완판했어요.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특히 매주 상품이 입고되는 토요일로부터 평균 2일 내로 90% 이상의 물량이 판매된다”며 “SNS에 알려지면서 현지에 직접 방문하지 않았던 소비자들까지 관심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어요.


편의점 디저트 유행 주기가 짧아졌다

CU 편의점 내 인기 디저트류 관련 생애주기 변화 그래프. BGF리테일

여기서 주목할 건 유행이 빠르게 변하듯, 편의점 디저트 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SNS 제철 음식’이라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로 시즌마다 SNS에서 유행하는 음식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인데요.
판매량 상위권인 편의점 인기 디저트 상품 생애주기(PLC)는 과거 평균 22개월가량이었지만, 최근 들어 최소 4개월로 짧아졌어요(BGF리테일 2024년 업계 리뷰). CU에서 지난 2022년 출시돼 품절 대란 일으킨 ‘연세우유생크림빵’ 판매량은 2년 만에 완만히 줄어들었고, 지난해 7월 출시 두바이 초콜릿류는 반짝 판매 증가했다가 2~3개월 사이 급감하는 패턴을 보였어요.

주 소비층인 10~20대가 이미 경험한 이색 콘텐트에 대해서는 눈길을 잘 안 주는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에요.
CU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편의점 디저트는 출시 초기 ‘오픈런’이 일어나는 치열한 구매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예약 구매나 점포 입고에 대한 정보 입수가 빠른 20대, 10대가 우위를 점한다”면서도 “반면 한차례 이슈가 지나간 이후에는 초기에 상품을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세대의 구매 비중이 더 눈에 띈다”고 설명했어요.


트렌드 초단위로 변해도 디저트 '집중'...앞으로는?

GS25가 올해 트렌드에 맞게 출시한 디저트 카테고리. GS리테일

그렇다면 편의점은 왜 불확실성에도 디저트로 승부를 보려 할까요.
상품이 반짝 유행으로 단기간 매출이 오르는 효과에 그치더라도, 지속적인 신상품을 출시하면 그만큼 수요가 보장되어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 디저트 카테고리는 특정 세대에만 소비가 몰리지 않고 고루 분포되어있다”면서 “이는 고가의 디저트 전문점 대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고, 여러 종류를 한 공간에서 소비할 수 있는 편의성 때문”이라고 분석했어요.
또 “중소 식품업체로부터 쉽게 재료를 수급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뜨는 아이템을 빠르게 상품화해 출시할수록 편의점 입장에선 이득”고 덧붙였어요.

결국 트렌드가 초 단위로 변화하는 초경쟁 시대에서 편의점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관건일 텐데요,
요즘 편의점 MD들은 커뮤니티와 틱톡, X(옛 트위터) 등을 매일 살펴보는 게 주요 업무일 정도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유행 주기가 빨라진 상황에서 제품화 시기를 놓치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빠른 트렌드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해요.
이 교수는 “‘편의점에서만 살 수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 경쟁력과 특화 상품 전략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결국 시장에 살아남는 상품은, 소비자들의 반복적인 재구매가 일어날 수 있는 ‘웰메이드 제품’일 테니까요.

올해 첫 ‘SNS 제철 음식’ 꼽자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최근 SNS에서 큰 인기를 끈 화제의 디저트 5종을 상품화해 올해 첫 디저트 라인업을 구성했다.

최근 ‘SNS 제철 음식’이라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로 시즌마다 SNS에서 유행하는 음식이 달라지며, 그 유행 주기가 제철 음식처럼 짧아지고 있다.
특히 디저트의 경우, 색다른 해외 디저트가 SNS를 통해 국내에 알려지며 이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GS25가 선보이는 디저트 5종은
△수건케이크(클래식, 초코)(4000원)
△벽돌초콜릿케이크(4800원)
△벽돌초콜릿(4500원)
△쫀득멜로(후르트믹스, 딸기)(3700원)
△스윗젤리컵케익(3500원) 등이다.

먼저, 수건케이크는 얇은 크레이프에 생크림을 가득 넣고 돌돌 말아 ‘수건’처럼 생긴 것이 특징이다.
16일부터 전국 GS25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이번 오프라인 출시는 GS25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것이라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6일, 우리동네GS 앱을 통해 진행된 수건케이크 사전예약은 준비 수량 4000개가 당일 완판 됐다.

‘벽돌초콜릿케이크’는 브라우니 빵 위에 초코무스를 듬뿍 얹은 벽돌 모양 케이크로, 오는 21일 GS25에서 업계 최초로 선보인다.
GS25는 가장 최근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벽돌케이크’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1월 말 '벽돌초콜릿'도 추가 출시한다.

‘쫀득쿠키’는 마시멜로에 버터를 섞은 반죽에 오렌지, 크랜베리 등 동결 건조한 과일을 토핑으로 얹은 쿠키다.
‘스윗젤리컵케익’은 크림에 블루베리 잼을 더해 상큼한 맛을 자랑하는 케이크로, 스웨디시젤리가 통으로 들어가 이색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고다슬 GS리테일 카운터FF팀 매니저는 “GS25는 짧아지는 디저트 유행 주기에 맞춰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 해외 디저트를 다양하게 준비했다”면서 “빠른 출시는 물론, 현지 디저트 맛과 퀄리티를 그대로 재현해 GS25만의 디저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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