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위고비, 즉 살 빼는 약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먼저 ‘살 빼는 약’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볼게요(기사). 앞서 위고비의 성분과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성분이 같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위고비가 등장합니다.
1980년대 초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조엘 하베너 박사는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GLP-1'이라는 호르몬을 찾아냅니다. GLP-1은 음식을 먹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에요. 췌장에서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고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인 '글루카곤'을 억제하는 특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발견한 셈이에요.
당뇨병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발견한 GLP-1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주사로 GLP-1을 체내에 넣으면, 췌장까지 이동하기 전에 사라져 버렸던 거죠. 췌장까지 도달해야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노보노디스크는 GLP-1에 변형을 가합니다. GLP-1이 혈액을 따라 24시간 동안 이동할 수 있도록 조작을 한 거예요. 이 약물은 '리라글루타이드'라는 이름으로 2010년 FDA의 허가를 받고 출시됩니다. 그런데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을 발견합니다. 바로 '체중 감소'였어요.
노보노디스크는 이 약을 기반으로 2014년 '삭센다'라는 비만치료제를 출시하게 됩니다. 다만 삭센다는 리라글루타이드 기반의 약과 마찬가지로 '매일' 주사를 놓아야 했습니다. 체중 감량 효과도 5~6% 수준에 머물렀어요. 불편했고, 효과도 크지 않았습니다. 두통, 메스꺼움과 같은 부작용도 많이 보고됐다고 해요.
노보노디스크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한 번 체내에 넣어줘야만 하는 리라글루타이드 기반의 당뇨병 치료제는 여전히 불편했거든요. 노보노디스크는 결국 GLP-1의 효과가 일주일 동안 지속되는 약물 세마글루타이드를 만들고 이를 2017년 오젬픽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합니다.
역시 임상 과정에서 사람들의 체중 또한 계속 줄었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리라글루타이드보다 효과가 좋았습니다. 무려 15~20%에 가까운 체중 감량 결과가 나타났거든요. 또한 복용 주기도 일주일에 한 번 이었던 만큼 불편함을 덜어냈습니다(위고비 투여 방법, 한국어로 미리 확인해보세요).
부작용, 그리고 한계
다만 위고비와 같은 비만 치료제가 완벽한 것만은 아닙니다. 위고비를 투여해도 체중 감량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일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역시 모릅니다(기사). 체중 증가,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단지 GLP-1를 모방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체중 감소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 거예요.
'약'인 만큼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단기적인 부작용은 구토, 설사, 메스꺼움 등으로 알려져 있어요. 또한 소수 환자에게서는 우울증과 같은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당뇨와 비만이 없는 사람들이 이 약을 복용했을 때 "안전하다"는 강력한 증거도 아직은 부족합니다.
위고비 투여를 중단하면 곧바로 체중 증가가 나타납니다. 즉 체중 감량 효과를 이어가려면 장기간 복용해야 해요. 현재까지 10년, 20년 장기 복용 시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습니다. 물론 이 약이 당뇨병 치료제로 오랜 기간 사용된 만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긴 합니다.
청소년들의 복용도 문제로 볼 수 있어요. 10대의 경우 아직 성장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단계입니다. 그 과정에서 체중 감량을 위해 이 약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발달 과정에 꼭 필요한 영양소와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