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어떻게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을까?'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일까?



임한솔 연구원

(글: 막스 플랑크 생물정보연구소 임한솔 연구원)


감정,
좋고 나쁨이란?

우리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매 순간
감정을 느끼고 있다.
새벽 가을의 공기를 맡으며 적적함과 시원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눈부신 햇살에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삶에 대한 동기와 에너지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자극에 대해 매번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평소라면 미술 작품을 충분히 즐기며 감상할 수 있겠지만,
만약 배가 매우 고픈 상황이라면 어떨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처럼 배가 고픈 상황에서는 그 어떤 아름다운 미술품이라도 그저 하나의 시각 자극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상황들을 처리하고 판단하여 매번 다르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신경과학자들이 본격적으로 뇌를 연구하기 훨씬 전부터 철학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항상 이를 궁금해했다.
우리의
감정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좋고(positive),
나쁘다(negative)는
감정적 판단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나 철학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이며,
우리가 처한 상황 및 기타 변수에 의해 쉽사리 휘발될 수 있는 ‘
감정’을 우리는 처리할 수 있는 것일까?

동물들의 다양한 편도체 ⓒJanak & Tye,2015

인간만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이고 복잡한 정보인 ‘
감정’은 인간만이 소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감정은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의 정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아니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동물들만 보더라도 그들이 우리와 똑같이 행복,
공포,
불안 등을 느끼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들의 지난 연구를 통해
감정 정보는 대부분의 척추동물에서 공통적으로 공유되는 특징임이 밝혀진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중 가장 잘 알려진 이유는 우리 뇌의 ‘편도체’가 진화 과정에서 변하지 않고 고유하게 보존되어 왔다는 점이다.

뇌의 작은 부분 ‘편도체’는 신경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자 중 한 명인 S.M.에 의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해당 환자는 양쪽의 편도체가 완전히 손상되었다.
그로 인해 공포를 거의 느낄 수 없고 이상적으로 높은 동기와 욕구욕을 느끼며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지적 활동들은 정상적으로 수행 가능했다.
이때부터 학계는 뇌의 작은 부분 ‘편도체’가 ‘
감정’을 다루는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함을 밝혀냈다.

 

동물들의
감정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동물들도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이전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어왔다.
그 근거로는 동물들도
감정 처리의 허브 역할을 하는 ‘편도체’를 가지고 있는 점,
실험 쥐에게 공포 자극이나 고통 자극을 줄 경우 도망(flight)가거나 얼어붙는 행동(freezing)을 보인다는 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맛있는 초콜렛이 있는 방과 쓴 맛의 음식이 있는 방 중 초콜렛이 있는 방에 선호도를 보이는 행동학적 관점의 연구 결과와 좋고 나쁨을 내포하고 있는 편도체의 일부 신경세포(뉴런)을 자극할 경우,
좋고 나쁜
감정이 바뀌는 연구 결과도 밝혀진 바 있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 동물들은 인간처럼 미묘하고 아주 작은
감정들까지도 느낄 수 있을까? 인간은 아주 많은 신경세포들이 얼굴 표현을 관장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내고
표정만으로도 대화 없이 서로 소통할 수 있다.
과연 동물들도 다양한
감정을
표정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최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동물의
표정을 분석한 결과,
동물들의
표정으로
감정 상태를 읽을 수 있음이 밝혀졌다.
게다가 특정
표정이 나타나는 신경세포의 활성 회로를 복합적으로 분석하여,
신경세포의 활성 정보로 어떤
표정과 어떤
감정이 나타날 지를 예상 할 수 있게되었다.

괴짜 사업가 엘런 머스크(테슬라 창업자)는 새로운 사업 ‘뉴럴링크’를 설명하며 가까운 미래에 뇌의 신경세포 활성화 정보만을 통해 전신마비의 사람과도 대화를 할 수 있고,
하반신 불구의 환자도 걷게 할 수 있는 보조기구를 만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우리가 오늘날 흔히 사용하는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방대한 양의 신경세포 정보와 행동학적 정보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기에 상상 가능한 미래이다.

 

쥐의
감정에 따른
표정 변화 ⓒDolensek et al.,
2020

 

로봇도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학계는 단순 정보 분석을 넘어
감정 또한 분석 수 있음을 밝혀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신경과학계는 신경세포의 활성화 정보 뿐만 아니라
감정에 관여하는 유전자,
단백질 정보 등을 동시에 취합하고 빅데이터로 쌓아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취합된 데이터를 로봇에 입력하면 로봇도
감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아직 이르다.

감정은 객관적 사실과는 다르게 무수히 많은 변수와 개개인마다 다른 편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어진 보편적
감정 정보를 바탕으로 변수에 따라 미세하게 다른
감정 결과를 출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그러나 인간만이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던 과거에서 심지어 문어,
가재까지도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밝혀 오고 있는 오늘날. 인간의
감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해 로봇에게 입력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정’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로서
감정은 너무 특별한 것도,
너무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저 뇌가 풀어나가는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감정’으로 인해 힘들고 지쳐있는 수 많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동지들이 조금은 쉽게 그
감정을 흘러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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