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생활 수준’ 보장하는 국민 연금

 


국민
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죠?
출생아 수는 계속 줄어드는데, 평균 수명은 늘어나면서 인구 구조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1990년대 출생자부터는 한 푼도 못 받게 될 거라는 경고가 들린 지도 꽤 된 것 같아요.

경제 활동을 하면서 국민
연금에 기금을 채워 넣을청년 인구는 줄고,
연금을 받는 노령인구는 늘어나는 이 상황. 알고 보면 꽤 심각해요.
고령화가 다른 주요국들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이뤄지다 보니 국민
연금의 예상 고갈 시점을 점점 앞당기고 있거든요.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국민
연금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서 9개월 동안 개선 방안을 검토했어요.
목표는 ‘70년 후인 2093년까지 국민
연금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고요.
그리고지난 1일, 국민
연금 개선안의 토대가 될 재정계산위원회(전문가 위원회)의 재정 안정화 방안이 공개됐어요.

‘최소한의 생활 수준’ 보장하는 국민
연금

전문가 위원회가 공개한 개선안들을 전하기에 앞서서, 국민
연금 제도에 관한 기본적 정보를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갈게요.
국민
연금은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 제도예요.
젊을 때 소득의 일부를 보험료로 내면, 나이가 들거나 사고·질병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졌을 때
연금을 지급해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거죠.

1988년에 도입된 국민
연금 제도는 소득이 있는 18세~59세 국민이라면 대부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해요.
지난해 기준 가입자는 약 2200만 명이었고, 국민
연금이 보유한 기금은 900조원이 넘었어요.
국민
연금은 이 돈을 다양한 곳에 투자해요.
돈을 많이 불려서 국민에게 충분한
연금을 지급해야 하니까요

9% 받고 40% 준다?
예견된 고갈

국민
연금은 ‘
연금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많은 돈을
연금으로 지급한다’는 원칙에 따라 설계됐어요.
현재 국민
연금은 매달 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야 해요.
직장인은 회사가 절반(4.5%)을 내줘요.

이렇게 매달 9%씩 40년간 보험료를 낸 가입자라면, 만 65세부터는 젊었을 때 벌던 평균 소득의 약 40%를 살아 있는 동안 매달 받을 수 있어요.
이 비율은 ‘소득 대체율’이라고 불러요.
물론 보험료를 낸 기간이 40년보다 짧으면 소득 대체율은 낮아져요.
사망 시점에 따라 평생 받게 되는 전체
연금액은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가입자들은 낸 돈의 1.88배를 돌려받을 수 있대요.

사실 국민
연금이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건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일이었어요.
낸 돈의 2배에 가까운 돈을 돌려줘야 하니까 국민
연금공단이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잖아요.

이미 정부가 2013년에 발표한 점검 결과에도 ‘2060년엔 국민
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이 담겨있어요.
기금 고갈 시점은 2018년 발표에선 2057년으로, 올해는 2055년까지 앞당겨졌어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위험을ߍŽ회색 코뿔소에 비유하는데요.
국민
연금 고갈 문제는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로 간주돼 왔어요.

전문가 위원회의 18가지 시나리오

그렇다면 이번에 발표된 전문가 위원회의 개선안엔 어떤 내용들이 포함돼 있을까요?
핵심은 현재 9%인 국민
연금의 보험료율을 올리는 거예요.
위원회는 총 18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모든 시나리오에서 2025년부터 해마다 0.6%포인트씩 올리는 게 공통적인 변화죠.

다만 ‘몇 퍼센트까지 올리느냐’는 12%, 15%, 18%라는 3가지 개선안이 있어요.
일단 보험료율을 이렇게 올리면, 국민
연금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은 각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늦춰진대요.
전문가들이 세운 목표는 ‘2093년까지 기금이 소진되지 않는 것’이니까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그래서보험료율 인상 외에
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을 상향하는 조치도 추가됐어요.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를 조금 늦춰서 재원을 아끼는 방안이에요.
현재 국민
연금은 63세부터 받고, 2033년까지 이 나이를 65세로 조정할 계획이에요.
그런데 전문가 위원회는 이걸 2033년 이후에도 5년마다 1세씩 올려서 2048년엔 68세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어요.

이번 시나리오들은 공통적으로 가입자가 받는 금액 수준인 ‘소득 대체율’은 건드리지 않아요.
현재 수준인 40%를 유지하기로 했죠.
하지만
연금을 늦게 받기 시작하니까 사실 덜 받는 거예요.
이번 국민
연금 개선안은 ‘더 내고 덜 받기’
라고 이해하면 쉬워요.

개선안에 포함된 마지막 변화 요소는 국민
연금이 기금을 투자해서 올리는 수익률
이에요.
국민
연금 기금의 투자 수익률을 기존의 가정(향후 70년간 평균 4.5%)보다 0.5%~1%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거예요.
수익률이 높아지면 조금 더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을 테니까요.

전문가 위원회가 발표한 18가지 시나리오는 이렇게 ‘보험료율 인상 + 수급 개시 연령 상향 + 기금 수익률 제고’라는 3가지 변화를 조합해서 만들었어요.
보험료율 12%, 15%, 18% 개선안 3종에 수급 개시 연령(65세~68세)과 수익률(0.5%P, 1%P)을 조금씩 달리해서 각각 6개씩 시나리오를 만든 거죠.

유력한 안은 보험료율 15%·수급 연령 68세

이번 개선안의 목표가 2093년까지 국민
연금 기금을 소진하지 않는 것이다 보니,주목받는 안은 보험료율을 15%, 수급연령은 68세까지 올리고 투자 수익률도 1%포인트 높이는 시나리오예요.
이렇게 하면 2093년에도 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많이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에요.

아래 그래프와 표는 국민
연금 개선안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지는 기금 고갈 시점을 나타내요.
5번 시나리오가 유력한 개선안이고요.

   

*적립배율 : 남아 있는 기금이 당해
연금 지급에 쓴 금액의 몇 배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낸 금액. 예를 들어 적립배율이 8.4라면, 남은 기금만으로도 8.4년 더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뜻.

전문가들이 내놓은 개선안이긴 하지만, 실제 국민
연금 제도를 바꾸는 과정은 쉽지 않아 보여요.
그나마 가입자가 내는 돈이 적게 늘어나는 보험료율 12% 시나리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보험료율을 15%나 18%로 올리면 가입자의 반발이 생겨나겠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상향하는 개선안도 반발을 부를 건 당연해 보이고요.

노년기에
연금을 늦게 지급하는 시나리오를 택한다면, 소득이 없는 시기가 생기는 문제도 해결해야 해요.
지금은 65세가 정년인데, 퇴직하면 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연금을 68세부터 받는 경우엔 정년퇴직 후 3년 동안은 소득이 사라지잖아요.
결국 ‘정년 연장’ 같은 고용 정책이 필요해지겠죠.

‘돈 부족만 따졌다’ 비판도... 이번엔 바뀔까?

전문가 위원회의 개선안은 ‘소득 대체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시나리오만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해요.
점점 노후 보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내는 돈을 늘리는 방안과 함께 ‘더 받는 옵션’도 균형 있게 검토해 봤어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최종 개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견해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문가 위원 2명은 ‘지나치게 국가 재정의 안정만을 고려했다’고 비판하며 사퇴했어요.
물론 이들의 주장대로 소득 대체율을 높이면, 안 그래도 부족한 기금이 더 필요해지니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존재해요.

정부는 전문가 위원회가 제시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다음 달(10월)에 ‘국민
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마련할 계획이에요.
사람들은 과연 정부가 어떤 안을 택할지, 그리고 정말 바꾸는 데 성공할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예전에도 국민
연금 보험료율을 많이 높이려다가 거센 반발 탓에 실패한 적이 있거든요.
더 내고 덜 받으라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잖아요.
좀처럼 해결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국민
연금 고갈 문제, 이번엔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3줄 요약

1  정부가 꾸린 전문가 위원회가 지난 1일 국민
연금 개선안을 발표했음. 고령화 여파로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
연금을 지속 가능하도록 바꾸기 위한 방안.

2  위원회는 ‘보험료율+수급 개시 연령+기금 수익률’ 등 3가지 변화를 조합해 총 18가지 안을 만들었음. 보험료율을 15%, 수급 연령은 68세로 올리는 게 유력한 개선안.

3 보험료율 인상이나 수급 연령 조정은 가입자의 반발을 부르고, 관련된 고용 정책도 함께 준비돼야 하는 만큼 실제 제도 수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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