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평등이 커지면 흉악범죄 증가한다

 


SNU 팩트체크
언론사 자체 문제제기

기타

소득불평등이 커지면 흉악범죄 증가한다

출처: 언론사 자체 문제제기
팩트체크 결과
접기
 입력 08.29. 오후 4:47수정 08.31. 오전 11:39
대체로 사실

[요약]

  • 한국은 2000년대 이후부터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 살인, 강간, 강도, 절도, 폭행 등 주요 흉악범죄와 소득불평등의 관계를 다룬 연구가 나온다
  • 2010년 연구는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화하면 살인이 증가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 2019년 연구는 강간과 폭행이 소득불평등 심화와 함께 증가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 2022년 연구는 살인, 절도, 폭력이 소득불평등 심화와 함께 증가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 해외에서는 1970년대부터 소득불평등과 범죄 사이를 연구해왔다
  • 다수의 연구 결과 소득불평등이 심화할 수록 흉악범죄도 증가해 '대체로 사실'로 판단한다


[검증 대상]


소득불평등의 심화가 흉악범죄 증가를 낳는다는 언론사 자체 문제 제기.


[검증 방법]


소득불평등과 범죄와의 관계를 다룬 연구 논문


[검증 내용]


끔찍한 흉악범죄 사건이 연일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이달 초에는 경기 성남 분당구에서 칼부림과 함께 무차별 차량 테러가 일어났다. 두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신림동 산속 둘레길에서는 주말 근무에 나선 교사가 성폭행 후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 지난 25일 산속 둘레길에서 3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최윤종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합뉴스와 중앙일보 등 주요 매체에 따르면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사건 피의자 조선은 무직의 30대 남성이고, 분당구 서현역에서 차량 테러를 가한 20대 남성 최원종은 범행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고졸 출신 배달원’이라고 소개했다. 신림동에서 성범죄 살인을 저지른 30대 남성 최윤종 역시 조선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직업이 없었다. 사회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연령대임에도 최원종을 제외하면, 두 사람은 이렇다 할 경제력을 갖추지 못했다.

<뉴스포스트>는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흉악범들이 공교롭게도 경제력이 없는 빈곤층이라는 사실에 주목해 소득불평등과 흉악범죄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소득불평등은 개인 또는 세대 간에 소득이 균등하지 못하고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소득불평등이 커지면 흉악범죄가 역시 증가할까.

빈부격차가 커지는 나라 ‘한국’

한국의 소득 불평등 문제는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회원국 38개국 중 2021년 기준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 11위에 올랐다. 한국보다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는 코스타리카와 멕시코, 튀르키예, 불가리아, 미국, 리투아니아, 영국, 라트비아, 루마니아, 이스라엘, 일본 등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문제는 점점 악화하는 추세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도시 2인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에 따르면 1990년부터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까지 지니계수는 0.256에서 0.257으로 증가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00년대에 들어 소득불평등이 악화했는데, 2000년 0.266이었던 수치는 2009년 0.295까지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빈부격차와 계층 간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사회임을 의미한다.

*김일중, 변재욱, 안희욱 ‘한국의 강력흉악범죄: 억지력, 소득불평등 및 피해자 특성을 중심으로’(2014)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국내외서 소득불평등과 범죄 연구 다수

경찰은 살인과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주요 흉악범죄를 5대 강력범죄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내에서도 흉악범죄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관련 연구들을 살펴본 결과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대체로 흉악범죄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우석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전임강사는 2010년 발표한 ‘경제위기 상황과 범죄발생의 관계 검증’ 논문을 통해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빈부격차의 정도와 주요 5대 범죄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도별로 근로소득자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격차를 계산해 범죄 건수와 비교했다. 단순 상관관계와 시계열 분석을 활용했다. 시계열 분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된 데이터 또는 여러 변수들 간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경제나 기상 통계에서 활용된다.

단순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빈부격차는 일관되게 5대 범죄를 증대시켰다. 하지만 시계열 분석에서는 살인 범죄만 증대시켰을 뿐, 나머지 4가지 범죄 발생에는 빈부격차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게 연구자의 설명이다. 다른 흉악 범죄와의 연관성까지는 증명하지 못했지만, 살인만큼은 빈부격차와 연관성이 있다고 결론을 도출했다.

살인뿐만 아니라 다른 흉악 범죄 역시 소득불평등과 관련됐다는 연구도 있다. 조성원 조선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는 지난해 ‘소득불평등과 범죄율 간의 공적분 관계 분석’ 논문을 통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범죄율(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과 소득불평등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소득불평등은 살인, 절도, 폭력 범죄율 순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소득불평등이 1% 상승하면 살인, 절도, 폭력 범죄율은 각각 19%, 9.3%, 2.1% 정도 증가한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반면 살인과 강도보다 폭력과 강간이 소득불평등과 연관성이 짙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장지원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박사 수료, 조상현 동서대학교 경찰사법학부 조교수가 2019년 발표한 ‘불평등과 범죄발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 자료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소득불평등은 우발성이 높은 범죄인 폭력과 강간 발생을 증가시킨다. 반면 계획적 성격이 강한 범죄인 살인과 강도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해외 학계에서는 1970년대부터 관련 연구가 진행 돼왔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1973년 미국의 경제학자 아이작 에를리히(Isaac Ehrlich)는 소득불평등과 범죄율이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했고, 1982년 주디스 블라우(Judith R. Blau)와 피터 블라우(Peter M. Blau)는 소득불평등이 주로 살인과 폭력 범죄를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1993년에는 대만의 통계학자 칭치셰이(Ching-Chi Hsieh)가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미국 사회를 대상으로 메타분석한 결과 빈곤과 소득불평등이 각각 폭력 범죄와 관련이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관련 연구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됐다. 영국의 모건 켈리(Morgan Kelly)는 2000년 강도와 폭력 범죄의 발생과 소득불평등 사이에 인과관계를 밝혀냈다. 2002년에는 UN 산하 세계은행의 연구자들이 최대 39개국의 자료를 분석해 살인과 강도가 소득불평등과 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결론 냈다. 2008년 최종묵(Jongmook Choe) 워싱턴대학교 교수는 미국 50개 주에서 10년간 범죄를 분석한 결과 소득불평등은 강도 범죄에 유의미한 정적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소득불평등이 커질수록 흉악범죄가 증가한다는 연구 자료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연구 방법에 따라 흉악범죄 중 일부 죄목이 소득불평등과 큰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도 있어 대체로 사실로 판단했다.

접기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