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고속도로 같은 국책사업 갈등, 게임이론으로 해법 찾을 수 있다


[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한순구 연세대 교수가 말하는 국책사업 제대로 추진하는 법

1조9000억원 규모 국책 사업인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여야 정쟁에 휘말려 표류할 위기다.
1170억원이 들어간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파행 책임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과연 국익을 위해 유치한 국제 행사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어떤 국책 사업이 꼭 필요한 것인지 누구도 딴지 걸 수 없게 결정하는 방법은 없을까.

게임이론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인 한순구 연세대 교수는 국민 속마음을 알아내는 방식으로 투표한다면 해법을 찾을 길이 있다고 이미 1960~1970년대 경제학계에선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그런 방법이 이론화됐다고 했다.이 이론화됐다고 했다.

게임이론이 제시하는 국책 사업 갈등 해법을 지금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한 교수를 지난 6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BR><BR>게임이론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인 한순구 연세대 교수는 지난 6일 인터뷰에서 “경제학은 사람들로부터 진실을 알아내는 방법도 이론화했다며 “<BR><BR>게임이론을 적용하면 국책 사업을 둘러싼 갈등도 정치를 배제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BR> /이태경 기자


게임이론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인 한순구 연세대 교수는 지난 6일 인터뷰에서 “경제학은 사람들로부터 진실을 알아내는 방법도 이론화했다며 “

게임이론을 적용하면 국책 사업을 둘러싼 갈등도 정치를 배제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 게임이론이란 무엇인가.

“평소에 옷을 사거나 자동차를 살 때는 상대방 행동을 따질 필요가 없다.
그런데 카드

게임을 떠올려 보자. 상대방 패가 잘 들어왔는지 아닌지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내가 결정하기 전에 상대방이 뭘 할지 예상해야 하는 상황, 더 나아가 상대방을 속이거나 설득하거나 하는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 등에 대해 연구하는 게

게임이론이다.

게임이론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각종 갈등 상황에서 해법도 찾을 수 있다.

◇ 세금 누수, 막아도 생기는 이유

- 국제 행사, 인프라 건설 등은 소수만 혜택을 보곤 하는데 왜 계속되나.

“나랏돈이라는 게 개인으로 봐선 남의 돈이다.
남의 돈으로 공항이나 도로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나에겐 편익이 아주 작아도 반대하지 않는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화장터 같은 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아도 막상 자기 주거지 인근에 건설하는 것은 반대하는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거꾸로 철도역이나 정부 청사 등 꼭 필요해 보이진 않아도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시설은 오히려 자기 집 주변에 꼭 들어와 주길 바라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이 있다.
국책 사업 유치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 국회는 왜 예산 낭비를 놔두나.

“공공 선택 이론의 창시자이자 198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뷰캐넌은 정치인들은 국익이 아니라 유권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행동하기 때문에 적자 예산은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포크배럴이란 말이 있다.
‘포크(poke)’는 돼지고기이고, ‘배럴(barrel)’은 큰 나무통이다.
과거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여 큰 통에 넣어 먹었는데, 정치인들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이를 나눠줬다고 한다.
국가 전체 이익은 무시하고 자신의 선거구에 있는 유권자들에게 포크배럴을 주는 정치인을 비유해 ‘포크배럴 정치’를 한다고 한다.
유권자 표를 잡기 위해 선심 프로젝트를 몰아주는 것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 진짜 수요를 말하게 하는 묘수?

- 꼭 필요한 행사나 시설인지 파악하는 묘수는.

“사람들이 자기 돈을 쓰는 것처럼 생각하게 하면 된다.
그러면 꼭 필요한지 아닌지 진실을 얘기하게 된다.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 등은 사람한테서 진실을 알아내는 분야를 ‘메커니즘 디자인’이라고 부르면서 연구했고 그 공로로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 /하버드대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 /하버드대

- 어떻게 진실을 말하게 하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솔로몬 왕의 일화다.
두 여인이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자, 솔로몬 왕이 생각한 ‘메커니즘 디자인’은 아이를 둘로 잘라서 여인들에게 나눠주라고 한 것이다.
그랬더니 친모가 차라리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아이의 죽음이란 부담을 주니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이었다.
현대로 와서, 199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비크리가 개발한 ‘비크리 경매’의 사례를 보자. 가장 높은 금액을 써 낸 사람을 낙찰자로 정하되, 낙찰금은 둘째로 많은 금액을 써낸 사람의 액수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액수를 낮게 적어낼 유인이 사라져, 모든 경매 참가자가 자기가 쓸 수 있는 최고 금액을 솔직히 쓰게 된다.

- 국책 사업 수요에 대한 속마음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나.

“일례로 사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얼마를 부담할 수 있는지 써내는 식의 투표를 하는 것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도 건설을 위해 세금으로 얼마를 낼 용의가 있는지 모든 국민에게 액수를 써내게 하는 것이다.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마이너스(-) 금액을 쓰면 될 것이다.
그래서 합계가 플러스(+)가 되면 건설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비용, 편익 분석을 두고 정쟁을 할 이유도 없다.
처음 이런 이론이 나왔을 땐 실행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요새는 스마트폰,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과 네이버, 카카오 등 민간 플랫폼이 발달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면 정치가 개입할 수는 없나.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원안과 대안이란 두 방안을 놓고 국민들에게 얼마를 낼 용의가 있는지 투표했다고 하자. 한 방안에선 국민들이 혈세를 1000억원이라도 쓰겠다고 하고, 다른 방안에선 200억원밖에 못 내겠다고 한다면, 어떤 정치인도 국민들이 200억원 낼 용의가 있다는 방안으로 가자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부풀려 답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물론 이때 자기 동네에 유치하려는 하는 사람이 1조원 등 터무니없는 금액을 써 내서 건설안이 통과될 수 있다.
그래서 경제학자 시어도어 그로브즈, 에드워드 클라크는 ‘피보털(pivotal) 메커니즘’이란 걸 고안했다.
결정을 움직일 정도로 큰 금액을 써 낸 사람은 자기가 낼 용의가 있다고 얘기한 액수 중 상당액을 실제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과장하기 어렵게 된다.

- 너무 이상적이다.
실제 정책에 적용할 수 있나.

“2000년대 초 방폐장 건설 갈등을 해결한 사례를 되새겨볼 수 있다.
전북 부안에 건설할 예정이었던 방폐장은 처음엔 거센 주민 반발로 좌초됐다.
그러자 정부는 방폐장을 건설할 지역을 지목하지 않고, 여러 지역에 유치 의사를 물어본 뒤 경쟁을 붙였다.
새로 ‘메커니즘 디자인’을 한 것이다.
그 후 전북 군산, 경북 포항, 경주, 영덕에서 찬성률 경쟁이 벌어졌고, 최종적으로 경주가 찬성률 89.5%로 방폐장을 유치했다.
이처럼 국책 사업 갈등을 해결할 메커니즘을

게임이론으로 디자인하고 실행해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공공선택 이론 창시자이자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 /위키피디아

 

공공선택 이론 창시자이자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 /위키피디아

◇ 실시간 국민 투표의 가능성

- 이론이 당장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국민들 속마음을 실시간으로 알아내는 투표를 하면, 일단 정치인들이 직업을 잃을 것이다.
숫자를 갖고 결정하는 시스템이 한번 도입되면 그 시스템이 훨씬 낫다는 걸 누구나 알겠지만, 정치인이나 공무원의 재량권은 없어지게 된다.
궁극적으로 국책 사업 갈등을 없애려면 이런 재량권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쉽게 없앨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 민간 플랫폼의 신뢰 문제도 있다.

“경쟁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
플랫폼이 딱 하나라면 그 하나를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2~3개만 돼도 경쟁이 생겨 더 나은 곳을 찾게 된다.
예컨대 이번 정책 의사 결정은 카카오를 통해서 했는데 좀 이상하다고 하면 다음엔 네이버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도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이 투표 시스템에 들어오는 순간, 선거관리위원회도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다.



게임이론, 현실서 작동할까.

- 냉정하게 숫자로만 결정할 수 없지 않은가.

“물론이다.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 수도권은 요구하는 수준의 100%가 돼야 사업 시행을 결정하지만, 지방은 60%만 돼도 시행하자고 규칙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처음부터 큰 사업부터 적용하지 말고, 서울의 작은 구에 있는 1억원, 2억원짜리 사업부터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성과가 쌓여서 예산 낭비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면 점차 확산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 게임이론의 한계는?

“물론

게임이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또 아직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다.
하지만

게임이론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적어도 정치인들에게 자극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처럼 정치인들이 ‘내 생각에 이게 필요해’ 하면서 근거도 없이 얘기하기보다는 ‘메커니즘 디자인’을 의식해 조금 더 합리적인 얘기를 할 수 있게 변화를 불러오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우관에서 만난 한순구 연세대 교수는 <BR><BR>게임이론 중 메커니즘 디자인이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방법을 역구하는 분야라고 했다.<BR> /이태경기자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우관에서 만난 한순구 연세대 교수는

게임이론 중 메커니즘 디자인이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방법을 역구하는 분야라고 했다.
/이태경기자

☞메커니즘 디자인


게임이론에서 개인들의 이기심과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어떻게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얻어낼지 연구하는 분야다.
쉽게 말해 국민들이 진실을 말하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할 수 있다.

☞한순구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있다.

게임이론을 이용한 산업과 조직 분석, 법과 계약의 경제적 분석, 진화론적

게임이론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한순구의

게임이론으로 읽는 역사’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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