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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조직을 대체할 보형물 소재를 주입한 쥐에게서 빠른 조직 재생이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연구진이 근육과 신경 부위의 손상을 빠르게 재생시킬 수 있는 바이오 신소재를 개발했다.
팔·다리 근육은 물론 심장, 뇌의 손상 부위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신미경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부교수, 손동희 성균관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부교수가 이끄는 뇌과학이미징연구단 연구팀이 손상된 조직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보형물 소재를 개발해 빠른 조직 재생 효과를 확인한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2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격렬한 운동이나 사고 등으로 근육에 손상이 가해질 경우손상 초기 단계부터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전기 소자를 체내에 이식해 전기 자극을 줘 근육과 신경이 움직이게 하는 '폐회로 보행 재활 기술'이 활용된다.
전기 소자를 체내에 이식해 전기 자극을 줘 근육과 신경이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다.
사람마다 다른 근전도를 측정해 각 환자에게 맞는 자극을 주고, 반응에 따라 자극의 강도를 조절한다.
문제는 보형 장치와 체내 조직을 연결하기 위한 소자의 크기가 크고 딱딱해 복잡하고 작은 조직 영역에 이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부드러운 조직과 마찰할 경우 오히려 조직에 염증이 유발된다는 문제도 있었다.
연구팀은 히알루로산을 기반으로 한 부드러운 하이드로젤 소재를 활용했다.
피부 미용용 필러로 자주 쓰이는 소재로 생체조직처럼 부드러워 조직에 잘 접착되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하이드로젤을 손상된 국소 부위에 피부과의 필러 시술처럼 주사 형태로 주입할 수 있게 했다.
손상 부위로 주입된 하이드로젤은 손상 부위를 둘러싼 주변의 건강한 조직을 연결하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건강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하이드로젤 보형물과 별개로 신경과 근막에는 투명한 필름 형태의 작은 패치형 소자를 이식했다.
전기신호를 계측하거나 근육에 자극을 주는 용도다.
이때 소자와 조직이 맞닿는 부분에도 하이드로젤을 넣어 전기신호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체내 주입된 하이드로젤은 스스로 분해됐다.
신 교수는 "하이드로젤이라는 소재를 전체적인 조직 재활 시스템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허벅지 부근근육이 30~50% 정도 손상된 쥐의 조직 손상 부위에 하이드로젤 보형물을 주사했다.
말초신경에는 전기 자극을 가할 수 있도록 패치형 소자를 이식했다.
그러자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조직 손상 부위에 채우는 것으로도 조직이 즉각 재생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쥐의 근육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적절한 근전도를 계측해 보행 보조 로봇을 작동했더니 재생된 조직이 쥐의 보행을 성공적으로 보조했다.
제대로 걷지 못하던 쥐는 로봇의 보조를 받아 단 3일 만에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
신 교수는 "피부가 안정적으로 재생되는 기간에 3일이 소요됐고, 근육 자체로만 판단했을 때는 즉각보행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도성 하이드로젤의 조직 간 신호 전달 효과를 이용하면 별도의 신경 자극 없이도 로봇 보조를 통한 보행 재활 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근육과 말초신경 뿐만 아니라 뇌, 심장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상된 심장 근육을 보완해 심장 박동에 도움을 주거나 뇌의 손상 부분을 채워 손상 부위가 재활성화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손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바이오 신소재가 "재활 치료가 어려운 신경근계 환자들의 재활 여건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다양한 손상 조직에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주사해 회복 가능성을 확인하는 한편, 임상 수준에서의 재활 시술로 이어나가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한다.
손동희 성균관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부교수, 신미경 성균관대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부교수(왼쪽부터). IBS 제공
DNA 복구 중 결함·돌연변이 막는 ‘결정적 순간’ 포착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주요 연구진들.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명경재 연구단장, 김남우 학생연구원(공동1저자), 박수형 연구기술원(공동1저자, 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은아 연구원. 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DNA복구 단계에서 돌연변이를 막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을 발견했다.
유방암과 난소암 등 DNA 복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암 질환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는 이규영 유전체항상성 연구단 연구위원 연구팀이 ‘DNA 이중나선절단’의 초기 복구 단계가 정교하게 조절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DNA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
DNA 이중나선절단은 게놈 안정성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DNA 손상 유형이다.
DNA 이중나선절단이 발생하면 우리 몸의 세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동재조합 복구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 복구 시스템이 복구 결함과 돌연변이가적게 발생하도록작동하지 않으면, 세포가 사멸하거나 절단된 DNA가 다른 DNA 부위에 결합하는 등변형이나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상동재조합 복구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는 다양한 복구 단백질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된다.
DNA 이중나선절단이 발생하면 DNA 손상을 복구하는 단백질 중 하나인 MRN 단백질 복합체가 기능한다.
절단 인접 부위에 DNA 틈을 만들고 틈을 기준으로 양방향 DNA 말단절제를 실시한다.
말단절제는 절단 부위 말단에 결합해 있는 KU70/80 단백질을 제거해 향후 DNA 복구 합성의 시작점인 말단 부위를 드러나게 한다.
이후 DNA가 절제되면서 단일 가닥으로 노출된 말단 DNA는 정상의 상동 염색체 DNA에 침입해 상동 염색체의 상보적 DNA를 주형으로 해 새로운 DNA를 합성한다.
앞서 연구팀은 암 억제 단백질인 ATAD5가 상동재조합 복구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상동재조합 복구의 초기 단계인 DNA 말단절제 과정에 DNA 복제 단백질 PCNA가 관여하며 ATAD5가 이를 조절한다는 것을 밝혔다.
말단절제는 후속 복구 시스템을 결정하는 동시에 후속 단계에 필요한 DNA 구조를 생성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연구팀은 세포에 레이저를 조사해 특정 DNA 부위에 이중나선 절단을 유도한 뒤 형광 표지한 ‘PCNA’란 단백질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PCNA 단백질은 수십 초 내에 절단 위치에 나타나고 일정 시간 이후에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DNA 이중나선절단 부위 인접 DNA 틈에 결합하는 PCNA.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연구팀이 MRN 단백질 복합체의 활성을 낮추자 PCNA가 감소했다.
ATAD5의 양을 줄이면 PCNA가 오래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는 이중나선절단이 일어난 직후 MRN 단백질 복합체가 만든 DNA 틈에 PCNA 단백질이 신속하게 결합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ATAD5에 의해 DNA에서 분리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ATAD5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복구 결함과 게놈 불안정성이 나타나는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정제 단백질을 이용한 생화학적․세포생물학적 실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원활한 상동재조합 복구를 위해 말단절제가 진행 중인 DNA로부터 PCNA 분리가 필수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분리되지 않고 남아 있는 PCNA는 DNA 틈으로부터 절단 부위 방향으로 진행되는 말단절제를 방해했다.
이는 후속 단계인 말단 결합 단백질 KU70/80 제거와 DNA 복구 합성을 저해하고 전체적인 상동재조합 복구 빈도를 감소시켰다.
상동재조합 복구가 어려워지자 세포는 오류를 유발하는 복구 시스템을 대안으로 선택해 생존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선택은 결국 돌연변이 증가와 게놈 안정성 저하를 초래했다.
이규영 연구위원은 “상동재조합 복구의 후반 단계인 DNA 복구 합성 과정에서의 PCNA의 역할은 잘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선 그간 밝혀지지 않은 복구 초기 단계에서의 PCNA의 역할과 중요성, 분자생물학적 조절 과정을 밝혔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에 지난달 22일 온라인 게재됐다.
DNA 이중나선절단 부위에 남은 PCNA가 상동재조합 복구 결함을 일으키는 메커니즘. I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