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행복의 7가지 조건



조인경 기자

편집자주세상에는 행복에 관한 무수한 원칙이 존재하고,
또 사람마다 각자 자신만의 이론을 갖고 행복을 추구한다.
만일 지금 내가 충분히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
행복에 대한 나의 가치관과 방법론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37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며 마음이 아픈 사람 3만명 이상을 치료해 온 채정호 교수(서울성모병원)는 저서 <진정한 행복의 7가지 조건>에서 행복을 '우연히 일어나는(幸) 좋은 일(福)'로 여기는 우리의 잘못된 선입견을 지적한다.
그리고 실제로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행복의 원칙들을 소개한다.
이를 우리 삶 속에서 하나씩 구현하다 보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행복한 삶,
잘 사는 삶에 가까이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자 수 876자.

우리는 흔히 억지로 안 되는 것들,
슬프고 괴로운 것들을 해결하려고 든다.
이에 더해 타인을 향한 '거기서 건져줘야 한다'는 구세주 콤플렉스 같은 것도 있다.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자꾸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판단하게 만든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순간,
수용은 멀어진다.
건강한 수용은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완성된다.
주어진 상황을 무작정 낙관하지도,
허무주의적 태도로 체념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한 발 나아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첫 번째는 '정상화'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며,
따라서 내가 이런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용감한 소방대원이더라도 인간인 이상 거센 불길을 두고 무서워서 물러서는 반응은 정상이다.
즉,
내 모든 행동을 정상이며,
나 말고 누구라도 이럴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상화다.
두 번째는 '타당화'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이럴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타당화는 'validation'이라는 영어를 번역한 용어다.
'valid'는 외국에 입국할 때 출입국을 허가하는 입국사증에 찍히는 말이기도 하다.
심리학에서는 수용하고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수인'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즉 타당화란 비록 자신이 좀 허접하고 못마땅하더라도 괜찮다고,
타당하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다음 세 번째는 '자기 확신'이다.
좀 부족하고 힘겹고 무엇하나 뜻대로 되는 것이 없더라도,
자기 자신이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인정하고 나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삶을 향해 나아갈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채정호,


우리는 모두가 자신은 적어도 ‘평균’은 한다고 생각하고 같은 주사위도 내가 던지면 더 원하는 숫자가 잘 나올거라고 생각하는 등 다소 오만하고
착각이 심한 경향이 있다.
이런
착각은 무언가를 배웠다는 느낌에서도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특히 어떤 정보가 다소 쉬운 형태로 전달이 되면 뭔가 배운 것 같다는
착각을 크게 한다.
같은 정보를 좀 더 명료한 폰트에 큰 글자 사이즈,
다양한 색상,
다양한 사진과 이미지 등을 이용해서 전달하면 그러지 않았을 때에 비해 사람들은 자신이 더 많은 정보를 얻었고 따라서 더 많이 배웠다고 응답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잘 배웠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 배움 사이에는 큰 괴리가 나타나서 실제 정보를 얼마나 잘 숙지하고 있는지 시험해 보면 두 조건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서 정보를 전달할수록 많이 배운 것 같다는 ‘자신감’은 높아지지만 실제로 더 많은 내용을 기억하는 현상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강사의 강의 스타일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의 심리학자 알렉산더 토프트네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31분 짜리 강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 때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강사가 말을 유려하고 하고 아이컨택트도 적극적으로 하며 좀 더 열정적이고 흡인력 있게 가르치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같은 내용이지만 강사가 말을 자신 없게 하고 책을 읽는 것처럼 재미 없게 가르치는 영향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나서 강의를 본 사람들이 강의에서 등장한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강의 직후 그리고 하루 지나서 테스트해 보았다.
그 결과 매력적이고 열정적인 강사의 강의를 본 사람들이 더 많이 배웠을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실제로는 두 그룹 사이에 성과 차이가 별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많이 배운 것 같다는 느낌에서는 큰 차이가 나서 열정적인 강사를 본 그룹의 사람들의 경우 자신감만큼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배웠다는
착각(illusion of learning)”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면 배움이란 정보 전달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 스스로 계속 그 내용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다시 저장하는 노력을 거쳐야만 비로소 머리 속에 자리잡게 된다는 사실이 한 몫 할 것 같다.
마치 음식을 먹기 쉽고 맛있는 형태로 떠먹여 줘도 그걸 씹어서 삼키고 소화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영양 흡수의 측면에서는 별로 실속 없는 것처럼 말이다.
또 다양한 매체나 열정적인 강사의 존재가 어떤 때는 되려 주의 집중을 흐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교과서에서 예쁜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나오면 되려 갑자기 낙서를 하며 수업에서 멀어지거나 재미있는 영상을 보면서 내용과 상관 없는 딴 생각에 빠지는 일들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태블릿 PC를 통한 학습이나 인터넷 강의 같은 것도 양질의 학습 도구로 쓸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집중력만 점점 짧아지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이렇게 쉬운 형태의 정보 전달이 꼭 학습능력에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쩍 느끼고 있어서 떠먹여주는 형태의 강의나 멀티미디어 학습보다 재미 없어 보이는 책을 진득히 파고 드는 일을 다시 늘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되려 손 쉽고 빠르게 얻은 정보보다 혼자 실수를 반복하며 어렵게 얻은 정보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효율은 떨어지겠지만 적어도 ‘사연 있는’ 정보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관련해서 정보를 타이핑 하는 것보다 손 글씨로 직접 필기하는 것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었다.
눈으로만 스윽 보는 것보다 직접 읽는 것이 직접 읽으면서 손도 함께 움직여서 정보를 받아 적어보는 것이 더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학습에는 늘 어느 정도의 고생이 따라야 하고 따라서 ‘쉬운’ 학습은 없는 모양이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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