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출연…이재명 ‘선거제 퇴행’ 발언 비판
“저런 소리가 무슨 노무현 정신 이어받은 사람이냐”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선거제 후퇴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저런 소리가 무슨 놈의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이냐”고 비판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노무현의 삶을 바보라고 생각하는 게 이재명이다.
노무현은 멋있게 여러 번 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까지 집권 여당에 넘어가면 과거로의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 등 위성정당 창당 또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 후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여러 차례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꼼수 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하며 선거제 개혁을 주장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는 지금 다른 것보다 신뢰의 위기다”며 “지난번에 불체포 특권 그렇게(포기) 한다고 해놓고 또 부결 호소를 하고 (대통령) 선거 때 후보 시절부터 또 의원총회까지 거쳐서 정치개혁을 했는데 이걸 헌신짝처럼 내버리면 앞으로 무슨 말을 해도 누가 믿어주겠냐. (신뢰를 잃는 게 총선에서) 훨씬 더 큰 손해”라고 말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염두에 둔 데에는 비례대표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속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병립형으로 가야 열 몇 명 내가 배지 줄 수 있는데 그런 이권을 포기해,
이런 것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민주당,‘병립형’ 퇴행은 대국민 약속 위반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9일 국회 당 대표실을 찾은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제와 관련해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내비쳤다.
2016년 총선까지 적용된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단순 득표율로만 의석수를 나눠 갖는 탓에 여야 두 거대 정당에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그 때문에 ‘선거 민심의 왜곡’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게 됐고,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폐기된 바 있다.
그런데 이 대표가 그 병립형으로 퇴행할 가능성을 언급했다니 매우 부적절하다.
이 대표의 발언은 즉석 유튜브 방송에서 지지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나왔다.
한 지지자가 “(민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거제 협상을) 해주세요”라고 하자,
이 대표는 “현실(총선 승패)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이상적인 주장으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역주행도 불사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이 대표는 29일 “병립형 퇴행만은
막는 결단을 해달라”는 정의당의 요청에도 대답을 얼버무렸다.
국민의힘과 손잡고 결국 병립형 회귀에 합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한 것이다.
이 대표가 유튜브에 출연한 날,
민주당에선 의원 75명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공동 발의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도입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쳐 쓰자는 취지다.
준연동형은 애초에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을 돕는다는 ‘명분’이 분명했다.
하지만 두 거대 정당이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경쟁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결국 제도 자체가 정당성을 잃고 말았다.
내년 총선을 현행 제도 그대로 치를 수는 없게 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을 여러 차례 국민 앞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앞뒤 설명도 없이 현실론을 앞세워 파기 가능성을 공개 거론한 것은 경솔한 처사다.
그렇지 않아도 이 대표는 이미 지난 9월 자신의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불체포 특권 포기’ 대선 공약을 스스로 깨뜨린 바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눈앞만 보지 말고,
국민을 믿고,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에 총선 당시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쁜 승리보다는 당당한 패배를 선택하자.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그 길을 잠깐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길을 또 잃어선 안 된다.
‘위성정당·병립형’ 꺼낸 이재명에…당내 “대참변·통탄” 격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 당 대표실을 찾은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실론을 앞세워 위성정당 창당 또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 후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자 당 안팎에서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2020년 총선 이후 민주당의 ‘꼼수 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하며 선거제 개혁을 주장했던 이 대표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태도를 바꾸자 “소탐대실이다”,
“통탄할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이다.
예정보다
하루 연기된 30일 열리는 선거제 개혁안 관련 의원총회에서는 찬반양론이 정면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민정·김두관·민병덕·민형배·송재호·이학영·장철민 의원 등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지금 국민과의 약속과 눈앞의 이익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지,
기득권을 쥐고 자멸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병립형과 위성정당은 소탐대실로,
비례 몇석 얻으려다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지역구는 더 많이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기류에 관해서는 “민주당의 이마에 국민을 배신하고,
당의 역사를 부정하고,
정치개혁을 거부한 국민의힘 세력과 야합했다는 딱지를 새기는,
대참변이 될 것”,
“중도층 시민,
시민사회,
정의당,
다른 소수 정당들을 모두 적으로 돌려,
다음 대선도 검사 정권에 넘겨주는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주장하며 지역구 출마 포기를 선언한 같은 당 이탄희 의원을 지지하는 성격의 자리였지만,
실제론 이재명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강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유튜브 방송에서 “국회까지 집권 여당에 넘어가면 과거로의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
위성정당 창당에 거리낌이 없는 국민의힘에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을 전 당원 투표로 약속한 민주당의 당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물론,
이 대표 자신이 한 약속과도 상충된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한 데 대해 거듭 사과하고 “개혁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정치적 손익을 계산하며 작은 피해에 연연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현실론’ 주장은 당내 점증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론과 무관하지 않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석을 헐어서 다른 소수 정당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게 하자는 주장은 자기모순”이라며 병립형 비례제를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당과 짬짜미해 원칙 없는 선거제 개악에 나설 경우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단 우려가 적지 않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8일 “당장 할 일은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다시 퇴행의 길을 가려 한다면 국민의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이날
“역사 앞에,
국민 앞에 부끄러운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기를 정녕 원하느냐”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선거제 퇴행 슬금슬금…진성준 “병립형 고민,윤 정권 퇴행 막아야”
진성준 민주당 의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여야가 협상 중인 비례대표 선거제를 두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립형 회귀를 고민하는 의원들이 많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역사적인 퇴행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데 그것과 정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선거제도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서 임하겠다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며 “민주당 의석을 헐어서 다른 소수 정당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게 하자는 주장은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자는 주장이다.
진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정치의 이상적인 모습을 약속한 것과,
당면한 총선 현실에서 지금 무엇이 가장 선차적인(차례가 앞서는) 정치적 과제냐를 놓고 비교 판단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더 유리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을 배분한 뒤 지역구 당선자가 그에 못 미칠 때 일부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제도로,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을 유리하게 해 준다.
그러나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했다.
이에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다른 야당 등은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진 의원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연동형) 제도의 취지의 맞게 선거에 임하겠다고 하면 좋은데 다른 한 정당(국민의힘)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위성정당이라도 만들겠다’고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한 당사자가 절대로 연동형을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면 한쪽에서도 양보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진 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여러 ‘위성정당 방지법’이 위성정당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지금 나와 있는 방법(방지법)으로도 지역구에 다 후보를 내면서 사실상 비례의석을 목표로 하는 정당을 만들 수 있다”며 “(다른 방지법 내용처럼)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더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진 의원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야합’이라는 비판에 대해 “왜 야합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정치학 원론이 너무 난무하고 정당학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 소속되어 있는 의원들께서 다당제가 지고지선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의석을 헐어서 다른 소수 정당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게 하자라고 하는 주장을 하는 게 자기모순
아니냐”며 “그러자면 민주당에 남아서 정치할 이유가 뭐가 있냐”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이재명 “더 나쁜 세상 막아야”…‘병립형 비례’ 또는 ‘위성정당’ 시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구로구 더세인트요양병원에서 열린 간병비 급여화 정책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우리도 상식과 보편적 국민 정서를 고려해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선거제 개편 방향을 논의할 당 의원총회를 하루 앞두고,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또는 ‘위성정당을 유지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말이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현실의 엄혹함이라는 게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심각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집권 여당의 과거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상과 현실 중에 현실의 비중이 점점 높아져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도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
이어 “최근 벌어진 (선거제 개편 관련) 여러 논쟁들도 이 문제와 관련해 현실을 어떻게 파악하느냐,
우리의 역할을 뭐라고 규정하느냐 진단과 대처 방안이 다른 것(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가 나아가야 될 길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오른쪽)가 28일 오후 서울 구로구 더세인트요양병원에서 열린 간병비 급여화 정책 현장 간담회에 앞서 병실을 살펴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 대표가 언급한 ‘다른 생각’은 당 안팎의 선거제 개혁론자들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 방지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을 배분한 뒤 지역구 당선자가 그에 못 미칠 때 일부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제도로,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지난 총선 때 이를 도입하고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무력화해 거세게 비판받았다.
이에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다른 야당,
진보개혁 성향 시민단체들은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 대표 역시 지난 대선 때부터 같은 주장을 강력하게 펴왔다.
하지만 정작 내년 총선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이 대표는 선거제 관련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정당 득표율로만 비례 의석을 나누는 병립형 회귀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는데도 민주당이 태도를 정하지 못한 것은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비춰보면,
이날 이 대표가 “현실의 엄혹함” “이상과 현실”을 거론한 것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회귀 또는 위성정당을 전제로 한 준연동형 쪽에 마음이 기울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을 유지할 경우 지난 총선 때처럼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태도인데,
민주당이 ‘명분’에 따라 이를 만들지 않으면 국민의힘보다 최소
20석~최대
35석을 뒤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최근 당 안팎에 공유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대표가 좀 더 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준연동형을 하면서 민주당만 위성정당을 안 만들면 우리가 손해다.
결국 병립형이나 위성정당이 가능한 준연동형 두개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이 대표 쪽 인사는 “당대표로서 당원·지지자들과 정치 현실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한
게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은 29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 통과를 주장해온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28일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에 불출마하겠다.
우리 당이 고전하는 험지 어디든 가겠다”고 밝혔다.
선거제 퇴행을 막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취지다.
이우연 고한솔 임재우 기자 azar@hani.co.kr
‘준연동형 약속 지켜라’…이재명 향해 커지는 ‘선거제 결단’ 압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재정 파탄 해결을 위한 민주당 지방정부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9일 의원총회에서 내년 총선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논의하기로 한 가운데,
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을 비례 의석에 일부 연동해 민심을 더 정확히 반영하는 제도)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를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최근엔 ‘병립형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로만 비례 의석을 나누는 제도)로 회귀하자는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데도 일절 함구하고 있어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인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27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침묵이 더 길어지면 좋지 않다.
이제는 결단해야 될 때”라고 촉구했다.
여야 간 선거제 협상이 공전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자고 못을 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주류 의원들이 꾸린 ‘원칙과 상식’은 전날 “선거제 퇴행(병립형 회귀)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 정신,
민주당의 길에서 탈선하는 것”이라며 위성정당 방지법 입법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정치 개혁’을 고리로 이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한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병립형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정치판을 사기의 장으로 몰았던 위성정당과 같은 꼼수도 안 된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 22일엔 민주당 의원 53명이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성명에 동참했는데,
여기엔
친명계로 분류되는 ‘처럼회’의 민형배·황운하 의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2020년 총선 때처럼 ‘꼼수 위성정당’ 창당에 나섰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단 우려가 큰 까닭이다.
위성정당 방지법은 지역구에 일정 수 이상 후보를 내는 정당은 의무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도 일정 비율 이상 내도록 하는 게 뼈대다.
정치 개혁을 약속한 이 대표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압박에도 입을 다물고 있는 건,
선거제 개편이 내년 총선 성적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총선 결과는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개혁론자’들의 요구대로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국민의힘만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 비례
의석이
국민의힘보다 최소 20석~최대 35석 적을 수 있다는 보고서가 당 안팎에 공유되는 등 ‘준연동형 불안감’이 크다는 점도 이 대표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이유다.
선거제 논의 상황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국민의힘 요구대로) 병립형을 선택해 민주당 단독으로 제1당이 되면 이 대표에게 더할 나위 없는 결과겠지만,
만약 패배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반면 준연동형을 선택해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책임론은 나오겠지만 야권 지도자로서 명분은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병립형 회귀에 기울었던 것도 사실이나 여러모로 따져본 뒤 현재는 ‘제1당 욕망’과 ‘연합정치가 거둘 효과’ 사이에서 고민이 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침묵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 쪽 관계자는 한겨레에 “의원총회는 물론 여당의 입장,
여야의 협상 상황을 지켜본 뒤 종합해 이 대표가 입장을 내지 않을까 한다”며 “지금 이 대표가 입장을 내면 우리(민주당)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