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동벌이(黨同伐異) 정치와 대통령 책임

 


당동벌이(黨同伐異) 정치와 대통령 책임[오승훈의 시론]

오승훈 논설위원붕당정치 폐해 재연되는 현실적대적 대치 속 패당 폐해 심각국정 차질과 정치 혐오만 누적
탕평 의미는 국민 부응한 쇄신정치 퇴행엔 尹 책임 적지 않아타협정치 복원해야 최고 혁신
고개를 치켜들고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짖는 삽살개 그림,
부릅뜬 눈이 표독스럽기 그지없다.
글이 붙어 있다.
‘밤에 사립문을 지키는 것이 네 책임이거늘 어찌하여 낮에도 이처럼 짖고 있느냐.’ 1743년 영조가 사헌부 인사를 사간원까지 나서 반대하자,
화원 김두량에게 그리게 하고 직접 글을 썼다고 한다.
아무 때나 짖는 삽살개는 탕평 인사를 따르지 않는 관원들이다.
종3품 관직 임명도 뜻대로 못하게 하는 신하들을 꾸짖으려 한 왕의 분노가 여실히 전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영·정조의 탕평(蕩平) 정치에 밑받침이 된 글과 그림을 모은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한 서화다.
임진·병자의 전란을 겪은 조선 중기는 정치판도 전장(戰場)이었다.
정치 입장과 학맥에 따라 집단화한 붕당(朋黨)의 시대. 공론 정치가 활성화됐고,
정책 선택이 다양해진 장점은 있었다.
상호 견제로 부패가 줄어든 효과도 있었으나 점차 변질해 왕권을 위협했다.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원장은 “영조 초기 붕당은 당파의 이해를 대변하고 권력투쟁을 벌이는 전위조직으로 전락했다.
노론은 군신공치(君臣共治)를 체계화해 일당지배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붕당들은 서로가 타도 대상이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다른 편은 무조건 배격하는 당동벌이(黨同伐異)였다.
노론의 거두 송시열은 “한쪽이 옳으면 다른 쪽은 그르게 마련이다.
옳은 것은 잃지 말고 그른 것은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연이은 사화(士禍) 속에 숱한 선비가 떼죽음을 당하는 보복의 악순환이 벌어졌다.
“지나친 당론을 막지 않으면 정치통합과 사회통합이 어려운 극한 상황,
탕평은 그래서 대두한 것이다.
”(한영우 전 서울대 교수)왕정의 권력 풍경이 역사 속 과거만은 아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민주주의 정부 1년 7개월 동안 벌어진 정치도 못지않은 당동벌이였다.
개인의 양심적 판단보다 당론이 우선인 패당(牌黨) 정치,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극단의 대립의식이 정치판을 짓누르고 있다.
여소야대의 분점 정부라지만,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한 입법은 줄줄이 국회서 멈춰 섰다.
숫자로 밀어붙인 야당의 단독 처리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게 세 번이다.
장관들이 탄핵 위협을 받고,
한 명은 실제 탄핵을 당했다.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고위공직자가 20명이다.
2년 전 시작된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정치 수사라며 반발한 한풀이와 사상 초유 검사 탄핵도 벌어졌다.
대선 불복 같은 상대 부정과 막말 속에 정치 혐오와 국민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영·정조의 탕평은 고른 인재 등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론 붕당의 폐단을 막는 ‘왕의 귀환’이면서,
국가 기틀을 새로 세우는 국정 개혁이었다.
검소한 생활을 솔선했고,
신문고를 부활해 소통을 강화했으며,
균역법·신해통공 등으로 경제를 안정시키려 했다.
탕평은 지시가 아닌,
중재의 정치였다.
지지와 반대 당파를 맞서게 하되 제3 세력을 등장시켜 조화를 이루도록 유도했다.
남인이 발의하면 노론이 비판하고 소론이 중재하는 속에 개혁의 손을 들어줬다.
다혈질이었으나 극단적 보복은 자제하고 설득했다.
299통의 비밀 편지를 보내 달래기도 하고,
욕설·협박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파가 제각각 장단점이 있고,
상호 견제가 발전의 동력이라고 믿었다.
조선의 마지막 중흥기,
정조의 통치술이다.

탕평의 현재적 의미는 국민이 바라는 국정 운영 방식의 변화다.
정치의 제1 중심축은 대통령이고,
무한 책임을 진다.
적대적 정치가 개혁을 가로막고 민생을 억누르고 있다면,
대통령 책임이다.
민생 입법이 막히고,
장관 탄핵소동이 벌어진 것도 대통령 책임이다.
대법원장 인준을 두 번씩이나 하고 ‘검사 정권’ 비아냥이 나온 것,
야당이 영부인 특검법을 물고 늘어지게 한 것 모두 대통령 책임이다.
야당 탓,
여당 조종으로 될 일이 아니다.
저마다 국운이 달린 총선이라며,
진영 전쟁의 끝판처럼 총동원령을 내린 제22대 총선이 넉 달도 안 남았다.
“국민이 늘 옳다”던 대통령이 아니던가. 친윤·중진 퇴진,
험지 출마만이 혁신이 아니다.
실종된 타협과 협상의 정치를 복원하는 게 가장 큰 혁신이고,
대통령이 해야 한다.

photo

오승훈 논설위원

윤 대통령에게 ‘레드팀’ 필요하다[이현종의 시론]

이현종 논설위원정부가 확증편향 빠지면 재앙엑스포 표결 직전까지 낙관론질 수 있다는 보고 누구도 못 해
악마의 변호사 역할 설정한 뒤대통령에게 다양한 정보 주고결정 전 치열한 찬반 토론 필수
사람들은 보통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이것에 빠지면 반대되는 증거나 새로운 정보는 무시해 버린다.
선거 때가 되면 “내 주변에는 A당을 지지하는 사람밖에 없는데 어떻게 B당이 이길 수 있지”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자기 생각과 같은 사람만 만나고,
같은 주장을 하는 매체를 집중적으로 접하다 보면 흔히 생기는 확증편향이다.
개인은 몰라도 기업이나 정부가 여기에 빠지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표결 며칠 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20석 정도 앞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최종적으로 보고된 예측은 2차 투표에서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7∼10표 차이로 앞서는 것이었다고 한다.
언론도 정부를 믿고 2차 결선투표에서 역전극이 가능할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사우디가 119표,
우리가 29표로 예측과 완전히 빗나갔다.
130표 정도 얻을 것이라는 사우디의 예측은 대충 맞았다.
도대체 어디서 잘못돼 이런 참사를 낳았을까.윤 정부 들어 사우디보다 1년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 때만 해도 막강한 오일머니를 갖고 있는 사우디에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기업과 함께 정부가 본격적인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긍정적인 보고들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만날 때도 좋은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또,
역대 엑스포에서 1차 투표 때 결론이 난 적이 없다는 것도 긍정 판단을 하는 데 작용했다.
확증편향과 경험편향이 동시에 오다 보니 자꾸 전망치가 높아졌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만회하고 국민 지지를 높이기 위해선 엑스포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믿음에다,
윤 대통령 특유의 추진력이 더해지면서 그 누구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공무원들은 대통령실 분위기를 간파하고 유치가 어렵다는 정보는 무시해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렵다고 하면 마치 열심히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잼버리 사태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선 대회를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들이 속출했지만,
전북도와 여성가족부는 수습이 되고 있다는 긍정적 보고만 대통령실로 보냈다.
질책이 두려워 제대로 된 보고를 못 한 것이다.
언론에 현장 상황이 보도되고 대통령이 화를 낸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세시대에 로마 교황청에는 성인으로 추대될 후보자의 흠집을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했던 ‘악마의 변호사’가 있었다.
현대에 들어 기업에서는 ‘레드팀(red team)’을 만들어 중요한 판단을 할 때 반대편에 서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요인을 집중 분석하고,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의무를 갖는다.
원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개발했다고 한다.
정보 판단의 오류를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지금 대통령실에는 레드팀이 없다.
레드팀은커녕 누구 하나 대통령의 말에 토를 달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한다.
장관들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가면 보고보다 말을 듣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한다.
대통령실의 분위기를 전하는 관계자들이 ‘격앙’ ‘분노’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것이 반복되다 보면 참모들은 대통령의 심기를 먼저 살필 수밖에 없다.
긍정적인 보고를 하는 참모를 자주 찾고,
그러지 않는 참모는 찾지 않다 보면 점점 확증편향이 깊어진다.
이번 엑스포 사태는 바로 이런 분위기가 낳은 최악의 참사다.
윤 정부는 이제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윤 정부 출범 초기에도 어떤 참모가 레드팀을 만든다는 얘기를 언론에 했다가 질책을 들었다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실에 레드팀이 절실하다.
상대편 입장에서 현장 상황을 직접 보고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처음엔 장관들에게 권한을 넘겨 내각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한다고 했지만,
부처가 발표한 일을 대통령실이 번복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장관의 말이 먹히지 않게 됐다.
궁여지책으로 예전처럼 정책실을 만들었지만,
이미 수동적이 된 공직사회가 움직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엔 ‘The Buck Stops Here(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결정한다)’라는 명패가 있다.
결정은 대통령이 하지만,
그 과정에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photo

이현종 논설위원


尹대통령,
혁신 저항 묵인해 안 된다[김종호의 시론]

김종호 논설고문인요한 혁신위 처방 대체로 타당민심 이반 책임 큰 지도부가 반발당 대표부터 ‘윤심 팔이’ 노골화
‘보수의 심장’ 대구 민심도 싸늘구태의연해선 내년 총선도 필패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개연성
정치권의 해괴한 장면들이 갈수록 더 가관(可觀)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국회에서 지난 24일 연 ‘윤미향과 나비의 꿈’ 출판기념회도 그중 하나다.
“언론이 왜곡한 윤미향 진심을 전하고 위안부 할머니 인권운동을 바로 세우기 위해 책을 썼다”는 그는 이렇게 밝혔다.
“2020년 8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개인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계 자료를 들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찾아갔다.
이 대표가 ‘당신네는 왜 그런 자료를 다 남겨놨어. 우린 운동하면서 다 태웠는데’라고 했다.
들었던 생각이 ‘야,
든든하다’였다.
‘민주당 의원이 되니,
나를 막아주는 벽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정대협과 그 후신인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팔아 사익을 챙긴 혐의 등으로,
그는 지난 9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의 형사피고인이다.
그는 내년 4월 10일 총선에 대해 “어느 곳에서든,
어떤 방법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의원처럼 인류 평화를 위해 활동했던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역사에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장관 재직 당시 그는 문재인 정권 불법 혐의도 원칙대로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축출에 앞장선 장본인이다.
“윤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인 그를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하지 않은 것은 결례”라는 반어법 우스갯소리도 한때 떠돌았다.
그도 총선 재출마가 거론된다.
자녀 입시 부정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윤 의원과 동류의식을 보였다.
축하 영상을 통해 “윤 의원이 검찰과 언론에 어떤 마녀사냥을 당했는지 생생히 기록돼 있다.
울컥했다.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다”고 했다.
출마설과 신당 창당설이 나도는 그는 지난 10월 22일 페이스북에 ‘범민주 진보 세력,
국힘 이탈 보수 세력까지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개헌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 등이 가능한 ‘절대 의석’을 노린다.
그것이 헛된 망상일지언정 가볍게 지나치기만 하기는 어렵다.
정신 못 차린 여당 탓이다.
‘혁신 저항’이 대표적이다.
인요한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원회 처방은 대체로 타당하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의 심각성에 따라 혁신위를 꾸린 취지에 부응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혁신안에는 지도부부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반발·거부한다.
‘민심 이반에 책임이 큰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를 무시하려고,
견강부회의 궤변과 교언영색(巧言令色)도 서슴지 않는다.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공언도 빈말로 드러났다.
그는 4선을 이룬 울산 남구에서 지난 25일 의정보고회를 잇달아 열고,
“울산을 변방에서 중심으로 올려놓겠다는 각오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사명 완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기득권 지역구 재출마와 전국 선거운동을 총괄할 대표직 고수로 비쳤다.
‘윤심(尹心) 팔이’도 했다.
“대통령을 자주 만난다.
만나면 3시간씩도 얘기한다.
주제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고,
프리토킹을 한다.
어떤 때는 하루 3번,
4번씩 전화도 한다.
밤 9시,
10시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당 대표에도 윤심을 내세워 당선된 그가 인 위원장을 향해선 지난 16일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내로남불’이다.
부산 사상구가 지역구인 3선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도 지난 11일 자신의 외곽 조직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했다.
‘당선 확실 지역구 계속 출마’ 선언이다.
야당이 그러더라도 집권당까지 구태의연해선 안 된다.
민심과 엇나가는 ‘혁신 저항’을 못 넘으면,
내년 총선도 필패다.
식물정권 명맥을 잇다가 차기 대선도 질 개연성이 커진다.
국회뿐 아니라 내각에도 파렴치한 위선자들이 다시 설치고,
혹세무민의 국정 사기극이 또 난무할 수 있다.
국가적 재앙이 닥친다.
윤 대통령부터 ‘혁신 저항’을 방관·묵인(默認)할 때가 아니다.
‘보수의 심장’ 대구 민심마저 싸늘해진다고 한다.

photo

김종호 논설고문

주요뉴스

與 ‘패배할 결심’과 구원투수 한동훈[이용식의 시론]

이용식 주필더러운 승리 불사하는 야당에무난한 패배 향하는 국민의힘尹 결단 없인 흐름 바꿀 수 없어
김기현·김건희 리스크 없애고엑스포 실패 읍참마속도 필요한동훈 ‘제2 인요한’ 땐 공멸
총선을 꼭 4개월 앞둔 오늘의 형세를 보면,
여당의 ‘무난한 패배’와 야당의 ‘더러운 승리’가 유력하다.
대부분의 여론 지표와 두 달 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4년 전 총선 결과의 재현을 예고한다.
당시 현 여당은 103석,
야당은 180석을 얻었다.
여당은 죽을 힘을 다해 판세 뒤엎기에 나서고,
야당은 부자 몸조심하듯 현상 관리에 치중해야 하는데,
실상은 정반대다.
국민의힘의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혁신돼야 할 김기현 대표 체제는 오히려 더 공고해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생결단 태세다.
당헌도 명분도 아랑곳 않는다.
이재명 대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어쨌든 선거는 이겨야 한다”고 선언했다.
“더러운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는 어투를 뒤집은 셈이지만,
총선 승리와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은 필패 전망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태생적 한계부터 인정해야 한다.
0.73%P 표차로 승패가 갈린 정치 지형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콘크리트 지지층도 없다.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보수 세력이 지지하긴 했지만,
대안 부재론 성격이 강했다.
원래 총선은 정권 심판 성격을 띤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지 기반 확충은커녕 비주류 인사들을 내쳤다.
합법과 불법,
옳고 그름을 양단하는 검사 세계관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플러스 정치’는 불가능하다.
‘뼛속까지 검사’였던 윤 대통령이 이런 이치를 단기간에 체득하긴 어렵다.
김수환 추기경도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고 했다.
실패 대응 공식은 ‘시인→사과와 문책→재발 방지’ 3단계다.
강서구 선거 패배 때는 공천 등의 문제점을 자인했고,
엑스포 유치 실패 때는 사과 단계까지 나아갔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에서 역주행하려 든다.
혁신위는 당 지도부 벽에 막혀 좌초했다.
엑스포 유치 실패 자체보다 심각한 것은 정보와 판단의 실패다.
기업과 외교 일선에서는 ‘1차 투표 근접,
2차 투표 뒤집기’가 얼마나 허황한 분석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윗선으로 올라가면서 각색됐다.
윤 대통령이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면서 “저의 부족”을 여러 차례 말했으면,
핵심 라인 몇 명은 자진해서 물러나는 게 상식이다.
그런 통렬한 반성과 엄정한 문책이 없으면 윤 정부는 더듬이 잘린 곤충처럼 스러진다.
결단이 시급하다.
첫째는 여당의 파괴적 혁신이다.
현 체제를 비상기구로 전환해야 한다.
나중에 혁신하겠다는 것은,
지금 실력은 밑바닥인데 시험 직전에 벼락치기 공부로 1등 하겠다는 몽상과 같다.
그런 주장의 근저에 한동훈 장관 활용 방안도 있다.
마침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한 장관(16%)이 이 대표(19%)에 근접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영입 인사의 한 사람으로 들러리 역할을 맡기려는 꼼수다.
실질적 권한도 없는 ‘제2 인요한’으로 만들면,
훌륭한 정치적 자산을 장식품으로 허비하고 공멸하는 결과를 자초할 것이다.
야신(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은 약체팀이 이길 승부수로 ‘벌떼 야구’를 구사한다.
공 몇 개를 던졌건 실책 땐 즉각 투수를 바꾸고,
다음 선수 또 다음 선수에게 어려운 일을 넘기는 것이다.
지금 그런 ‘벌떼 정치’가 필요하다.

정부와 대통령실 쇄신도 서둘러야 한다.
인사가 최고의 메시지다.
최근 개각 면면은 그런 점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수석비서관 전원이 바뀔 정도면 비서실장부터 읍참마속을 자청하는 게 옳다.
마지막으로 김건희 여사 문제다.
필자는 지난해 9월 19일 본란에 ‘김 여사 목에 방울 달기’ 칼럼을 게재했다.
불행히도 상황은 더 나빠졌다.
오는 28일 국회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 통과될 것이다.
최근 명품 가방 ‘함정 동영상’까지 유포되면서 특검법 지지 여론이 60%를 넘겼다.
거부권 행사 근거는 충분하지만,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검 수용에 준하는 특단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어떤 대응이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직과 투명성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연말연시가 기회다.
담대한 정치적 상상력과 결단이 필요하다.
계속 머뭇거리면,
4월 총선 결과도 윤 정권 운명도 불 보듯 뻔하다.

photo이용식 주필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