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주말]
‘선배 시민’ 명시한 조례까지
노인 1000만명 시대 新풍속도
/롯데엔터테인먼트
노인(老人)은
늙은 사람을 일컫는다.
늙었다는 것,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친근감을
강조한 ‘아버님’ ‘어머님’ ‘선생님’ ‘실버’ 등의 여러 호칭이 쓰인다.
그러나 거부감이 적지 않다.
어찌 됐건 나이 많은 사람
취급이 기분 나쁘다는 것. 영어도 이질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노인복지법에서 ‘노인’을 ‘시니어’(senior)로 바꾸자는 개정안이 발의되자
한글 단체의 거센 항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공공 기관 민원실 등에서는 그냥 이름 뒤에 ‘씨(氏)’를 붙이는 사무적 호칭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딱딱하긴 해도 불필요한 불만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 사람 다섯 명 중 한 명은 노인이라는 얘기다.
대체 뭐라 불러야 할까?
◇나이 대신 경력 강조… 老 대신 路?
그러자
‘선배 시민’이 등장했다.
지난달 경기도의회는 65세 이상 도민을 ‘선배 시민’으로 명시한 조례를 공포했다.
노인 대체 명칭이
지방자치 조례에 명시된 첫 사례다.
나이가 아니라 경험을 강조한 것이다.
65세 미만은 ‘후배 시민’으로 정의했다.
도의회 측은
“고령 사회 진입에 따라 노인들이 선배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참여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1998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공모로 선정된 ‘어르신’은 가장 흔한 대용어였다.
이 또한 반발에 부딪히는 형국이다.
65세 이상 경로 우대 승객이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마다 “어르신 건강하세요라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도록 하자 항의가 이어진 것이다.
“늙었다고 망신 주는 거냐.
결국 한 달도 안 돼 안내 음성에서 ‘어르신’은 빠졌다.
지난 10월 기독교 단체 하이패밀리가 성인 17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2%의 몰표를 받은 노인 대체 호칭은 ‘장청년(長靑年)’이었다.
하이패밀리 측은 ‘노년’의 ‘老’(늙을 로)를 ‘路’(길
로)로 바꿔보자는 제안도 내놨다.
젊은이들의 ‘길’이 되는 세대라는 의미다.
◇젊은 노인 늘어… 연령 상향 요구↑
사회
연령과 신체 나이의 불균형 때문이다.
젊은 노인,
이른바 ‘욜드’의 등장과 함께 문제는 불거졌다.
65~75세 인구를 칭하는
‘Young Old’ 세대의 줄인 말.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2020년부터 “욜드 세대의 서곡이 울리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국내 패션 업계가 시장 확장을 위한 새 타깃으로 내세울 정도로 멋에 민감하고 역동적인 세대다.
노인
연령 상향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65세=노인’은 1950년대 유엔(UN)이 고령 지표 산출을 위해 채택한 낡은 공식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해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2025년부터 10년마다 한 살씩 올리자는 점진적
상향안(案)이다.
올해 초 노인 기준 연령을 만 70세로 올리는 방안에 대한 한국갤럽 설문 조사(1002명)에 따르면,
찬성
60%,
반대 34%로 나타났다.
2015년 조사에서 찬성 46%,
반대 47%로 팽팽했던 것과 대비된다.
◇‘부담’ 돼버린 노인… 혐오 표현 늘어
한국
사회에서 ‘65세 이상’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생산 가능 인구에서 탈락한,
부양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세대 간
유대가 약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어른’으로서의 존재감도 희미해졌다.
65세 이상 대중교통 무임 승차 논란은 그 대표적 예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버스 무임 승차 연령을 75세부터 한 살씩 내리고,
도시철도는 65세부터 매년 한 살씩 올려 2028년부터 70세 이상으로 일괄
통일하기로 했다.
‘연금충’(蟲),
‘틀딱충’
등의 노인 혐오 표현도 만연해지는 추세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이 같은 사회 분위기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차기작 ‘노인
죽이기 클럽’ 제작을 예고한 바 있다.
정순둘(한국노년학회장) 이화여대 교수는 “노인 호칭 갈등은 단순히 문화적 차원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위해 경제·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암시한다고 말했다.
“인생 8할은 운... 능력주의 함정 벗어나야 의사 출신 경제학자가 밝혔다
태어난 나라가
소득 50% 결정,
성취 내 것 아냐
소득에 미친 순수한 내 능력? 제로에
가까워
외국인 가사도우미,
안심소득은 귀한 사회실험
대입도 선 넓게 제비뽑기로… 1점 차 당락 안돼
명문대생 인식 바뀌어야 복지국가 가능
과학 R&D깎고 의사 증원? 국민에 잘못된
사인
/사진=채승우
인생에서 많은 것은 내 통제 범위 바깥의 일이다.
나라
운,
부모운,
학교 운,
친구 운,
배우자 운,
상사 운,
자식 운… 꼽아 보면 안 중요한 것이
없는데,
성공해서 잘 나가는 사람 중 어떤 이는 ‘내 능력으로 얻은 것’이라 하고,
어떤 이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한다.
인생은 능력일까? 운일까?
나로 말하자면 인생 초기엔 ‘억세게 운이 없다’고 악을 쓰며 살다가,
중반 이후를
넘어가면서 ‘받은 복을 세어보며’ 숨죽이게 되었다.
모자란 능력만큼 운이 받쳐주고,
크고 작은 불행 뒤에 예기치 않은 은혜도 누리며
살아왔음을 깨달으며.
그러던 중 ‘인생 성취의 8할은 운’이라고 단언하는 경제학자를 만났다.
살아 움직이는 사회 실험 데이터로 견고한 ‘능력주의 세계관’에 균열을 내고 있는
경제학자 김현철은 말한다.
“태어난 나라에 따라 평생 소득의 50% 이상이 결정됩니다.
부모가 물려준
DNA가 30% 비율로 소득에 영향을 미쳐요. 집중하는 힘조차 유전과 양육 환경에서 나와요. 순수한 내 능력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젊은 시절 보건소 왕진 의사로 근무하다 사회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의사에서 실증주의
경제학자로 방향을 튼 김현철 교수는 의료 시술하듯 경제학을 사용한다.
그가 쓴 책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은 피부에 닿는 생활 이슈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서둘러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노인 요양보호 등급 신청을
했고,
형편이 어려운 지인이 구직하지 않는 이유가 ‘기초생활보장 제도 혜택이 끊길까 봐서’라는 내막도 알게 되었다.
책은 매우 구체적이다.
육아휴직에 따른 자녀의 성적 변화를 통계로
보여주고,
황혼 육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으로 조부모 돌봄 수당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인 김현철 교수는 미국의 코넬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2020년 외국인 가사도우미 비용이 저렴한 홍콩의 홍콩과학기술대학교로 직장을 옮겼다.
─경제학은 신고전학파가
중심이 돼서 세상을 ‘능력주의’로 디자인하는 데 오래 기여했습니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흐름을 보면 통계를 무기로 ‘불평등’을
파고들더군요.
“지금 해외 경제학자들은 다들 통계와 사회실험으로 삶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진하고 있어요. 가령 과거엔 50년 추적 조사로 ‘인간관계가 좋으면 행복하다’고 결론을 내려도 그 인과관계가 불투명했어요. 친구가 많아서
행복한 건지,
행복한 사람이 친구가 많은 건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신뢰성 혁명’이 일어나면서 데이터 환경이 획기적으로 좋아졌어요.
보건,
인력,
교육 분야에서 데이터를 돌려서 정책 효과의 인과성을 입증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바야흐로 실증주의 경제학의 전성기가 시작됐다고 했다.
─인생 성취의 8할은
운이라는 사실을 경제학자가 이야기하니,
왠지 위로가 되더군요.
“(웃으며)사실입니다.
─한때 저도 능력주의의
신봉자로 전력 질주했지만,
살아보니 8할이 운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요?
“데이터가 말해줍니다.
태어난 나라에 따라 평생 소득의 50% 이상이
결정됩니다.
부모가 물려준 DNA가 30%,
자라난 환경이 10% 비율로 소득에 영향을 미쳐요. 입양아와 친자의 소득 추적 통계로
밝혀진 사실입니다.
나머지가 살면서 만나는 행운과 불운,
은인과 악연이 크로스 되는 거죠. 운 좋게
대학에 간 것,
사소한 기적들… 따지고 보면 노력과 집중할 힘조차 유전과 양육 환경에서 나와요. 순수한 내 능력과 노력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당신 운은 어땠습니까?
“저도 운이 좋았어요. 의과대학 입학도 경제학과 박사 시험도 아슬아슬하게 통과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제 인지 범위 바깥의 기적입니다.
아이비리그 교수가 된 것도 저를 도와줄 분이 마침 그 자리에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저는 28세에 공중보건 의사로 노인들을 진료하다 ‘왜 가난한 사람은 더 아픈가?’라는
질문을 만났어요. 사회의 병을 고치고 싶어서 경제학으로 방향을 틀었죠. 그것도 행운입니다.
실증주의 경제학자는 통계와 현장이 어우러져야
하는데,
저는 그때 이미 시골 왕진 의사로 현장에서 훈련이 됐거든요.
국내에서 경제학 석사과정 중이던 김현철은 무작정 제네바로 날아가 WHO(세계 보건
기구) 총재를 인터뷰했고,
그의 주선으로 김용 전 총재를 만났다.
빈곤국의 보건과 재건에 힘쓴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를 만난 것도
운명의 전환점이 됐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경제학을 계속하라는 김용 전 총재의 권유로 컬럼비아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코넬 대 교수로 재직하며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보건 정책 분야 현장 실험을 이어갔다.
─이력을 알고 보면 운에 앞서 엄청난 능력자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젊을 때는 저도 능력주의의 신봉자였던 것
같습니다.
서울대,
연고대,
코넬대,
컬럼비아대 출신의 명문대 조교들이 저를 거쳐 갔어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모자 보건
사업,
여성 취업 리서치 프로젝트를 할 때는,
내전이 터져서 근처에서 연구하던 다른 팀 미국 연구원이 살해당하기도
했습니다.
제 팀원 중 한 명도 석해균 선장이 탔던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남아공으로 가서
치료받았습니다.
제 아내 한예은도 개발국가 젠더 연구를 하러 임신한 채 분쟁 지역을 다녔죠. 죽음 가까운 곳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좋은
동료들을 만났고,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결정적 순간마다 리스크를 회피하지 않았기에,
인생은 능력보다 운에 좌우된다는
수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능력보다 운에 좌우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왜 중요합니까?
“능력주의의 함정이 ‘네가 게으른 탓’이라고 단정하는 거잖아요. 나의 성취가 내 능력보다 운에서 왔다는 걸 알면 겸손해져요. 처지가 곤란한 사람을 향해 ‘노력이 부족하다’고 탓하기 앞서 ‘나보다 운이 없었구나’라고 인정하게 돼죠.
‘나는 운이 좋고 너는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인정해야 약자를 보듬는 품이 생겨요.
우리는 지금 고부담 고복지 국가로 가야 할 전환점에 있잖아요. 미국은 빌 게이츠 같은 존경받는 부자들이 많고,
그런 개인의 기부 문화의
힘으로 굴러가요. 유럽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복지 국가를 실현했고요. 어느 여정으로 가든 ‘내가 이룬 것은 다 내 노력 덕’이라는 함정에서 나와야
시작할 수 있어요.
─명문대생의 태도와
인식을 바꾸는 것이 장기적인 복지 국가로 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나온 제비뽑기 대학
입시를 예로 들면서요. 대학 입시를 제비로 뽑다니요?
“제비가 운이잖아요. 인생 8할이 운입니다.
몇억이 걸린 아파트도 ‘로또
청약’이라며 제비로 뽑지 않나요? 자연이 만든 제비뽑기는 놀랍지 않은데,
대학 입시라고 못 할 게 있을까요? 제가 교환 학생으로 머물렀던
스웨덴,
네덜란드도 상위권 5% 중에서 의과대학 제비를 뽑습니다.
시험 1개 더 맞고 틀린 걸로 줄 세우지 않아요.
시험도 모르면 찍는 경우도 많잖아요. 커트라인 정해서 1개 틀리면 가고 2개 틀리면 못
가면,
나쁜 스트레스만 가중돼요. 명문대 지원자 중 합격자 대비 3배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요. 어느 정도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제비를 뽑는 게 더 건강한 해법일 수 있어요. 한 문제로 당락이 결정되니,
수능 끝나면 킬러 문항으로 시비가 붙어요.
프랑스는 대입 끝나면 논술 시험 주제인 ‘과학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가’로 전 국민이
토론하는 데,
우리나라는 변별력에 과몰입해서 전 국민이 히스테릭해집니다.
‘공정한 척’ 줄 세우지 말고 심층 면접,
백그라운드
등 넓은 카테고리로 인생을 들여다봐야죠.
─책을 보면 흥미로운
데이터가 많습니다.
‘사립고 출신 남성’에게 ‘명문대 임금 효과’가 몰려있었다는 통계나,
성적도 비만도도 룸메이트의 영향을 받는다는
‘친구 효과’도 인상적이었어요.
“학력 과실을 따 먹는 것조차 불평등하다는 거죠. 65세 이상 남성들은 지금 특정 사립고 출신들이 임원 승진과 고소득의 과실을 거의 따먹었어요.
친구 효과는 유유상종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무작위로 배정된 룸메이트에 따라
학점과 체중까지 달라진다는 통계가 나와 있어요. 사실 가장 중요한 친구는 배우자인데,
배우자에 따른 행운과 불운 연구는 현재로선 샘플
측정이 불가능하죠(웃음).
─필리핀 보모 오디자
드패즈에게 감사의 말을 남긴 것도 신선했습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움 준 사람으로 책에 공식 기록한 저자는 처음
봤어요.
“드패즈 덕분에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 저희 가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 제가
2019년에 필리핀에 본부를 둔 아시아개발은행에서 1년 정도 일했는데,
그때 드패즈 덕분에 아내가 박사 과정을 마쳤어요. 필리핀은 보모
월급이 200불이에요. 간호사 월급도 200불,
교사도 200불이죠.
육아비용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미국은 가사도우미를 쓰려면 월 5천 불을
지급해야 합니다.
홍콩은 600불 정도고요. 저는 고민하다 홍콩과 싱가포르 월드 클래스 상위권 대학 다섯 군데를 컨택했고,
코넬
대학교에서 지금의 홍콩 과학기술대학으로 옮겼어요. 실용적인 선택이고 매우 만족했습니다.
미국에서 외가나 친가의 도움 없이 부부가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한쪽이 유연 노동자이거나 엄청 부자면 가능하겠죠. 오죽하면 몇 년 전 노동부 장관 후보였던 정치인이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도우미로 고용한 사실이 들통나서 탈락한 적도 있어요.
─저도 조선족 보모
이춘자 할머니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안정적인 육아도우미가 없었다면 커리어를 이어 나가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조선족이 한국에 오는 메리트가 줄고 있죠. 중국 소득이
높아졌거든요. 보모 공급 부족의 원인입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최저임금 적용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최저임금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왜 줘야 하나?’는 의견도 다 일리가
있어요.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냐?’는 의견,
‘200만 원 주면,
그건 고소득자를 위한 정책 아니냐?’는 의견,
다 맞는
말이죠.
이럴 땐 송출국 정부 얘기를 들어야 해요. 필리핀 정부는 더 많은 국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길 원해요. 적정 임금을 받으며 많이 보내길 원하죠. 필리핀 본국의 가사도우미 임금은 20만 원 입니다.
그들이 한국에 원하는
최저임금은 숙식 제공에 60만 원이었어요. 제가 일하며 아이 키우던 홍콩도 최저 78만 원,
식대까지 100만 원을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정했었죠.
무작정 ‘최저 임금을 왜 안 줘?’가 꼭 필리핀을 위한 건 아닙니다.
저개발국가는
한 달에 3만 원이 없어서 죽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다고 ‘싸면 장땡이지’ 자본주의 논리만 들이대면,
감사함과 존중이 사라져요.
─해법이 있습니까?
“정부가 좀 창의적으로 접근하면 좋겠어요. 비자 기간을 연장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가정 소득에 따라 비용을 보조하면 면 안정화 수 있어요. 지금은 시범 사업이라 밖에서 살도록 하지만,
지방에는 빈 곳도 많아요. 노인
가정은 자녀가 출가했으니,
입주로 고용하면 비용도 줄일 수 있고요.
─서울시에서 시범 운영 중인 ‘안심 소득’도 관여하고 있지요? 사회실험의 일환인가요?
“오세훈 시장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래머 시카고대 교수에게 안심소득 효과
평가를 의뢰했어요. 크래머 교수는 제 책에도 추천사를 썼지만,
또 저를 적임자로 지목했고요.
안심소득은 단언컨대 최고의 사회 실험이 될 거예요. 저소득 가정 신청자 중 무작위로
뽑은 1,
300가구는 안심소득을,
2,
600가구는 기존의 기초생활 보장을 받아요. 5년간 그 효과를 비교 연구하는 거죠.
"
─안심소득이 기본소득보다 우선인가요?
“기본소득은 똑같이 모두 주자는 거고,
안심소득은 가난한 사람에게 많이 주자는
거잖아요. 안심소득은 저소득 3인 가정에 월 170만 원의 혜택을 줘요. 기본소득은 모든 3인 가족에게 월 15만 원을 줍니다.
기본
소득의 복지 효과는 매우 미미합니다.
민주당 지지자도 기본소득에 회의적이에요. 부의 재분배 효과도 없고요.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디플로도 기본소득은 저소득국가에 적합하다고 결론 내렸어요. 저개발국가 농경사회는 소득 측정이 어려워요. 가난한 사람 데려오라고 하면 이장님이 일가친지 이름을 올리거든요. 소득평가가 안 되니 기본소득으로 가는 거죠.
우리나라는 소득이 실시간으로 파악되니 안심소득이 맞는 거죠. 게다가 기본소득 30조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아요.
OECD 국가 중 한국은 노인빈곤 1위이니,
앞으로 안심소득의 주된 혜택은
노인층이 될 거라고 했다.
다음 단계의 논의는 ‘안심소득이냐’ ‘기존의 기초생활보장 제도 유지냐’의 싸움이 될 거라고.
─기존의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저소득층의 일할 동기를 뺏는다고 말이 많습니다.
“애매하게 소득 발생하면 지원이 끊기니,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거죠. 복지
블라인드 스팟도 문제예요. 송파 세 모녀 비극이 그 경우입니다.
지금의 복지 제도는 내가 신청을 해야 혜택을 받아요. 그런데 저소득층은
신청하러 하루 시간 내기도 어렵고,
신청 자체를 힘들어해요.
처음에 계좌만 한번 등록하면,
나라가 먼저 사정을 살펴서 선지원 하는 AI
시스템,
만드는 것 어렵지 않아요. 그걸 아예 넘어서는 ‘우선 배려’가 안심소득이고요.
─최근의 흐름을 보면
경제학이 정말 삶 가까이 들어온 느낌입니다.
실증주의 경제학,
어디까지 왔습니까?
“지금 미국 경제학의 1/3이 응용미시경제학 분야입니다.
정부의 특정 정책을
사회실험으로 엄밀히 평가해요. 최근 응용미시경제학자들이 3번 노벨상을 타면서 주류가 됐어요.
실증주의 경제학은 과거 사건을 철저히 분석,
인과를 계산해서 미래에 제언해요.
대표적인 게 헤크먼 곡선입니다.
운 나쁜 사람을 돕는 수많은 정부 정책이 시행됐을 때,
흩뿌려진 나쁜 운들이 어떻게 개선을
이뤄내는지,
20년간 추적한 곡선입니다.
영유아기,
태아기,
임산부… 정부가 일찍 개입할수록 지원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나타났어요. 그 답은 과학이 갖고 있어요. 인간의 신체,
뇌 기능이 말랑말랑할 때 생긴 나쁜 사건이 인생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후 출산했을 때와 출산 후 돌아가셨을 때,
태어난
아이의 건강이 확연히 달라요. 돌아가신 후 낳은 아이는 태아기 내적 충격으로 ADHD 약을 먹을 확률이 25% 올라가요. 성인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10% 늘어납니다.
전쟁까지 가지 않더라도 유아기 부정적 경험과 그에 따른 고통의 파급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
─예방의학처럼,
정부의
개입이 인생 초기에 이뤄져야 한다?
“그렇죠. 정책은 의료 시술처럼 이뤄져야 해요. 어릴수록 투자 대비 효과가 커요. 태아
보호,
임산부 보호,
영유아 보호,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 돈 쓰려면 여기 투자해야 예방 치료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의사 출신 경제학자로
공공의대 등 의사 증원 부문에도 쓴소리를 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제가 두통이 심해 신경외과 의사를 만나려면 4개월이 걸렸어요. 필수
의료가 부족하다지만 미국,
유럽과 비교하면 한국은 양호한 편입니다.
출산이나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안
하겠다고 결정해서예요. 그 문제는 지역 거점으로,
팀 단위 구조로 풀어야 합니다.
사실 의사가 더 필요한 건 고령화 때문이에요. 현재보다 미래를 위해 더 필요하죠.
하지만 정책은 항상 인간의 자율성과 욕구를 고려해야 합니다.
52시간,
69시간 근무도 마찬가지예요. 일방적 규제로 풀면 저항이
생깁니다.
당장 취약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뽑을 때도 강제가 아니라 ‘커리어’로 접근하면 길이
보여요. 실제 취약 지역 의사 선발 사례를 보면 봉사 정신보다 성취 욕구가 높은 사람이 진료 횟수,
백신 접종률 등에서 월등히 앞섰어요.
‘봉사’보다 ‘성취’를 강조해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현실은 의사들은
증원을 반대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인재는 의대로 몰리고 있어요. 요즘엔 초등생 학원에도 의대 반이 생기고 밤늦도록 수학 정석을 푸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한숨 쉬며)지금처럼 인재들을 다 의대로 보내면 국가에 손해가 막심합니다.
의대
졸업자들 카톡방에서 관련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의대는 IQ 상위 5% 면 충분하다,
적당히 똑똑한 학생들이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지금은 상위 0.1%가 의대에 가요. 이런 학생들은 과학계와 공대로 가야 합니다.
K의료를 얘기하지만,
서울대 병원,
세브란스 병원 매출을 봐도 의료 산업은
국내 마켓입니다.
글로벌 마켓은 과학기술이에요. 의사는 종합병원이 성취의 최고점이지만,
과학자가 성공해서 기업 만들면 사회에 환원이
되고 국가 경제가 일어나요.
이런 상황에 정부가 과학기술계의 R&D 예산을 깎고 의사를 증원하겠다고
하니,
생태계가 교란되고 불필요하게 똑똑한 애들이 다 의대로 몰려드는 거죠.
─문득
궁금합니다.
의사에서 경제학자로 방향을 틀었을 때,
혹시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으셨나요?
“저희 부모님도 공공선에 대한 열망이 높으셨어요. ‘정말 하고 싶냐?’고 물으시고는 ‘그런데 학비는 못 대준다’고 선을 그으셨죠(웃음). 그 이후로 벌어진 일들은 신이 베푼 은혜라고밖에는 설명이 안 돼요.
갑자기 생겼다 이듬해 없어진 장학금의 수혜자가 됐고,
마지막 박사 통과 시험에
행정 착오로 떨어졌다 다시 붙었어요. 저는 꼴찌에서 두 번째로 붙었는데,
그때 떨어진 친구가 지금 잘하면 노벨경제학상을 탈 것
같습니다(웃음). 앞에 선 사람이 뒤로 가고 뒤에 선 사람이 앞으로 가는 게 인생인 것 같아요.
김현철은 자신이 리스크를 회피하지 않고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기질이라고
했다.
미국의 코넬 대학교,
홍콩의 홍콩과학기 대학교 이후의 커리어를 그려보기 위해,
그는 현재 한국에 머물며 안식년 휴가를
보내고 있다.
서울시의 안심소득,
외국인 가사 도우미 사업에 관여하면서 합당한 증거가 채택되도록
하는데 학자의 의무를 다하면서. 폴리페서는 경계하지만,
자신의 연구가 의료 시술처럼 현장에 적용돼서 생명이 도는 걸 보고 싶어
했다.
“미국도 중요한 정책은 아카데미에서 톱클래스 전문가에게 의뢰해요. 인연과 이념에 상관없이 사회 기여의 의지가 있는가가 중요하죠.
─언제 자부심이 느껴지나요?
“동료들이 노벨상을 받는 걸 보면 자랑스럽습니다(웃음). ‘인간은 떡으로만 살지는
않기에’ 저도 모국의 현장에서 사회적 가치가 실현되는 걸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2024년을 준비할 이 땅의 소시민들에게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이 언제인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미소 지으며)제가 하는 경제학은 미래를 예언하지 않아요.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는 게 경제학은 아니죠. 예측할 수도 없고요. 말씀드렸듯이 인생 성취의 80%가 운으로 결정됩니다.
그중 50%가 태어난 국가에 의해
좌우되고요.
좋은 국가는 국민 소득의 50%를 책임질 수 있어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 자녀를
낳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죠. 물론 좋은 뜻을 가졌다고 모든 정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약자를 돕는 현명한
정책을 내는 사람에게 투표해야죠.
의사가 잘 먹고 잘사는 모델이 되는 건 건강하지 않아요. 타자에게 관대한 마음을 갖는
것,
그것만으로도 상호부조의 면역력이 생깁니다.
아내,자식,부모... 은퇴하면 누구랑 살 때 더 행복할까
日 노후준비 일타강사 노지리 핀웰연구소 대표
60대 은퇴자들의 행복지수 오각형 분석해보니
“노후엔 혼자서 즐겁게 사는 게 최고다 vs “그래도 둘이 서로 의지하며 늙어가는 게 좋다
은퇴는
부부가 인생 쉼표를 찍고 새롭게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출발점이다.
자녀들이 독립해서 떠나고 나면 부부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퇴직하고 집에서 왕노릇하는 남편이 밉다’,
‘월급 끊겼다고 잔소리하는 아내가 마녀 같다’면서 갈라설 구실을 찾기도
하고,
“병들고 아프면 자식들은 소용 없고,
결국 배우자밖에 없다,
“나이 들수록 부부뿐이고,
배우자 없는 인생은
재앙이라면서 힘든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은퇴하면
누구랑 살까. 이에 대한 생각은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린다.
그래도 노후에 어떤 선택을 내린 인생 선배들이 평균적으로
더 만족하면서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일본 핀웰연구소가 올해 초 60대 고령자 6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배우자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고,
삶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살고 있었다.
핀웰연구소의
노지리사토시(野尻哲史)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은퇴하고 나서 누구와 사느냐는 노년기 삶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변수라면서
“배우자와 함께 사는 은퇴가정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반면,
혼자 사는 독거 노인들은 건강,
인간관계,
직장,
자산 등 모든
측면에서 삶의 만족도가 평균에 못 미쳐 격차가 컸다고 말했다.
히토츠바시대학(상학부)을
졸업한 노지리 대표는 일본 메릴린치증권을 거쳐 피델리티운용 은퇴교육연구소장을 역임한 금융통이다.
<노후 난민이 되지 않기 위한 자산
준비>,
<자산 수명을 늘리는 현명한 기술> 등 은퇴와 관련된 책을 다수 펴냈다.
지난
2015년 피델리티운용 재직 시절엔 서울에서 한일 노후 준비와 관련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2019년 ‘핀웰연구소’를 설립해 은퇴 준비
전도사로 활동 중인 노지리 대표에게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만드는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60대 은퇴자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연초에
‘60대 6000명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60대의 노후 생활에 대해
생활전반,
건강상태,
일의보람,
인간관계,
자산수준 등 5개 항목으로 나눠 살펴보고 ‘행복지수 오각형’을
만들었다.
오각형 모양을 보면 생활전반,
건강상태,
일의보람,
인간관계 등 4개 항목은 만족도 점수가 3점대로 중간
이상이다(만족 5점,
불만 1점). 일의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은퇴 생활을 즐기는 60대가 제법 많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자산수준 항목은 만족도가 2점대로 낮았다.
–자산수준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지난
2019년,
일본에선 금융청이 ‘100세 시대에 노후 자금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이 더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이슈가
됐다.
그때 일반인들에게 ‘노후준비=2000만엔’이라는 숫자가 머릿 속에 각인된 것 같다.
이번 조사에서도 2000만엔을 분기점으로
자산수준 만족도에 온도차가 컸다.
2000만엔 넘는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만족도가
낮았다.
참고로 자산수준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경우는 1억엔(약 9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하면서 적당한 현금 흐름(연소득
1800만~3600만원)이 발생하는 가정이었다.
–은퇴 후 누구랑 살 때 가장 행복한가.
“은퇴
가족 유형을 독신,
부부,
독신+자녀,
독신+부모,
부부+자녀,
부부+부모 등으로 세분화해서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그랬더니 노후에 부부끼리 사는 가정의 만족도가 전 영역에 걸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배우자는 노년기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이다(※설문 응답자의 80%가 남성이었기에 결국 아내가 있는 은퇴 남성의 생활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단 자식이든
부모든 식구가 한 사람이라도 더 늘어나면 은퇴 부부끼리 살 때에 비해 삶의 만족도는 낮아졌다.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인 그룹은?
“일본엔
결혼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 발표(2020년 기준)에 따르면,
50대 1인가구 비중은 전체의
30.8%로,
약 514만명에 달한다.
한국도 싱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은 알아야 할 점이
있다.
60대 이후 독거노인은 전 영역에 걸쳐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다.
고령 독신자는 건강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아프기
쉽고,
사회와 단절되어 살아서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독거노인이라도 부모 혹은 자녀와 함께 살면 행복 곡선이
우상향했다.
60대 이후에는 혼자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 살게 됐다면?
“혼자
살고 싶진 않은데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지역 사회 혹은 지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서 외부와 교류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재테크를 하는 60대 독거노인의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이는 단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산운용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자신과 외부의 연결 고리를 갖게 되는 장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노후 생활비를 아끼면 덜 불안할까.
“퇴직한다고
해서 소비 수준이 요이땅 하면서 바로 낮아지진 않는다.
현역 시절에 넉넉한 생활을 했던 가정이 퇴직 이후에 바로 씀씀이를 줄이긴
어렵다.
퇴직이 임박해 온다면,
생활비를 덜 써보려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통계를 보면 60대 후반 생활비는
50대 후반의 70% 정도다.
그렇다면 노후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해야 하는가. 공식으로 나타내면 이렇다.
관련 기사
“독신남·기혼남 수명차 14년… 퇴직한 중년 남성에게 벌어질 일 [왕개미연구소]
“월 평균 430만원 썼는데... 50대 현역의 은퇴 이후 생활비 [왕개미연구소]
퇴직
이후엔 양쪽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만약 노후 생활비가 더 커진 상태가 장시간 지속된다면,
인생 종착역엔 노인 파산이다.
퇴직
이후 생활은 4개 항목 대책의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은
개인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다.
“품위
있는 노후는 현금 흐름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일본도 개인이 보유하는 자산의 50% 이상이 토지였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1990년
전후 버블 경제 시기가 그랬다.
하지만 이후 토지 보유 비중은 현재 24% 정도까지 내려왔다.
지금은 현금·예금 비중이 33%로 가장
높고,
보험이나 연금준비금,
유가증권 등에도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
–요즘 한국에선 엔화 투자가 열풍인데.
“일본도
최근 미국 주식이나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났고 수익 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현역 시절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내일이라도 당장 매도해서 부족한 노후 생활비에 충당해야 할 수도 있는 은퇴 세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환율이 불리할 때 해외 자산을 매도한다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위험도 있다.
해외 투자는 대상이 무엇이든 여유 자금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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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의 송년회 고백...노래방·건배사도 싫지만 최악은 ‘이것’
1차는
늘 고깃집이었다.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사이다(사랑을 이 술잔에 담아)’ ‘오바마(오빠가 바래다줄게 마셔)’ 같은 썰렁한
건배사가 이어지고 폭탄주가 돌았다.
막내들은 열심히 고기를 뒤집었다.
2차 노래방에서는 아이돌 댄스곡을 부르며 뻣뻣하게 춤추는
주니어들에게 폭소가 쏟아졌다.
마무리는 부장님의 애창곡 ‘마이 웨이’. 노래가 끝나면 점수와 관계 없이 일제히 기립 박수를
쳤다.
“내
길을 가겠다는 부장님을 택시에 태워 보내드렸다.
일부는 눈치 보며 슬쩍 사라지지만,
대개는 3차 호프집으로 향했다.
얼큰하게
취한 김 차장이 평소 감정이 쌓인 이 과장에게 “그 따위로 일하면 되느냐 따위 훈계를 한다.
결국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두 사람. 가까스로
떼어내 강제 귀가 조치를 하며 부원들은 생각했다.
‘올해도 이렇게 한 해를 마감하는구나.’
2019년까지
연말 송년회 풍경은 이랬다.
소속 부서,
거래처,
동호회,
동창회 등에서 모임이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며
송년회는 사라졌다.
‘줌 송년회’ ‘랜선 송년회’ 등 비대면 송년회로 아쉬움을 달랬다는 소리가 들렸지만 속으로 반긴 이들도
있었다.
의무적으로 참석하지 않아도 되고,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고,
건배사를 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는 직장인도
상당수였다.
코로나가
끝난 지금은 어떨까. ‘아무튼,
주말’은 SM C&C 플랫폼 ‘틸리언프로’에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20~50대 남녀
2007명이 응답했다.
‘송년회를 하지 않았거나 않을 예정’이란 직장인이 절반에 가까웠다.
송년회 시간으로는 저녁이 점심을
압도했다.
송년회에서 제일 싫은 건 ‘음주’ ‘가무’ ‘건배사’를 제치고 1위에 오른 ‘훈계’였다.
◇직장인 절반은 송년회 안 한다
설문
응답자 2007명 중 직장인은 1494명. 이 중 ‘올해 송년회를 한다’는 응답은 771명으로,
‘하지 않는다’(723명)와
비슷했다.
직장인 약 절반은 올해 송년회를 하지 않았거나 안 한다는 뜻이다.
소규모 패션 업체에 다니는 김영숙(38·가명)씨는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던 시기에는 회사에서 송년회를 하지 않았다며 “처음엔 아쉬울 줄 알았는데 송년회로 인한 스트레스나 피로가 없어
오히려 모두들 반겼다.
올해도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년회를
하느냐 마느냐는 업종에 따라 크게 갈렸다.
의료기기 업체에 다니는 김연경(40·가명)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송년회가 복원됐다고
했다.
“이쪽이 워낙 남초(男超)에다 보수적인 업계잖아요. 다음 주에 부서 송년회가 있는데,
1차 고깃집에 이어 2차
노래방,
3차 호프집까지 전형적인 3종 세트예요. 건배사와 폭탄주는 당연하고요(웃음).
송년회를
하는 시간은 저녁(85%)이 점심(15%)보다 우세했지만,
속마음은 꽤 달랐다.
선호도를 묻자 저녁 61%,
점심 39%로
조사됐다.
여성 응답자들의 선호도는 점심(50%)과 저녁(50%)이 반반이었다.
반면 남성들은 저녁(73%)을 점심(27%)보다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도 차이가 났다.
20대에서는 점심 시간 송년회 선호도가 57%로 저녁을 이겼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저녁 시간 송년회 선호도가 높아졌다.
50대는 저녁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아들
둘을 키우는 워킹맘 최모(38)씨는 “남녀 차이는 육아 탓이라고 했다.
“똑같이 직장에서 일하더라도 아빠들은 엄마들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잖아요. 같은 여성 직장인이라도 연령대가 높아지면 아이가 커서 저녁 회식을 덜 기피할 것 같고요.
◇이색 송년회 싫어,
‘클래식’이 좋다
고깃집에서
폭탄주를 돌리는 대신 영화나 공연을 보는 ‘문화 송년회’,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참석하는 파티,
클럽을 빌려서 하는 테마 파티 등
이색 송년회가 한때 유행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는 고전적 송년회의 여전한 인기를 증명했다.
송년회
장소를 묻자 고깃집 등 ‘식당’(88%)이 ‘영화관’(8%)이나 ‘공연장’(4%)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기업 유통 계열사에 다니는
송모(37)씨는 “송년회도 역시 ‘클래식’이 최고더라라며 웃었다.
“회사에서 신경영이니 젊은 이미지 구축이니 하며 술 마시지 않는 문화
송년회를 권장한 시기가 있어요. 영화관도 가고 뮤지컬 관람도 해봤지만,
회사에서 단체로 하는 일은 결국은 ‘업무’더라고요. 그럴 바에야
고기 굽고 술 취하면서 평소 하지 못하는 속이야기를 나누는 게 낫다는 겁니다.
송년회에
‘2차도 예정돼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41%)였다.
‘있다’(29%)와 ‘모른다’(30%)를 앞섰다.
‘2차를 하고 싶은가’ 묻자
‘하고 싶지 않다’(65%)가 ‘하고 싶다’(35%)보다 훨씬 높아서,
하더라도 1차에 끝난다는 송년회 트렌드를 반영했다.
공기업
팀장 염모(50)씨는 “우리 부서는 점심에 송년회를 하고 당연히 2차는 없다며 “2차 노래방,
3차 호프집을 그리워하는 직장인은
시대착오라고 했다.
다만 이번 설문조사에서 남성은 2차를 ‘하고 싶다’(46%)와 ‘하고 싶지 않다’(54%)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여성들은 ‘하고 싶지 않다’(76%)가 ‘하고 싶다’(24%)보다 훨씬 많았다.
2차를 할 경우 여성들은 술집(32%)보다
카페(46%)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송년회에서 훈계는 금물
많은
직장에서 송년회 참석은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바뀌고 있다.
IT 기업에서 일하는 정훈기(49)씨는 “파트 송년회는 곱창집에서 하고 팀
송년회는 영화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하고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씩 마시며 했다.
자율 참석이라 전체 팀원 중 3분의 2만 왔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직장 송년회 참석이 의무인가’ 묻자 ‘예’(44%)보다 ‘아니요’(56%)가 많았다.
근본적인
질문도 있었다.
‘송년회를 하고 싶은가’ 묻자 남녀 전체 응답은 ‘하고 싶다’(48%)가 ‘하고 싶지 않다’(52%)보다
낮았지만,
남성 응답자들은 ‘하고 싶다’(61%)가 ‘하고 싶지 않다’(39%)보다 우세했다.
반면 여성들은 ‘하고 싶지
않다’(65%)가 ‘하고 싶다’(35%)를 앞질렀다.
지난해 모 그룹사에 입사한 박병채(31·가명)씨는 “취준생으로 궁핍하게 살면서 꿈도
꾸지 못하던 고급 식당에서 송년회를 하더라라며 “내 돈 주고 사기 힘든 소고기 먹으며 좋은 술 마시는 게 솔직히 즐겁다고 했다.
송년회의
스트레스로는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
장기자랑,
업무 성과 이야기,
상사의 훈계 등이 꼽힌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훈계’(38%)가 ‘가무’(23%) ‘건배사’(20%) ‘음주’(19%)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여성보다 남성이,
또 나이가
들수록 훈계를 싫어했다.
‘훈계가 가장 싫다’는 응답은 20대 24%에서 30대 35%,
40대 41%로 차츰 올라가다가 50대에서
45%로 극점을 찍었다.
반면 20대 응답자들은 건배사(28%)와 가무(28%)를 훈계보다 더 싫어했다.
건설회사 부장
조태성(53·가명)씨는 “회장님 이하 임원들과 부장급 송년회에서 지적을 받으면 ‘이 나이에 아직도 훈계를 들어야 하나’ 싶어 짜증이 난다고
했다.
망년회(忘年會)란
말은 일제 잔재라 하여 더 이상 쓰지 않는다.
하지만 고려·조선 시대에도 망년(忘年)이란 말이 있었다.
일본에서 망년은 ‘일년 동안의
노고를 모두 잊는다’지만,
우리는 ‘나이를 잊는다’ ‘나이 차이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였다.
인문학자 박상표씨에
따르면,
고려 무신정권에서 살아남은 문신들이 ‘망년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의미였다.
송년회 때 연장자 혹은 선배로서 가르치려 들기보다,
나이 차이를 잊고 뜻을 공유하는 직장 동료로 서로를 대하면 어떨까.
송년회 스트레스를 줄이는 팁이다.
찰리 멍거를 추모하며
내가
드라마와 경영학,
투자학 책을 즐겨 보는 건 드라마가 현대의 문학이고,
경영과 투자의 구루들이 현대의 철학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의 투자 멘토였던 ‘찰리 멍거’는 공군에서 기상 관측 업무를 하던 시절,
비행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조종사를 살리려면 조종사를 ‘확실히 죽이는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고의 전환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는
사람이었다.
멍거는
저평가된 주식을 싸게 사들이는 기존의 투자 방식을 버리고,
좋은 회사의 주식을 제값 주고 사라고 워런 버핏에게 조언했다.
그것이
버핏을 가장 부자로 만든 시즈캔디와 애플 주식을 사게 된 배경이었다.
그는 축적보다 배제를,
성공보다 실패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내게
알려준 사람이었다.
멍거는 언제나 공부하는 사람으로 “내 나이 92세에도 여전히 무식해서 배울 것이 많다는 게 다행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발
달린 책’이라는 놀림을 받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던 그가 99세로 영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번뜩이던 그의 눈이 이미 오래전 암흑에
갇혔다는 아이러니를 떠올렸다.
그는 결혼에 실패했고,
백혈병으로 아이를 잃었으며,
백내장 수술 실패로 50대에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우뚝 선 성공 뒤에 보이지 않는 실패가 널려 있었다.
부고를
듣고 그가 내게 알려준 ‘거꾸로 사고법’에 대해 노트에 적었다.
건강하고 싶다면 ‘먹어야 할 것’이 아닌 ‘먹지 말아야 할 것’을 피하자.
브레이크가 없다면 최고의 속도는 무용지물이다.
‘성공률 95퍼센트’에 사람들이 열광할 때,
‘실패율 5퍼센트’에 주목하자 같은 나의
다짐 말이다.
그것이 내가 골을 넣은 선수가 아닌,
골을 먹은 상대편 골키퍼의 일그러진 얼굴을 먼저 볼 수 있던
힘이었다.
멍거를 추모하며 생전 그가 남긴 삶의 지혜의 말을 되새긴다.
“절대로 돼지랑 씨름을 벌여서는 안 됩니다.
둘 다
진흙탕에서 뒹굴게 되더라도 돼지는 그렇게 되는 걸 아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미루기의 천재들
12월이면
한 해 무엇을 했는지를 되돌아보곤 한다.
올해 코로나 시절 등록한 영어 학원 과정을 2년 반 만에 마쳤다.
나이 들어 외국어를
공부하면 기억력 때문에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공부 때문에 번역가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일취월장은 초보자의 영역이야. 넌 성숙기에 온 거고. 무엇보다 정체기가 온다는 건 제대로 공부하고 있다는 증거야.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하는
수밖에 없어라는 조언이 날아왔다.
문득
“Done is better than good이라고 말한 소설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말이 떠올랐다.
어떤 것을 시작했으면 잘하는 것보다
끝까지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시도해 마무리 짓는 경험이 쌓이면 이전보다 익숙해져 더 잘하게 된다는
뜻이다.
고백하면
나는 ‘계획 세우기’의 달인이었다.
정확히 말해,
계획만 세우고 행동하지 않는 ‘미루기의 천재’였다.
영어 학원도 미루고
미루다가 25년 만에 갔으니 말을 말자. 앤드루 산텔라는 ‘미루기의 천재’에서 사람들이 일을 미루는 심리는 그것이 실패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떤 일에 실패하면 자신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애초에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방어한다는
것이다.
무능력자로 보이느니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낫다는 심리다.
하지만
일을 미루면 몸은 편해도 마음은 점점 불편해진다.
이를 뜻하는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심리 용어가 있을 정도인데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마음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뭔가 미루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나이다.
발레를,
외국어를,
촬영 편집을 배우고 싶어도 나이 핑계로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엔 젊은 노인과 나이 든
청년이 섞여 있듯 늙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지금’이 나의 가장 어린 날이다.
기억해두면 좋을 나폴레옹의 격언도
있다.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에 대한 보복이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구글맵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해외여행이 풍성해졌다.
이전 같으면 길이 복잡해 포기할 만한 곳도 곧잘 찾아가곤 한다.
하지만 구글맵이 있어도
갈피를 못 잡을 때가 있다.
대도시의 기차나 지하철역에 도착했을 때다.
예전의 나는 역 안의 지도나 안내도를 보면서 정확한 길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젠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 밖으로 나간다.
밖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 봐야 정확한 길을 찾기
힘들고,
밖으로 나와 움직여봐야 비로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잘못된 길이라도 가봐야 목적지에서 멀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가이다.
작가
초기 나는 완벽한 플롯,
나를 목적지까지 안내해 줄 지도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실패를 통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후,
대략적인 아이디어가 정리되면 일단 쓰기 시작한다.
시작이 돼야 비로소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것이 옳은 방향이면 계속 나아가고,
잘못된 방향이면 원점으로 되돌아가 다른 방향으로 가보길
반복한다.
뛰어난
재능에도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실패가 두려워 애초에 시작도 못 하거나,
완벽하지 않으면 안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해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도하면서 완벽해지는 것이다.
살면서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지를 묻게 될 때는 대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돼 길을 잃었을 때다.
하지만 잘못 들어선 길이 종종
더 좋은 지도를 만든다.
성공에는 기쁨이 있지만 실패에는 배움이 있다.
인생은 편도이고 내일이라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초행길이다.
완벽한 지도는 없고 지도가 우리를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변화가 빠른 지금 필요한 건
가능성에 한계를 짓는 ‘지도’가 아니라 안개를 헤쳐 나갈 때 쓰는 ‘나침반’일지 모른다.
결국 끝까지 굳게 믿어야 할 건 하나. 튼튼한
우리의 두 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