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아닌 '품성'이 최후승자 된다

 


'재능' 아닌 '품성'이 최후승자 된다

1991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전국 중학생 체스대회가 열렸습니다. 뉴욕의 명문 사립학교 돌턴스쿨 대표팀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습니다. 이 학교 선수들은 유치원 때부터 체스를 배웠습니다. 학교는 그 중에서도 재능을 보인 아이들을 모아서 방과 후에 별도 지도를 한 뒤에 대표로 선발했습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뉴욕 할렘의 빈민가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 레이징룩스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학교 선수들은 체스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모리스 애슐리 코치는 당장의 실력 대신 ‘자질’에 초점을 맞춰 선수를 선발했습니다. 그가 주목한 자질은 품성이었습니다. “체스를 잘하려면 오랜 시간 연습해야 한다. 게임을 복기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주도력, 절제력과 결의가 필요하다.”

 

애슐리는 이런 품성을 갖춘 아이들을 선발하고는 체스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것부터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이 따분해 하는 기본규칙 대신 가장 흥미진진한, 게임 막판에 상대를 외통수에 몰아넣는 방법부터 가르쳤습니다. 흥미를 느낀 아이들이 배우려는 열의로 달아올랐고, 미국 내 최강의 선수들로 거듭났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신간 《히든 포텐셜》(한경BP 출간)에서 “남달라 보이는 재능이나 자질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며 “누구나 자신 안에 숨은 잠재력을 발굴하고 키우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품성 기량(character skill)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랜트 교수에 따르면 품성은 사람마다 타고나는 성격과 달리 ‘얼마든지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는 역량’입니다. “성격은 사람들이 지닌 성질이나 경향이다.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원초적 본능이다.” 반면 품성은 본능보다 가치를 우선시하는 역량이라는 것입니다. “상황이 불리할 때 당신이 그런 가치들을 지킬 수 있는지가 품성의 진정한 시험대다. 성격은 평상시에 당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의 문제이고, 품성은 어려운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문제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라즈 체티가 1980년대 말 미국 테네시주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도 이런 사실을 확인시켜줍니다. 체티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주로 다니는 학교 재학생 1만1000여명의 품성을 여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먼저 진단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이 성인이 된 뒤의 소득잠재력을 예측하고, 실제 결과를 추적했습니다. 연구 결과 학생들의 향후 연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건 수학이나 어학 점수가 아니었습니다.

 

자주적으로 묻고 답을 제시하는 주도력(proactive),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협력하는 친화력(prosocial), 수업을 경청하며 딴짓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자제력(disciplined), 끊임없이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결의(determined) 같은 행동 유형이 학생들의 성공여부에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랜트는 이 네 가지를 대표적인 ‘품성기량’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런 품성기량을 갖추면 불편함을 마주할 용기를 내 일을 미루지 않게 되고, 실수를 인정하며 극복할 방법을 찾게 된다.”

 

품성기량을 기르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 완벽주의입니다. ‘완벽’에 눈이 멀어 다른 것을 살펴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완벽주의가 약품이라면 흔한 부작용에 대한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 ‘주의: 성장 부진을 야기할 수 있음’. 완벽주의는 우리를 점점 좁아지는 시야에 가두고 실수를 회피하게 만든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누구나 완벽할 때까지 고치고 다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장족의 발전을 하려면 ‘완벽함은 신기루’임을 인정해야 한답니다. “적절한 불완전함을 감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이학영 드림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